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화 모르고 보았던 세상과 알고 나서 본 세상은 색깔부터가 다르다.
본 웹소설은 픽션이며 인물, 지명, 종교, 사건 등은 실제 역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성필이 입은 막았지만 녀석들의 등쌀은
피할 수 없었다. 하나를 얻으면
“ 하나는 잃어야 하나. ”
“ 무엇을 말인가? ”
“ 어오~ 야아~! ”
하여간에 월아가 보면 10점 만점에
10점을 줄 귀신보법이다.
“ 네들이 얼마나 설칠지 거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고민했다. "
“ 큭큭, 무엇을 고민해. 솔직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걸. "
“ 제천이는 아니잖아. 내가 무슨 걸어
다니는 교과서도 아니고 졸졸 따라
다닐 텐데 아 개피곤해~ "
“ 제가 또 언제 장의를 피곤하게
했다고. ”
“ 아오~! 이거 봐 이거 둘이 무슨
작당이라도 한 듯. 제천아, 사람
감정은 한두 가지 색이 아니야 너랑
나의 생김새나 성격이 다르듯이 골
아프게 많아서 같을 수가 없다고. "
“ 참고 정도는 되겠지요. ”
끝까지 말이 씨도 먹히지 않는 것에
‘ 졌다. ’
도망치는 게 답이지만 밖으로도
현대로도 갈 수가 없다.
‘ 강제합숙의 폐해야.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아주그냥 곱빼기로 쌓이네 아오~!! '
잔소리부자 한의원 원장님이 보고 싶을 정도
탕제일이 꿀이었다는 걸 새삼 깨닫는
순간이다.
그 뒤로 이름 모를 속에 있는 감정이
멈추기는커녕 쉬라는 머리를 무시하고
가슴을 계속 울렁이게 해서 힘들어
죽겠는데 나도 모르는 이걸 알려고
기를 쓰는 놈이랑 확인하려 덤비는 놈
때문에 도기점수고 뭐고 푸주로 도망쳐
쭈그리고 앉아 허기를 달래고 있는데
“ 장의? 어찌해 여기서 이러고 있는가? ”
“ 호응하규? ”
우물거리던 걸 채 씹지도 못하고 떨어뜨린
나는 그간의 사정을 토로하며 울상을 짓자
“ 큭큭큭, 한창 호기심이 왕성할 때가
아닌가. 원래 내 이야기는 들키기 싫은데
남 이야기는 또 바락바락 들으려고 용을
쓰는 게 참 웃기지. "
“ 제 말이 그 말입니다. 궁금하면 직접
겪어보던지, 의심되면 물어보면 될 것을
저만 이리 달달 볶아대니 먹어도 먹는 게
아니고 피곤해 죽겠습니다. "
“ 그래도 자네를 생각하는 마음이 남달라
그런 것이야. "
“ 네에?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제천사제는
몰라도 석환사제는 아닐걸요? 어찌나
아끼는지 제가 흠이라도 내진 않았는지
매번 확인 하는 게 어우~ "
“ 쯧쯧,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겐가.
자네의 부족한 마음을 혹시나 정인에게
들켜보게. "
“ 부족하다기 보다 잘 모르겠다는... ”
“ 앞서 모른다 하였을 때는 진심 나
역시 걱정이었어. "
“ 왜요? ”
“ 아~ 그렇지 않겠어. 모르는 상황에서
상대방은 막 퍼주고 있는 걸 어찌 외면해.
마음이 고자가 아니고서야 하지만
한 쪽은 차곡차곡 마음이 쌓이는 데
한 쪽은 비어간다면 어떻게 될 것
같은가? "
“ 그야... 지치겠지요. ”
그렇게 답을 하고서야
“ 쯧쯧쯧, 주는 거에 서툴다고 받는 걸
당연하게 여기면 못 써. 사람 마음은
당연한 게 없으니. "
주막에서 할머니가 한 말씀이 떠올랐다.
“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주고 싶어도
아니 한꺼번에 몰아준다 하여도... "
“ 거절할걸세. ”
그렇다는 건 마지막 이든이에게 확답까진
아니었어도 그...
“ 아악~!!! ”
그래도 쪽팔린다.
“ 아이고 놀래라~!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난리야. "
“ 아... 죄송합니다. 그렇다면 턱걸이로
마음을 전하였다면 아니 그러니까
상대가 포기하기 전에 뒤 늦은 마음을
전하였다면 회생할 가능성이 있을까요? "
“ 상대의 반응이 어떠했는지가 중요하지. ”
소아는 확실했다. 하지만 이든이는
알 길이 없다. 마지막으로 확인한 건
당황스러움 뿐이었으니까 그런 것에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울적해하니.
“ 그래도 전하시게. 전하지 않고
평생을 후회하느니 전한 뒤 잠깐
아픈 것이 백배 나으니까. "
평생 후회하면 다시 올 봄을 놓치지만
한 번 아프고 나면 절대놓치지
않을 거라는 말.
