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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테트라찌니
작품등록일 :
2013.01.19 19:33
최근연재일 :
2013.02.22 11:52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29,009
추천수 :
165
글자수 :
248,137

작성
13.02.14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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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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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마지막 시험(27)

안녕하세요. 테트라찌니입니다.




DUMMY

이 소설은 그림 파일로도 연재됩니다. 그림 파일로 소설을 읽고 싶으신 독자 여러분께서는 하단 후기 페이지부터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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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로 만들어진 엘리베이터에 거북이가 타고 있었다. 지금 그는 위로 올라가는 중이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기억을 다 잃고 방 안에 갇혀 있던 그가 왜 여기에 있는 걸까? 거북이는 아직도 이 상황이 현실 같지가 않았다. 그래서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기로 했다. 5분 전에 있었던 일이 눈앞에서 생생하게 펼쳐졌다. 상황은 이러했다.

곰 인형에게 그녀가 한 말을 전해주자마자 천장에서 무지개가 내려와 그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피할 겨를조차 없었다. 무지개에서 뿜어져 나오는 일곱 개의 빛이 그의 뇌세포 하나하나를 어루만져주자, 그는 여태껏 자신이 만난 영혼들이 누구였는지, 또 자신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를 전부 기억할 수 있었다.

기쁨도 잠시, 펑! 하는 소리가 천장에서 크게 들렸다. 무지개가 천장을 완전히 뚫어버린 것이다. 무지개의 만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무지개는 지우개가 되었다. 방은 화이트보드로 바뀌었다. 무지개는 순식간에 방을 하얀색으로 도배해버렸다. 남아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곰 인형도, 침대도, 거울도 모조리 지워버렸다. 무지개는 이렇게 말했다.

‘2차 시험 합격입니다.’

거북이가 대답할 틈도 없이 이번에는 방이 증발해버렸다. 그는 왜 문을 열 수 없었는지 깨달았다. 이곳은 끝을 모르는 우주였다. 이제 무지개는 그를 태우고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빛의 속도로 올라가는 것 같았다. 정말로 빨랐다. 그런데 무지개 안은 오히려 안락의자에 앉은 것 마냥 편안하기만 했다. 거북이는 주변 경치를 감상하며 시계를 다시 현재로 맞췄다.

거북이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엘리베이터는 친절하게 출구까지 남은 시간을 알려주었다. 앞으로 4분 정도만 더 올라가면 다음 시험장으로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가 그에게 말을 건넸다.

“오랜만이야.”

벽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거북이는 벽을 만져보다가 급하게 손을 뗐다. 갑자기 웬 여자가 튀어나온 것이다. 잘록한 허리까지 내려오는 흑진주색 머리카락이 살아서 움직였고, 까마귀 깃털로 만든 드레스가 갑옷처럼 그녀의 몸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누구세요?”

당연한 질문이었지만 동시에 어리석은 질문이기도 했다. 그걸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은 상태였다.

“나 몰라? 죽음이라구.”

자기를 죽음이라고 소개한 여자는 솔직히 토끼보다 아름다웠다. 토끼가 신이 조각한 예술품이라면 죽음은 신 자신이었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죽음의 이미지를 사신이나 저승사자로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여자였다니.

“만약 네가 여자였다면 CG 같은 남자가 나타났을 거야.”

시간이 하나가 아니었듯이, 죽음도 하나가 아닌 모양이다. 잠시 생각할 찰나, 죽음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근데 왜 날 무시했어?”

“아니, 그냥.”

거북이가 멋쩍게 뒷머리를 긁으며 대답했다. 누가 봐도 어색한 몸동작이었다. 제발 의심해달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왠지 수상한데?”

죽음은 그의 손등에다 가볍게 키스했다. 그러고는 그의 손금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이럴 리가 없는데….”

죽음은 고개를 한참이나 갸웃거린 다음에야 입을 열었다.

