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상상이론

표지

상상이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테트라찌니
작품등록일 :
2013.01.19 19:33
최근연재일 :
2013.02.22 11:52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28,988
추천수 :
165
글자수 :
248,137

작성
13.02.10 02:45
조회
525
추천
2
글자
18쪽

잘못된 만남(18)

안녕하세요. 테트라찌니입니다.




DUMMY

이 소설은 그림 파일로도 연재됩니다. 그림 파일로 소설을 읽고 싶으신 독자 여러분께서는 하단 후기 페이지부터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결혼식이 끝난 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다. 그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는데, 먼저 지혜가 반가운 소식을 들려주었다. 다행스럽게도 그녀는 거북이에게 받은 돈으로 빚을 다 갚을 수 있었다. 그러나 자동차는 아무래도 유지하기 버거웠는지 팔고 말았다.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그녀를 보고 거북이는 오히려 집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며 다독거렸다.

그래서였을까? 지혜는 감사의 표시로 매일 거북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언제 소개팅할 거냐는 내용이 전부였다. 그녀는 어느새 중매쟁이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거북이는 잠시만 기다려달라며 지혜를 설득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소환 마법을 썼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개팅을 하면 오류가 난다고. 지혜는 그게 무슨 소리냐고 따졌지만, 동생의 고집을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편 우수와 양희는 신혼여행을 마치고 무사히 귀국했다. 둘은 뜻밖에 천생연분이었는지 더욱 사이가 좋아졌다. 그리고 100평이 넘는 강남의 한 아파트에 신혼집을 차렸다. 부자는 뭐가 달라도 달랐다. 원룸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으리으리한 모습에 거북이는 주눅이 들고야 말았다. 집을 사 두는 게 더 좋았을 거라고 후회도 했지만, 버스는 이미 지나간 후였다.

‘다시 로또에 당첨되는 현실을 선택해? 아니야,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어.’

그래서 거북이는 오늘도 원하는 현실을 만들고 있었다. 가족을 가속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작업이었다. 평생을 혼자 지내다 세 사람이 살 공간을 만들려니 허리가 휘어질 지경이었다. 그래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이런 그의 집에는 각종 인형이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었다. 새, 토끼, 양, 개 등등 없는 게 없었다. 그런 인형 중에서도 특별히 아끼는 인형이 있었다. 곰비라고 이름 붙인 흰색 곰 인형이 바로 그것이다.

곰비는 송내역 근처 중고매장에서 5천 원 주고 산 인형인데, 그는 인형을 보자마자 이거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인형을 눕히면 갓난아기처럼 팔을 올리는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크기도 꽤 컸다. 팬시점에서 이만한 크기의 곰 인형을 사려면 못해도 10만 원은 줘야 한다. 그러나 거북이는 장난감은 무시했다. 딸을 선택했기 때문이었다.

‘역시 아들보다는 딸이야. 딸은 군대도 안 가잖아? 요즘은 딸이 귀한 시대기도 하니까 말이야.’

거북이는 딸 바보였다. 시계를 보니 어느새 밤 12:11분이었다. 그는 불을 끄고 침대에 드러누웠다.

‘만약 아내가 딸을 출산한다면 곰비를 딸에게 선물해줄 거야. 딸은 분명히 좋아하겠지. 그럼 난 딸에게 다정한 아빠가 되겠지. 어서 가족을 만나고 싶다…….’

창 밖에는 그가 좋아하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는 윤손하의 Love Your Everything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듣고는 꿈나라로 여행을 떠났다.


*


거북이는 규칙적으로 울리는 심장박동기 소리를 듣고 정신을 차렸다. 절대 안정이라고 적힌 푯말이 시야에 들어왔다. 주변을 둘러보니 10평 남짓한 방 안이었다. 코를 찌르는 크레졸 냄새와 새하얗게 칠한 벽지, 또 각종 의료기구가 이곳의 위치를 정확하게 말해주고 있었다.

