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상상이론

표지

상상이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테트라찌니
작품등록일 :
2013.01.19 19:33
최근연재일 :
2013.02.22 11:52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28,980
추천수 :
165
글자수 :
248,137

작성
13.02.12 14:06
조회
547
추천
3
글자
9쪽

천국으로 가는 길(22-1)

안녕하세요. 테트라찌니입니다.




DUMMY

이 소설은 그림 파일로도 연재됩니다. 그림 파일로 소설을 읽고 싶으신 독자 여러분께서는 하단 후기 페이지부터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


약속 시각은 11시.

장소는 신도림역 근처 커피숍 2층이었다.

거북이는 핸드폰을 몇 번째 꺼내는지 몰랐다. 시계는 어느새 11시 5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10시 50분에 도착했으니 1시간도 넘게 기다린 셈이다. 그녀는 그의 인내심을 시험할 생각인지 통 나타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독실한 기독교인이라…… 과연 무교인 내가 그녀와 어울릴 수 있을까?’

기대보다는 걱정이 더 앞섰다. 그녀와 사귀려면 종교를 가져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생겼다. 종교를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무교를 더 선호했기 때문이다.

‘일단 만나봐야 알겠지.’

창 밖을 바라보면서 그가 생각했다.

‘그런데 초희는 왜 깨어나지 않는 걸까? 잠만 자고 있으니 원, 이러다 영원히 깨어나지 않으면 어떡하지? 묻고 싶은 게 산더미 같은데…….’

그렇게 초조해지고 얼굴이 석고상처럼 굳어갈 때쯤, 깡충깡충 뛰는 소리가 들려왔다. 거북이는 “드디어 왔구나!” 하고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긴 생머리에 제법 덩치 있는 여성이었다. 하얗게 떡칠한 얼굴은 토끼 가면을 쓴 것처럼 보였는데, 그녀에게서는 명품 냄새가 코를 찌를 정도로 났다.

루이뷔통, 샤넬, 에르메스 등등 없는 게 없었다. 걸어 다니는 명품 광고판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그녀는 거북이와 눈을 딱 마주치고는 곧장 그에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침 거북이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이거북 씨?”

그녀가 거만한 표정으로 물었다.

“노토끼 씨죠? 만나서 반가워요.”

거북이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인사했다. 그런데 그녀는 자리에 바로 앉지 않았다. 먼저 손수건을 꺼내서 의자에 깔고는 그 위에 에르메스 핸드백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먼지라도 묻을까 봐 두려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교회 오빠들하고 얘기 좀 하느라 좀 늦었네요.”

“뭐, 그럴 수도 있죠.”

거북이는 멋쩍게 웃으면서 무엇을 마실 거냐고 물었다. 호감을 사기 위해 자신이 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녀는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아메리카노를 주문했고, 그는 1층으로 내려가서 커피 두 잔과 딸기 케이크 하나를 사 가지고 올라왔다. 케이크를 본 그녀의 표정이 탐욕스럽게 바뀌었다.

“센스 있는데요? 마침 딸기 케이크가 생각났거든요.”

노토끼가 포크를 집어들면서 말했다.

‘내가 먹고 싶어서 가져온 건데.’

거북이는 생각을 뒤로하고 활짝 웃었다.

“왠지 그럴 것 같아서요.”

두 사람은 곧 취미를 묻거나 좋아하는 연예인이 누구인지 등등 판에 박힌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대화 주제가 명품에 관한 이야기로 가득 채워졌다. 자신이 구매한 명품이 얼마이고, 어떻게 주고 샀는지, 얼마만큼 가치가 있는지를 연설하는 그녀를 보고 거북이는 이렇게 확신했다.

‘이 여자는 내가 찾는 토끼가 아니야!’

무척 난감한 상황이었다. 종교 문제만 넘기면 될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이 여자는 사치에 찌든 여자, 된장녀 중의 된장녀였다. 얼굴도 초희와 전혀 닮은 구석이 없었다. 그렇다면 더 이상 여기에 있을 이유가 없다. 그는 지금 당장에라도 나가고 싶었다. 지금은 1초도 아까운 상황이지 않은가.

“근데 교회는 왜 안 다녀요?”

“무교라서요.”

거북이는 이때다 싶어서 얼른 본심을 말했다. 그가 예상한 대로 그녀의 얼굴이 늑대처럼 사납게 돌변했다.

“교회 안 다니면 지옥 가는 거 몰라서 그래요? 하나님을 믿지 않는다니 솔직히 좀 실망했어요. 하나님만 믿으면 천국에 갈 수 있는데 참 안타깝네요.”

