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화 재수 없는 덫에 제 발로 들어가다.
본 웹소설은 픽션이며 인물, 지명, 종교, 사건 등은 실제 역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아이고오~~~ ”
서리는 얼마나 뛰었는지 한참을 헐떡
이다 겨우 숨을 고른 후 우리들에게
서신을 건넨 후
“ 신성군 마마님께서는 당분간 외출이
어려워 유생 분들과의 만남을 조금 뒤로
기약하자 이르셨습니다. "
“ 그래. 수고하였네. 매번 자네에게 이리
빚을 지어서 미안하네. "
“ 아이구 별 말씀을요, 장의께서 외출하고
오실 때마다 주전부리를 잔뜩 챙겨주셔서
서리들이 일할 맛 난다며 서로 앞 다투어
동재 마당이라도 더 쓸겠다고 하는 것을요.
항상 감사하고 있으니 언제든 부탁만
하십시오. "
도와주면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것이
당연한 기브엔 테이크 정신이 투철한
나다. 조선의 유정이 아니다보니 그것이
상식이고 자연스러운 것인데 조선의
이네들에겐 굉장한 대우인 듯 내가 목이
마르다 중얼거리면 달려가 물을 떠다
줄 정도이니 마음이 더 쓰인다. 언제 또
외출을 할 때는 목이라도 축이라 몰래
한 병 챙겨 와야겠다.
“ 유정~ 무어라고 쓰였는지 어서 좀
읽어보게~ ”
“ 장의~ 저도 애 탑니다. 어서요~ ”
견돌이와 묘돌이가 세트로다가 나를
졸라대니 얼른 서신을 펼쳤다.
「 혹시나 자네들이 걱정하는 것이
이것일 것 같아 미리 대사성에게
일러 두었네. 자네들이 날 위해 눈과
귀를 닫아 주었으니 홍루에서
자네들을 만난 것은 무덤까지 가져
가야겠지. 그러니 걱정 말고 대사성이
부르거들랑 비천당 대밭에서 본
것만을 얘기하면 될 것이야.
괜한 일로 자네들을 곤란케 하여
미안하네. 지금은 전하의 명으로
좌중 해야 하니 내 날이 좋을 때
한번 부르도록 하지.
술 한 잔 약속은 내 꼭 지키겠네.
-홍루의 벗 」
“ 휴우 ”
‘ 이 자식, 허세작렬이었네. 으이구. ’
그래도 석환이가 안심하는 모습에서
나도 함께 안도했다. 이런 우리를 보던
제천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 그럼 장의 우리 이제 신성군과 더
이상 얽힐 일은 없는 것이지요? "
“ 뭐 우선은. ”
“ 에이~ 술 약속은 지킨다고 이리
써놓으셨는데. ”
“ 석환, 자네 좀 전에 한숨 쉬던 거 그새
잊어버린 거야? 네가 금붕어도 아니고. "
“ 거기서 금붕어는 왜 나오나?
아~ 모르겠고 돈도 그렇고 금상의 눈에
들 기회도 날렸으니 뭐 술이라도
얻어먹어야 직성이 풀리겠어~ "
“ 나는 모르겠다. 지금도 다리가 다
떨리는 게 제천이 말대로 최대한 중립을
지키자고. 여기저기 붙지 말고 말이지. "
어쨌든 한시름 놓은 것에 다리가 풀리는
건 나만이 아닌 듯 셋 다 동시에 주저
앉으니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웃었다.
‘ 하~ 유정이만 아니었으면 진즉에
정신줄을 너덜거리게 만들어줬을 텐데.
신성군 당신 아주 운 좋은 줄 아쇼. '
날씨가 좋았다가 흐렸다가를 반복하던
오늘은 다행히 따로이 대사성께서
찾지 않아 술꾼이 술병이 나 그것을
알지 못한 호위의 불찰로 마무리 되었고
중종은 그래도 아들이라고 감싸 돌아
어거지로 불을 껐다. 어쩌면 조정 신료들
중 경빈의 편에 서 있던 이들이 이번 일로
중종의 마음이 좀 더 복성군에게로
쏠리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았을 텐데.
‘ 아아~~!!! 궁금해 하지 말자~~~
오래 살아야 한다. 나중에 유정이한테
온전한 몸을 돌려주기 위해서라도 좀
제발 이제 그만이다. '
* 다음 날
“ 아아~~~ 배부르다. ”
기분 좋은 조반시간이었다.
실로 얼마만의 배부름인지. 매번
조반을 먹을 때마다 아주그냥 밥을
모래로 바꾸는 인간들 때문에 제대로
먹질 못해 짜증이 났는데 아침에 일찍
눈을 떴는데도 몸이 찌뿌둥하지 않고
개운한 것이 오늘따라 뭔가 일이 잘
풀릴 것인가 싶더니 조반시간 내내
나를 방해하는 이도 괴롭히는 이도
없어 컨디션 최고를 찍고 있었다.