‘내가 왜 병원에 있는 걸까?’

거북이는 목소리를 내려고 했다. 그런데 나오지 않았다. 다시 시도해 보았다. 마찬가지다. 왜 목소리가 안 나오는 거지? 의문은 곧바로 행동으로 변했다. 그는 자신의 몸을 살펴봤다. 영화에서만 보던 영혼이 바로 자신이었다. 가슴에 손을 푹 집어넣어 봤지만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았다. 그는 거울 앞에 섰다. 참 이상했다. 거울은 그를 무시했다. 아무리 기다려도 소용없었다. 침대에 누워있는 한 소녀만 볼 수 있었다.

거북이는 소녀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산소호흡기를 쓴 채 식물인간처럼 누워있었다. 무척 귀여운 아이로, 이제 겨우 4살 정도로 보였다. 부스스해진 베이비펌 머리카락이 달걀처럼 둥근 얼굴을 포근하게 감싸고 있었다. 그리고 에메랄드색으로 염색해서 그런지 영원히 이대로일 것만 같았다.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가 왜 끔찍한 사고를 겪어야만 할까?’

거북이는 한참이나 소녀를 내려다보았다. 처음 본 것 같지 않은 이상야릇한 기분이 들어서였다. 그러다 잠시 주변을 둘러보기로 마음먹고 창문을 향해 걸어갔다. 이상했다. 시간은 밤이 아니라 대낮이었다. 그때 익숙지 않은 영상이 두 눈에 들어왔다. 믿을 수 없었다. 미래에서만 볼 법한 콘셉트카들이 공중에서 날아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거북이는 창문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자동차 도로는 사라지고 나무가 울창한 공원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또 사람들은 대부분 느긋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늑대, 호랑이, 사자, 심지어 코끼리까지 보였지만 두려워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친구처럼 어울리며 지내는 듯했다.

‘이곳은 미래가 분명해. 그것도 사람과 자연이 함께 공존하는 미래도시구나. 정말로 환상적이야.’

그때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자연스럽게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세 명의 남자가 들어왔다. 한 명은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그는 의사였다. 그가 입고 있는 흰색 가운이 직업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또 한 명은 경찰 같았다. 시대가 변해도 복장은 변함없었다.

문제는 처음으로 들어온 남자였다. 그는 들어오자마자 침대로 달려가 여자아이의 손을 붙잡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는 어딘가 모르게 거북이를 빼닮았다. 아니, 동일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왜 내가 여기에 있는 거지? 혹시 도플갱어가 아닐까? 그래, 난 지금 꿈을 꾸고 있어.’

드디어 거북이는 이곳이 꿈속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그런데도 깨어나지 않는 걸 보면 현실 같기도 했다. 어쩌면 이곳이야말로 현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는 상상이론 2부 4장 어른과 아이의 비밀 편에 나오는 한 구절을 급하게 떠올렸다.


…… 아이는 동심의 세계에서 살다가 어른이 되기 위해 현실로 넘어간다. 그리고 나이를 먹어 자식을 낳으면 동심의 세계에 사는 아이를 보고 꿈에서 깨어나라고 훈계한다. 그런데 막상 다 늙어서 죽을 때가 되면 이렇게 말한다.

“모든 게 다 꿈이었어.”라고.

어른들은 꿈에서 깨어나 현실로 갔다고 믿는다. 그런데 현실이 또 하나의 꿈일 뿐이었다면, 대체 어른들은 어디에서 어디로 간 것일까?

상상이론은 꿈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모든 것이 확실히 존재하는 현실일 뿐이며, 놀랍게도 동심 세계가 바로 y축 시간이 지배하는 세계였음을 말해준다.

이것은─.


그때 경찰이 할 말이 있는 듯 주먹에다 헛기침하면서 주의를 끌었다. 거북이는 잠시 생각을 멈추고 귀를 쫑긋 세웠다. 이들의 대화는 어눌한 표정에다 자신감을 내다 버린 경찰의 입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죄송합니다, 박사님.”

