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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트라찌니
작품등록일 :
2013.01.19 19:33
최근연재일 :
2013.02.22 11:52
연재수 :
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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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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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
글자수 :
248,137

작성
13.02.08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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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1차원의 수수께끼(12-1)

안녕하세요. 테트라찌니입니다.




DUMMY

이 소설은 그림 파일로도 연재됩니다. 그림 파일로 소설을 읽고 싶으신 독자 여러분께서는 하단 후기 페이지부터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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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12일.


서둘러야만 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늦잠을 자고야 만 것이다. 거북이는 일어나자마자 세면대로 달려가 머리를 감고 깔끔하게 면도했다. 얼마나 외모에 신경을 쓰지 않았는지 딴 사람이 거울에 비친 것만 같았다.

거북이는 옷장에서 정장을 꺼내 입었다. 너무 어색했다. 그래도 이 정도는 입어줘야 하는 날이 바로 오늘이었다. 자신에게 특별한 날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아쉽게도 오늘의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오늘은 바로 친구 마우수의 결혼식이 있는 날이었다.

상대는 뜻밖에도 같은 과 친구인 고양희로, 그녀는 자유분방한 여자였다. 구속받는 걸 싫어하고 공짜로 밥을 먹으려는 얌체에다, 정처 없이 떠나는 여행을 좋아했다.

방 안에 틀어박혀 사는 마우수가 왜 그녀를 좋아하게 된 걸까? 고양이 같은 외모? 그녀가 가진 돈? 적어도 돈은 아닐 것이다. 둘 다 엄청나게 부자니까.

‘뭐, 좋아서 결혼하겠지.’

거북이는 생각을 그만두고 가방에서 돈 봉투를 꺼냈다. 다행히 누가 훔쳐가지는 않았다. 봉투 안에는 90만 원이 그대로 들어가 있었다. 자신의 석 달 치 월세였지만 그는 이 돈이 전혀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다. 마우수는 유치원 때부터 같이 지내온 친구이자, 가장 친한 친구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거북이는 곧장 구두를 신고 집을 나섰다. 휴대폰으로 시간표를 확인해보니 용산행 급행열차를 타려면 쉬지 않고 뛰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는 서둘러 계단을 내려갔다. 오늘따라 왜 이리 계단이 길게 느껴지는지 몰랐다. 사실 당연한 결과다. 그는 지금 엘리베이터가 없는 5층 건물의 꼭대기 층에 살고 있었으니까.

1차 목적지는 부천역이었다.

뛰는 걸 좋아해서 그런지 쉬지 않고 달릴 수 있었다. 거북이는 어렸을 때부터 운동, 특히 오래달리기를 시작했다. 늘 느리다고 구박받다 보니 자연스럽게 반발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그는 몸도 좋고 건강했지만, 마라톤을 목표로 한 탓에 거북이란 누명을 벗진 못했다.

어느새 부천역에 도착한 그는 2층으로 올라가 교통카드를 찍고 게이트를 통과했다. 쉴 틈이 없었다. 알림판에 도착이라는 표시가 뜬 것이다. 여기까지 와서 놓칠 순 없었다. 일요일은 급행 간격이 멀어서 꼭 타야만 했다. 계단을 내려왔을 때는 이미 문이 닫히는 중이었다. 그는 멈추지 않고 몸을 날렸다. 결과는? 경고음과 함께 문이 열렸다가 다시 닫혔다.

휴-! 아슬아슬했다. 거북이는 거친 숨을 쉬었다. 때마침 사람도 없어서 눈치 보이지도 않았다. 그는 이런 스릴감을 아주 오랜만에 느꼈다. 용산 급행 지하철은 역곡역에서부터 구로역까지는 쉬지 않고 달릴 것이다. 시계를 확인해 보니 결혼식이 열리기 전에는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역시 급행이 최고야.’

거북이는 문 바로 옆에 있는 자리로 가서 앉았다. 여기가 그의 지정석이었다. 그는 가방에서 청첩장을 꺼내 약도를 또 확인했다. 용산역 1번 출구로 나와 왼쪽으로 계속 가면 나온다고 하니 헤맬 염려는 없었다. 이제야 안심한 그는 눈을 감고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는데 그러다 또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꿈을 꾸려는 버릇이 나온 것이다.

