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화_막는다고 막아지는 게 아니었나 보다.
본 웹소설은 픽션이며 인물, 지명, 종교, 사건 등은 실제 역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문화원으로 왕녀들이 양반가
규수들과 만남을 가졌다면
응당 왕자들 역시 자연스런
만남을 가질 수 있을 듯
하여 사성에게 사제들이
좀 더 왕실과 가까워 질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며
졸라 신성군을 성균관으로
불러 들일 수 있었다.
“ 복성군 마마를 배알하는
것이 좀 더 그럴 듯하나
엄연히 전하의 장자이신
신성군 마마를 무시하는
처사처럼 보여 사성영감께
떼를 썼습니다. "
“ 아니 그러니까 연유를... ”
“ 마마 여기는 보는 눈이
많으니 저와 인연이 깊은
그 곳으로 모시겠습니다. "
갑작스레 불려 온 신성군은
궁금해서 나를 재촉하였지만
서재인들이 신경 쓰여 재차
밀면서 비천당으로 향했다.
“ 저는 그저 초이가 많이
웃고 마음 편히 울 수 있는
행복한 시간에 살았으면
합니다. "
단순히 보면 기생이라는 굴레를
벗어났으면 하는 말로 들릴
수도 있을 테지만 이면엔
초이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아는 신성군이라면 초이를
설득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던져 보았다.
봉오리도 피우지 못하고
한에 삶을 저당 잡히듯
가시밭길을 걷는 초이를
한 번쯤은 신성군도 나처럼
안쓰러워 마음의 짐을 내려
놓으라 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
“ 나라고 그 아이가 험한
길을 가길 바라겠는가.
누구보다도 그 아이가 행복
하길 바라는 나인 걸.
허나 이미 가지고 있던
평안을 빼앗기고 편히 살아
가기란 쉽지가 않아.
그건 겪지 않고선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그저 가시밭길을 무사히
건너기를 바라는 수밖에. "
“ 매우 위태로워 보입니다.
일전에 그들이 옹주마마로 인해
한발 물러났으나 또 어떤 경로를
통해 초이를 위협할지 가늠할
수 없으니 애만 타는 것을요. "
“ 알았네. 우선은 초이가
모시는 이를 만나 초이를 설득
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말을
해 봄세. "
‘ 역시... ’
월아가 말했던 다른 이들에
대해 신성군도 알고 있다.
그러나 모르는 척 했다.
혹여 조금이라도 아는 척을
한다면 괜한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기에.
“ 아니~ 어찌 두 분만 따로
도망치듯 나가십니까~ "
놓칠세라 잰 걸음으로 빠르게
걸어왔는지 제천이가 숨을
헐떡이며 쫓아왔고 석환 역시
그런 제천에게
“ 쯧쯧, 이런 체력으로 어찌
검을 들겠다고. "
“ 엥? 제천이가? ”
비리비리한 몸으로 검을 들고
있는 상상을 하는 순간
“ 풉~ 푸하하~~ ”
“ 뭘 상상하신 것입니까? ”
도끼눈으로 날 노려보는 녀석이
한 없이 귀엽다.
“ 큭큭, 암만 국궁의 실력이
좋아도 자네의 저질 체력으론
무리야. 검은커녕 나무작대기도
겨우 들 판이구만. "
“ 장의~!! ”
그런 나의 장난스런 말에
잠시 무거웠던 공기는 곧
걷히고 다른 이가 없어
마음껏 웃는 신성군과
우리였다.
* 문소전 앞 뜨락
“ 마마~! ”
아까부터 뜨락을 왔다갔다
정신 사납게 하는 옹주를
못마땅하게 보던 홍상궁은
결국 입을 떼어 옹주를 붙들었다.
“ 서림에 내려 보냈던 이는
아직도 소식이 없는 것이야? "
분명 가락지를 밀어내지 않고
받아들었다면 일말의 희망을
걸어도 되겠거니 생각했지만
시각이 갈수록 감감무소식에
입이 마르는 옹주다.
“ 마음에도 없는 사내입니다.
노심초사하시는 순간도 아까운
데... "
옹주가 애태우는 것이 못마땅한
홍상궁이다. 갖난아기 시절부터
보모로 있다 보니 친모 못지
않은 정이 쌓인 탓에 유정이
못마땅할 뿐이다.
“ 그러고 보니 홍상궁.
어마마마께 잘도 고해
바쳤더군. "
홍상궁이 궁을 비운 걸 어찌
알고 유정을 도와준 그날을
고스란히 경빈에게 이르는
통에 경을 친 것이 생각나
괜한 화풀이를 풀었다.
“ 궁중에서야 호위하는 이들이
있어 안심할 수 있으나 바깥
저작거리는 마마를 알아보지
못하는 이가 허다합니다.
혹여,
해코지라도 당하셨으면
하아... 그날을 다시 생각
하여도 이리 가슴이 뛰고
불안한 것을 제발 저를
살리신다 생각하시고
가벼이 움직이지 말아주십시오. "
안다.