“ 부딪혀보지요. 밀어내면 썰물처럼 들어가면
되는 것을. 여태 기다리게 한 것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니까~! "
“ 오~~ 우리 장의께서 이번에 제대로
느꼈나보군. ”
“ 다~ 홍학유 덕분입니다. 제가 언제 찐~
하게 올리겠습니다. "
“ 큭큭, 마음만 받겠네. 요즘 절주다 못해
금주일세 허허허 내자께서 육아가 힘드시어
종종 울화통이 치미는 듯 해. "
“ 아..네... 달래드리셔야 하죠. 사실려면. ”
차마 안쓰럽단 말은 못했다. 하게 되면
진짜 불쌍해 보일 것 같아서.
‘ 제가 서책을 죄다 사서 비상금이라도
모을 수 있도록 해 드릴께요. '
『 그래서 언제 갈 거야? 』
강론 내내 시비 걸어 주제를 이탈 하고
동재로 돌아오는 내내 마저 털리어
유정이 껍데기랑 내 영혼이 분리되는 줄
그런데 쉬려고 돌아 온 내 방에선
“ 하아... 여름휴학 전에 유정이가
돌아와서 갑자기 시험을 치게 할 순
없으니까. 암만 깔린 실력도 준비 없인
발휘 못하지. "
내 대답에 여태 보지 못한 풀죽은 모습이
그 날 나를 살벌하게 째려보던 월아가
맞는지 궁금했다.
“ 아~ 맞다. 너 그날 왜 그랬냐? ”
『 뭘? 』
“ 소아랑 데이트 하러 간 날 말이야. ”
음산한 침묵이다.
“ 야이~ 공포분위기 조성해봐야 아무런
소용없어. 이미 내성이 생겼으니. "
『 웃기시네. 바지에 지릴 뻔 해 놓고선. 』
“ 아 됐고 왜 그랬냐고. ”
『 귀신들만의 영역이 있다 했을 텐데.
겨우 버티는 자리에 양기가 가득 한
네놈들 때문에 숨 가빠지는 우리다. 』
“ 양기를 말려버리는 게 음기 아니고? ”
『 아. 니. 라. 고. 』
“ 잡아먹을 듯 노려봐 놓고선. ”
『 흥, 정인이라더니 그리 잘난 얼굴도
아니라 네가 아까웠을 뿐이다. 』
“ 우리 다온이도 아직 안한 시누이폼을
어이~ 그리고 암만 유정이 거죽이라 해도
속 알맹이는 26살 여자라고 한 게
누구더라~ 너 설마 이 거죽에 반했어? "
『 아니거든~ 그냥 샘이 나서. 그냥... 』
투명한 손이 내 어깨를 통과하다 멈칫하더니
이내 눈 녹듯이 화악 사라진다. 그제서야
“ 아... ”
나도 한때 쭈아가 연애한다고 나 잠시
내버려뒀을 때 서운해서 문자도 씹고
그랬는데 월아는 내심 소아에게
밀린 듯 해 많이 서운했나보다.
“ 내가 가기 전에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주고 갈게. "
뒤늦게 월아의 마음을 눈치 챈 나는
미안해 용돈을 챙겼다.
“ 장의~ 처소를 존경각으로 옮겼습니까? ”
내가 동재에서 보기 힘들다며 석환이와
제천이가 찾아오니
“ 저번에 서재장의한테 물 먹었잖아.
거기다 나보다 먼저 대과에 합격하여
관직대기중이고. 암만 먼저 나갔어도
높은 자리는 내가 먼저 차지해야지. "
“ 이제야 철이 드시나 봅니다? ”
“ 나 이미 철분 많이 섭취해서 과다거든? ”
“ 오구오구 그러신가~ ”
“ 야이~ 어디다 손을 대~ ”
턱을 긁는 석환의 손을 탁 쳐버린 뒤
공부에 집중했다. 적어도 유정이가
왔을 때 경기라도 일면 안 될 테니까.
“ 이든이한테 말해서 유정이 단속 좀
하라고 할 걸. 아~ 매번 중요한 순간에
잊어버리네. "
“ 전에부터 궁금하였는데 이든? 누구를
들먹이던데 그가 누구인가? "
“ 있어. ”
“ 있긴 누가... 어디서 또 사고를 치고
있는 건 아니지? "
“ 내가 종이호랑이도 못 지켰는데 무슨
그냥 오랜 벗이야. "
“ 내가 알기론 딱히... 자네 교우관계가... ”
“ 좁아서 너 밖에 없을 줄 아냐?
여기 제천이도 있고 연향이도 있어.
거기에 하나 더 있는 게 이상해? "
“ 아니. 우리가 모르는 벗이 있다하니
궁금해서 그러지. "
“ 잠시 잊었다 생각이 나서 드문드문
꺼낸 거야. "
그렇게 호기심 충만한 석환이를 밀어
버리고 집중하여 무난히 숭학시를 치렀다.
“ 끝났다~!!! ”
성적도 욕먹을 정도 아니고 성필이도
아무 말 없이 보내주어 난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여전히 호랑이 눈으로
내뿜는 잔소리는 입으로 나오는 말과
싱크가 맞지 않아 피곤하지만
“ 아~~~ 이 맛이지~! ”
집밥이 최고다.
