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화_호랑이굴에 머리 들이밀기.
본 웹소설은 픽션이며 인물, 지명, 종교, 사건 등은 실제 역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겨울방학이 시작되자마자
홍루로 달려갔다. 초이의 상태가
궁금해서기도 하고 아직도 고집을
부리지는 않는 지 걱정이 되었다.
도착하여 초이를 살피니 생각
했던 것 보다 더했다.
고초를 얼마나 겪었는지 입술은
죄다 말라 갈라져 터져 있고
얼굴과 드러난 몸엔 여기저기
멍투성이다.
‘ 틀린 말 한 것도 아닌데
개~!~@#@$ 애 얼굴을 몸을
이리 만들어~!! 쳐 죽일... '
애 얼굴을 보자마자 욕이 절로
나왔다. 속이 상해 초이에게
괜찮냐고 말을 하려는데
“ 저는 할 말이 없으니 더는
찾지 마십시오. ”
생각지도 못한 차가운 반응.
이에 연향이 초이를 달래며
“ 초이야 어찌 그래.
네가 걱정되어 이리 버선발로
한달음에 달려 오셨는데"
“ 너무 급히 나오셨습니다.
때를 더 기다리어도 될 것인데
제가 무엇이라고. "
입술을 깨 물으며 말을 멈추는 초이다.
아무래도 우리가 그들을 찾아
나선 것에 대해 원망을 하는 것
같다.
“ 우리에겐 너의 구면이 먼저였다.
그들은 생전 보지도 못한 이들일
뿐인데다 우리와 말을 섞을
생각도 없던 것이니 그들을 생각
하지도 아니 생각할 수도
없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냐. "
우리들의 마음을 몰라주는 초이의
태도에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제천이 못마땅한 말투를 뱉어냈다.
이에 초이는 원망하듯 마른 목소리를
긁어내어 답했다.
“ 아무리 그러해도 그 분들은 제게
부모와도 핏줄과도 같은 이들입니다. "
“ 자식이 부모를 위하는 것은 절대
자식을 아끼는 부모의 마음보다
클 수는 없어. 자식이 희생하여
얻은 것에 그 어떤 부모도 맘 편히
기뻐하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
“ ... ”
“ 초이야... ”
내가 다시 부르니 금세 눈물이
눈에 고인다. 화를 내도 몇 번을
낼 법한데 오히려 달래려고
애쓰는 것에 더 이상 원망도
못하겠으니 그러할 지도.
“ 00현감이 무엇을 도둑맞았다고
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현감이 관아에도, 주변에도 알리지
못하고 쉬쉬거리는 것을 보면 그들과
너에게 좋은 패일 수도 있을 테니.
우선은 추이를 보도록 하자. "
“ 그래. 초이야 도련님의 말씀대로
너무 낙담할 필요는 없을 듯
하구나. 00현감나리라 하면 너도
익히 알잖니. 여기서 패악질 한
것만 해도 손가락을 접고도 남을
것인데 그런 양반이 지금까지
입 다물고 있는 것이라면 분명
켕기는 것이 있는 것일 테니
너와 그분들에게 나쁘지만은
않을 것이야. "
아직까지 그것에 대해 월아도
알 수 없다 해서 뭐라 말을
할 수는 없지만 구린 구석이 있어
쩔쩔매는 꼴이라면 분명 이쪽에
유리한 것은 확실하니 초이의 걱정
정도는 덜 수 있을 것이다.
“ 초이가 고집이 보통이 아니군. ”
대낮에 든 홍루다 보니 오래 머물 수
없는데다 초이의 상태로 보아 푹
쉬어야 할 것 같아 석환의 집에
가기로 하고 나서는데 보기보다
똥고집인 초이의 태도에 혀를
내두르는 석환이다.
“ 여인이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 하지 않나.
부모, 형제의 죽음 앞에서 멀쩡하면
그게 더 이상하지. "
“ 그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만 있기엔
너무 많이 온 듯합니다. "
그나마 중심을 잡고 냉정 하려던
제천도 마음이 흔들리는 지 낙담한
표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 자자~ 그만 죽상들 해.
홍루에서 기울이진 못해도 우리
춘부장께서 혼자 드시려 몰래
숨겨 둔 것을 먹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왔잖은가. 우선은 천천히
생각을 해보자고. 이런다고 해결
될 문제가 아니니. "
그렇게 난 녀석들을 달래어 석환의
집으로 향했다.
“ 어이쿠~ 오늘 왠일로 이 시각에
합~! "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지께서
석환을 보더니 웃으며 농담을 던지다
뒤에 우리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얼른 자세를 고친다.