“너 정말로 죽은 거 맞아?”

세상을 살아가려면 돌직구보다는 커브, 즉 요령이 필요할 때도 있다. 그러나 슬프게도 거짓말을 못하는 사람도 있으니 거북이가 바로 그런 부류였다.

“내가 만만해 보였어?”

죽음은 불만이 가득 섞인 표정이었다. 딸을 구하려고 여기까지 왔다며 솔직하게 털어놓았으나 자충수가 되고 만 것이다. 어쩔 수 없었다며 고개 숙여 사과한 거북이. 그러나 좋게 넘어갈 것 같진 않았다.

그녀는 옆구리에 주먹을 대고는, 당장에라도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붉은 눈으로 거북이를 올려다보았다.

“어쩐지 날 몰라본다 했지. 걔도 어지간히 급했나 봐. 그 약이 어떤 약인데……. 근데 어쩌지? 예외는 없어. 넌 70년 동안 나랑 같이 살아야 해. 이건 당연한 벌이야.”

“7, 70년씩이나?”

왠만한 사형수보다 더 높은 형량이었다.

“나쁠 건 없잖아? 난 걔보다 더 예뻐. 뭐가 문제지?”

죽음이 거북이의 품에 안기며 다정하게 속삭였다. 그녀에게서는 딸기향이 났다. 토끼가 뿌린 향수 냄새를 맡은 거북이는 그녀를 밀쳐 내고 무릎을 꿇었다.

“미안해. 한 번만 봐줘.”

거북이는 손바닥에 불이 날 정도로 싹싹 마주 비볐다. 지금은 자존심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그 모습을 본 죽음이 불쌍하다고 혀를 찼다.

“이럴 줄 알았으면 선물을 받지 않는 건데……. 좋아, 특별히 인심 썼다. 대신 조건이 있어. 내가 내는 수수께끼를 풀어야 해. 이걸 푼다면 그냥 넘어가주지.”

“정말? 좋아.”

거북이는 흔쾌히 승낙했다. 지금은 다른 길이 없었기도 했지만, 어떤 문제를 내더라도 대답할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흥, 웃는 것도 지금뿐이란다.”

죽음은 어차피 자신이 이길 거라는 자신감에 찬 표정으로 이런 문제를 냈다.


“난 공평하지 않아.

언제든지 내 마음대로 생명을 뺏지.

너는 내가 왜 이런다고 생각하지?”


“그건…….”

거북이는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다. 누가 죽음 아니랄까 봐 이런 문제를 내다니. 그는 상상이론 1부 8장 죽음의 비밀 편을 상세히 떠올려 보았다. 그러고는 씩 웃었다. 답을 찾은 것이다.


“언제 죽더라도 그 죽음은 그가 선택한 죽음이니까.”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지?”

자신에 가득 차 있던 죽음의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왠지 모를 불안감이 그녀에게 깃들고 있었다.

“먼저 알아야 할 게 있어.”

거북이는 가볍게 운을 뗐다. 죽고 나서도 상상이론을 강의하게 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잠자코 죽음에게 죽음의 비밀을 알려주기로 했다.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원숭이에게 나무 타는 법을 알려주는 꼴이었으니까. 그런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는 날이 있다고 하니 오늘이 바로 그날이기를 빌 수밖에.


*


“이건 내 주관적인 시점에 불과하지만, 이 세상은 백화점으로 비유할 수 있어. 그래서 난 세상을 건물에 올라가는 것으로 봤지. 네가 물건을 사러 온 고객이라고 상상해봐.”

“나쁘진 않군.” 하고 죽음이 고개를 끄덕이자 거북이의 설명이 바로 이어졌다.

거북이는 세상을 백화점으로 보았다. 여기에는 온갖 물건들이 다 모여있다. 간혹 마음에 안 드는 것들도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의 주관적인 판단일 뿐, 좋고 나쁜 건 없다고 보았다. 그리고 사람들은 물건을 사러 이리저리 돌아다니지만, 마음에 드는 곳만 찾아서 돌아다닌다. 마지막으로 충분히 돌아다녔다고 느낄 때만 다음 층으로 올라갈 것이다.