“ 소아언니께서 요새 어찌나 말이
많아지셨는지 놀랐다니까요? "
“ 그래? ”
성균관엔 석환이가 있다면 집에는
다온이가 있다는 걸 깜빡했다.
그래도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그나마
내편이라 다행이다.
“ 참 사람 마음 간사하지요.
오라버니께서 모른 체 할 땐 소아언니가
안쓰러웠다가 막상 오라버니의 함자만
나와도 저리 좋아 보이니 괜히 얄미워
보입니다. "
“ 어허~ 못난 시누이는 평생 고생 한다
했다. 그런 모습을 보면 누군가는 이내
도망 갈 테고. "
석환이를 에둘러 말하는 것에 눈치 빠른
다온이는
“ 제가 또 언제 그러했다고. 그보다
석환도련님도 나오셨을 텐데 어찌 함께
하시지 않고. "
“ 성균관 내에서 그리 찰떡 같이 붙어
있었는데 나와서까지 누가 보면 소아가
아니라 석환이가 정인 인 줄 알겠다. "
“ 칫~ 그래도 석환도련님 덕분에 일도
잘 되었지 않습니까. "
“ 네가 보고 싶어 그런 것은 아니고? ”
“ 제...제가 무슨... ”
“ 그냥 말을 해 보지 그러느냐. ”
“ 아닙니다. ”
“ 그래? 그럼 되었고. 평생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다는 걸로 알겠다. "
암만 못나도 유정이의 동생은 내 동생이나
마찬가지이니 석환이가 같은 생각이라면
엮어주고 싶다.
‘ 석환이가 아니라면 어쩔 수 없지. ’
나도 유정이도 확실해졌는데 석환이만
미지근해서 마시기도 뱉기도 애매한 상황.
조만간 다시 물어봐야겠다.
봄바람도 걷히고 있으니.
“ 노을이 참 예쁘게 지던데 혼자 보기는
아쉽고 어찌 따라나서겠느냐? "
“ 석환오라버니께서도 함께 하신다면야. ”
“ 어찌 이리 솔직할 수 있는 지 정말로
신기하구나. "
“ 오라버니께서 충고해 주신 덕이지요. ”
“ 내가? ”
“ 그냥, 어색해질 것이 두려워 끝에서
맴돌다 다른 이에게 뺏기면 울화통이
터질 듯해서 말입니다. "
“ 세상에 사내가 얼마나 많은데. ”
“ 다른 이는 싫습니다~! ”
고집 한 번 제대로다. 유정이의 친구가
좀 더 많았다면 다온이의 선택 폭도
넓었을 테지만 안타깝게도
‘ 유정이 네 탓이 크다. 쯧쯧
원래 인연이라는 게 특별 한 케이스가
아니면 보통은 은근히 가까운 곳에 있더라
이 말이지. 그래 도전해보자 우리 다온이~! '
“ 어이~! ”
석환이가 다가오는 우리에게 손을 흔들었다.
“ 그럼 이제 가볼까나. ”
“ 빠르게 지던 꽃은 없지만 아직 우리를
기다리는 꽃이 남아있으려나. "
“ 소서(小暑)이니 수국이 볼 만하겠군. ”
야생이라 수국이 피었을 지는 모르겠고
이름 모를 들꽃이라도 피어 분위기라도
만들어 주면 좋겠다.
“ 예쁘다~ ”
오랜만에 시전에 나오니 여자애들의 눈이
빛난다.
“ 옷이 얇아질 테니 거기에 맞게 댕기도
가벼운 것이 나왔으려나. "
여자들은 시대를 막론하고 유행에
민감한 편. 벌써부터 이것 저것
구경하는 모습에 난 은근슬쩍 석환이의
옆구리를 찔렀다.
“ 왜? ”
“ 다온이는 분홍이나 붉은 색은
좋아하지 않아. ”
“ 그럼? ”
자연스럽게 걸렸다.
“ 직접 물어봐. ”
“ 하? ”
내 의중을 눈치 챈 석환은 모른 척
쓰윽 지나친다.
‘ 밥상을 차려줘도 못 먹냐 진짜~ ’
아니면 마음이 없는 것이려나. 내 일이
아닌데도 괜시리 초조해진다.
“ 도련님 이거 어떤가요? ”
“ 별로... ”
“ 그럼 이건요? ”
“ 흠... ”
나의 반응이 서운해진 소아가
장신구를 내려놓으니.
“ 그대의 고운 모습에 죄다 빛을 잃으니
어찌합니까. 후후 “
이에 소아의 얼굴이 또 살구꽃마냥
붉어진다.
-----탁
다온이의 기분이 장신구를 놓는 듯 크게
들리기에 난 눈치 없었나 싶어 얼른
“ 우리 다온이는 무엇이 마음에 드느냐? ”
“ 되었습니다. 포목점에 잠시 들러서
엊그제 청에서 귀한 비단이 들어왔다니
구경가보지요. "
뽀족한 말투에 소아도 눈치를 보는 듯 해
난 석환이의 옆으로 바짝 다가가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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