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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테트라찌니
작품등록일 :
2013.01.19 19:33
최근연재일 :
2013.02.22 11:52
연재수 :
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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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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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2.08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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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인류 최초의 마법 수업시간(16-2)

안녕하세요. 테트라찌니입니다.




DUMMY

이 소설은 그림 파일로도 연재됩니다. 그림 파일로 소설을 읽고 싶으신 독자 여러분께서는 하단 후기 페이지부터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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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눈을 다시 감고 고르세요.”

지혜는 다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아파트를 머릿속에 그렸다. 32평 정도의 크기에 전철과 그리 멀지 않고, 치안도 좋고, 아이가 마음 놓고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가 있으며, 이웃도 친절한, 그런 아파트였다.

“골랐어.”

지혜는 무척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축하해요. 이제부터 할 일은 아파트를 보러 가는 거예요. 그럼 질문할게요. 먼저 뭐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돈!”

지혜는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를 내뱉었다.

“좋아요. 그럼 이제 돈을 구했다고 치세요.”

“난 집 살만한 돈이 없어.”

“그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거북이는 그녀의 문제점을 콕 집어주었다.

“누난 원인을 인식하고 관찰했어요.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이 바로 이거예요. 이건 여분의 차원이 다 알아서 하는 일이니까요. 알았죠? 돈을 구하는 건 누나가 할 일이 아니에요. 어떤 우연도 생각하지 마세요. 그냥 돈 문제가 해결되었으니까 돈에 대해서는 걱정하지도 말고 아예 신경 쓰지도 마세요.”

몇 분 후,

어둡기만 하던 지혜의 안색이 갈아 끼운 형광등을 보는 것처럼 환하게 밝아졌다.

“해결했어요?”

“응!” 지혜가 확신에 찬 표정으로 답했다.

“이젠 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죠? 꼭 돈이 아니라도 괜찮아요. 옷이나 가방을 살 때 이것저것 꼼꼼히 따지는 것처럼 따져보세요. 당장 생각나는 건 뭐죠?”

“음…… 그래, 교통환경! 아무리 좋은 집이라도 소음이 심하면 좀 그래. 난 조용한 아파트였으면 좋겠어.”

“그것도 해결했다고 치세요. 포인트는 이거예요. 방해물을 모두 제거하는 거죠. 결과만 남게 하는 거예요.”

그렇게 3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지혜는 열심히 명상의 시간에 푹 빠져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의 안색이 부드럽게 변해가는 게 눈에 빤히 보였다.

“지금 어떤 느낌이 들어요?”

“음…… 그냥 좋다는 느낌?”

“에이, 그 정도로는 어림없어요. 생일선물로 아파트를 공짜로 받았다고 상상해보세요. 어떤 느낌이 들 것 같아요?”

“하늘로 날아갈 거야.”

지혜가 손을 뻗어 날갯짓을 했다.

“그럼 선물을 준 사람에게는 어떤 마음이 들까요?”

“당연히 고맙지!”

“그거예요. 결과는 어떤 행위가 아니에요. 결과는 마지막으로 느끼는 감정 상태죠. 당연히 기분 좋을 수밖에 없지요. 자, 이걸 잊지 마세요. 누난 어디로도 가지 않았어요. 선택한 현실은 바로 여기에 존재해요.”

거북이는 여기서 잠시 숨을 돌린 다음, 평소보다 큰 목소리로 강조했다.

“누나는 x축 시간에선 뷔페에 있었지만, y축 시간에서는 누나가 선택한 현실에 있었죠. 다시 말해 누나는 지금 뷔페에 있으면서 동시에 원하는 현실에도 있었어요. 이게 어떻게 된 거죠? 누나가 두 곳에 있다니…… 이게 과연 정상일까요?”

“비정상이겠지?”

지혜는 자신감 없게 대답했지만 거북이는 손뼉을 짝짝 치면서 크게 외쳤다.

“당연히 비정상이에요. 그럼 여분의 차원이 누나를 보겠어요? 안 보겠어요?”

“걔들이 눈이 달렸다면 날 봤을 거야. 안 보면 보게 해줄 거야. 안 보면 때려줄 거야. 안 보면 죽─.”

지혜는 서둘러 입을 막고 침묵했다.

“누나도 참, 아무튼 결과만 만들어야 해요. 정리할게요. 원하는 현실을 고르고 선택한 현실로 갈 것. 여기까지가 두 번째 클리어 조건이에요.”

거북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지혜의 눈이 번쩍 떠졌다.

“얘, 클리어 조건 2단계는 끈의 제3법칙 때문에 하는 거 맞지? 원하는 현실에서 관찰해야 하니까.”

