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화 일이 생각보다 잘 풀릴 듯 하다.
본 웹소설은 픽션이며 인물, 지명, 종교, 사건 등은 실제 역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그렇게 홍루에서 집으로 돌아온 나는
술 냄새라도 맡은 똥강아지마냥
킁킁거리는 다온의 마중을 받았다.
“ 왜 그러느냐 간지럽게. ”
“ 술이 잦은 듯해서 걱정이 들어서지요. ”
눈에 보이는 거짓말을 술술 내뱉는 녀석이
귀여워 얼굴을
-----스윽
가까이 들이대며 깐족거렸다.
“ 석환이가 걱정이 되는 것이 아니고? ”
“ 흠흠... 그것도 그렇지만 사내들의
이야기에 술이 빠질 수가 없다 하신
석환도련님보다 오라버니께서 더 신나
하시는 듯 해 드리는 말입니다. "
“ 후후, 이런 저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는 술이 곁들어져야 시름도
잊고 생각도 정리되는 법이다. "
“ 뜬금없이 절에 가신다질 않나.
며칠 전엔 풀이 죽은 모습으로 들어
오시질 않나. 도대체 무슨 일이십니까. "
확실히 여자들의 감은 언저리까지
들어와 찌른다. 정확하진 않아도
보통 인간들이라면 찔끔했겠지만
난 녀석을 속일 생각이 없으니 그냥
솔직하게 털어 놓았다.
“ 예~~에~??! ”
초이를 사라졌다는 말에 다온이는
생각지도 못한 소식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 녀석... ’
맘에 들지 않은 티를 말과 행동으로
내내 보이긴 했지만 그것은 소아에
대한 의리였기에 초이를 이유 없이
미워한 것은 아니었나보다.
“ 그래서 어떻게 된 것인지 알아
보는 중이다. "
“ 그것은 홍루에 주인이나 관아에
고해 그 곳에서 할 일입니다.
오라버니께서 무어라... 설마 진짜
변심이라도 하신 것입니까? "
“ 어허~ 못하는 소리가 없다. ”
“ 그것이 아니고서야 왜 이리 그 일에
목을 매시냔 말입니다. 중추절 때 일로
주목받았던 것일 수도 있는 데 그 일에
추문까지 더해진다면 하아... "
녀석이 화를 낼만도 하다. 성균관의
유생이란 것도 모자라 장의라는
타이틀이 주는 무게가 남 얘기 좋아
하는 사람들의 입을 더 털 테니.
“ 오라버니를 못 믿는 것이냐. 내가
아니면 아니게 된다. 괜한 걱정
말거라. 네가 신경 쓰이는 일은
절대 하지 않을 테니까. "
“ 무섭습니다. 무슨 일이라도
생길 것 같아. "
얼마 후 나는 월아를 만났러 갔다.
사람들에게 띄지 않고 자유로운 건
귀신들이라 염치불구하고 매달렸다.
제천과 석환이 현감의 뒤를 캐며
살피고 신성군도 은밀히 움직이긴
하나 한계가 있으니
“ 모른 척 하질 잘했지. 이리 긴히
쓰일 줄은 후후후 "
『 무엇을 말이냐? 』
“ 놀래라. 어찌 기척을.. 하기사 귀신이
발소리 내는 것도 이상하네. "
『 별스럽긴. 너 때문에 내 체면이
말이 아니야. 』
“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라 답답해.
안전하기라도 한다면 내 이런 걱정도
않지. 자꾸만 불안해서 죽겠어. "
『 어디에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죽은 기운은 느껴지지 않다하니 아직
목숨 줄은 붙어 있는 듯 해. 』
“ 그나마 다행이긴 하지만 더
알아낸 것은 없어? "
『 대부분 내게 호의적이긴 하나
이승 일에 관여하는 것엔... 』
“ 한 때 살았던 공간인데 좀
도와주면 어디 덧나나 쳇. "
큰 소득은 아니었으나 초이가 아직은
살아있다는 생각에 나는 서둘러
다른 이들에게 연락을 취한 뒤 서림을
향했다.
“ 그나마 다행이군. ”
월아의 소식을 먼저 온 석환과 제천에게
전해주니 잠시지만 불안을 어느 정도
떨어냈다. 그렇게 초조하게 신성군을
기다리니 조심스럽게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밖을 살핀 후 들였다.
“ 석환, 혹여 사헌부에 올라온 것 중
예전 사건에 대한 감찰민원이나
읍소한 것이라도 있어? "
“ 아버님 몰래 집무실에 들어 살펴
봤지만 원체 궁을 나오시면 일거리를
가지고 오시는 분이 아닌지라 딱히
건진 것은 없어. 그래도 권당으로
인해 모른 척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조만간 그 때의 사건들을 살피실
것이야. "
“ 허나 어찌어찌하여 조서가 올라
간다 하여도 그것이 과연 제대로
주상전하께 올라갈지. 아버님의
외출이 잦아 지신데다 형님들께도
말을 아끼시는 것이... "
말을 끝까진 하지 않지만 아무래도
좌찬성이 줄타기를 하나보다.
