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화 정상적인 간을 가진 보통 인간이 할 수 있는 것.
본 웹소설은 픽션이며 인물, 지명, 종교, 사건 등은 실제 역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나쁜 개!@#$%%% ~!! ”
세상의 욕이란 욕은 죄다 풀어냈다.
안 그래도 열 받아 죽겠는데 서재
장의가 기름을 붓고 지랄을 하니
가만히 있으면 화병이 날 것 같다.
“ 장의 입만 더럽혀질 뿐이니 엄한
곳에 힘 빼지 마시고 이젠 더 이상
우리들이 할 수 있는 건 없으니 그만
단념하시지요. "
제천은 원숭이 엉덩이보다도 더 벌겋게
익은 내 얼굴을 보더니 한숨을 쉬며 듣기
싫은 나를 말렸다.
“ 화가 나지만 제천의 말이 맞아.
자네나 제천과 나 할 만큼 하였어.
초이를 구할 수 없다는 사실이 쓰리지만 "
한 때 이들에게 말을 하진 않았지만
초이를 의심한 적이 있었다. 원체 집요한
그들의 행동으로 내가 잘못 판단한 것은
아닌지. 하지만 비열하게 나오는 박수림의
행동에서 나는 확신했다.
‘ 왕이 되길 원하지 않았던 겁쟁이도
주군이라고 믿었던 그들을 버린 거였어.
바보도 왕이 될 수 있다니 젠장~ '
그렇게 씩씩거리다 문득 떠오르는 생각.
‘ 이중스파이 ’
어쩜 좀 억지스럽긴 하지만 초이가
날 한 번만 믿어준다면 가능할 수도.
“ 어쩌면 초이 하나 정도는 목숨을
부지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
“ 무슨 수로 말인가. 의금부로 들어가
초이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역모를 의심
받을 수 있는 마당에. "
“ 당연히 이 모습 그대로 들어가면
안 되지. 허나 현감을 찾아갔던
정보상이라면 가능할 지도. "
어이없어 하는 석환과 달리 제천은
골똘히 생각을 하다 입을 열었다.
“ 만약 잡혀간 이들이 명부를 숨겨서
박수림 대감 쪽에서 찾지 못했다면
가능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
“ 그렇지. 아직까지 제대로 심문은커녕
조사조차 하고 있지 않다는 걸로 봐서
물론 신중을 기하기 위해 시일을 둔다
해도 더 시간을 끈다면 확실하지. "
“ 그렇다 해도 그것으로 어떻게 초이를
구한단 말인가? "
“ 내가 현감에게 의금부 옥사에
들어갈 수 있게 해달라고 하여
초이를 만나서 설득을 해보겠다고.
귀가 솔깃해질 조건을 준다면 분명
내게 넘어올 것이라고. 그래서... "
“ 초이를 이용해 명부를 가져오겠다는
말로 대감을 속이겠다는 말씀이구요. "
“ 그렇지. 제천이가 역시 똑똑하단
말이지. "
“ 잘도 자네 말을 믿겠군. 여태
아무런 수확도 없어 만나주기나 할지
어떻게 아는가? "
말로는 뭔들 못할까 이상적인 나의
계획에 질릴 때로 질린 석환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 마직막이야. 이번이 진짜 마지막. ”
거짓말이 아니다. 나도 왜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는지 모르겠지만 유정이라도
이렇게 하지 않았을 까 싶다.
‘ 엄마, 아빠가 물려 준 천성인거지. ’
“ 무슨 일인가? ”
현감의 집을 찾으니 띠거운 표정으로
나를 마주했다. 문 앞에서 쫓겨날 걸
대비해 준비한 게 무색할 정도로
바로 날 들인 걸 보면 확실한 증거인
명부가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
“ 확실하지 않다면 괜히 백성들의
원성만 살 것입니다. "
나는 박수림 세력의 지지도가 하락하고
있음을 넌지시 주지시키며 현감의
성급함을 끌어냈다.
“ 크흠... 그들의 행동만 보아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데 굳이 그게 필요할까. "
“ 아니지요. 심증으로만 죄를 물을 수
없다는 걸 현감께서 더 잘 아시지
않습니까. 특히나 주상전하께서도
참여하는 심문에 증좌도 없이 죄인들을
몰아세운다면 그건 민심만 사납게
만드는 일인 것을요. "
“ 허나, 그들이 쉬이 입을 열지 않으니. ”
“ 이번에 잡힌 이들 중 어린 계집이
대감의 눈과 귀가 되었다고 하던데. "
“ 독한 년이다. 아무리 하여도 아.. 합 ”
오른팔이 이젠 대 놓고 눈치를 준다.
“ 그 아이를 이용해 볼까 합니다. ”
“ 무슨 수로? ”
“ 잡힌 것을 두고 그 아이를 의심하는
이들이 있을 것입니다. "
“ 그래서 그게 어떻다는 것인가? ”
“ 그것을 이용하는 것이지요. 그들의
의심을 풀고 탈출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저를 믿을 것입니다.