“네, 맞아요.” 거북이는 엄지손가락을 들어주었다. 의기양양하게 콧대를 세운 지혜는 그림을 그리듯 수첩에 암호문을 적어나갔다. 오직 그녀만이 알아볼 수 있을 글씨체였다. 잠시 후, 펜을 놓은 지혜가 손목을 이리저리 돌리면서 말했다.

“세 번째 단계는 뭐지?”

“먼저 알아야 할 게 있어요.”

거북이는 손가락 네 개를 펴 보였다.

“끈의 제4법칙, 끈은 관찰한 만큼의 힘을 가진다. 이 법칙에서 말하는 힘은 단순히 기브&테이크만 말하는 게 아니에요.”

“그럼 또 다른 의미가 있다는 거네?”

지혜는 지폐 다발을 세는 듯한 동작으로 아랫입술을 비틀었다. 깊은 생각에 빠진 듯했다. 하지만 답을 찾지 못한 듯 점점 인상을 구기기 시작했다.

“잘 모르겠어.”

그녀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두 손바닥을 펴 보였고, 결국 답은 미소 짓는 거북이의 입에서 나왔다.

“누난 누나가 보는 만큼의 세상을 살아요. 예를 들어, 10층까지 갈 수 있다고 보는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10층까지밖에 못 고르지만, 100층까지 갈 수 있다고 보는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100층까지 고를 수 있죠. 흔히 이런 말 하잖아요. 자신의 한계는 자신이 정한다고.”

“에이, 뭔가 했네.”

너무 간단한 답에 지혜가 짧게 한숨지었다. 과학 법칙만 실컷 생각했는데 철학이 튀어나올 줄이야. 반면에 거북이는 이 기세를 몰아가기로 했다.

“아주 간단한 질문을 할게요. 누나는 지금 어디에 있죠?”

“뷔페에 있지.”

“그래요. 지금 누나가 있는 장소 중 한 곳은 여기예요. 그런데 누나는 조금 전까지 어디에 있었죠?”

“내가 원하는 현실에 있었지. 아니, 잠깐만. 네 말대로라면 난 뷔페에 있는 동시에 아파트 안에도 있었어. 근데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거니?”

거북이는 씩 웃으면서 손바닥을 앞으로 쭉 내밀었다.

“조금만 더 참아요. 금방 알게 될 테니까. 누나는 z축 시간도 있단 사실을 알죠?”

“물론이야. 알지.”

“관찰자가 있어 시간이 일정하게 흐른다는 것도 알죠?”

“알다마다.”

“그럼 누나가 한 곳에서만 존재한다는 것도 알겠네요?”

“그거야 당연히…… 아!”

지혜가 탄성을 내질렀다.

“이제 알겠죠? 끈의 제4법칙에 따라 누나는 누나가 인식하는 세계에서만 살게 되어 있어요. 만약 누나가 원하는 현실에 산다고 인식할 수만 있다면, z축 시간에서 사는 관찰자의 눈에는 누나가 원하는 현실에서 산다고 인식할 거예요. 그럼 누난 정말로 원하는 현실에서 살게 되는 거죠.”

또 다른 설명도 바로 나왔다.

“이건 프로그램상의 버그라고 할 수 있어요. 자, 누나가 원하는 현실에 와 있다고 가정해 볼게요. 단순히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그곳에 산다고 스스로 인식할 수만 있다면, 시스템이 지금 누나의 현재 위치를 x축 뷔페가 아니라 y축 원하는 현실로 잘못 인식해요. 그래서 여분의 차원을 사용해서 재조정하죠. 이건 끈의 제4법칙에 때문에 일어나는 버그지만, 우리에게 유용한 버그라고 할 수 있어요.”

“믿기지 않을 정돈걸? 너무 신기해.”

“그럴 거예요. 참, 좋은 예가 있어요. 행복한 사람은 행복하기 때문에 행복한 일을 해요. 행복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요. 어떤 책에는 ‘존재 상태에서 창조하라’고 하는데, 이게 바로 그 말이죠. 먼저 행복한 존재가 되면, 행복한 존재가 하는 일을 하게 되고, 결국 행복한 사람이 된다는 거예요. 그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요?”

“네, 교수님.”

지혜는 눈을 부릅뜨고는 펜을 단단히 움켜쥐었다.

“흠흠, 여분의 차원은 119나 다름없어요. 누나는 지금 여분의 차원에게 구조요청을 한 셈인데, 유감스럽게도 그들은 누나에게 가지 않아요.”

“왜 안 와?”