“딸은 아직도 못 찾았습니까?”

박사라고 불린 남자가 신경질적으로 대꾸했다.

“그게 저… 영혼 추적 장치에도 잡히지 않아서 도무지 알 길이 없습니다. 저도 이런 경우는 살다 살다 처음입니다. 증거가 전혀 없어요.”

이때 의사가 슬쩍 끼어들었다.

“초희 양은 지금 영혼이 빠져나간 상태예요. 따님이 타임머신에 손대지는 않았습니까?”

“우리 집에는 타임머신이 없습니다.”

박사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농담이시죠? 그것도 박사님 집에 없다니요. 요즘 세상에 그게 없는 집도 있습니까?”

“아이에게는 아주 위험한 장난감이니까요. 그리고 지금 농담할 기분이 전혀 아닙니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창가까지 걸어간 박사가 손을 들어 사각형 하나를 그렸다. 그러자 딱 그것만큼의 유리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무척 신기했다. 거북이도 유리에 손을 가져가 봤지만 손은 그대로 창문을 통과하고 말았다.

바람이 유리 틈 사이로 들어오기 시작하자 박사는 막힌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생각의 늪으로 몸을 던졌다. 해답을 찾을 때까지는 나오지 않을 작정이었다. 그렇게 그는 석상처럼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왠지 남 일 같지가 않네…….’

딸을 잃은 박사의 슬픔을 거북이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이들을 도와줄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았다. 답은 금방 나왔다. 그때 손뼉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박사였다. 그 역시 뭔가 알아낸 것 같았다.

“영혼 추적 장치에도 잡히지 않았다는 게 사실입니까?”

사각형 옆에 생긴 X 버튼을 눌러 창문을 닫은 박사가 경찰의 답변을 기다렸다.

“수백 번도 넘게 확인했어요. 지금 당국도 비상입니다. 영혼이 사라질 수도 있단 사실을 사람들이 알게 되면 타임머신 사업에 큰 타격이 될 거라며 난리입니다. 어떻게 된 거죠? 박사님이라면 잘 아실 것 아닙니까?”

“물론 알고는 있죠.”

박사는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나도 알아!’

거북이 역시 답을 알고 있었다. 믿을 수 없었다. 이들의 대화가 사실이라면, 저 초희라는 소녀는 위기에 빠진 게 분명했다. 그는 추리의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다.

‘상상이론은 영혼 상태에서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시간 여행이 가능할 거라고 말해준다. 아마 저들이 말하는 타임머신은 육체와 영혼을 강제로 분리하는 기술이 들어간 기계일 것이다. 그렇다면 말이 된다. 영혼은 물질이 아니며, 시간선 위에 사는 존재이므로 과거나 미래를 구경할 수 있다. 물론 영혼이라서 눈에 보이지도 않고 현실을 바꿀 힘도 없다. 육체가 죽어서 영혼이 된 경우라면 몰라도, 멀쩡히 살아있는 상태로 분리되었다면 꿈을 꾸는 것이나 다름없으므로 충분히 가능하다.

또 영혼 추적 장치는 영혼들의 위치를 확인하는 기계로 보인다. 그런데 이 장치에도 잡히지 않았다면 단순히 시간이동을 한 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그러므로 지금 초희가 있는 곳은 바로…….’

그가 내린 결론을 박사가 대신 말했다.

“다중우주를 알고 있습니까?”

“물론이죠.” 의사가 자신 있게 대답했다.

박사는 입을 잠근 채 멍하니 서 있는 경찰을 바라보며 자신의 이론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어요. 우리는 하나의 우주에서만 태어나지 않습니다. 다중우주가 10개 있다고 한다면 우리는 10개 모두에, 그것도 동시에 태어납니다.”