그럼 자유로워졌을 때 뒤만 밟으면 "
“ 그러다 놓치면 어찌하려고? ”
“ 제가 그냥 정보만 모으고 살지는
않아서 말입니다. 명부에 계집까지
놓쳐 웃전의 비호를 구하기 어렵게
되었으니 이참에 제대로 하여
현감나리의 자리를 굳건히 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
확실히 못을 박았다. 명부도 모잘라
초이까지 놓친 것에 제대로 찍혔을 테니
어쩌면 팽 당하기 좋은 데다 제일
먼저 꼬리 자르기를 당할 수도 있으니
초조할 것이다.
“ 좋아 그리 하지. ”
‘ 예쓰~! ’
그렇게 난 무사히 현감을 설득하여
의금부 옥사를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 대단합니다. 장의 ”
한 번 더 감탄하는 제천이다.
“ 신성군께서는 답신이 없는가? ”
“ 초이가 잡혀간 이후로 연락이
도통 없네. "
초이의 일로 이야기를 하려 연락을
취했는데 무슨 일인지 연락이 끊겼다.
“ 초이의 일로 다른 방도를 알아보고
계시지 않을까요? "
“ 그렇다 해도 답까지 주지 못할
정도일까. "
물론 이상하긴 했지만 그것까지
난 신경 쓸 새가 없다.
“ 우선, 오늘 옥사로 갈 거야. 오래
있지 못할 거라 확실하게 초이를
설득할 뭔가가 필요해. "
“ 때론 거짓이 좋은 방법이 때도
있지요. ”
이왕 일이 이렇게 된 거 초이를
차라리 속이자는 제천이다. 하기사
우리가 너무 속내를 까발리면서 진심을
다한 것이 부담이 되었을 테니 그것도
방법이 될 수 있겠다.
“ 이걸로 목이나 축이시게. ”
난 간수에게 뇌물을 먹인 뒤 옥사로
들어섰다. 쾌쾌한 묵은내와 쥐똥냄새가
진동하는 것이 저절로 코에 손이
올라가게 한다.
“ 네가 초이냐? ”
“ 도?? ”
갑작스런 나의 등장에 놀란 초이가
부르려는 걸 입에 손가락을 갖다 댄 후
함께 온 사람 눈치를 보는 듯하니
곧 입을 다물었다.
“ 이번 일에 공을 세우고도 이리 천대를
받다니 대감도 참... "
-----웅성웅성
“ 나쁜 것. 제 말이 맞잖아요 저
혼자 살겠다고 산채를 알려준 게. "
시간이 길어지니 잡생각이 늘고
당연히 억측이 생길 수밖에 없다.
물론 내겐 좋은 징조이지만.
“ 내가 말씀을 다시 한 번 더
올릴 터이니 걱정 붙들어 두거라.
오라버니란 이도 이미 방면되어 함께
있으니까. "
-----흠칫
숨죽여 있던 초이의 안광이 빛을 띄더니
옥사 가까이 있던 내 멱살을 잡아
당겼다.
“ 어이쿠~ 이년 보게. 도와준다는데도
이리 심통을 부리고 말이야. "
“ 기생년이라고 함부로 건드릴 생각은
마십시오. 내 나가면 제일 먼저 손봐
줄 것이니. "
내 멱살을 흔드는 초이를 난 황급히
떼어내며
“ 그래그래 알았다. 여인네가 힘은
뒀다 무엇 하려고 크흠. 어차피
내 것이 될 것인데 쯧쯧. 앙탈은
내 나와서 실컷 봐줄 터이니 조금만
참 거라. "
“ 시간이 되었으니 나가도록 하지. ”
“ 네 알겠습니다요. ”
현감의 오른팔은 초이에게 집적대는
모습이 꼴사나웠는지 눈살을 찌푸리며
재촉했다.
“ 이제 다시 미끼로 쓸 수 있게
놓아주시면 됩니다요. "
“ 믿어도 되겠나? ”
“ 아까 오라버니라는 이의 방면을
듣고 발끈하는 걸 보셨지 않습니까.
분명 밖을 나서자마자 명부를 찾으러
갈 것입니다. 자신의 결백을 증명
하기 위해서라도 말이지요.
제가 사람을 풀어둘 것이니 염려
놓으시고. "
“ 내가 함께 할 것이야. ”
“ 제가 미덥지 못한 모양인데 뭐
그리 하던지요. "
무시하는 나의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매섭게 노려 본 뒤 사라졌다.
“ 그래 전달하였어? ”
서림에서 기다리던 석환이 나를
보자마자 물었다.
“ 응. 초이의 손에 꼬옥 쥐어주었어. ”
“ 이젠 기다리는 수밖에 없겠군. ”
“ 오라버니가 방면되었단 말에 바로
반응이 왔으니 생각을 할 거야. "
결정은 초이가 할 것이나 강요할
수는 없다. 초이든 우리든 최선을 다
할 수 밖에.