‘ 하... 어른한테 하대하는 거
힘드네. '
“ 내 오늘 귀한 것을 대접하려
벗들을 집으로 불러 들였지. "
“ 대감마님 아시면 어쩌시려고. ”
“ 에이~ 자네는 우리를 보지
못하지 않았나. "
눈 감아 달라 부탁하는 모양인데.
하루 이틀 해 본 솜씨가 아닌 듯
행랑아범인 듯 한 이가 말은
그러해도 표정은 익살지다.
“ 네네, 나이가 많은 저는 일찍
잠이 들어 도련님 들어오는 소리도
듣지 못했습니다요. "
그렇게 행랑아범의 안내로 우리는
석환이의 방에 들었다.
“ 아주그냥 죽이 맞는구나.
그 주변 사람들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했는데 큭큭 "
“ 하루 이틀 보는 사이가 아니니
당연하지. "
“ 야~ 넌 좋겠다. 할아버..아니
행랑아범이 말을 맞춰주니 “
“ 오랜 노고에서 우러나는 것이지.
에헴~ "
석환의 방을 구경하며 잠시 머무니
간단한 주안상이 들었다.
“ 그래. 그들이 손에 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되는가? "
“ 글쎄. ”
유리한 패라는 건 알겠으나
정확한 걸 알 수 없으니
찔러 볼 수가 없다. 초이의
그들은 우리와 마주하지 않으려
하니 캐물을 수도 없고 혹여
초이에게 불똥이 튈 수 있어
그것만이라도 피해보려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 흠...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세상에 드러나면 안 되는 건
한 두 사람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00현감이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일 테지요. "
“ 그래. 단순히 비리 장부 정도면
꼬리 자르기에 그치겠지. "
“ 뭐, 자기가 제일 먼저 내쳐질 수
있으니 말 못하는 것일 수도. "
“ 어찌되었든 움직일 거야. 살려면
지푸라기도 잡아야 할 테니까.
그런데 어디로 움직일 지가인데.
신성군의 호위에게 뒤를 캐보라고
할까? "
“ 앞서도 말하였지만 신성군이
연루되어서는 안 됩니다. 차라리
사람을 사는 것이 안전합니다. "
“ 그런 자들은 입이 가볍단 말이지.
살려고 발버둥치는 것도 금방이고.
우리가 위험해질 수도 있어. "
“ 그렇다 하여도 신성군을 끌어
들이는 것은 생각을 좀 해 보세.
안 그래도 그들과 연락을 취해
보려 하는 것이 길어질수록
오히려 우리가 뒤를 밟힐 수도
있으니. "
“ 흠... 그렇다면 마침 휴학
시기이기도 하니 탐정놀이라도
한 번 해 볼까. "
“ 하... 장의... ”
골치 아픈 사형을 둔 죄로 제천은
한숨이 날로 는다. 의협심도 이
정도면 병이라고 말리지만 내가
그렇다고 말 들을 인간도 아니니
석환은 적당히 하라며 우선은
봐준다.
“ 여기가 그 양반 집이란 말이지? ”
불은 안에서 나다 말았는지 대문은
멀쩡하다. 며칠을 두고 가 보라는
제천의 당부가 있긴 했지만
뱀의 혀를 가진 자라면 어떻게든
빠져나가려고 요동을 칠 것이라
놓칠 수도 있어 성미 급한 난
더럽게도 말 안 듣는 선배가
되기로 했다.
“ 이리오너라~ ”
우선 목소리를 가다듬어 호흡을
크게 내지르니 문틈으로 얼굴만 겨우
내미는 모양새가 어찌 주인을 닮은
듯 못돼먹어 보였다.
“ 뉘시오? ”
“ 아니, 어디서 배워먹은 말버릇이냐?
너희 주인은 종놈들을 이리 가르쳤더냐? "
“ 저의 나리마님은 미리 언질이
없으면 객을 들이지 않는 지라
여쭙는 것입니다만... "
“ 허허, 지금 나리께서 흉물스러운 걸
들였다가 화를 당하였다는 소리가
새어나와서 말이다. "
“ 에이~ 재수 없게~ 꺼져~! ”
아랫사람들에게까지 입단속이라
이거 확실히 큰 거다. 그렇다면
여기서 물러날 수는 없지.
“ 내 다 알고 왔으니 걱정 말라
이르거라. "
그렇게 매달리듯 문을 잡아내니
억지로 나를 떼어내어 밀고서는
문을 닫는다. 하인이 눈치 빠르고
똑똑하면 주인에게 말을 전할 테고
그렇지 않다면 다른 방법으로 도전
해 보는 수밖에.