경찰은 일부러 아는 척하며 웃어넘겼다. 모르는 게 확실했지만 박사는 굳이 설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그냥 넘어갔다. 그가 계속 말을 이었다.

“영혼 추적 장치가 정상이라면 남은 답은 하나입니다. 또 다른 우주에 사는 누군가가 데려간 거죠.”

“네?” 두 사람이 동시에 소리쳤다.

“범인은 아마도 제 주변 인물일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그럼 당장 심문해봐야겠군요!”

경찰이 휴대폰을 빼 들자 박사가 혀를 찼다.

“방금 제가 하는 말 못 들었어요? 우리가 사는 우주가 아니라, 다른 우주의 누군가라는 말, 못 들었냐구요.”

“죄송합니다, 박사님.”

경찰은 다시 휴대폰을 주머니에 집어넣고는 입을 완전히 잠가 버렸다.

“박사님 말대로라면 범인은 박사님 자신일 수도 있습니다.”

의사가 말했다.

“에이, 설마요.”

경찰은 고개를 휙휙 저었다.

“그럴 가능성도 있죠. 아니, 그게 더 설득력이 있겠군요. 다른 우주에 사는 저 자신 중에 상상이론과 똑같은 이론을 가진 제가 있을 수도 있지요. 그런데 왜 하필 제 딸을 원했을까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박사는 의사의 주장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하지만 천사가 아닌 악마의 날개라는 게 문제였다.

‘상상이론이라니, 저 박사가 평행세계에 존재하는 또 다른 나란 말이야? 그럼 저 애는 내 딸이기도 하잖아!’

거북이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믿고 싶지 않았지만 꿈이 사실이라면 범인은 바로 자신이라고 할 수 있었다.

“최근 사형수들을 대상으로 벌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영혼이 육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간은 일주일이 한계랍니다.”

“저도 압니다. 그래서 더 끔찍하군요.”

일주일. 딸을 원래 세계로 되돌려 놓기에는 너무나도,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끈마법을 쓴다고 해도 불가능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잠시 정적이 흘렀다. 심장박동기만 묵묵히 제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하하,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눈치만 살금살금 보던 경찰이 입을 열었다.

“우리가 직접 그쪽 세계로 쳐들어가서 따님을 구출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불가능합니다.”

박사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왜죠?”

경찰이 입맛을 다시며 물었다.

“각각의 우주에는 저마다의 물리법칙이 있어요. 멋모르고 그냥 갔다가는 존재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어요.”

경찰이 그 말을 듣고는 또 입을 닫아버렸다. 그리고 답답한지 잠시 밖으로 담배를 피우러 나갔다. 이제 박사와 의사만이 병실을 쓸쓸하게 지키고 있었다.

“박사님, 저 사람 말이 틀린 건 아닙니다.”

의사가 말했다.

“무슨 소리죠?”

“타임&타임에서 만든 우주선이 있잖아요.”

“유니포터를 말하는 겁니까? 제 딸 하나를 구하자고 전 인류가 움직여줄까요?”

박사는 회의에 찬 미소를 지었다.

“유니포터의 동력원은 사람들의 믿음입니다. 지금부터 지원자를 모은다고 해도 부족해요. 위험하기도 하구요. 차라리 끈마법으로 초희를 소환하는 게 더 낫겠습니다.”

“쉽지 않은 일이겠군요.”

의사가 말했다.

“제 아내의 힘이 필요하니까요.”

“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경찰이 병실로 들어오면서 물었다.

“초희는 지금 인과율을 깨트렸어요. 여분의 차원이 이걸 가만히 내버려둘 리가 없죠. 딸아이를 죽여서라도 인과율을 보호하려고 들 겁니다.”

“무슨 방법이라도 있습니까?”

“그쪽 세계에도 제 아내가 살고 있을 겁니다. 그녀가 아직 결혼하지 않았길 빌어야 하는 상황이군요.”

“무슨 말씀인지…….”