거북이는 꿈꾸는 것을 좋아했다. 그가 일부러 늦잠을 자는 것도 단순히 꿈을 오래 꾸기 위해서였다. 꿈은 무료한 일상의 유일한 탈출구였다. 그에게 꿈은 매우 특별했다. 상상이론에 의하면 꿈은 영혼이 육체의 틀을 잠시 벗어나는 행위였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 생각나는 꿈의 조각들은 다른 차원에서 체험하고 남은 것이었다. 이 사실을 친구들에게 설명해준 적이 있었는데, 그들은 한결 같이 한목소리를 냈다.

“꿈에서 깨라.”

모두가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 말은 오히려 거북이가 해주고 싶은 말이었다. 그들은 영혼이 몸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믿지 않았다.

친구 중 한 명은 또 이렇게 말했다.

“죽으면 알겠지. 그때 가서 네 말이 사실이면 믿을게.”

그러나 거북이는 죽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마저 깨달은 지 오래였다. 그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차라리 몰랐다면 속 편했을 것이다. 세상에는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이 있다. 비밀은 비밀로 있을 때가 가장 가치 있다는 말도 있다.

거북이는 자신이 열어서는 안 될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고, 결국 그 벌을 받는다고 생각했다. 추리 소설이나 만화를 볼 때 범인을 알고 보면 재미가 반감되는 것처럼, 무얼 하더라도 따분한 인생을 살고 있었다. 그래서 가끔 상상이론을 완성한 사실을 후회하고는 했다. 자신이 소설 속 인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 원하는 걸 체험하기 위해 이 세계로 왔다는 사실, 모든 게 환상이란 사실은 너무 감당하기 어려웠다.

물론 판도라의 상자답게 마지막 희망이 들어 있긴 했다. 원하는 현실을 창조하는 마법을 알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제대로 써먹지 못했다. 모든 게 무료해져 아무런 의욕도 생겨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와 명예는 더 이상 그의 관심대상이 아니었다.

또 거북이는 연애에도 별 관심이 없었다.

사실 그는 전혀 못생긴 얼굴이 아니었다. 뚱뚱하지도 않았다. 키도 180이 넘었다. 옷을 전혀 못 입는 것도 아니고, 돈이 없는 거지도 아니었다.

그런데 왜 살면서 연애 한 번 못해봤을까?

거북이는 그 이유를 상상이론에서 찾아냈다. 이 이론에 의하면 전생과 윤회가 존재하며, 이 세상에 태어나기 전에 자신의 아내나 연인을 선택할 수도 있었다. 다만 태어나는 순간 그전의 기억들이 모두 사라져버려 언제 만날지 모른다는 것뿐이다.

아무튼 거북이는 다른 것보다 걱정해야 할 것이 있었다. 바로 자살이다. 이 세계에서 할 건 다 했다고 생각했으니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래도 거북이는 일부러 죽기 위해서 건물에서 뛰어내리거나 약을 먹고 자살하지는 않기로 했다.

상상이론에 의하면 의도적으로 자살할 때 불이익을 받는다는 결과가 나왔으므로, 그냥 늙어 죽는 쪽을 선택했다.


- 이번 역은 용산, 용산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거북이는 용산이라는 말을 듣고 잠에서 깼다. 그는 문 앞으로 걸어갔다. 늦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또 뛰어야 한다.

3, 2, 1, 땡!

거북이는 100미터 달리기 선수처럼 달렸다. 경쟁자가 아무도 없었지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덕분에 위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에 제일 먼저 도착할 수 있었다.

‘분명히 왼쪽이라고 했지.’

이제는 굳이 약도를 꺼낼 필요가 없었다. 머릿속에 지도가 들어 있었으니까. 그는 미친 듯이 달렸다. 사람들의 시선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냥 달릴 뿐이었다.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결혼식장 입구를 통과하고 나서였다. 사람들은 거북이가 달리기 시합이라도 하는 줄 알았을 것이다.


*


부자들이 찾는 결혼식장답게 고급스러운 실내장식이 무척이나 인상 깊었다. 하객들도 이에 질세라 번쩍번쩍 빛을 내고 있었다. 이 중에서 유일하게 빛나지 않는 건 오직 거북이뿐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문제가 하나 생겼다. 엘리베이터는 딱 6층까지만 갈 수 있었던 것이다.

‘분명히 7층으로 봤는데…….’