그 마음이 어떤지 결코
모르는 것은 아니나 눈에
콩깍지가 제대로 씌인
옹주는 그저
대사례 때의 동재인들 앞에
나서 그들을 진두지휘하던
모습을,
일차 역시 거뜬히 통과
한 후 의기양양해 하는
동재인들을 향해 수줍게
웃어주며 정전을 나서는
모습을 잊지 못한다.
순간순간의 눈웃음이 마치
자신을 향하는 착각에
빠진 옹주는 오늘도 홍상궁의
말을 한 귀로 흘러 버릴
모양새다.
“ 연이옵니다. ”
그렇게 딴 생각에 접어드려다
연이의 목소리에 화들짝 돌아
온 옹주는 연이를 불러들였다.
물론 홍상궁에겐 단 것이 먹고
싶다 억지를 부려 바깥으로
몰아내고선 바짝 귀를 대었다.
“ 그래. 도련님께서는 어찌
지낸다 하시더냐? “
“ 장가에게 뭐라도 한 것
인지 입도 뻥긋 하지 않습니다. "
“ 뭐? ”
“ 그날은 옹주마마께서 도련님의
정인인 줄 착각하였다 하며
사사로운 물음에는 답을 하지
못한다 쌩하던 것이 아무래도
쉽지는 않겠습니다. "
“ 노리개를 더 얹어 준다고
해보지 그랬어? "
“ 소인이 체면 없이 아양까지
떨었는데 일절 사양하여
어찌나 무안하던지 괘씸하여
그 길로 나오는 통에 더는 묻지
못하였습니다. "
“ 하아... ”
유정에 대한 마음은 쌓여만
가는데 그 곳으로 향하는
길은 멀기만 하니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 끄응... 오라버니께 말씀을... ”
“ 아니됩니다.~! ”
어느새 들어 온 홍상궁이 복성군을
들먹이는 소리에 거세게 반대
하며 자리했다.
“ 엄하신 분입니다. 자칫
제학의 자제가 상하기라도
한다면 그 뒷감당은 어찌
하시려 그러신 것입니까. "
“ 그냥 고려해 보겠다는 것이지.
무슨... "
“ 그것은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
홍상궁은 복성군의 성품을 알고
있기에 무엇이 되었든 말리기
부터 했다. 궁인들이라면 복성군의
그림자만 지나도 발길질이라도
당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마당에 그깟 양반 자제라고
예외는 아닐 것이니. 괜한
분란이 일지 않기를 바랬다.
“ 끝났다~!!! ”
드디어 2학기 숭학시가
끝났다. 이번엔 순수하게
내 실력으로 치러진 것이라
동재에 승리를 안겨주지는
못하였지만 2등자린 놓치지
않은 걸로 성필상유를
달랬다.
“ 거, 승부욕 하나로 관직을
얻는다면 우의정을 거머쥐고도
남을 양반이야. "
“ 여태 붙잡혀 있었습니까? ”
“ 어휴, 말도 마.
이제부터 제대로 중추절을
즐기려는데 휴학기간부터
들먹이며 갈고 닦으라
얼마나 닦달해대던지
어깨를 아주 그냥
롤러코스터마냥 흔들어대는
통에 멀미나는 줄 알았어. "
“ 자네에게 거는 기대가
남다른 양반 아닌가. 큭큭
숭학시도 무사히 보냈으니
이제는 마음껏 즐겨보자고.
중추절동안은 유생들에게
특별휴가가 주어지니 효도를
해도 좋고, 한 잔으로
뜨거웠던 머리도 식히면
딱이지. 어떤가? "
“ 콜~!! ”
역시 석환이 최고다.
제천도 이젠 적응이 되었는지
고개는 절래~절래 흔들면서
반대는 하지 않는다.
하기야 반대 해봐야 소용
없는 걸 알기도 하니.
“ 고생 많으셨으이. ”
“ 고생일 것이 무어 있겠습니까. ”
“ 후후 승전보를 서재에게
넘기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
“ 신성군께서도 참.
쥐도 보며 쫓으란 말이 있지요.
너무 몰아세우면 독기가 올라
피곤해 질 것 같아 먹이를
던져주었을 뿐입니다. 훗~
그리고 앞을 보아야지요.
한낱 눈앞에 이익에 취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없으니 말입니다. "
“ 하여간에 자네는 내가
누구인지가 중요하지 않은 것
같으이. 한 마디도지지
않으니. "
“ 사귐에 있어 높고 낮음이
있다면 어찌 지음까지 될 수
있겠습니까? "
“ 그렇지. 그런 점이 마음에
들어 곧장 붙든 것이니까. "
그렇게 신성군과 주거니 받거니
하며 시덥지 않은 수다로 어느
정도 연명하다 내가 물으려는
순간 신성군이 먼저 입을 떼었다.
“ 초이의 고집을 꺽기란 쉽지
않겠네. "
“ 여인이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리는 법이니. "
“ 신성군, 장의 아무래도 두 분의
설득은 실패하신 듯합니다.
