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화 말해주지 않은 무언가로 인해 생각이 깊어지다.
본 웹소설은 픽션이며 인물, 지명, 종교, 사건 등은 실제 역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기생 아이 하나 잡자고
그런 일을 벌인다라... 』
강론을 끝내고 동재로 돌아와
대자로 뻗으려니 구석에 쪼그려
앉아있던 월아가 손을 들어
반겼다.
“ 나도 그게 좀 찝찝해서
일을 마무리하였음에 자꾸
걸려. 네 말대로 초이는 그냥
홍루가 사람일 뿐인데.
나와 신성군에게 얽혀
잠시 유명세를 타긴
하였어도 아직 머리도
제대로 올리지 않은 이를
이리도 못 잡아먹어
안달인지. 그 오라버니란
사람도 미덥지 않아 그냥
관아로 넘겨버릴 걸 잘못
한 것 같아. "
『 그 자는 그 아이에게
넘기길 잘하였다. 잘못
하다간 그 아이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까지
큰일 날 뻔 했으니. 』
“ 다른... 이들..이라니??
뭐가 더 있는 거야? "
『 위험할 수 있다고
하였어. 』
“ 힘이 없으면 없던 죄도
생기는 것이 이 조선이라는
곳이야. 아무리 한이 쌓여
있어도 그렇지. 지금은
계란에 바위 치기인데
미치지 않고서야...
혹시 더 들은 것이나
본 것은 없어? "
『 거기까지다. 산 자의
일에는 더 이상 관여하지
말라 하여 더는 캐묻지
못했으나 200년 이상 이승을
떠돌다 보니 알게 모르게
느껴지는 것이 있어서
말이지. 아무튼 이번 일로
위험을 감수 할 수도 있을
듯 하니 그 아이를 잘
살펴보도록 해. 』
“ 안 그래도 머리 복잡
한데 초이까지 하... "
『 복잡해질 일이 또
있는 것이야? 』
“ 마음에 없다고 못을
박아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지 아주 그냥 들러
붙는다 붙어. "
『 무슨 말이냐? 』
“ 그 장소로 나갔을 때
네가 조심하라던 그자의
위협을 받아 위험할 뻔
하였는데 장가가 나를
오해하고 꼰지르는 통에
서림에 들른 옹주가 나를
쫓아왔더군. 뭐 그 덕에
일은 쉽게 풀리긴 했지만
그게 발목을 잡았으니 하... "
『 그도 어지간하구나.
마음에도 없는 사내에게 』
“ 내말이~ 대 놓고 말하기엔
도와준 것 때문에 못하고
되도록 기분 상하지 않게
돌려 말했는데도 자기
할 말만 하고 사라졌어.
아~ 진짜~ "
『 한편으로는 귀엽기도
하네. 얻지도 못하는 사내의
마음을 어떻게든 흔들어 보려
애쓰는 모습이. 』
“ 귀엽기는 무슨 어휴~
아~ 것보다 신성군한테
따질 게 있네. 이 인간~
나한테 말도 없이 미끼로
삼아~!! "
* 홍루
“ 허허~ 미안하게 되었어.
이만 화를 풀게나. "
열이 바짝 오른 나를 달래는
신성군과 어차피 잘 풀린
마당에 그냥 넘어가자며
석환이 내 잔에 넘치도록
붓는다.
“ 마마께서 솔직히 너무한
것은 맞으시지요. 저희에게
조금의 언질이라도 주었으면
좋았지 않습니까. "
‘ 역시~! 제천. 너 밖에
없다. '
“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그리고 무엇보다 적을 속이기
위해선 내편을 먼저 속이
란 말이 있지 않나.
그리고 불의 앞에선 앞뒤
재지 않고 나서는
자네 성격상 그르치는
재주로 일이 잘못될 수도
있으니 모르는 편이
나았어. "
“ 큭큭, 역시 똑똑한
벗이로세. "
“ 하~ 이거 오랜 지기에게
한방 먹게 될 줄은 몰랐군.
제가 성격이 조금 급하긴
하나 생각은 여기 있는
이들 중 제일 많이 하는
편이라 그럴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 알았네 알았어. 자네의
서운한 마음이야 내가 왜
몰라. 다 누이같은 초이를
위한 마음인 것을. 그러니
그만 풀고 달디 달아
잔까지 녹여버릴 이 술
한잔 쭈욱 들이키게~ "
그렇게 토라진 마음을 풀며
한잔, 두 잔이 들어가면서
월아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조심스레 꺼냈다.
“ 초이에게는 왈패들에게
노름빚을 졌다고만 하더니 "
노름빚을 목숨으로 가져가는 건
불법이다. 때에 따라 위협을
할 순 있겠지만 그 날
그 순간은 따라나서지 않으면
당장 죽인다고 해도 이상
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심각하게 얘기를 하는데
자꾸만 말을 돌리는 신성군.
