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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트라찌니
작품등록일 :
2013.01.19 19:33
최근연재일 :
2013.02.22 11:52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29,011
추천수 :
165
글자수 :
248,137

작성
13.02.13 09:01
조회
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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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0쪽

마지막 시험(25-1)

안녕하세요. 테트라찌니입니다.




DUMMY

이 소설은 그림 파일로도 연재됩니다. 그림 파일로 소설을 읽고 싶으신 독자 여러분께서는 하단 후기 페이지부터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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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상상이론에서 예측한 관찰자가 눈앞에 떡 하고 나타날 줄이야. 게다가 그, 아니 그녀가 자신의 아내라면 당연한 반응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정말 기절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었다.

“관찰자는 볼 수 없어요.”

거북이는 염불을 외우는 스님처럼 중얼거렸다.

“영혼을 볼 수 있는 사람도 있고, 없는 사람도 있어요. 당신은 상상이론을 만들면서 계속 관찰자를 보려고 했죠. 그 결과가 바로 이거구요.”

“말도 안 돼요.”

“안 되긴 뭐가 안 돼요? 예수 몰라요? 그 역시 관찰자였어요. 그래서 죽고 나서도 그를 믿는 사람들에게는 모습을 드러낼 수가 있었죠.”

토끼는 관찰자의 정의를 새롭게 바꾸었다. 영혼을 볼 수 있다고 믿으면 정말로 볼 수 있으며, 관찰자 또한 마찬가지라고. 그녀는 불교에서 말하는 해탈을 통해서 영혼보다 높은 존재인 관찰자가 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놀라운 사실은 영혼 역시 자살한다는 점이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영혼도 몸과 마찬가지로 우리를 담고 있는 껍질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이때의 자살은 껍질을 벗는 행위이기 때문에 고통이 전혀 없다는 점이 현실과 달랐다. 흔히 영혼이 성불한다는 표현을 쓰곤 하는데, 그녀는 이 현상이 바로 영혼에서 관찰자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관찰자가 영혼보다 높은 존재이긴 하지만, 신처럼 유일무이하며 전지전능한 존재는 아니라고 못 박았다. 거북이에겐 이 말이 가장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 누구라도 관찰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거북이는 문득 궁금해졌다. 영혼을 볼 수 있다는 사람도 영혼을 직접 만질 수는 없다고 하는데, 관찰자는 어떨까? 그녀가 자신을 만질 수 있다는 건 확인했지만, 반대의 상황도 그럴까? 이런 그의 호기심은 손을 가만 놔두지 않았다. 거북이는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 부드러운 촉감이 그대로 온몸을 타고 전해져왔다. 사람의 손길은 아니었다. 온천에 몸을 담근 것만 같은 포근함과 시원함이 그의 모든 근심걱정을 없애주고 있었다.

이 실험으로 거북이는 관찰자가 물질이라는 사실을 밝혀냈지만, 그 대가는 매우 컸다. 한쪽 뺨에 손자국을 남겨야 했으니까. 아마 감정에 따라 바뀌는 듯했다. 오토바이 머플러에 닿은 것처럼 깊고 선명한 화상을 입고 만 것이다. 너무 아픈 나머지 제대로 비명을 지르지도 못했다. 그런데 그녀가 손으로 뺨을 어루만지자 고통이 씻은 듯이 사라지는 게 아닌가. 어머니 손이 약손이 아니라 토끼 손이 약손이었다.

“그러게 왜 갑자기 만지고 그래요.”

토끼가 거북이의 뺨에다 대고 입김을 불어넣어 주자 남아있던 흉터마저도 깔끔하게 사라져버렸다. 그는 굳게 다짐했다. 절대로 이 여자하고 싸우지는 않겠다고. 목숨은 소중하니까. 이제 그의 호기심은 다른 곳으로 향했다.

“박사는 관찰자와 결혼했다는 건가요?”

초희의 진짜 아버지이자 자신과 똑 닮고 이름마저 같은 박사의 아내가 궁금해진 거북이었다.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면 아내 역시 관찰자여야만 할 것이다.

토끼는 그의 생각을 읽고는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그쪽 세계에 사는 당신은 전혀 모르고 있지만요. 물론 그녀도 몰라요. 기억을 지워버렸으니까.”

어이가 없었다. 거북이는 상상이론을 완전히 뜯어고쳐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몸서리쳤다. 알아볼 방법이 없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당연히 없다고 못 박았다. 확실히 모든 걸 다 알고 있으면 사는 재미가 떨어지는 것 같기도 했다.

“관찰자는 정확히 어떤 존재죠?”

“일종의 직업이에요.”

직업이라는 말에 거북이는 순간 짜증이 났다. 설마 죽어서까지 일해야 할 줄이야.

“혹시 당신 말고도 관찰자가 또 있어요?”

“당연하죠. 미쳤어요? 365일 24시간 쉬지도 않고 지켜보고만 있게? 나도 쉴 때는 쉬어야 한다구요. 그것 때문에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거지만……. 내 후임이 신참이라서 그런지 잠시 한눈을 팔았거든요.”

“한눈을 팔았다?”

“관찰자는 신이 아니랍니다. 근데 아까부터 왜 자꾸 물어봐요? 내가 당신 질문에 대답하는 기계예요?”

토끼는 잘못한 건 후임인데 왜 자기한테 따지느냐며 마구 화를 냈다. 순간 양희에게 붙잡혀 사는 우수가 생각난 거북이는 친구의 고충을 100% 이해할 수 있었다. 그때 문득 궁금한 게 더 생겼다. 어쩌면 혹시…….