“저도 천국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어요.”

“정말요? 그런데 왜 믿질 않죠?”

거북이는 말하려다 잠시 멈추었다. 그러고는 ‘이걸 말해야 해, 말아야 해.’ 하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괜한 말을 꺼낸 것 같았다. 확실히 시간도 x, y, z축을 가지면 종교에서 말하는 천국을 설명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과정이 문제였다. 시간이 하나가 아니라는 증거가 대체 어디 있단 말인가? 알 길도 없다. 솔직히 천국을 믿으라는 말이나 시간이 하나가 아니니까 믿으라는 말이나 거기서 거기였다. 그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거북이의 근거 없는 주장이었다.

“왜 꿀 먹은 벙어리가 됐어요?”

머뭇거리는 거북이를 보고 노토끼가 비웃듯이 말했다. 그녀는 눈앞에 있는 남자가 일부러 자신의 비위를 맞추려고 발악한다고 생각했다.

“제가 죽고 나서 체험하게 될 천국은 종교에서 말하는 천국이 아닌, 제가 만든 천국이니까요. 그러니 굳이 교회에 나갈 필요가 없죠.”

“어이가 없네요.”

노토끼는 거침없이 거북이를 쏘아붙였다.

“듣자 하니 차도 집도 없다면서요? 그 나이가 될 때까지 대체 뭐 하고 살았어요?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죠? 천국은 오직 한 곳뿐이에요.”

“기독교에서 말하는 천국은 수많은 모델 중 하나일 뿐이에요. 진정하세요, 토끼 씨. 천국의 비밀을 말해줄게요. 그럼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거북이는 화내기는커녕 미소로 답했다. 하지만 그녀는 킹콩처럼 가슴을 쳐대며 한숨을 푹푹 쉬었다.

“기가 막혀서 진짜, 지금 그걸 말이라고 했어요? 질 떨어져서 같이 못 있겠군요.”

노토끼는 갤러리아 백화점에서 1,500만 원씩이나 주고 샀다는 에르메스 핸드백을 홱 집어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1층으로 내려갔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저 여자는 아니라고 생각한 거북이로서는 오히려 빨리 사라져줘서 고마울 따름이었다.

그때 갑자기 쿵쿵하고 계단에서 굴러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의 비명도 섞인 소리였다. 듣기만 했는데도 몸이 쑤실 정도로 아팠다. 거북이는 1층으로 내려가려다가 괜히 욕만 더 먹을 것 같아서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다.

노토끼는 오늘이 최악의 날이라며 문을 뻥 차고 나갔다. 그런데 말이 씨가 되었다. 오늘은 그녀에게 있어서 최악의 날이 될 것이 분명했다. 웬 소매치기가 그녀의 핸드백을 훔쳐 달아난 것이다. 세상에, 저게 얼마짜린데! 그녀는 울먹이면서 뛰어가다가 이번엔 차에 치여 기절하고 말았다. 평생 겪을 악운이 한꺼번에 그녀에게 찾아온 것만 같았다.

그런데 다행히 사고를 낸 차 뒤쪽에서 구급차 한 대가 신호를 받고 있었다. 병 주고 약 주는 상황이었다. 병원 직원으로 보이는 두 사람이 들것을 들고 허겁지겁 뛰어오더니만 그녀를 신속하게 구급차 안으로 집어넣었다. 잠시 후, 구급차는 비명을 지르면서 거북이의 시야에서 멀어져갔다.

1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 안에 이 모든 상황이 전부 다 들어가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일부러 꾸미기라도 한 것만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 지혜 누나한테 한 소리 듣겠구나.’

거북이는 지혜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녀는 일이 바쁜지 받지 않았다. 게다가 와이파이도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 무슨 카페가 이러느냐며 그는 애꿎은 핸드폰 액정에다 꿀밤을 먹였다.

‘이제 시간도 다 되었는데 어떡하면 좋지? 초희를 이대로 죽게 내버려둘 수는 없어. 어떡하면 좋지?’

자신의 실수로 소중한 딸아이의 목숨이 없어진다고 생각하자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거북이는 테이블에 머리를 파묻으며 절망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누구에게도 하소연할 수도 없는 고민 앞에 그의 정신이 산산조각이 나고 있었다.

‘이제 다 끝났어.’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어느새 거북이는 지옥에서 벌을 받고 있었다.

‘누가 좀 도와주세요.’