다른 방법을 강구해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
“ 허나 제천, 옹주마마의
한 마디에 그 자가 곧장
꼬리를 내리는 것이 영 개운치가
않아. 신성군께서도 그리 생각
하지 않으십니까? "
“ 그렇지. 후궁도 아니요,
왕실의 소생이긴 하나 아직
관례도 올리지 않은 어린
옹주의 말 한 마디에 토 하나
달지 않고 곧장 물러난다는 건
뒷배의 세력이 한낱 조무래기는
아니란 것이지. "
“ 이는 곧 또 다시 초이의
뒷배를 캐기 위해 초이를 공격
할 거란 말이 될 수도 있지요.
저는 그래서 이 점 때문에라도
초이를 보호하려는 것입니다.
차라리 숨어 있는 이들에게
확실히 초이가 위험함을 알려
최소한 우리의 눈이 닿지
않는 곳은 알아서 지킬 수
있어야 마음이 놓이겠습니다. "
“ 유정, 이러면 어떻겠는가.
초이가 아무리 단단한 이라
해도 어차피 여인이니 이번
중추절의 풍경으로 응어리진
마음을 풀어내 봄이. "
여자보다 더 여자를 잘
아는 석환이의 말이 예전
같으면 다온이 생각나서
쥐어박고 싶지만 이번에는
아무래도 해답이 될 듯하다.
아무리 식어있다 해도 사람들
사는 모습을 평범한 이들의
행복한 모습을 본다면 조금은
흔들리지 않을까.
“ 어쩌면 살고 싶어질 수도
있겠지. 살아야 할 이유가
생겼으면 더 좋겠지만 그건
내가 어떻게 해 줄 수 없으니. "
“ 자네들이 중추절 나들이를
가자하면 내켜하지 않을 테니
내가 한 번 더 졸라보도록 하지.
아무리 그래도 내 체면을 생각
하면 못 이기는 척 들어 줄
것이야. "
그렇게 신성군과 우리는 초이의
마음에 불을 지피기 위한 계획을
조용히 준비했다.
“ 싫습니다. ”
“ 마마께서 이리 간곡히
부탁까지 하시는데 그거 하나
들어주질 못하니. "
“ 언니... ”
“ 사람냄새도 맡고 좀 그래야지.
고운 얼굴이 매일 이리 어둡게만
물들어서야 쓰겠니. "
“ 제겐 편함이 사치인 것을요.
저작거리에 나가 어린아이처럼
노니라는 말 마세요. "
“ 넌 그리 해도 돼. 떼도 쓰고
울기도 하면서 적어도 나한테는
그리 해도 된다. "
며칠 전 잠에서 깨어 울고
있던 초이를 발견한 연향은
아무런 말 하지 않고 안아
주었다. 어미가 보고 싶다
서럽게 흐느끼는 것에 더는
묻지 않고 그저 달래주던
것이 생각나 초이에게
중추절동안만은 어머니께 말씀
드려 놓을 테니 좀 나가
놀다 오너라고 말했다.
어리광 피우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너무 어른스러워 늘 신경
쓰였던 연향의 말에 결국
초이는 못 이기는 척 알겠노라
답을 하였다.
* 중추절 그날
“ 이리 입으니 선녀가 따로
없구나. "
“ 놀리지 마셔요. 기생년이
고와서 무엇에 씁니까. "
“ 혹시 아느냐. 귀한 양반
나리 눈에 들지도. "
오늘은 신성군과 개구쟁이
유생삼총사와의 나들이 날이다.
마음은 그러하지 않다면서
옷을 만지작 거리며 설레어
하는 얼굴을 본 연향은 본인
일처럼 기뻐하며 이미 찾아
초이를 기다리는 신성군에게
밀었다.
“ 좋은 날입니다. 초이가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도록 해주시어요. "
“ 당연하지. 걱정 붙들어 두게나. ”
“ 언니~ ”
“ 잘 다녀 오거라. ”
그렇게 신성군을 따라 유생들과
만나기로 한 약속장소로 가니
화려한 불빛 아래로 생각보다
많은 인영이 보인다.
“ 아니, 다른 이들도 있군. ”
“ 초이만 나오면 아무래도
어색해하지 않을까 하여
동무라도 되었으면 해 제
누이와 정인을 함께 했습니다. "
“ 그렇지. 아무래도 시커먼
사내들보다는 꽃 같은 이들과
함께라면 더욱 즐거울 것이니. "
혹여 미리 말하지 않아
불편해 하지 않을까 했지만
신성군이 허락하니 초이가
눈치껏 먼저 다온과 소아에게
인사를 하니 그제야 공손해지는
다온이다. 석환이와 함께
야시장구경 가자고 할 땐
들떠 있다가 약속장소에서
초이도 나온다는 말에 입이
어디까지 튀어 나와 있던
터였다.
“ 어떠하냐? ”
“ 무엇을 말입니까? ”
“ 오래비가 말하지 않았더냐 ”
“ 뭐 그리 사납지는 않네요. ”
“ 홍루가 사람들이 무슨 들짐승도
아니고 쯧쯧. "
“ 소아언니가 선녀입니다. 그건
아셔야 해요. "
“ 네네 잘 모시겠습니다. ”
그렇게 분위기가 오래오래
익어가는 줄 알았는데
“ 억울 하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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