지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으니까요. 걔들은 누나가 요리하려고 가스 불을 켰다고 생각해요. 요리하는 집이 어디 한둘이겠어요? 그러니 오고 싶어도 올 수 없는 거죠.”

“그 말은 불을 질러야 한다는 거네?”

“바로 그거예요.

거북이는 노파심에 설명을 덧붙였다.

“아, 진짜 집에 불 지르진 마세요. 이건 비유에 불과하니까요. 한마디로 확실한 증거를 보여줘야 해요.”

“증거? 어디서 구해? 있을 리 없잖아.”

“없으면 만들면 되죠.”

부채가 펴지듯 세 손가락이 쫙 펴졌다.

“클리어 제3단계, 물질을 만든다. 재미난 사실이 있어요. 누난 결과만 만든 범죄자이기도 하면서 증인이기도 해요. 그리고 이를 입증할 증거이기도 하죠.”

“내가?”

지혜는 못 믿겠다며 미간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생각해보세요. 누나가 원하는 건 다른 사람의 행복이 아니라, 누나 자신의 행복이잖아요?”

“응. 응. 응.”

“그러니까 당연히 초점을 누나에게 맞춰야죠. 이건 119에 신고했을 때, 소방관이 ‘거기 위치가 어디죠?’라고 묻는 상황이에요. 그럼 누나는 ‘지금 어디 어디에요~’라고 말해야겠죠. 불난 집은 누나 집인데 엉뚱한 주소를 부를 수는 없잖아요? 그러니 지금은 이 ‘어디 어디’라는 확실한 장소, 즉 증거를 만들 필요가 있어요. 간단한 논리죠.”

“난 이미 물질이라고 볼 수 있지 않니? 또 만드는 거야?”

“물론 누나는 지금도 물질이에요. 하지만 원하는 현실에 있는 물질은 아니잖아요? 엄밀히 따지자면 누나의 마음속을 바꾼다는 개념이에요. 사형수가 죽기 전에 죄를 뉘우친다고 생각해보세요. 비록 사형을 면하진 못하겠지만, 그는 이제 새사람이 되었어요. 이처럼 변하는 곳은 겉모습이 아니라 내면이에요. 누나가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도 하죠. 일단 증거를 만들려면 원하는 현실을 관찰해야겠죠? 끈의 제1법칙에 따라, 우리가 관찰한 것이 물질로 만들어져요. 또 관찰하는 방법은─.”

“그냥 느끼기만 하면 된다, 맞지?”

거북이는 이번에도 엄지손가락을 들어주었다. 그런데 마지막이 달랐다. 손목을 비틀어 엄지손가락을 내려버린 것이다. 그걸 본 지혜가 당황한 기색으로 되물었다.

“느끼기만 하면 된다지 않았어?”

“모든 걸 하나로 압축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3단계는 조금 복잡해요.”

거북이는 콜라를 한 모금 들이켠 다음 말을 이었다.

“먼저 관찰할 때는 절대로 생각해선 안 돼요. 느껴야 하니까요.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그냥 느끼라는 말은 그냥 믿으라는 말이나 별 차이가 없거든요.”

“무슨 방법이라도 있어?”

“일단 관찰할 장소부터 알려줄게요. 난 콘크리트 바닥을 드릴로 뚫는 걸로 묘사해요.”

“콘크리트 바닥? 드릴?”

“콘크리트 바닥이 중력장이고, 드릴을 누나 자신이라고 상상해보세요. 눈을 감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상상해야 하니까.”

“…… 했어.”

지혜는 콘크리트 바닥에 있는 드릴이 되었다.

“중력장이 어디에 있다고 상상했어요?”

“바닥이라며? 당연히 밑에 있지.”

거북이가 땡 하고 소리쳤다.

“그럼 어디에 있지?”

“가슴에 있죠.”

“가슴에?”

거북이는 자기 가슴을 퉁퉁 두드렸다.

“그곳을 찾는 건 아주 쉬워요. 화났을 때나 가슴이 답답할 때 느끼는 장소가 바로 중력장이 있는 곳이에요. 지금 몹시 기분이 나쁘다고 상상해 보세요.”

“…… 했어.”

“말 그대로 가슴이 답답하죠? 이제 원하는 현실이 중력장 안에 들어 있다고 상상하세요. 드릴로 중력장을 뚫어서 원하는 현실을 채취하는 거예요.”

“그럼 여기서 관찰하면 되는 거네?”

“그렇긴 한데, 물질을 만들려면 한 가지 조건이 더 있어요.”

“조건?”

“예를 하나만 더 들게요.”

거북이는 이렇게 말했다.