마음속에서 쓸쓸하게 울리는 외침이었다.

‘미안해, 초희야. 미안해…….’

바로 그때였다. 공기 냄새가 이전까지와는 다르게 바뀌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향수는 아니었다. 코가 아니라 가슴을 자극하는 냄새였기 때문이다. 이 냄새는 사랑하는 연인과 손을 마주 잡고 거리를 걸을 때의 두근거림을 품고 있었다. 몸으로 빨려 들어온 공기가 폐 안에서 춤을 출 때마다 거북이는 행복했던 기억들을 새록새록 떠올릴 수 있었다.

그렇게 얼마 동안의 시간이 흘렀다. 마지막으로 공기는 이 말을 남기고 퇴장했다.

“그 비밀 나한테도 좀 알려주지 않을래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Attached Image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상상이론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사과문 +4 13.04.11 399 0 -
공지 작품 후기 및 다음 작품 예고 +4 13.02.15 498 0 -
공지 작품 소개 13.02.13 432 0 -
44 추가 에피소드 2 (34) +6 13.02.22 335 5 17쪽
43 추가 에피소드 1 (33) +6 13.02.22 451 2 15쪽
42 에필로그 +21 13.02.15 594 7 7쪽
41 탄생의 비밀(32) 13.02.15 469 3 9쪽
40 탄생의 비밀(31-2) 13.02.15 478 3 9쪽
39 탄생의 비밀(31-1) 13.02.15 479 3 9쪽
38 탄생의 비밀(30) 13.02.15 361 3 17쪽
37 탄생의 비밀(29-2) 13.02.15 319 5 9쪽
36 탄생의 비밀(29-1) 13.02.15 527 3 11쪽
35 마지막 시험(28) +2 13.02.15 484 2 16쪽
34 마지막 시험(27) +1 13.02.14 518 3 17쪽
33 마지막 시험(26) 13.02.13 379 2 15쪽
32 마지막 시험(25-2) 13.02.13 341 2 12쪽
31 마지막 시험(25-1) +3 13.02.13 647 2 10쪽
30 천국으로 가는 길(24) +1 13.02.13 559 1 12쪽
29 천국으로 가는 길(23-2) +1 13.02.13 526 3 9쪽
28 천국으로 가는 길(23-1) +1 13.02.13 655 1 10쪽
27 천국으로 가는 길(22-2) +4 13.02.12 545 5 10쪽
» 천국으로 가는 길(22-1) +2 13.02.12 548 3 9쪽
25 잘못된 만남(21) +8 13.02.11 590 3 20쪽
24 잘못된 만남(20) 13.02.11 435 3 14쪽
23 잘못된 만남(19) +5 13.02.10 618 3 14쪽
22 잘못된 만남(18) +3 13.02.10 525 2 18쪽
21 인류 최초의 마법 수업시간(17) +6 13.02.08 681 7 18쪽
20 인류 최초의 마법 수업시간(16-2) +1 13.02.08 562 3 19쪽
19 인류 최초의 마법 수업시간(16-1) +2 13.02.08 558 3 10쪽
18 인류 최초의 마법 수업시간(15) +2 13.02.08 633 2 20쪽
17 11차원의 수수께끼(14) +6 13.02.08 695 3 13쪽
16 11차원의 수수께끼(13-2) +4 13.02.08 544 3 16쪽
15 11차원의 수수께끼(13-1) 13.02.08 582 1 16쪽
14 11차원의 수수께끼(12-2) +2 13.02.08 821 3 12쪽
13 11차원의 수수께끼(12-1) +2 13.02.08 746 5 12쪽
12 11차원의 수수께끼(11) +2 13.02.08 671 2 13쪽
11 시간의 비밀(10) +6 13.02.08 821 2 7쪽
10 시간의 비밀(9) +2 13.02.08 711 5 7쪽
9 시간의 비밀(8) 13.02.08 663 3 7쪽
8 시간의 비밀(7) +6 13.02.08 792 7 12쪽
7 시간의 비밀(6) +7 13.02.08 707 6 16쪽
6 시간의 비밀(5) +10 13.02.08 802 6 7쪽
5 시간의 비밀(4) +12 13.02.08 954 5 10쪽
4 시간의 비밀(3) +8 13.02.08 858 4 9쪽
3 시간의 비밀(2) +18 13.02.08 1,069 7 12쪽
2 시간의 비밀(1) +24 13.02.08 1,426 7 19쪽
1 프롤로그 +12 13.02.08 1,580 12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테트라찌니'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