“자, 여기서 뭔가 느껴지는 게 있어?”

“글쎄?”

“넌 시간을 재가면서 구경하지 않아. 딱 4시간 4분 4초까지만 구경하고 다음 층으로 가지도 않고, 갈 수도 없지. 이건 불필요한 행동이거든.”

이런 제약을 자신에게 건다면 느긋하게 구경할 순 없다. 더욱이 이런 제약을 걸 사람도 없다. 우리는 손님이니까. 우리는 백화점 출신이 아니다. 딱 몇 분까지만 보게 할 직원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니 마음껏 구경하기만 하면 된다. 즉 다음 층까지 빨리 가든 늦게 가든 상관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얼마만큼 구경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무엇을 구경했는지가 중요하다. 이를 다르게 표현하면 얼마만큼 살았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살았는지가.

거북이는 여기서 잠시 말을 멈추고 죽음의 반응을 살펴보았다. 죽음은 조금 긴장한 듯한 표정이었다. 자신감이 생긴 그는 본론을 말하기 시작했다.

“위층으로 올라갈 때 누구의 허락을 맡고 올라가진 않아. 오직 자기 의지만으로 올라가지. 다시 말해 사람은 스스로 죽고 싶다고 느낄 때 죽어. 즉 언제 죽더라도 그 죽음은 그가 선택한 죽음이 되겠지.”

거북이는 의기양양하게 고개를 치켜들었다. 하지만 죽음은 이게 끝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과연 그럴까? 스스로 죽고 싶어서 죽는 경우보다 그렇지 않은 죽음이 훨씬 더 많아. 본인이 원하지 않았는데 죽은 경우는 대체 어떻게 설명할 거지? 말이 안 되잖아!”

“맞아, 이 설명만으로는 부족하지.”

거북이는 죽음의 주장에 고개를 한번 끄덕여 보인 다음, 다른 카드를 꺼냈다.

“이걸 이해하려면 다중우주까지 살펴봐야 해.”

“다중우주?”

“그래, 우리는 하나가 아니야. 또 다른 자신 역시 평행세계에서 살고 있거든. 여기서 알아야 할 건, 먼 곳에 사는 자신도 있지만 바로 옆에 사는 자신도 산다는 사실이야. 즉 그가 무심코 내뱉은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모여서 만들어진, 부정적인 삶을 사는 그가 말이야.”

만약 y축과 z축 시간도 있다면, 다중우주는 분명히 존재해야만 한다. 그리고 다중우주가 있다면 바로 지금 이 순간 자기 자신과 분리되는 우주, 즉 가장 가까운 우주도 존재할 것이다. 부정적인 우주에서 사는 자신은 언제 죽어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살 것이며, 이 에너지는 다른 세계의 자신에게까지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쉽게 말해서, 다른 세계의 그는 두려움의 세계에서 살아. 넌 두려움이 뭐라고 생각하지?”

“내 친구지.”

죽음이 의기양양하게 말하자 거북이는 그 말을 듣고 허탈하게 웃었다. 그리고 이런 가설을 하나 제시했다. 어쩌면 그 두려움이 약력일지도 모른다고. 그가 이런 생각을 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사람의 정의를 몸이 아닌 그보다 훨씬 더 작은 정보라고 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강력과 약력이 지배하는 세상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약력은 원래 잘 지내던 세계를 바꾸는 힘, 다시 말해 파괴하는 힘이야. 즉 약력은 그를 파괴하기 위해서, 그를 파괴할 수도 있는 존재를 불러. 즉 살인자를! 이 말을 들어봤어? 말이 씨가 된다고. 정말로 그래.”

“동반자살이군.”