거북이의 기억은 틀리지 않았다. 불안한 마음에 청첩장을 다시 확인해 보니 확실히 7층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는 곧바로 건물 밖으로 나가려다 잠시 멈추고, 방금 자기 옆을 지나간 경비원에게 달려가 길을 물었다. 혹시나 해서 한 행동이었는데 뜻밖의 수확을 얻을 수 있었다.

“거긴 VIP 회원 전용입니다. 실례지만 신분증하고 청첩장 좀 보여주시겠어요?”

경비원의 요구에 거북이는 뭐 이런 곳이 다 있느냐며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사기당했을 때의 찝찝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지만, 그는 지갑을 열어서 운전면허증을 건네주었다. 결혼식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꼭 가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경비원은 명부에서 거북이의 이름을 찾아내고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그는 팀장에게 무전을 날려서 잠깐 자리를 비우겠다고 말한 다음 거북이를 지하실로 안내했다. 직원들만 드나들 수 있는 문을 지나자 헤매기 딱 좋은 미로가 눈앞에 펼쳐졌고, 정신없이 돌아다닌 끝에야 엘리베이터를 볼 수 있었다.

안내는 여기까지였다. 경비원은 뭐가 그리 바쁜지 이걸 타야만 7층으로 갈 수 있다는 말만 하고 홱 가버렸다. 제대로 찾아와서 다행이었지만, 대체 얼마나 대단한 결혼식장이길래 이 정도까지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일단 가 보면 알겠지.’

거북이의 궁금증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곳은 평범한 결혼식장이 아니었다. 한마디로 천국이었다. 연극 무대에서나 볼 법한 구름이 바닥에서 올라오는 조명을 받고 찬란하게 빛이 났으며, 모니터를 이어붙여 만든 천장이 우주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었다. 혜성이 지나가고 별이 비처럼 쏟아졌다. 또 빅뱅이 일어난 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진화 과정도 보여주었다.

거북이는 주위 시선을 무시한 채 천장만 올려다보았다. 확실히 부자들의 결혼식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싶었다. 친구도 찾을 겸 그는 잠시 결혼식장을 구경하기로 마음먹었다. 땅이 폭신폭신해서 그런지 정말로 구름 위를 걷는 느낌을 받았다.

황금의 도시 엘도라도처럼 황금으로만 장식된 대기실도 있었고, 무릉도원처럼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연상케 해주는 휴게실도 있었다.

거북이는 책에서만 보던 낙원을 둘러보다 마침내 신부대기실, 아니, 신전을 발견했다. 맙소사, 고대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신전 끝에는 빛을 내뿜는 왕좌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오늘의 신부가 보였다. 그녀는 사람이 아니라 숭배해야 할 여신이 된 듯했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대기하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아무리 보안을 위해서라지만 한 사람씩만 들어갈 수 있게 한 건 너무하다 싶었다. 시간을 확인해 보니 곧 식이 시작될 타이밍이라 마냥 기다릴 수는 없었다. 막상 차례가 돌아올 때쯤이면 결혼식이 시작될 것만 같았다.

‘미안하다, 양희야.’

거북이는 그녀에게 사과하면서 축의금을 내는 곳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신랑이라도 만나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마우수는 돈을 무척 밝혔다. 그러니 축의금을 받는 곳 근처에 있을 것이다. 마침 열심히 돈 세는 사람이 보였다.

“이거북입니다.”

“네, 식당은 8층에 있습니다.”

축의금을 관리하는 남자가 식권 한 장을 건네주면서 인사했다. 그런데 그는 액수를 기록하다 무척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표정은 이것밖에 가져오지 않았느냐고 입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이것도 자신에게는 큰돈이라고 말하려다 거북이는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소란을 피울 수는 없었다.

“우수는 지금 어딨나요?”

“…… 저쪽으로 가세요.”

남자가 손을 들어 가리키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려보니 정말로 마우수가 보였다. 옷이 날개라더니 그 말이 딱 맞았다. 딴 사람이 대신 서 있는 것 같았다. 순간 거북이는 턱시도를 입어보고 싶단 생각을 했다. 그리고 실없이 웃었다. 결혼은 그에게 난공불락의 요새나 마찬가지였다. 그는 무엇을 하더라도 혼자서 처리하는 걸 좋아했다. 그래서 결혼은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만약 혼자서도 결혼할 수 있다면 벌써 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거북이는 고개를 흔들며 상상의 세계에서 빠져나왔다. 지금은 현실에 충실해야 할 때다. 어쨌든 신랑이라도 만났으니 불행 중 다행이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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