“ 들어오슈. ”
똥줄이 어지간히 타는 모양새다.
그렇게 하인의 뒤를 따라 들어서니
누군가가 내 멱살을 잡고 냅다
끌더니 골방 같은 데로 던져 버린다.
“ 아이고~ ”
갑작스러운 봉변에 나는 배웠던
낙법도 잊은 채 내동댕이쳐져
고꾸라졌다. 뭔가 잘못됐나싶어
겨우 고개를 드니 해를 등지고
나를 내려다보는 누군가가 있었다.
“ 아이고~ 도와주려 한 이를 이리
괄시를 하네~~ "
“ 문을 닫거라. ”
낮은 음성이 명령하니 몇몇 하인들이
나선 뒤 문을 닫았다. 아직 해가
남아있는 시간이라 어둡지는 않았
지만 갇혔다는 생각에 조금은
겁이 났다.
“ 뭐하는 놈이기에 그런 이상한
말을 지껄이는 것이냐? "
“ 정보를 가지고 먹고 사는 이다
보니 어찌어찌 흘러 듣게 되어
돈이 될 듯 해 걸음하였습니다만
현감나리라고 하기에는 꽤
젊으십니다요. 헤헤 "
겁이 들긴 했지만 상대가 다행히
무작정 복날 돼지 잡듯 하지는
않을 듯 해 우선은 말을 꺼내어
의중을 살펴보기로 했다.
“ 훗, 정보상이라 처음 보는 얼굴인데. ”
문을 닫고서야 마주하니 목소리만큼
얼굴이 어리다. 아무래도 그 욕심
많은 현감은 아닌 듯 하고
오른팔 정도 되려나.
“ 어줍잖은 것들만 보아왔으니
그러할 테지요. 집은 개들이
지키는 법이니까. 00가 쩐을
받았으면서 뒷돈을 또 한 몫
챙기려는 걸 붙잡다 들어서
말입니다. "
꿈틀----
아는 이름인 듯 미간이 찌풀해
진다.
‘ 오오~ 물어라 얼른~ ’
어차피 처음 보는 얼굴일 테니
모험을 해 보기로 하고 사람을
사 주변을 살피니 정보상들과
거래를 트는 듯 해 신성군에게
부탁하여 정보상들 중 굵직한
이들에 대해 미리 알아놓았다.
그들 중 누구를 들먹여 떠볼
요량이었기에 그래서 반응을
기다렸다.
“ 나를 따라 오거라. ”
‘ 앗싸~! ’
다행히 성격 급한 주인이랑
판박이인 듯 똥줄 타는 모양새가
비슷하다. 조심성 있는 사람이라면
나에 대해 더 알아보려 했을 텐데
확실히 시급하긴 시급하나보다.
“ 그래. 네 놈이 큰 걸 물고 있다고. ”
수하는 몰라도 양반이라 내가
누구인지 알아볼까 수염까지 그려
가며 분장을 했는데 다행히 이런
양아치랑은 유정이 아버지가
왕래를 하지 않았는지 전혀
몰라보는 눈치다.
“ 뭐 제게는 한낱 정보일 뿐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귀하디 귀한 소식이
아닐런지요. "
“ 내 듣고 좋은 것이라면 후하게
쳐 줄 테니. 소상히 읊어 보거라. "
근엄한 척 하는 모양새가 재수
없다. 욕심보가 아주그냥 뒤룩뒤룩
찐 살에 칭칭 감겨있는 지
구역질이 날 것 같은 걸 겨우
참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 아~ 이거 참. 맨입으로 꺼내려니
영 개운치가 않군요. 훤한 대낮이라
낮술하기 그럴려나... "
이에 눈치 빠른 오른팔이 밖을 향해
소리하니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는
아니지만 요란하게도 차려온다.
“ 햐~ 이거 탁주 한잔이면 될 것을
이리 귀한 걸 다 내주시다니 많이
급하신 모양입니다. "
“ 이 놈~ ”
“ 되었다. 목을 축였으면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지. "
“ 여부가 있겠습니까. 대접도
받았겠다 풀어야지요. "
난 깔깔한 목에 고혈이 가득한
술을 한 모금 들이 킨 뒤 현감이
듣고 싶을 만한 이야기를 천천히
털어놓기 시작했다.
“ 뭐라?? ”
생각보다 반응이 뜨겁다. 암만
급하다 해도 이러는 걸 보면
분명 많은 이가 연루된 것에
대한 게 확실해졌다. 나도
모르게 주먹이 쥐어지는 걸 겨우
풀어낸뒤 얼굴에 가득 비즈니스
미소를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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