“미친 사람 눈에는 모두가 비정상으로 보여요. 왜냐하면,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죠. 흔히 끼리끼리 논다고 하죠? 누나가 본 책에서는 비슷한 것끼리 끌어당긴다고 나올 텐데, 실은 틀려요. 정확히는 보이는 것끼리 모인다는 개념이거든요. 연인이 서로 같은 곳을 보기 때문에 연인인 것처럼요.”

“그럼 미친 척하고 살아야 물질이 만들어져?”

“관찰자가 괜히 관찰자겠어요? 그러니 척만 하면 안 돼요.”

“그럼 어떻게 해? 미치라는 말이야? 진짜로?”

“누나라면 어떻게 할래요?”

“책에는 사랑을 느끼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그림을 그리듯 생생하게 꿈꾸고, 하여튼 좋은 것만 생각하라고 했어. 알 수 없는 말뿐이었지만 말이야. 네 생각도 다를 것 같진 않은데? 어쨌든, 너도 느끼라고 했잖아.”

지혜의 추리를 들은 거북이가 고개를 들고는 턱을 면도하듯이 어루만졌다.

“실은……그 책에 나오지 않은 비밀이 있어요. 대단히 중요한 과정인데도 빼먹었더라구요.”

“뭐? 그런 게 다 있었어?”

너무 놀란 나머지 지혜의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일단 물질을 만들어져야 끌어당김의 법칙이 작동해요. 그런데 그 책은 물질을 만드는 과정을 생략했더라구요. 아마 작가에게는 이 과정이 무척 쉬웠기 때문에 그냥 넘어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설명할게요. 누나가 원하는 아파트는 확실히 존재하죠?”

“응, 존재해.”

지혜는 자신 있게 답했다.

“어떤 느낌이 들죠?”

“당연히 좋은 느낌이지.”

“잘했어요. 근데 지금 집에 불이 났고, 설상가상으로 기심이가 안에서 자고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내가 왜?”

지혜가 톡 쏘듯이 말했다.

“일단 해보세요.”

지혜는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눈을 감고는 시키는 대로 했다. 기분 나쁜 상상은 몇 초도 안 돼서 그녀가 공들여 만든 아파트를 불태워 없애버렸다.

기심이는…… 차마 생각하기도 싫었다.

“기분 나쁘게 왜 이런 걸 시키고 그래?”

“미안해요.”

거북이가 손을 모아 사과했다.

“이게 가장 좋은 비유라서 그래요. 질문 하나 할게요. 누나는 지금 어디 있죠?”

“뷔페에 있지. 마음은 집에 가 있지만.”

그 말을 들은 거북이가 속으로 ‘됐어!’라고 소리쳤다.

“그래요. 지금 누나는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뷔페에 있으면서 동시에 불이 난 집에 와 있어요. 그럼 또 질문할게요. 지금 무슨 생각이 들어요?”

“안 좋은 생각뿐이지.”

지혜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럴 거예요. 누나는 지금 답답하고, 조마조마하고, 긴장되고, 소름 끼치는 상태에요. 영화 <나 홀로 집에> 봤죠? 아이를 집에 두고 비행기를 탄 엄마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을 거예요. 집으로 돌아가려는 각오, 자식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죽음마저 불사르는 용기, 미친 사람처럼 보일 정도의 광기도 빼놓을 수 없죠. 이런 상황을 어떤 한 단어로 나타낼 순 없지만,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단어로 나타내자면, 딱 한 단어가 있어요.”

“그게 뭐지?”

“바로 가속도에요.”

거북이는 딱히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 없는 미지의 힘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


“누난 지금 언제라도 뛰쳐나갈 준비가 된 상태에요. 비록 몸은 여기서 한 발짝도 움직이고 있진 않지만요. 이제 이 힘을 비유를 들어서 설명해 볼게요.


육상 선수 우사인 볼트가 출발신호만 기다리고 있어요.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총소리가 안 들리는 거예요. 흔한 경기도 아니고 올림픽 결승전인데 말이죠.


이 상황을 잘 보세요. 볼트 선수는 몸을 움직일 수가 없어요. 움직이면 곧바로 실격이거든요. 그래서 가만히 멈춰 서 있어요. 하지만 마음속은 어떨까요? 모르긴 몰라도 미친 듯이 달릴 걸요? 그것도 점점 빠르게 달려요. 즉 지금 볼트 선수는 결승점을 향해 가속하고 있죠. 여기서 질문 하나 할게요. 이때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글쎄, 부정적인 생각은 안 들 것 같은데? 기분 나쁘게 왜 그런 생각을 하겠어?”