‘ 뭔가 있긴 한데. ’
분명 뒷배를 알아내기 위함
이라 호위에게 들었는데
고작 왈패들 대장을 잡으려
나를 미끼로 쓴다라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
“ 마마,
저를 믿지 못하십니까? ”
“ 무슨 말인가? ”
“ 제가 이래뵈도 눈치
하나는 제대로입니다.
고작 왈패들의 두목을 잡을
심사로 저와 초이를 미끼로
썼다고 생각 하기에는
무언가 찜찜해서 말입니다. "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뜯으니
잠시 망설이는 신성군이다.
만나면서 이렇게 진지한
모습은 처음이라 제천과
석환 역시 궁금해져 넘기던
술도 마다하고 대답을
기다렸다.
“ 미안하네. ”
“ 푸~하아~~ ”
나를 포함한 셋은 동시에
참았던 숨을 뱉어냈다.
“ 무엇이 말입니까? ”
“ 더 이상은 말을 할 수
없으니 내게 말미라도 좀
주게나. "
당장 답을 들을 생각은
없었다. 그저 신성군이 나를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궁금했다. 그저 겉만 도는
친구라면 이쯤에서 선을 그을
생각이었다. 초이 역시 이젠
내 목에 칼이 들어온 순간부터
고민해야 했으니.
“ 그리하시지요. 제가 급한
성격이긴 하나 마마를 조를
만큼 어리지는 않으니. "
말하진 않았으나 몇 번이고
입을 달싹이려 했던 시도는
우리를 믿어보고 싶은 마음이
은연중에 행동으로 드러낸
것이니 내가 먼저 믿어보기로
했다. 이 문제는 신성군
단독으로 우리에게 할 말이
아닐 수도 있으니.
“ 그렇지요. 재촉한다는 것이
오히려 마마를 의심하는 꼴이
될 수도 있으니 제천, 유정
이쯤 하지. 밤이 길다 해도
결국은 새벽닭이 우는 법이니
남은 술 얼른 비우세. "
어색한 공기를 석환이 마저
흩트리며 우리는 다른 이야기로
화제를 돌려 나머지 시간을
달달하게 보낸 뒤 각자의
공간으로 돌아왔다.
“ 어찌 마마께 도움을
청하지 않았어? "
동재로 돌아오는 길에 석환이
내게 물었다.
“ 뭘? ”
“ 옹주마마께 겁박을 받았지
않나. "
“ 예? 무슨 말입니까? ”
옹주의 겁박이란 말에 놀란
제천의 눈이 토끼눈이 되어
나를 돌아보았다.
“ 그게 서림의 장가가
나를 곡해해 옹주께 장소를
알려드렸던 모양이야.
시각에 나를 쫓았다가
신분을 세워 도와주셔 위기를
모면하긴 하였는데 그걸
빌미로 내게 짐을 지우셨어. "
“ 아니, 그 상황에 마마께서
나온 것도 이상한데 장의를
무엇으로 꼼짝 못하게 한
것입니까? "
“ 하아... ”
“ 한숨만 짓지 말고 눈 딱
감고 신성군께 부탁을 드렸으면
좀 좋았어. "
“ 내 알아서 할 테니. 괜한
걱정 마. "
“ 아니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이야~ "
답답한 제천은 성균관 내로
돌아가는 내내 몰라서 쨍알
거렸고 석환은 아는 만큼
똑같이 쨍알거리며 나를
괴롭혔다.
‘ 좀 살자 이 놈들아~!! ’
* 홍루의 시비들의 처소.
“ 어..어머니 흐흑... ”
“ 세상을 너...무 원...망
말...고 너를... 너..를 위해...
살거라.. "
“ 어머니~!! ”
허----억-----
꿈자리가 사납다.
한 동안 뵙지 못했던
어머니의 모습이 마지막의
그 때임에 눈물이 올라
다시 잠들지 못하고 소리
죽여 어깨를 들썩였다.
“ 벌써부터 연등을 달아두었군.
조만간 장안의 밤이 환한
대낮처럼 빛나겠어. "
서림으로 가는 길가에 등이
하나둘 집 앞과 거리에
보인다. 중추절이 다가왔다
더니 벌써부터 들뜬 분위기가
거리를 메웠다. 이에 석환이
신이 나 중얼거렸다.
‘ 추석이구나. 우리 때야
집에 가도 별 거 없고 다들
해외로 빠져나가곤 하지만
여기는 제대로 즐기네. 참... '
“ 이번엔 전하께서도 친히
내려와 자리하신다하니
백성들이 앞 다투어 더 빨리
등을 단 모양이야.
걸음 하시는 곳마다 환히
두어야 편히 가실 거라나. "
이번 추석 때는 전례 없이
중종이 거리 행차를 한다고
했다. 가까이서 백성의
소리를 듣는다는 취지이긴
해도
“ 보여주기 식은 어딜 가나
똑같네. ”
물론 좋은 마음일 수도
있지만 매번 정계가
바뀔 때마다 보여주기 식
베품에 속이 꼴려서
좋게 보이지 않았다.