경찰이 재차 물었다.

“간단해요. 양동 작전을 쓰는 거죠. 그쪽 세계의 제가 초희의 친엄마와 사랑에 빠지는 마법을 쓴다면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여분의 차원은 우리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터치하지 않거든요. 만약 그가 그쪽 세계의 제 아내와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면 초희의 목숨은 보장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쪽도 초희를 소환하는 마법을 쓸 거구요. 이렇게 하면 초희를 안전하게 데려올 수 있죠.”

‘확실히 일리가 있는 말이야.’

거북이의 생각도 박사와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의사는 박사의 말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런 말씀 드리긴 정말 죄송하지만, 그럴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습니다.”

“제로에 가깝기는 하지만 제로는 아닙니다. 그럼 충분합니다. 지금 제 딸을 데려간 자는 끈마법에 정통한 자일 게 분명합니다. 그라면 분명히 제 뜻을 알 겁니다. 그 역시 노력할 거예요. 저는 믿습니다.”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실 수 있습니까?”

의사가 뚱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박사와 거북이가 동시에 대답했다.


“우리는 하나니까요.”


*


이마에는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그는 손바닥으로 땀을 닦으면서 벽시계를 바라보았다. 시곗바늘은 새벽 6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고개를 치켜뜨자 익숙한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현실이었다. 혹시 몰라 주변을 둘러봤지만 아이는 보이지 않았다. 영혼의 존재는 믿고 있었지만 살면서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였다.

‘역시 꿈이었구나. 그럼 그렇지. 범인은 내가 아니었어. 아마도 다른 세계의 내가 그랬겠지.’

거북이는 다시 자리에 누웠다. 그리고는 눈을 감았다. 어둠이 보였다. 그는 어둠을 칠판 삼아 다중우주에 관한 내용을 머릿속에 그리기 시작했다. 상상이론은 다중우주를 인정한다. 만약 그 꿈이 사실이라고 가정하면 범인은 자신일 가능성이 제일 크다고 할 수 있었다. 비록 꿈이었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다. 가족을 원한 것이 화근이었을까? 애초부터 노선을 잘못 잡지는 않았을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꿈에 나온 박사라는 사람은 평행 세계에 사는 또 하나의 내가 분명해. 정말 안 됐어. 시간이 나는 대로 딸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겠다. 어쨌든, 그도 나니까.’

거북이는 불을 켰다. 형광등이 방 안을 환히 밝히자 평상시와 다를 바 없는 풍경이 펼쳐졌다. 그제야 그는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그런데 딱 하나 바뀐 게 있었다. 곰비가 보이지 않았다. 침대에 떨어뜨렸나 싶었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얘가 어디 갔지?’

심장이 점점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등골은 이미 오싹해질 대로 오싹해져 있었다. 손이 떨리고 발이 떨렸다. 침 넘어가는 소리가 지진이 난 것보다 크게 들렸다. 그때 펜 떨어지는 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악! 거북이는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뒤를 돌아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펜은 책상 아래에 있었다. 그 순간 곰비가 시야에 들어왔다. 의자에 앉아있는 게 분명했다. 머리가 조금이지만 삐죽 튀어나온 게 보였기 때문이다.

‘쟤가 왜 의자에 앉아있는 거지? 도둑이 든 것도 아닌데. 혹시 몽유병에 걸리기라도 한 걸까?’

거북이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의자로 걸어간 다음 조심스럽게 의자를 앞으로 돌렸다. 역시 곰비는 의자에 앉아있었다. 그런데 곰비 앞에는 종이가 한 장 놓여 있었다. 그리고 종이에는 이렇게 쓰여있었다.


아빠♡


‘아니야, 내가 그랬을 리가 없어!’

거북이는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스마트폰으로 셀카를 찍었다. 귀신이라면 사진에 찍힐 거라는 생각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그는 제발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사진 앨범 아이콘을 터치했다.

