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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사과c님의 서재입니다.

날라리도령 유정Kim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철없는사과
작품등록일 :
2022.05.13 17:12
최근연재일 :
2023.04.11 21:00
연재수 :
9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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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12
추천수 :
169
글자수 :
501,621

작성
23.02.05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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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76화 아물지도 않은 상처를 또 다시 할퀼 속셈인가.

본 웹소설은 픽션이며 인물, 지명, 종교, 사건 등은 실제 역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DUMMY

“ 뭐? ”



월아에게 말을 듣고 나선 도저히

그대로 집에 갈 수 없어 급한 대로

석환에게 달려갔다. 얼굴을 기억하는

행랑아범은 내 안색을 살피자마자

눈치 빠르게 별채로 안내했고 곧

기별 없이 갑작스레 찾아 온

나의 방문에 의아해 하던 석환은

곧 어이없는 반응을 보였다.



“ 월아가 그리 말했다고? ”


“ 확실한 건 아니지만 의심을

사기엔 충분해. "


“ 하기야 고작 양반 몇 잡자고

그런 위험을 감수할 리 없지. "


“ 초이가 어찌될지 모를 일에 적들의

눈을 가리는 것을 자처한 것이나

위험한 것을 알면서도 들어선 것부터

그들은 작정한 것이야. 그 날 불씨는

꺼진 게 아니었어. 숨을 죽였다가

당겨지길 기다린 것이지. 이대로라면

초이가 진짜 위험해. "



데스노트인 살생부에는 분명 단경왕후를

폐위하기 위해 상소를 올렸던 이들이

반대하던 그들을 단죄하기 위해 조작된

죄목들과 가문, 이름 등이 자세히 적혀

있을 것이다. 그런 것들의 잘못을 바로

잡으려면, 아니 최소한 재조사라도

할 수 있으려면


“ 그들은 신씨의 복위(復位)를 원하겠군. ”



그랬다. 그들이 단경왕후의 폐위를

반대한 것은 연산군을 옹호하고 중종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저 역모에

억울하게 휘말린 신씨를 불쌍히 여긴

것에 불과하기에 더더욱 신씨의 복위가

선행되어야 한다.



“ 그래야 단경왕후 폐위를 반대한 것이

금상이 왕위에 오르자마자 조강지처를

버린 비정한 지아비로 역사에 쓰여 지지

않길 바라는 충심에서 비롯된 것일 뿐

역모와는 무관함을 주장할 수 있을

테니까. "



후대에 남은 기록에도 중종은 원하지

않았으나 당시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런 것을 감안

한다면 모험을 해 볼만 했을 것이다.

양심의 가책이 조금이라도 남았으면

그들이 목숨 걸고 구명해 달라 말하는

목소리에 귀 기울일지도.



“ 허나, 시간이 많이 흘렀어. 그동안

전하의 어심이 어떻게 변하였을지

알 수 없고. "


“ 다온이가 그랬어. 초이가 바락

바락 소리 지를 때 바로 저지하지

않았다고 한참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했으니 기대해 볼 수

있을 거야. 어쩌면 그들은 초이를

이용해 금상의 반응을 살핀 것이

아닐까. "



초이를 왕실 능멸죄로 다스리지 않고

어리석은 백성의 악다구니 정도로만

여기고 넘어갔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멀쩡하게 살아나오기가

쉽지 않았을 테니. 어쩜 중종도

부인을 자신의 의지와 달리 모질게

내친 것에 대해 남모를 죄책감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런 복잡한 거에 난 하나도

관심 없다. 그저 불쌍한 초이가

이런 위험한 싸움에 휘말리지 않기를

그저 무사하기만 바랄 뿐이다.

아이의 얼굴에 멍자국이 있는 것만

봐도 속상한데. 지금까지 아물지

못한 가슴 속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짓이나 다를 바 없는 지금의 상황을

모르면 모를까 알게 된 이상 그런

일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았다.



“ 석환아. ”


“ 그래. ”


“ 그 명부가 없어지거나 다시

현감에게 돌아오기를 바라면 나

나쁜 놈일까? "


“ 유정. ”


“ 나는 초이만 생각하고 싶다.