“ 자네는 방면일세. ”
간수가 옥사의 문을 열어 초이를 부르니
뒤에서 또 다시 욕지거리가 들려온다.
그런 그를 나무라는 어르신의 목소리도
함께 들리니 울컥해지는 초이였지만
곧 아무렇지 않은 듯 비틀거리며 밖을
나왔다.
“ 내 너를 얼마나 기다렸는 줄
아는가~ 현감나리한테 달라고
얼마나 졸랐는지 모른다. "
반가워해야할지 매몰차게 바람을
불어야 할지 어이없는 상황이었지만
우선은 장단을 맞추는 것이 먼저라
내게 몸을 바싹 갖다 대며
퉁명스럽게 말을 이었다.
“ 저는 빼주기로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
“ 산채 사람들이 네 말을 온전히
믿으려면 어쩔 수 없었던 것이야.
자자~ 우선 고생하였으니 몸부터
추스르고 보자꾸나. "
그렇게 자연스레 초이를 데려갔다.
물론, 현감이 마련해 준 거처라 눈치가
보이긴 했으나 어찌하나 완전히 그들을
속이려면 호랑이굴도 들어가야 했으니.
“ 어찌된 것입니까? ”
“ 너를 빼내려니 수가 있어야지
말이다. "
“ 아무리 그러해도 아~ 오라버니가
아직 그들과 함께 있다니 그것은 또
무슨 말입니까. "
“ 현감이 너를 잡은 이유일 것이다.
도둑맞은 걸 찾으려고 혈안이 된 걸
내가 좀 이용하였거든. 그 덕에 널
구할 수 있었던 거고. "
“ 제가 거기 있는 걸 어찌 알았나
하였더니. 하~ 제가 알아서
하겠다는 걸 왜 이리 나서시고
그러십니까. "
“ 네가 나서서 되는 게 무엇이더냐.
고작 현감 나부랭이에게 잡히기나
하고. "
“ 그건... ”
“ 되었다. 우선은 네가 안전해야
옥사의 이들을 구할 것이 아니냐.
적당히 그들의 장단에 맞춰주는 듯
하다 빠지 거라. 그 뒤는 내가
알아서 할 터이니. "
“ 말도 안 됩니다. 저 혼자 살자고
이리 나온 것이 아니란 말입니다. "
“ 또다시 네가 움직이면 분명 뒤를
밟을 것이야. 적당히 찾는 척 하다
가짜를 넘기면 될 것이다. 그렇게
헤매는 동안 시간을 벌면 될 것이고. "
“ 하지만... ”
“ 진짜 이것이 마지막이다. ”
너에게 거짓말을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어차피
‘ 감옥의 사람들은 못 구해. ’
초이에게는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
안면도 없는 이들까지 구할 만큼
간이 크지도 정의감이 넘치지도 않으니.
그렇게 초이는 초이대로 현감은 현감대로
적당히 구슬린 후 나는 곧장 성균관으로
향했다. 오래 시간을 비워두면 또
홍학유에게 잔소리를 들을 테니.
『 밤마다 어딜 그리 돌아 다니냐. 』
“ 네가 도와주지 않으니 내가 발로
뛰는 수밖에. "
『 쯧쯧, 나도 사정이라는 것이
있어. 』
“ 네네~ 어련하실까요. ”
『 그들이 네게 호의적이지 않은 걸
너무 서운해 말거라. 그래도 최근
너의 일을 두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나왔으니까. 』
“ 오냐 잘했단 소리를 듣고 싶은 게
아니잖아. 직접적인 도움이 필요한 거지. "
『 그래. 그리 될 것이야. 』
미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던 월아는
그렇게 알 수 없는 말만 남기고 훌쩍
가버리고 난 그대로 방을 들어섰다.
“ 오셨습니까? ”
내가 들어오기를 기다렸는지 잠옷차림의
제천과 석환이 반겼다.
“ 여태 졸린 것도 참고 있었어. ”
“ 내일 수업은 어쩌려고 쯧쯧. ”
“ 장의 내일은 쉬는 날이지 않습니까? ”
주말이구나. 깜빡했다.
“ 그보다 장의~ 그 꼴로 들어오신 겁니까? ”
제천이 웃음을 참으며 내게 말하자
난 곧장 턱을 만졌다.
“ 아이씨, 오른팔이 어디서 지켜볼 것 같아
떼지도 못하고 그냥 들어왔네. 에이~ "
“ 큭큭, 수염이 자라면 어떨까 하였는데
의외로 잘 어울리는구만. "
“ 됐고, 무사히 초이는 빠져나왔어. 물론
현감 그늘 밑이라 좀 거시기 하지만.
자~ 그럼 초이 구출작전을 짜 볼까나? "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