거북이는 그 자리에서 기절했다.

사진에는 꿈에서 본 아이가 자신의 뺨에 뽀뽀하는 사진이 찍혀 있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Attached Image

Attached Image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상상이론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사과문 +4 13.04.11 399 0 -
공지 작품 후기 및 다음 작품 예고 +4 13.02.15 498 0 -
공지 작품 소개 13.02.13 432 0 -
44 추가 에피소드 2 (34) +6 13.02.22 336 5 17쪽
43 추가 에피소드 1 (33) +6 13.02.22 451 2 15쪽
42 에필로그 +21 13.02.15 594 7 7쪽
41 탄생의 비밀(32) 13.02.15 469 3 9쪽
40 탄생의 비밀(31-2) 13.02.15 478 3 9쪽
39 탄생의 비밀(31-1) 13.02.15 479 3 9쪽
38 탄생의 비밀(30) 13.02.15 361 3 17쪽
37 탄생의 비밀(29-2) 13.02.15 319 5 9쪽
36 탄생의 비밀(29-1) 13.02.15 528 3 11쪽
35 마지막 시험(28) +2 13.02.15 484 2 16쪽
34 마지막 시험(27) +1 13.02.14 518 3 17쪽
33 마지막 시험(26) 13.02.13 379 2 15쪽
32 마지막 시험(25-2) 13.02.13 341 2 12쪽
31 마지막 시험(25-1) +3 13.02.13 647 2 10쪽
30 천국으로 가는 길(24) +1 13.02.13 560 1 12쪽
29 천국으로 가는 길(23-2) +1 13.02.13 527 3 9쪽
28 천국으로 가는 길(23-1) +1 13.02.13 655 1 10쪽
27 천국으로 가는 길(22-2) +4 13.02.12 545 5 10쪽
26 천국으로 가는 길(22-1) +2 13.02.12 548 3 9쪽
25 잘못된 만남(21) +8 13.02.11 590 3 20쪽
24 잘못된 만남(20) 13.02.11 436 3 14쪽
23 잘못된 만남(19) +5 13.02.10 618 3 14쪽
» 잘못된 만남(18) +3 13.02.10 526 2 18쪽
21 인류 최초의 마법 수업시간(17) +6 13.02.08 681 7 18쪽
20 인류 최초의 마법 수업시간(16-2) +1 13.02.08 562 3 19쪽
19 인류 최초의 마법 수업시간(16-1) +2 13.02.08 559 3 10쪽
18 인류 최초의 마법 수업시간(15) +2 13.02.08 633 2 20쪽
17 11차원의 수수께끼(14) +6 13.02.08 695 3 13쪽
16 11차원의 수수께끼(13-2) +4 13.02.08 544 3 16쪽
15 11차원의 수수께끼(13-1) 13.02.08 582 1 16쪽
14 11차원의 수수께끼(12-2) +2 13.02.08 821 3 12쪽
13 11차원의 수수께끼(12-1) +2 13.02.08 746 5 12쪽
12 11차원의 수수께끼(11) +2 13.02.08 671 2 13쪽
11 시간의 비밀(10) +6 13.02.08 821 2 7쪽
10 시간의 비밀(9) +2 13.02.08 711 5 7쪽
9 시간의 비밀(8) 13.02.08 663 3 7쪽
8 시간의 비밀(7) +6 13.02.08 792 7 12쪽
7 시간의 비밀(6) +7 13.02.08 707 6 16쪽
6 시간의 비밀(5) +10 13.02.08 803 6 7쪽
5 시간의 비밀(4) +12 13.02.08 954 5 10쪽
4 시간의 비밀(3) +8 13.02.08 858 4 9쪽
3 시간의 비밀(2) +18 13.02.08 1,069 7 12쪽
2 시간의 비밀(1) +24 13.02.08 1,426 7 19쪽
1 프롤로그 +12 13.02.08 1,580 12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테트라찌니'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