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비밀(10)
안녕하세요. 테트라찌니입니다.
이 소설은 그림 파일로도 연재됩니다. 그림 파일로 소설을 읽고 싶으신 독자 여러분께서는 하단 후기 페이지부터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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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지금 당장 여행하고 싶다면 z축 시간으로 가면 됩니다. 너무 어렵게 말했나요? 쉽게 말해 죽으면 됩니다. 그러면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일 테니 원하는 현실을 마음껏 선택할 수 있습니다. 죽음이 끝이 아니라고 한 데는 이런 이유도 있었어요. 시간파를 보내려면 보내줄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거든요. 하지만 살아서 여행하는 것이 목표일 테니 이 조언은 농담으로 들어주세요. 이왕이면 살아서 가야죠.
어떠셨습니까? 여행은 즐거우셨나요? 우리는 왜 하나의 시간만 선택하는 걸까요? 왜 타임머신을 만든 미래인은 우리에게 오지 않을까요? 그 답이 여기에 있었습니다.
y축과 z축 시간이 있기 때문이죠. 눈을 부릅뜨고 모든 우주의 시간을 체크하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거꾸로 가지 못하게 하고, 또 너무 빨리 가지 못하게 막고 있었습니다. 그러면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시간은 어디에서 어디로 흐르고 있을까요?
과거에서 미래로?
미래에서 과거로?
아닙니다.
우리에서 우리로 흐릅니다. 시간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너무 작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그 작은 입자들이 모이고 모여서 삶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어줍니다. 참, 오해하지 말아 주세요.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지만, 관찰자는 신이 아니라 우릴 지켜보는 독자입니다.”
거북이는 뿌듯한 미소를 머금으면서 잠시 숨을 돌렸다. 시간에 대해서는 웬만큼 파고들었으니 이번엔 끈이론과 M이론에 대해서 말할 차례였다.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층으로 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너무 쉬운 질문인가요? 그냥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되겠죠. 그럼 어떻게 눌러야 할까요? 보통 엘리베이터였다면 손으로 누릅니다. 그러나 시간의 엘리베이터는 좀 달라요.”
거북이는 뺨을 긁적이며 말했다.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그냥, 선택하세요.”
학생들이 놀라기도 전에 그의 설명이 바로 이어졌다.
“이건 y축 시간에서는 당연한 개념이지만, x축 시간에서는 매우 어려운 개념입니다. 알다시피 x축 시간에서는 인과율의 지배를 받습니다. 하지만 y축은 다릅니다. 즉 원인이 결과를 만들지 않고 결과가 원인을 만들죠.”
거북이는 인과율마저 바꿔버렸다. 그의 이론에 의하면 결과는 원인보다 뒤에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사실은 그에게 놀라운 비밀 하나를 알려주었다.
“저는 여기에서 강력, 약력, 중력, 전자기력이 하나라는 통일장 이론의 작동원리를 알아냈습니다. 만물을 설명하는 이론은 원하는 현실을 선택하는 이론이었던 겁니다. 이것은─.”
“거짓말이다!”
누군가의 절규에 가까운 외침이었다. 불만이 쌓이다 못해 끝내 터진 것이다.
“끝내버려!”
또 다른 누군가가 뒤를 이었다.
“맞아! 맞아! 맞아!” 코러스가 이어지더니 “듣기 싫어! 나가자! 그래! 나가자!” 불협화음으로 가득한 합창곡이 완성되었다.
강의실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분위기는 최악이었다.
비난의 화살이 강당 쪽으로 매섭게 날아가 꽂혔다. 강당 앞으로 뛰어온 몇몇 학생들이 어서 내려오라는 시위를 벌였고, 짐을 싸서 나가려는 학생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거북이는 이 모든 상황을 비참한 심경으로 지켜보다가 끝내 눈물을 글썽거렸다.
*
‘그럼 그렇지!’
나한우 교수는 드디어 기회가 왔다며 씩 웃었다. 그는 팔짱을 낀 상태로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그는 눈을 꼭 감고 부들부들 떨고 있는 제자가 당연한 벌을 받는다고 생각했다.
몇 분 후,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거북이는 눈을 살포시 떴다. 강의실은 비어 있었다. 남아있는 학생은 아무도 없었다. 나한우 교수만 홀로 남아 그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거북이 학생.”
“네, 교수님.”
거북이는 힘없이 대답했다.
“이 얘길 어디서 들었나?”
거북이는 자신이 만든 이론의 탄생과정과 함께 이 이론이 가진 장점을 설득하려고 했다.
“……라는 겁니다. 만약 이 이론이 옳다고 가정한다면─.”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나한우 교수는 그의 말을 도중에서 끊고 성난 황소처럼 달려들었다.
“내 생각은 자네와 달라.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건 아니겠지? 물리학자가 되겠다는 사람이 관찰자의 존재를 믿는다니 할 말이 없군. 자네는 앞으로 이쪽 계통에서 일할 생각을 하지도 말게나. 자네 앞길을 내가 전부 다 막아버릴 테니까 말이야. 보기 싫으니 어서 내 눈앞에서 사라지게!”
“교수님 제발 한 번 만─.”
“필요 없대도!”
나한우 교수는 들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는 몹시 화가 난 표정으로 다시는 들어오지 말라며 문을 쾅 닫았다. 그 자리에서 거북이는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땅이 꺼질 정도로 크게 한숨을 쉬었다.
창문 밖을 보니 노란 하늘이 보였다.
‘난 단지 시간을 새로운 관점으로도 볼 수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었을 뿐인데…….’
거북이는 가방 안에 들어있던 프린트물을 꺼내 책장 넘기듯이 훑어보았다. 일 년 동안 잠을 아껴가며 완성한 이론이 주마등처럼 빠르게 지나갔다. 그리고 죽었다. 유명한 과학자였다면 모를까, 거북이는 평범한 대학생에 불과했다. 자신의 이론은 실험실에서 증명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단점이었다.
받아들여지지 않을 거라고는 예상했었지만, 이 정도까지 야유를 받을 줄은 몰랐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거북이는 자신이 만든 이론을 서랍 속으로 집어넣었다. 여태껏 투자한 시간이 아까워 차마 버리지는 못했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다. 거북이는 28살이 되어서야 겨우 졸업장을 딸 수 있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물리학 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직업을 선택해야만 했다.
어느 날 거북이는 방 안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프린트물 하나를 발견했다. 감회가 새로웠다. 그는 그것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표지에는 확실히 이렇게 적혀 있었다.
<상상이론>
과학과 종교를 하나로 만들기 위해 태어난 이론이자,
시간이 하나가 아니라 세 개라고 주장하는 이론이며,
시간과 공간을 하나로 묶고 차원을 추가한 이론이다.
먼 훗날 학교에서 배울 상상이론은 이렇게 탄생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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