어차피 당장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

자칫 더 심하게 매장될 수도

있는 것에 굳이 초이까지 말려들

필요가 있나 싶어서. 좀 이기적이긴

하나 명부의 내용을 초이가 알지

못한다면 그냥 임금을 원망하는

정도에서 그친 체 살 수 있지

않을까. "


“ 하지만 이미 그들의 손에 들어갔고

자의든 타의든 초이가 알게 되는 걸

우리가 막을 수는 없어. 근원이 해결

되면 좋은 일이나,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가정한다 해도 최소한

백성들 사이에서 소문으로 퍼지게

될 테니. "



어찌되든 초이가 다치는 건 막을 수

없단 석환의 말에 마음이 무거워져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못한 채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혼자서

끙끙 앓다 신성군에게 기별을 넣었다.



“ 왠일로 혼자인가? ”


“ 제 소식통에게서 안 좋은 이야기를

전해들은 후 도저히 밤잠을 들 수

없어서 말입니다. "


“ 무슨 일이기에 그러나. ”


“ 아무래도 초이가 불을 붙였던 일이

폐위된 신씨를 복위하려는 것인 듯

합니다. "


“ ...~!?! ”



내 말에 놀란 듯한 표정으로 잠시

말을 잃었다가 곧 마음을 가다듬은 뒤

느리게 말을 시작했다.



“ 당시 폐위를 반대한 것이 역모과도

무관한 것임을 증명하려면 신씨 역시

관련이 없다는 것도 증명해야 하기에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인데... "


‘ 그래도 뒤늦게 복위(復位) 되었으니

분명 증거가 있을 테지. 난 그걸

없애버리려는 거고. '



물론 한참 뒤의 일이라 굳이 나서서

없앨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들이

살고자 한다면 분명 좀 더 빠르게

나타나게 될 것이니.



“ 저는 초이만을 생각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러니 그들이 단념할 수

있도록 설득시켜 주십시오. "


“ 허... 자네는 마치 내가 그들과

연락을 취하면서도 거짓으로 자네를

속이기라도 하는 말투인데 서운하군.

나 역시 답답한 것은 자네, 아니

자네보다 더 한 사람이야. "


“ 압니다. 그저 지푸라기라도

잡고자 하는 마음이라 이리 억지를

쓰게 되네요. 어렵기도 하고 이미

지나간 일에 더 이상 인생낭비하지

말고 살아남으라고 전할 수만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심정이라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 했습니다.

그런 말이 왜 나왔겠습니까.

세상에 얼마나 억울한 이가 많은데

죽어서 명예 찾아봐야 뭣합니까.

부질없는 것인데. "


“ 뼛속부터 사대부라는 것이 그래.

가문의 명예를 되찾을 수만 있다면

죽음도 두렵지 않게 되지. 그것이

무엇이라고 결국 한 번 살다 가는

짧은 생인 것을. "


“ 하... 목숨이 먼저라는 걸 왜... ”


“ 자네가 걱정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 초이가 혹시 명부에 대해 알게

되어 잘못된 선택을 할까 그런 것이지

않나. "


“ 아직 어립니다. 가문의 죄를 벗고자

인생도 모자라 목숨까지 내건다는 건

아무리 양반가의 사람이라고 해도

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꽃봉오리가 피지도 못하고 질 수도

있는 현실이 저는 답답합니다. "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난 마지막

희망인 신성군을 찾았지만 이조차

원하는 답을 듣지 못해 낙담하며 쓴

술만 가득 채웠다.



[ 은혜 하였던 마음이 깊었음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흐린 눈으로도 나를 찾을 수 있으리라

어두워진 귀로도 작은 나의 발소리를

알아챌 수 있으리라 믿사옵니다.

부디 저를 잊지 말아주시옵소서. ]



두 번째 벽서가 나돌았다.

그리고 괴이한 일도 함께 겹쳐서는

양심에 털 난 인간들의 두려움에 불을

붙였다.