“ 어허~
큰일 날 소리. 다른 이도
아니고 장의께서 할 말은
아니지요. "
“ 쯧쯧, 석환 자네도 알 거
아니야. 뭘 새삼 모른 척
하는 거야. "
“ 우리야 어리석어 그럴 수도
있다하지만 자네는 입장이
다르지 않나. 괜한 소리로
안 그래도 밉보인 거 뭘 더
밉보일 셈이야. "
“ 그냥 밉보일 일만 있으면
열심히 밉상 짓 좀 하려고.
그래야 옹주마마와도
엮이지 않을 것이 아니야. "
“ 쫌~~! ”
제천은 피곤해지는 기색인지
우리들에게 더 해 줄 잔소리도
없다며 한마디로 짜증을 내어
말린 뒤 서림으로 밀었다.
“ 아니 이게 누구신가요.
도성 내 소문이 자자한
난봉꾼이 아니십니까요? "
아직도 장가는 내게 오해를
풀지 못했는지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게 떨떠름한 데
“ 풉...큭큭.. 장가~ 아무리
우리가 편하기로서니 어디
양반을 두고 그런 농을
하는가. "
아까까지 내게 불만이었던
석환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장가를 나무라는 척 하며
웃고는 먼저 비밀 서고로
들어 갔고 제천은 웃음을
참지 못하겠다는 듯 서둘러
따라 들어갔다.
“ 내 누차 말하지만 자네가
생각하는 그런 것이 아닐세. "
“ 네네 어련하시려구요. ”
“ 장가~!
초이는 그저 내가 아끼는
누이나 마찬가지인 것을.
야밤에 밀회라니 그런 추문은
당치도 않네. 자네의 그
오지랖 때문에 내가 지금
얼마나 곤란한지 알기나
해? "
“ 알겠습니다요. 소인이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요. "
“ 하... 어찌되었든 나는 결백
하네. 그러니 제발 좀 그
입 고만 놀리고 제대로 전달
하게 제발~ "
그렇게 장가의 입단속을
재차 시킨 뒤 씩씩거리며
서고로 향했다.
“ 아가씨 들으셨지요?
괜한 소문이라 소인이 그리
입이 닳도록 말씀 드렸지
않습니까. "
“ 알아. ”
얼마 전 다온에게서 유정이
드다 드는 서림에 옹주가
다녀갔다는 말을 들은 바
괜시리 기분이 나빠진 소아는
일부러 서림에 모습을 보였다.
우연을 가장하고서라도
유정을 만나 재차 확인
하고 싶은 평범한 그녀는
알면서도 불안함을 지울 수
없었다.
“ 자~ 이제 가시지요. ”
“ ... ”
“ 혼담을 사이라고 하여도
백중대낮에 사람 많은
곳에서 흉한 일입니다.
분명한 대답을 들으셨으니
이만 돌아가요 아가씨. "
그렇게 몸종의 재촉으로 어쩔 수
없이 돌아서는 소아는 못내
아쉬움에 서고 쪽으로 보고 또
바라보며 발길을 돌렸다.
“ 장가가 옹주마마를 소아
낭자로 착각하는 바람에
생긴 일이라 다시금 입단속을
했으니 옹주마마께서 내가
걸음 하는 곳을 이젠 알 리
없어. "
“ 아쉽군요. 좋은 그늘이었는데
말입니다. “
“ 쯧, 제천 그 그늘이 좋긴
하나 조건이 걸리지 않았나
차라리 조금은 찢어진 장옷
이어도 신성군마마의 그늘에서
피하고 보자고. "
“ 어차피 그 난리를 본
나인 아이가 겁을 잔뜩
집어 먹었으니 나간다고
떼를 쓰면 곧장 고해 바칠
테니 신경 끄고 지금은 초이
일에 생각을 해보자고. "
“ 순수하게 도와주려다
험한 꼴을 당하였는데
아직도 그 아이를 신경
쓰십니까? 양반이나 천민이나
목숨은 매 하나인 것을 괜한
오지랖은 접어두시지요. "
제천은 내가 나서는 게
탐탁치 않은 듯하다.
물론 나 역시 죽는 건 무섭다.
그래서 초이가 무슨 일을
벌일지 알고 도우려는 게
아니라 막으려는 것이다.
최소한 초이를 살리고 보자는
것이다.
“ 산 자도 오래 살다 보면
선견지명이라는 것이 생기기
마련인데 월아라면 더하고도
남지. 그러나 아직 우리에게
마음을 열지도 않은 초이의
일을 어찌 알아 막는단
말이야? "
* 비천당 대숲
" 얼마나 급하면 날 강론을
핑계로 성균관으로 불러
들이나? "
갑작스러운 나의 호출로
성균관까지 불려 온
신성군은 짐짓 당황스러운
눈치다.
- 작가의말
겨울 일감에 신이 난 나머지
체력 안배를 잘못하여 이리
무심하게도 서재방문에 버선발로
나서지 못한 죄송합니다. ㅜㅜ
갑작스레 코로나까지 겹쳐
우왕좌왕 속이라 글을 채우는 것에
급급하여 내용이 실속있지
않음에 수정을 가미해서 눈 시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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