“정답이에요. 단지 답답하고, 초조하고, 긴장할 뿐이죠. 신호가 떨어지기만 하면 미친 사람처럼 뛸 거예요. 무엇보다 정신이 번쩍 들 거예요. 행복한 생각이나 느낌은 뒷전이고, 느긋하게 그림을 그릴 시간도 없죠. 당장 뛰어야 하는데 그럴 시간이 어딨겠어요? 이렇게 가속하면 출발하기도 전에 이미 결승점을 통과한 상태가 돼요.”

“말이 안 되잖아?”

“당연히 안 되죠.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거든요. 볼트 선수는 너무 빠르게 달린 나머지 벌써 결승점에 가 버린 거예요.”

“잠깐, 여기서 버그가 발생하겠구나?”

지혜의 머리 위로 느낌표가 떴다.

“그렇죠. 지금부터가 중요해요. 이제 그는 혼동하기 시작해요. 그러다가 결국에는 결승점을 택하고 말아요. 물론 이 시간은 아주 짧은 찰나의 시간에 불과해요. 아주, 아주, 아주 짧아요. 그렇지만 여분의 차원이 볼트 선수가 저지른 실수를 인식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죠.

결승점이 보인다고 해도 실제로 가지 않으면 소용이 없잖아요? 흔히 사랑은 쟁취하는 거라고 하는데 이 말이 바로 그 말이에요. 원하는 현실로 직접 가야 해요. 우리가 결승점에 있어야만 여분의 차원이 우리에게 메달을 준다는 말이죠.”

거북이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목이 좀 칼칼한 것이 집에 가기 전에 약국부터 들러야 할지도 몰랐다. 그래도 기분은 날아갈 듯이 좋았다.

“간단히 말하면, 실제로 달리고 있지는 않지만 머릿속에는 벌써 결승선을 통과한 상태라고 할 수 있어요. 원인이 결과를 앞지른 느낌이라고도 볼 수 있구요. 프로그램으로 치자면 일부러 버그를 만드는 중이죠. 연기자가 연기할 때의 느낌이면서 자동차 액셀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는 상태이고, 가수가 고음을 질러야 하는데 못 질러서 답답한 상황이기도 해요.”

“음, 그냥 부정적인 힘은 아니야?”

“절대로 아니에요. 이 비유들은 모두 다 뭔가를 향해 달려가는 느낌이에요. 점점 빠르게 말이죠. 가속하면 할수록 떨림도 커지고 빨라져요. 마치 진동하는 끈이 된 듯한 기분이기도 하죠. 어쩌면 이 힘은 끈 자체의 힘일지도 몰라요. 수첩하고 펜 좀 줘볼래요? 마법의 공식을 알려줄게요.”

지혜에게 수첩을 건네받은 거북이가 손으로 가려가며 공식을 적기 시작했다.

‘대체 어떤 공식일까?’

지혜는 몹시 궁금했다.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거북이는 수첩과 펜을 되돌려주며 말했다.

“비록 간단한 공식이지만, 끈마법을 쓰려면 이 공식을 꼭 써야 해요. 끈마법사라면 죽기 전까지도 암기해야 하죠.”

“너 뭘 잘못 먹었어? 그런 직업이 어딨단 거야?”

“내가 있잖아요. 난 인류 최초의 끈마법사라구요.”

거북이는 슈퍼맨처럼 가슴을 당당하게 펴 보였다.

“얘가 점점, 못하는 말이 없구나?”

지혜는 거북이의 이마에 꿀밤을 세게 먹여준 다음, 얼른 수첩을 펼쳤다. 확실히 이렇게 쓰여 있었다.


끈의 힘 = 관찰대상 x 가속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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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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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69 태란
    작성일
    13.03.08 17:56
    No. 1

    댓글 실종됐네요. 머리가 터질거 같아요.
    따라해보는 중 로또 되면 한턱 쏠게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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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시간의 비밀(10) +6 13.02.08 821 2 7쪽
10 시간의 비밀(9) +2 13.02.08 711 5 7쪽
9 시간의 비밀(8) 13.02.08 663 3 7쪽
8 시간의 비밀(7) +6 13.02.08 792 7 12쪽
7 시간의 비밀(6) +7 13.02.08 707 6 16쪽
6 시간의 비밀(5) +10 13.02.08 802 6 7쪽
5 시간의 비밀(4) +12 13.02.08 954 5 10쪽
4 시간의 비밀(3) +8 13.02.08 858 4 9쪽
3 시간의 비밀(2) +18 13.02.08 1,068 7 12쪽
2 시간의 비밀(1) +24 13.02.08 1,426 7 19쪽
1 프롤로그 +12 13.02.08 1,580 1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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