“쉽게 말하면 그렇지. 탈무드에서는 제일 무서운 신체 부위가 혀라고 했어. 그런데 조심해야 할 건 이것뿐만이 아니야. 하나가 더 있거든.”

“호오, 그게 뭐지?”

“행복도 조심해야 해.”

“그게 무슨 소리지? 행복을 조심하라니, 너 나쁜 놈이었어?”

“일단 들어보기나 해.”

거북이는 행복을 이렇게 설명했다. 사람들은 가끔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말하곤 하는데, 이 말은 세상을 모두 구경했다는 신호로 바뀌어서 저장된다고. 즉 여기서 사는 자신은 언제 죽어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산다고 한다.

“문제는 이 에너지도 강제성을 띤다는 거지. 그래서 에너지는 그를 위로 올려보낼 누군가를 부르게 돼.”

“이번에도 살인자를.”

“이번에도 살인자를.”

둘이 동시에 말했다.

간혹 나이 어린 사람이 사고를 당해 죽는 경우가 있다. 하늘도 무심하시지라며 혀를 차게 만드는 안타까운 사고도 막상 원인을 따져보면 다중우주에 원인이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즉 너무 행복하거나 너무 불행해서 생긴 사고라고.

“언제 죽어도 여한이 없는 상태와 지금 당장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는 상태는 서로 만나려는 성질이 있어. 그래서 특히 조심해야 하는 거야.”

“제법인데 너…….”

죽음이 아쉽다는 투로 내뱉는 말에 거북이의 안색이 밝아졌다. 이겼다는 예감이 든 것이다.

“너무 불행해서도 안 되고 너무 행복해서도 안 된다. 사실 이게 조절될 리가 없어. 그래서 더 막막하지. 이런 정보를 알든 모르든 어찌 되었건 누군가에게 원치 않는 죽음을 당한 건 사실이니까. 슬픈 일이지만, 정상적인 죽음으로 분류되니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야.”

“이야, 그것까지 알고 있었어?”

“간단해. 많은 종류의 죽음이 있지만, 크게 2가지로 분류할 수 있어. 타살이냐, 자살이냐로. 자연사도 일종의 타살이야. 시간이 그를 죽인 게 되거든. 문제는 자살이야. 자살도 두 개로 나눌 수 있어. 뭔지 알겠어?”

“물론 알고 있지. 하지만 네가 대답해야 해.”

거북이는 죽음이 몹시 얄미웠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첫 번째는 안락사야. 이건 자살이 아냐. 여행이 끝났음을 알기 때문에 내릴 수 있는 용기 있는 행동이지. 그러니 이 행동은 위로 올라갈 수 있어.”

“그럼 두 번째는?”

“말 그대로 죽고 싶어서 죽는 경우. 정확히는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을 피할 목적으로 죽은 경우를 말해. 이 경우는 앞의 예와는 확연히 다른 경우지.”

“왜 그렇게 되지?”

“우린 지금 건물에 올라가는 중이야. 사실 건물에 올라가는 것 말고는 달리할 것도 없거든. 근데 올라가기 싫다고 건물 밖으로 나가버리면 어떻게 될 것 같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겠지.”

죽음의 대답에 거북이가 씩 웃으며 손뼉을 마주쳤다.

“그게 바로 자살이야. 앞서 말했듯이 우리가 갈 곳은 위쪽이야. 근데 자살은 달라. 이때의 자살은 위층으로 간 게 아니라 건물을 빠져나간 행위가 되거든. 갈 곳이 여기밖에 없다면, 1층에서부터 다시 올라가야 해.”

“그냥 올라가면 되지, 뭘 그렇게 따지니?”

“여기가 몇 층인지 어떻게 알아?”

거북이는 손사래를 치며 말을 이었다.

“내 이론은 윤회와 전생이 존재한다는 걸 말해주고 있어. 이건 우리가 사는 현실이 1층이 아니란 소리거든.”

“그건 또 어째서지?”