경빈에게 붙을지 중전에게 붙을지
암만 중전이 아들이 없다 해도 양자인
원자를 두고 있고 경빈의 세 역시
하루아침에 무너질 정도로 약한 것이
아닐 테니.
“ 마마께서는 어찌 알아보신 것에
소식이 없었습니까? "
“ 사람을 사 알아보기는 하였으나
오랫동안 준비한 이들이라 쉽진 않아.
나를 믿는다하여도 내게 붙은 것이
있을 수도 있으니. 쉬이 드러낼 수는
없을 것이야. 그보다 중전마마의 국구
어른과 박수림대감이 손을 잡은 듯 해. "
“ 둘이 앙숙이지 않습니까? ”
“ 그렇긴 하나 혹시라도 폐비가
복위라도 된다면 두 사람에겐 결코
좋은 일이 될 수 없으니 국구께서 마지
못해 잡은 듯 해. "
“ 이런... ”
적이 하나도 힘든데 둘이 되면
움직이기가 더 어려워진다. 그렇다고
월아에게만 매달릴 수도 없는 노릇.
“ 우선은 초이가 살아있다 생각하고
주변부터 살피도록 하지요. 저는 다시
현감을 찾아가 보겠습니다. "
“ 자네, 그건 위험해. 그때야 경황이
없어서이긴 했지만 지금 판세로 보아
아직은 그들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어. "
“ 그렇습니다. 만에 하나 명부를
찾기라도 했다면. "
“ 아니, 명부를 찾았다면 벌써
사헌부나 의금부가 조용할 리 없어.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분명
시끄러웠을 테니까. 아직 말이 없는 걸로
봐서 찾지 않았을 확률이 높아. "
“ 장의, 그래도 만에 하나라는 것이
있으니 괜히 명부를 들먹이며 찾았느니
어쨌느니 그런 허언은 삼가게. 오히려
오해를 살 수 있음이야. "
“ 제가 걸음한 것이 며칠이 지났기에
늦어진 것을 두고 뭐라 할 진 몰라도
다른 건 없을 겁니다. "
물론 호랑이굴에 다시 들어가겠다고
미친 짓을 벌이는 것 같긴 하지만
모험을 해봐야 한다. 현감의 태도만
보아도 각이 나오니.
* * * *
“ 명부나 그들의 대한 것에 입을 열더냐? "
놓쳤던 먹이를 잡았다는 말에 박수림은
현감을 불렀다.
“ 아직 입을 열진 않으나 조만간
불 것입니다. "
“ 무슨 써서라도 그들이 있는 곳을
알아내도록 해야 해. 대사헌의 손에
들어갔다간 다 된 밥에 코 빠뜨리는
격이 될 테니. "
“ 허나, 그것 하나로 보기엔 증좌가
부족한데... "
“ 그것이 불씨가 될 수도 있음이니. ”
그렇다. 명부는 그저 명부에 그칠 뿐
그것으로 그날의 일을 엎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이 시작이 되어 의문의
사건들을 파헤치다보면 결국엔 꼬리가
밟히는 법이다.
“ 오라버니... ”
“ ..... ”
불러도 쳐다도 보지 않는 이의
모습에 믿은 자신을 탓하는 초이다.
누명을 벗겨 줄 증거를 가지고 있으니
빨리 돌아가야 한다는 말에 속아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고 따라
나섰으니.
“ 명부에 대한 것은 거짓이 아니다. ”
체념하려는 그때,
그의 입에서 나오는 뜻밖에 말.
“ 무슨 말씀입니까? ”
애매한 답이다. 초이는 명부에 대해선
알지 못했다. 그저 어르신과 산채
사람들의 억울한 죄를 벗기 위해 신씨의
복위를 계획하고 있음에 필요한 물건
정도로만 알고 있을 뿐 자세한 것은
모른다.
“ 그것이 폐비 신씨에게 유리한 것임은
맞다. 허나 그 전에 우리들의 억울함을
증명 할 수도 있음이야. 어르신들은
모든 걸 알려주시지 않으셨어. "
“ 무슨... ”
“ 그것은 평범한 명부가 아니다.
그것은... 그것은... 살생부란 말이다. "
“ 그.. 그..것... ”
입으로 뱉어낼 것이 너무 많아서인지
아니면 얽히고 뒤엉켜서인지 입은
벌려졌으나 제대로 말이 나오지
않는다.
“ 너와 내게 숨기었던 것이야~!!
처음부터 우리는 안중에도 없었어.
그리 알려 달라 악을 썼음에도
고작 고작~!! 아버지를 죽인 자를
찾아가는 것에 쓰이고 버려질까봐~!!
그들에겐 우리의 일이 고작에 불과
했단 말이다~! "
그리 고생하며 복수를 위해 아버지와
오라버니를 그리고 어머니마저 빼앗은
이를 찾으려 홍루까지 들어갔다.
확신하지 못해 더디어지는 동안
눈물 흘린 날은 셀 수도 없으니.
“ 아니... 아닐 것입니다. 어르신께서
생각이 있으셔... "
“ 무슨 생각~!! 망할 영감의 말에
속아 원수가 눈앞에 있음에도 알지
못하고 고개까지 숙였단 말이다. "
마음을 다잡아 보려고 했다.