“노토끼 씨가 당한 사고는 당신이 한 짓이에요?”

“뭐라구요?”

토끼는 그 말을 듣자마자 화산처럼 폭발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거북이의 멱살을 움켜잡고 사정없이 흔들기 시작했다. 황당했다. 어떻게 저런 얇은 팔에서 이런 힘이 나올 수 있을까. 물리법칙을 무시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지금 마누라 앞에 두고 딴 여자 걱정하는 거예요? 아니, 그것보다 지금 날 의심하는 거예요?”

“궁, 궁금해서 물었어요. 그게 다라구요. 관찰자니까 세상 일에 관여할 수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오해는 오해를 낳고 복수는 복수를 낳는 법. 거북이는 호기심을 탓하며 외쳤다.

“말 한번 잘했어요. 그래요, 관찰자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위대한 존재는 아니랍니다. 설마, 정말로 날 의심한 건 아니겠죠? 낭군님?”

“물론이죠! 내가 왜 그러겠어요.”

그제야 겨우 토끼의 손에서 빠져나온 거북이는 캑캑거리면서 이렇게 결론지었다.

“그럼 노토끼 씨는 운이 더럽게 없었군요.”

“네, 정말 더럽게 없었죠.”

토끼가 킥킥거리면서 답했다. 역시 수상했다. 거북이는 좀 더 캐묻고 싶었으나 질문할 게 워낙 많은 탓에 잠시 뒤로 미루기로 했다. 이제 호기심은 그녀가 어디에 사는지로 향했다. 혹시 달에 산다는 말을 하진 않겠지.

“스토커예요? 내가 왜 그런 것까지 알려줘야 하죠?”

바늘구멍에 안 들어가는 실을 볼 때처럼 얼굴을 찌푸린 그녀. 거북이는 몹시 당황한 기색으로 해명했다. 그게 아니라고. 아내가 될 사람이니 그냥 궁금했을 뿐이라고. 그러나 소용없었다. 불난 집에 부채질한 모양이다.

“이거북 씨, 당신은 크게 착각하고 있어요. 내가 만약 당신과 결혼해서 딸을 낳으면 초희가 태어나겠죠. 인정해요. 하지만 이건 잘 되었을 때의 일이에요. 내가 싫다고 하면 어쩔 건데요?”

“…… 싫어요?”

“지금 그걸 말이라고 했어요? 당연히 싫죠. 내가 왜 당신 같은 남자하고 결혼하겠어요? 난 단지 초희가 너무 불쌍해서 찾아온 것뿐이에요.”

“당신은 내 아내가 될 사람이라고 했잖아요.”

“안 될 수도 있죠. 내가 꼭 당신하고만 살라는 법 있어요?”

“아뇨.”

“거봐요.”

거북이는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 이해할 수는 있었다. 그녀의 미모에 반하지 않을 남자는 없을 테니까. 그러니 자기보다 훨씬 더 잘난 남자를 만나는 게 당연할 것이다.

“미안해요. 너무 외로웠어요.”

“왜 그렇게 사람이 조급하게 굴어요? 때가 되면 알아서 나타날 텐데.”

“그럼 역시 날 만나러─”

“몰라요.”

토끼가 재빨리 말을 자르고는 또 입술 도장을 콕 찍었다. 그의 생애 두 번째 키스였다. 그리고 첫 번째보다 두 배는 더 달콤하고 긴 축복의 시간이었다.

“이제 됐죠? 내 앞에서 딴 여자 얘기 꺼내면 정말로 가 버릴 거니까 알아서 해요. 참고로 당신은 나와 오랫동안 부부였어요. 그러니 내 마음은 언제나 당신에게 가 있답니다.”

그렇게 잠시 정적이 흘렀다. 거북이는 기회는 왔을 때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또 이런 질문을 던졌다.

“혹시 당신은 여태껏 날 지켜보고 있었어요?”

“미쳤어요? 내가 왜요?”

“궁금해서요.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내가 연애를 하려고 할 때마다 누가 방해하는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난 이렇게 생각했죠. 내 아내가 될 여자가 질투하고 있다고.”

“흥, 그래요, 내가 질투 좀 했어요.”

꼬리를 잡아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부부는 일심동체라 했는데, 그녀도 거북이만큼 거짓말에 서툰 듯했다.

“그럼 내가 모태솔로였던 건 다…….”

“감히 내 남편에게 꼬리 치려는 여자를 그냥 보고 있으라구요? 안 되죠. 그래요, 내가 방해했어요. 됐어요?”

팔짱을 끼며 콧방귀를 끼는 것까진 좋다. 그런데 뭔가 오류가 있었다. 거북이는 그걸 콕 집어서 그녀의 귓속에 집어넣었다.

“당신은 힘이 없다지 않았어요?”

“여분의 차원에게 부탁했을 뿐이랍니다. 그 여자는 무사하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장난 좀 친 것 가지고 따지긴.”

‘그게 장난이었어? 두 번 장난쳤다간 저승사자하고 하이파이브하겠네.’

거북이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마른 침을 삼켰다. 그때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토끼.

“당신은 아직도 이쪽 세계와 저쪽 세계가 서로 이어졌단 말의 심각성을 모르는군요. 초희의 영혼을 지키려면 앞으로 해야 할 게 많단 말이에요.”

“그렇죠, 참.”

초희라는 말에 거북이는 정신을 바짝 차렸다.

“일단 우리에게 필요한 게 있어요.”

“그게 뭐죠?”

거북이가 물었다.

“…… 사랑.”

그녀가 커튼을 치며 수줍게 말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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