“ 아니, 근데 이혁상유 어찌 성필
상유가 보이지 않습니다. "
“ 입맛이 없다며 조반은 물리겠다고
하여서 말이지. ”
“ 아니, 그래도 도기는 찍으셔야
하는 데 "
“ 나도 안 먹더라도 도기는 채워
놓고 가자니 한사코 손사래를 치며
나를 밀어내기에 뭐 그냥 나왔네. "
아침을 거르면 머리가 무거워져
스승님의 가르침이 새겨지지 않는
다며 꼬박꼬박 챙기고 도기점수는
덤으로 추가하던 양반이 별일이다.
『 지금 안 보이는 이를 얼른 찾아야
할 거야. 』
“ 됐어. ”
『 너 그러다 큰일 날 수도 있어. 』
“ 신성군 때도 그리 심각하더니 별 거
아니었단 말이지. 너 때문에 내가
얼마나 곤욕을 치르고 맘고생을 한 지
알아? "
『 그땐 그 자가 그렇게 어이 없이 끝날
일일 줄은 몰랐지. 』
“ 어찌됐든 그리 심하지 않으면 학당에서
볼 텐데 뭣 하러 일부러 찾아. "
『 똑똑한 너의 친구와 네가 외출을
나갈 때 네 방에 들어온 이가 나 말고 또
있었어. 』
“ 그게 성필이라고? ”
『 너, 장가에게서 받은 책들 주인에게
돌려줬어? 』
“ ...?!!! ”
『 쯧쯧쯧. 』
예감이 좋지 않다. 난 녀석들에게 잠시
동재에 다녀온다 급하게 얘기한 뒤
방으로 돌아와 뒤지니 필사본은
보이는 데 그게 없다.
“ 아이~!! 미치겠네. 분명 같이 뒀는데
성필이가 내 방을 뒤졌을 리는 없는데. "
『 그 날인가보다. 』
“ 무슨 말이야? ”
『 흉터 있는 자를 찾으러 나간
그날에도 그 책을 들고 왔잖아. 그걸
저 치가 읽었고. 』
월아가 가리키는 건 우리 셋 중
마지막으로 먹고 나오는 석환이다.
“ 석환사제 잠시 나 좀 보세. ”
“ 네 장의~ ”
해맑게 뛰어오는 녀석의 팔을 황급히
낚아챈 뒤 물었다.
“ 너 처음 홍루를 간 날 장가에게서
받은 원본 말고 다른 책 말이야. "
“ 무슨 책? ”
“ 아~ 그거 붉은색으로 채색된 표지. ”
“ 아아~~ 왜? 이제야 호기심이
좀 생기는가? ”
“ 미친~ 말 같지도 않은. 내 말은 그
밤에 보고 난 뒤 그 책 어디다 두었어? "
“ 그냥 머리맡에 둔 것 같은데. 내가
네 문갑을 함부로 열어볼 수는 없잖아. "
“ 이런.... ”
“ 왜? 또? ”
“ 아무래도 우리가 자주 외출을 한
사이 내 방엘 성필상유가 들어왔었나
보네. "
“ 너를 찾으려다 왔을 수도 있지. 근데
그게 책이랑 무슨 상관이라... 설마
에이~ 아무리 그래도 남의 책을 "
“ 우연히라도 호기심에 단 한 장이라도
펼쳤다면 어떨 것 같냐~!!? "
“ 그...그거야 같은 사내니까. ”
“ 아오~!!!! 이 인간이~~!!!!!! ”
아무래도 성필이 자식이 책을 가져간
듯한데 그 녀석 성격 상 능글거리며
내게 돌려주는 게 맞다. 그런데 조반에도
나오지 않고 수업까지 빼 먹는다?
이거~이거 냄새가 난다. 제발 아니길
바래야는데 제발 아니길 간절히 기도
하며 성필이 있는 동재로 석환이와 같이
서둘러 갔다.
“ 아...아니... 장의... ”
나를 보더니 성필이 답지 않게 말을
더듬는 게 내 짜증나는 촉이 맞은 것
같다. 이번만큼은 좀 고장나길
바랬는데.
“ 몸이 안 좋은 이에게 물을 말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찜찜해서 오해 말고
듣길 바랍니다. 저와 석환사제가 대사례
전 잠시 외출한 일이 있었는데 그 날
저를 찾으셨습니까? "
“ 어..어? 그... 그게... 그러니까 ”
“ 하아... 성필상유 혹여 제 방에서
무언가를 가지고 가셨을까요? "
“ 장의... 미... 미안하네. ”
“ 이런. 그건 제게 아닙니다.