“우리가 태어났다는 얘기는 최소 한 번 이상은 죽었다는 말이 되니까. 우린 이 세상 출신이 아냐. 몸은 체험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지. 즉 ‘딱 한 번뿐인 인생’이란 말은 틀린 말이야. 왜냐하면 이미 두 번째 인생을 살고 있거든. 그럼 당연히 세 번째 인생도 있단 얘기겠지. 문제는 첫 번째 인생이야. 난 죽음을 연구하면서 이런 결론을 내렸어.

첫 번째 인생이란 과연 뭘까? 백화점 정문에는 뭐가 있을까? 이 의문은 뜻밖에도 빅뱅으로 연결돼. 인류의 역사는 아주 짧아. 그럼 다시 태어날 땐 사람으로는 태어나지 못한다는 얘기가 돼. 이건 끔찍해. 상상하기도 싫지 않아? 나라면 살해당하면 당했지 절대로 자살은 안 할 거야.”

거북이는 자살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말해주었다. 그리고 이제 결론을 내렸다.

“내가 정상적인 죽음이라고 한 건 위층으로 올라가는 죽음을 말한 것이었어. 뭔가로부터 도망치는 곳에 천국이 있을 리 없지. 무조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만 해. 난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어.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지 말라고 말이야.

어때? 이게 내 답이야. 만약 네가 이걸 틀린 답이라고 하더라도 괜찮아. 왜냐하면 내 방식은 또 다른 방식일 뿐, 더 나은 방식은 아니거든.”

“인정하긴 싫지만…….”

구겨진 옷을 다리미로 민 것처럼 주름이 쫙 펴졌다.

“합격이야. 네가 찾은 진실이 곧 너의 진실이거든. 죽음에 대한 정답은 없어. 하지만 그럴듯한 대답이긴 했어.”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휴, 거북이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내기는 아니지만 하나만 더 물어볼게. 태어나지도 못한 아이가 죽은 경우는 어떻게 생각해?”

“음…… 내 이론에 의하면, 아직 빛을 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 사람은 살려고 태어난 게 아니야. 안타깝게도 말이지.”

“그럼 왜 태어난 거지?”

“어떤 원인을 만들기 위해서야.”

이번에 거북이는 세상을 백화점이 아닌 연극무대로 비유했다. 여기서는 모두가 주연일 수는 없다. 조연도 있으며 보조출연자도 있어야 한다. 즉 죽음이 예로 든 아기는 보조출연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었다. 그래서 굵고 짧게 살 수밖에 없다고.

“연극은 주연만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야. 어둠이 없으면 빛도 없어. 빛을 체험하기 위해선 반드시 어둠이 있어야 하지. 결과가 있으려면 반드시 원인이 있어야 해. 즉 아직 꽃을 피우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 이들의 죽음은 절대로 개죽음이 아니야. 그런 죽음은 어디에도 없어. 아기는 단지 자기 역할을 하고 퇴장한 것뿐이야. 그러니 죽음을 슬퍼하기보다는, 훌륭하게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한 아기에게 박수를 보내야 한다고 생각해.”

- 짝짝짝!

죽음이 손뼉 치는 소리였다.

“과연, 관찰자는 뭐가 달라도 다르군.”

“관찰자?”

“넌 사람들의 인식 수준을 한 단계 올려주기 위해서 태어났어. 언젠가 네 이론은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거야. 그리고 넌 그녀와 행복하게 살겠지.”

“…… 그런 정보를 내게 알려줘도 되는 거야? 신한테 혼날지도 모르잖아.”

“상관없어. 설마 죽이기야 하겠어?”

바로 그 순간,

온통 하얀색 배경에, 바둑판처럼 생긴 바닥, 책상 위에 올려진 거무스름한 시험지가 전부인 세상이 눈앞에 펼쳐졌다.

‘성미 한 번 급하네.’

죽음은 예고도 없이 사라졌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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