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본 웹소설은 픽션이며 인물, 지명, 종교, 사건 등은 실제 역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꼬----끼오~!
“ 묘시구나. ”
기침을 하여 밖으로 내가 깨었음을 알리니
일다경 뒤 초리가 따뜻하게 데운 세숫물을 들고
조심조심 들어와 상 위에 얌전히 내려놓고는
같이 가지고 온 보드라운 면보를 내게 올리기에
자연스레 난 그것을 받아 옆에 두고 대충 손과
얼굴을 적신 뒤 면보로 톡톡 닦은 후 조반을 홀로
조용히 들 것을 이르니 준비하겠노라 말하며
나갔다. 그렇게 아침이 시작되고 조반이 오기
전까지 책을 벗 삼아...
“ 벗을 삼기는 개뿔~ 지겨워~ 지겨워 아오~~!!! ”
말 한마디 잘못 뱉었다가 이 무슨 꼴인지 모르겠다.
그저 좋아하는 술 좀 먹고 주정을 부렸기로서니 그걸
그대로 들어주는 신이 어딨냔 말인가. 이럴 줄 진즉에
알았다면 정신 바짝 차려 내 입을 후려쳐서라도
막았을 텐데. 후회하고 또 후회 해봐도 바뀌는 건
단 하나도 없다. 골백번을 자고 일어나도 똑같은
장소와 같은 사람들이 나를 마주할 테니 이젠
정말로 적응이라는 걸 해야 할 때인가 보다.
“ 가슴이 허전하고 아랫도리가 묵직한 것이
씁쓸하지만 그래도 대신에 희고 고운 손과 곱상한
얼굴을 얻었으니 이것도 나름대로 즐길 만 하려나.
거기다 나이도 8살이나 깍아 먹었으니 “
김유정
올해로 내 나이 26살이 아니고 18살 아직도 헷갈린다.
벌써 치매냐고 하겠지만 성별까지 갈아치운 마당에
좀 헷갈리는 것 정도는 문제도 아니다.
잘못을 했다면 응당 벌이려니 하고 지금의 상황을 이해
하겠지만 난 분명히 누군가를 도왔고 답례로 기가 막힌
술까지 얻었는데 이거 참 신이 아무래도 뭔가 실수를
하신 듯하다.
“ 아니 이왕 실수할 거면 폼 나게 활 쏘고 말타기
하는 무관으로 태어나게 해주지 이건 뭐 듬직한 맛도
없고 여리 여리해서는
하아~ 아무래도 내 스타일 아냐. 지금이라도 수정
안 되나요? “
난 어딘가에는 듣고 있을 것 같은 아무개신에게
외치듯 투정을 부린 뒤 지루하고도 고루한 이 쳇바퀴
같은 하루를 시작했다.
최소한 재미있는 일이라도 있다면 어찌어찌 버텨
보겠는데
이 김유정이라는 이름만 같은 남자가
너무나도 고매한데다
품행은 칼 같이 반듯하고 단정한 인간이었던지
조금만 삐끗해도 사방에서 보는 눈들이 남다르다.
그러나 난 18살이 아닌 알 거 다 아는 26살
김유정이란 말이지.
“ 그래~ 나 26살 김유정이지? 18살 김유정은
껍데기 뿐 인 데 내가 왜 사서 고생?
그리고 무엇보다 기억이 없어.
보통 빙의하면 몸이 기억하잖아.
갑자기 팍~ 전기 오듯 우수수 떨어지는 데
이건 뭐 몸이 기억을 못하네.
이건 마치... 백지?
오호~?!!
그럼 내 맘대로 살아도 된다는 거네?
어차피 내가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마당에 내가 왜 남의 행세를 해?
그래그래~ 이왕 적응하는 거 아주그냥 내
맘대로 놀아보자~!!! “
원래 몸의 주인이 기절초풍할 지도 모르지만
나 26살 능구렁이 김유정은 지금부터 이 녀석을
각성시키기로 작정했다. 순진한 총각을 날라리로
바꾸는 건 누워서 떡먹기보다도 쉬운 일이니까.
- 작가의말
고민의 끝에 놓은 것이라 많이 겁이 나지만
언제나 갇혀있는 세상이 마냥 모든 것이라 여기지
않기 위해선 나와야 하기에 글의 평가를 기다립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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