그동안의 세월이 얼마인데 분명
뜻이 있었을 것이라고 하지만 곧
그것은 흐려진 눈에 남은 부모님
모습에 가려졌다.
“ 오랜만에 뵙습니다. 현감나리 ”
큰소리 칠 땐 언제고 이제야 기어
들어왔나 하는 생각에 곧바로 내칠까
하다 헛기침을 두어 번 한 뒤
“ 그래. 어찌 물건은 찾았고? ”
“ 아 그것이... ”
“ 찾으면 내게 오라 했을 터인데. ”
“ 발이 달린 물건은 워낙에나 비싸
궁해지면 더디게 마련입니다만. "
“ 하? ”
은근 현금을 달라고 대놓고 얘기하니
코웃음을 치는 현감이다.
‘ 아직 찾지는 못했을 터라 속이
탈 텐데. '
저번에 안절부절 하지 못하던 것과
달리 여유가 묻어나는 태도가 수상했다.
이에 나는 차를 들어 입을 가린 후
“ 월아, 이 곳을 좀 둘러봐 줄 수
있어? "
그나마 반촌에서 가까운 집이라
혹시나 월아를 끌어들였는데 다행히
아슬아슬하게 나올 수 있었다.
『 다 둘러볼 수 있다고는 말 못하지만
우선 움직일 수 있는 곳은 다 찾아
보도록 하지. 』
월아의 말에 나는 눈으로 대꾸한 뒤
“ 그래도 헛돈을 쓰지는 않으셨으니
나쁘지는 않았을 듯 보입니다만. "
“ 내 손에 들어오는 정보가 너무 작아
그것에 든 돈도 아까운 마당에 더
내놓으라는 것이냐? "
“ 원래 좋은 것에 값이 고가로 매겨
지는 것은 당연지사 아니겠습니까.
이번 일로 저희도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물건을 들이는 인원을 엉뚱한
곳에 풀어 짐도 못 내리고 있습지요. "
밀수품이 들어온다는 말을 제천을 통해
들었다. 비리의 결정판인 둘째 형님께서
아무래도 성이 차지 않는 듯 뇌물을
푸실 예정인 것을 몰래 엿들어 그것을
살짝 이용했다. 어찌되었든 난 정보의
최 상위 포식자가 되어야 하니까.
이에 가늘어진 눈매가 슬쩍 풀리는
현감이다.
“ 얼마나 융통을 하면 되는 것이냐? ”
“ 빠르게 하고 싶으신 만큼이면 되지
않을까요. "
굳이 더러운 돈을 갖고 싶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골리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니니. 생돈 날리는 꼴을 보고 싶어
마치 백지수표라도 내라는 듯 능글능글
웃어줬다. 헌데 쌔한 것이 오른팔이
아까부터 보이지 않는다. 텅 빈 머리를
굴리는 주인이 걱정이 되어 늘 붙어 있던
놈인데.
“ 큭큭, 오른팔한테 어떻게 교육을
받았는지는 모르지만 내 눈은 못 속이지.
아직 명부는 이 자식한테 없어. "
현감의 집을 나서자마자 월아가
들어올 수 있는 반경 인 성균관 부근
반촌으로 들어가 제일 가까운 찻집으로
향했다. 거기서 주문을 한 후 시비를
시켜 석환과 제천을 불러들인 후
그들이 오기 무섭게 은자가 든 문갑을
보이니 어이가 없는 눈치다.
“ 장의께서 이런 것에 소질이 있을 줄은... "
“ 내가 말이지 코디로도 일한 게 몇 년인데. "
“ 코..뭐? ”
“ 아 됐고~ 불쌍한 사람들 등쳐 먹어
불린 이 돈을 내가 함부로 쓸 순 없고
나중에 기부를 하던지 사람들을 위해
쓰기로 하고 현감을 슬쩍 떠보니
아직 명부를 찾지는 못한 듯 해.
여유를 부리긴 해도 허세야 허세. "
“ 자네를 재촉하려면 여유로운 척
해야겠지. 먼저 일을 한 놈이 돈을
차지할 수 있을 테니까. "
“ 헌데 장의, 장의께선 거기에 초이가
있을 거란 생각은 어찌 한 것입니까? "
“ 그냥 촉이 그리 왔어. 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 이런 중요한 장부도 맡기는
마당에 사람 하나 숨겨서 없애는 건
일도 아니지 싶어서 말이지. "
“ 허나 한 번 들켜 또 다시 그런
일을 벌일 수 없을 텐데요. "
“ 그게 바로 내가 노리는 것이야.
원래 범인은 현장에 다시 나타나는
법이니까. 그것과 같은 이치지.
한 번 했다고 두 번은 안할 거라는
생각이 들게끔 하여 또 다시 속이는
것이지. "
그렇게 월아도 함께 한 것을 말하니
석환은 제대로 된 뒷배를 두었다며
놀렸고 우리는 그렇게 월아가 합세
하기를 차를 한잔 나누며 기다렸다.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