“ 흠... ”


“ 시간계서라 이제 대놓고 우리를 농락할

속셈인가 본데 이거야 원. "

(시간계서 : 익명으로 화살로 경고한 편지.)



간밤 갑작스레 날아든 경고장에

불안해진 이들이 박수빈의 집을 찾았다.



“ 거기다 또 다시 괴벽서가 나도니. ”



그렇게 웅성거리며 불안해하는 이들을

조용히 관찰하던 박수림은 천천히 입을

뗐다.



“ 우리가 잘못을 하였던가? ”


“ 그것이... ”


“ 그들의 궤변에 놀아나는 꼴이라니.

지금 자네들의 모습은 그들이 바라는

모양새임을 어찌 모르나. "


“ 하지만 현감에게 맡겼던 것도

사라지고 시간계서를 받았던 이들의

집도 하나씩 습격을 받았다 하니.

잘못이 있고 없고에 상관없이

불안함을 가질 수밖에요. "


“ 그들이 무엇을 들고 있든 중요하지가

않아. 오래 전에 잃어버린 어심을

쉽게 얻을 거란 어리석음이 스스로를

자멸(自滅)시킬 테니까. "



허나, 그들이 오래 설치도록 하는 건

두고만 볼 수 없다. 둑의 작은 구멍은

결국에 가느다란 물주기를 이기지

못하고 터져버리고 말 테니.



“ 나를 보자고 한 연유가 무엇인가? ”



박수림의 방문이 달갑지 않은 윤지임은

싫은 기색을 그대로 드러내었다.

이에 박수림은 발톱을 숨긴 채 사람

좋은 모습으로 받아쳤다.



“ 모자른 생각을 올바른 데

함께 쓴다면 좋은 결과를 얻지

않을까 하여 말입니다. "


“ 무슨 말인가? ”


“ 거짓을 마치 진실인 것마냥 꾸며

감히 금상을 위협하는 무리들이

엊그제 또 다시 벽서를 붙인 일을

알고 계실 것입니다. "


“ 허황된 이야기에 굳이 귀 기울일

필요가 있을까. "


“ 그렇기는 하나 거짓에 거짓이 붙어

마치 진실처럼 부풀려진다면 이는

자칫 주상전하의 어심을 어지럽힐 수

있지요. "


“ 주상전하는 그리 약하신 분이

아니니 걱정할 필요 없네. "


“ 그러실 거라 믿는 것입니까

아니면 그러기를 바라며 모른 척

하시는 것입니까? "


“ 그 무슨~! ”


“ 다른 일이었다면 주상전하께선

거리낌이 없을 테지요. 허나 폐비

신씨의 일은 예외입니다. 분명한 죄를

보시고도 쉬이 결정하지 못하였으니. "



더는 말을 하지 않았으나 윤지임의

마음을 흔들기 충분했다. 중전에게는

아직 대군이 없기 때문이다.

장경왕후가 죽고 지금의 원자를

살뜰히 챙기기는 하나, 후궁 내

입지를 다지려면 적통이 필요하다.

허나, 임금이 그들의 죄를 재조사

하는 과정에서 신씨 역시 잘못이

없음이 밝혀진다면 이는 곧,

복위에 무게가 실리고 자칫 자신의

딸이 폐위될 수도 있음을 염두 해야

한다.



“ 그래 자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


“ 아주 조금만 힘을 보태주시면

됩니다. "



결국 윤지임은 이번 일을 무사히

해결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박수림과 손을 잡기로 했다.



“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



초이의 일로 뽀족한 방도가 없어

고민하고 있던 차에 서재장의로부터

만나자는 서신을 받았다. 별로

보고 싶지 않은 인간이긴 하나 서신에

중요한 일이라 하니 안 갈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약속장소로 향했다.