성. 필. 상. 유. 가져가셨더라도 바로
제게 돌려주셨어야지요. 내용을 보셨
다면 그게 어떤 것인 줄 뻔히 아셨을
터인데 "
“ 미안하네. 미안해. 근데 그게 내게
없어. ”
“ 예. 예??~!!! ”
아니 그냥 돌려주면 될 것을 없다고
잡아떼다니 이 무슨 분명 내 것이
아니라고 말했는데
“ 그 무슨 말입니까~! 호기심에
보시다 가져간 것이라 이해해드릴 테니
어서 주시지요. 정말 제 것이 아닙니다. "
“ 그러니까 그게... 이혁상유에게
들키면 잔소리를 들을 게 분명하여
몰래 들고 나가 보다가 하필 서재의
00상유에게 들켰지 뭔가. 그래서 얼른
숨기려다 그만 놓치는 바람에... "
“ 설마... 그걸 저더러 믿으란
말씀이십니까? ”
“ 진짜네!! 진짜야. 정말 미안하네.
주인 없이 들고 오면 안 되는 것인
줄은 모르는 바가 아니나 나도 모르게
그만... 그 이가 가고 난 뒤 다시 자리로
돌아가 주변을 샅샅이 뒤졌지만 아무리
찾아도 보이질 않았어. 거짓말이 아닐세.
내가 장의에게 거짓말을 뭐 하러 하겠나. "
이번에도 밉상이다. 아니 그 자식하고는
드럽게도 질긴 악연이라 혹여 그 녀석이
들고 갔을까 걱정이다. 우선은 서책에
누구누구꺼라고 이름표가 있는 것도
아니니 내 것이 아니라고 우길 수는
있겠는데 있는 지 없는 지부터 캐물어야
되니 머리가 아프다.
“ 만약 가지고 있다고 해도 돌려달라고
할 수도 없구나. 심증만 있고 물증은
없는 상태이니. 그게 무엇이기에 내
놓으라고 하냐고 오리발 내밀며
오히려 나를 떠볼 수도 있으니. "
“ 우선 성필사형과 다시 한 번 더 그
곳에 가서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가 가져갔다는 보장이 없으니. "
“ 그... 그러자고 장의. 나도 다시
한 번 더 찾아 보겠네. "
어찌되었든 자신의 실수로 인해
곤란해진 상황이니 빨리 찾고 싶은
마음이겠다. 나 역시 빨리 주인에게
돌려주어 내 손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이니 서둘러 다른 이들의
눈을 피해 성필이가 몰래 훔쳐보고
있었던 자리로 가 주변을 샅샅이
뒤졌다. 허나 아무리 뒤져도 나오지
않고 초조함만 커져가던 그때,
“ 아니 장의 게서 뭐하는가? ”
누군가가 나를 부르기에 고개를 드니
하필이면 서재장의가 나를 찾는다.
이에 태연한 척
“ 아~ 제가 여기서 무엇을 잃어버려
찾던 중이었습니다. ”
“ 자네가 잃어버렸다고? ”
“ 네. ”
“ 확실한가? ”
무슨 재차 확인이라도 받으려는
듯 말의 늬앙스에서 나는 아무렇지
않으려 애쓰려다 서재장의 눈빛을
보는 순간 실수했다는 걸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서재장의는 잃어버린 것에 대해선
중요하지 않았다. 그 잃어버린 것이
누구의 것인지가 중요했을 뿐.
당황한 나머지 나도 모르게 그 책의
주인이 나란 것을 자백한 꼴이
되다니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 00사제, 자네가 여기서 무엇을
주웠다고 했지. ”
“ 네, 장의. ”
밉상이 입 꼬리를 씰룩거리며 언제
왔는지 서재장의 곁에 와 섰다.
‘ 저 자식 진짜 재수가 없네. 사사건건
아... 진짜 마라도 꼈나. '
“ 여기서 책 하나를 주웠습니다만,
서책에 출처가 없어 혹여 다시 찾으러
오지는 않을까 하여 온 것인데 어찌
그것이 누구의 것인지 장의께서
아십니까? "
아까 서재장의가 한 말을 들었을
텐데 재차 확인하며 이죽거리는 게
정말 재수 없다. 하지만 불리한
상황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입을 닫고 있으니
“ 혹여 동재장의가 찾고자 하는 것이
이것인가? ”
차라리 같은 동재인들한테 걸렸다면
웃고 말 일을 하필 벼르고 있던 서재
장의에게 걸렸으니 꼼짝 없이 당할
판이다. 그렇다고 저것을 홍학유
것이라고 하면 육하원칙에 따라 설명을
들어가야 하므로 외출기록이 부족한
날 수가 들통 나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렇게 한참 고민을 하고 있자니 빨간
책표지가 두드러지는 책을 펄럭이며
“ 허어~ 아닌가 보군. 그럼 그렇지.
이런 것을 동재장의가 가지고 있을리
만무하지 않겠나. 자네는 이걸 속히
소각하도록 하게. 어디 망측해서야 원.
성균관 내 신성한 곳에서 이런 책도
아닌 것이 돌아다니다니 스승님께서
경을 칠 것이니. "
내가 답이 없자 곧장 돌아서며
가려는 걸
“ 아닙니다~!! 제 것이 맞습니다~! ”
- 작가의말
춘화집을 돌려보는 것은 우정이려나
나쁜 짓을 물들이는 소행이려나
사면초가 처한 주인공을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이 과연 있을 지 지켜보도록
하지요.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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