“ 호곡권당(號哭捲堂)을 하고자 하네. "


“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


“ 지금 도성 내 흉흉한 소문이 나돌고

있어 그것에 대해 유생들이 나섰으면

해서 말이야. "


“ 소문이라니요? ”


“ 원주인이 궁으로 돌아올 것이다. ”


“ 그 말인 즉... ”


“ 폐비 신씨를 복위하고 지금의

중전마마를 폐위하겠다는 말이야.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문이 나돌고

있는데 어찌 유생들이 가만히 보고만

있어야 되겠나. "


“ 장의 말대로 소문일 뿐이라면 소문의

진상부터 파악하는 게 먼저이지

않겠습니까? "


“ 그것만이 아니야. 시간계서까지

잇달아 나와 공신들을 위협하니

안 될 일이지. 소문을 믿고 믿지

않고는 중요한 것이 아니나,

거짓이라 하여도 살이 붙어버리면

그때부턴 거짓이 아니게 되니

일이 더 커지기 전에 주상전하께

간언을 드려야 할 것이야. "


“ 허나 자칫 불길에 기름을 붓는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직

전하의 어심이 어떠한지 모르지

않습니까? "


“ 그들은 억지를 쓰고 있어. 자신들의

잘못을 구명하기 위해 폐비 신씨를

들먹이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되지. "



이미 마음을 굳힌 듯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듣지 않을 기세다.



‘ 아씨, 네 고집대로 할 거면 뭐 하러

나를 불렀어? 그냥 통보할 것이지.

웃기는 놈이네 진짜. '



안 그래도 보기 싫어서 빨리 이야기를

끝내고 싶은데 권당을 위한 일장

연설이 끝이 없어 심드렁하다 문득

이걸 기회 삼을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번뜩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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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90화 10걸음 같은 한 걸음이 마음의 길이를 닮았다. 23.03.28 32 0 11쪽
90 89화 봄이 끝나면 알 수 있을까. +2 23.03.25 34 1 11쪽
89 88화 돌아갈 방법은 봄바람에 적혀있다는데... 23.03.22 32 1 11쪽
88 87화 정해진 걸음을 다독이다. +2 23.03.15 32 1 11쪽
87 86화 이미 결과는 정해져 있었다. 23.03.11 28 1 12쪽
86 85화 젊은 치기는 늙은 구렁이에겐 먹이에 불과할 뿐이었다. +2 23.03.07 30 0 12쪽
85 84화 진짜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한다. 23.03.04 36 1 12쪽
84 83화 정상적인 간을 가진 보통 인간이 할 수 있는 것. 23.02.28 27 1 12쪽
83 82화 나는 놈이 아니라 죽어라 뛰는 놈일 줄이야. 23.02.25 25 0 11쪽
82 81화 등잔 밑의 그늘이 제일 안전할 줄 알았다. 23.02.21 33 0 12쪽
81 80화 조선판 첩보작전_작전명 인질을 구하라. 23.02.18 29 0 12쪽
80 79화 일이 생각보다 잘 풀릴 듯 하다. 23.02.15 30 0 12쪽
79 78화 엉망으로 풀린 실타래 23.02.12 31 0 11쪽
78 77화 임시처방과 고민되는 뒷배 23.02.07 31 0 12쪽
» 76화 아물지도 않은 상처를 또 다시 할퀼 속셈인가. 23.02.05 36 0 11쪽
76 75화 무책임한 노인네와 실낱같은 희망 23.02.02 33 0 11쪽
75 74화 사실을 혼자만 지고 가려니 무거워 죽겠다. 23.01.29 33 0 12쪽
74 73화_호랑이굴에 머리 들이밀기. 23.01.24 31 0 11쪽
73 72화 그늘은 걷혔는데 여전히 해는 보이지 않는다. 23.01.15 38 0 11쪽
72 71화 우연이라 하기엔 너무 절묘하다.(2023.01.28 수정)_작가의 말에서 확인 23.01.07 40 0 12쪽
71 70화_결코 입에 담아서는 안 되는 말. +2 23.01.02 50 1 11쪽
70 69화_막는다고 막아지는 게 아니었나 보다. 22.12.31 51 0 12쪽
69 68화 말해주지 않은 무언가로 인해 생각이 깊어지다. +2 22.12.14 51 0 12쪽
68 67화 다시 얽힌 오색토끼의 귀여운 집착 +2 22.12.04 49 2 11쪽
67 66화 네가 왜 거기서 나와? 22.11.28 5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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