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화 진짜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한다.
본 웹소설은 픽션이며 인물, 지명, 종교, 사건 등은 실제 역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요새 밤마다 무엇을 하기에 여름개
마냥 정신을 못 차리는가? "
오랜만에 서재장의가 나를 위하는 척
말을 걸었다. 며칠 전 으르렁 거리던 건
잊어버린 듯 능청스러운 게 짜증났지만
“ 겨울 휴학기에 너무 딴 곳에 신경을
쓴 듯하여 지금이라도 본분에 충실하려
하다 보니 하하 "
“ 그런가? 하기야 같은 길만
걷다보면 지루한 법이지. 허나 이미
정해진 길을 굳이 나갈 필요가
있을까. 진흙탕임을 이미 자네는
알고 있지 않나. "
그럼 그렇지. 뒤끝하나는 끝내준다.
뭐든 자기가 최고라는 백설공주의
마녀여왕도 이 정도는 아닌데
유치하기 짝이 없다.
“ 모를 리가 있겠습니까.
허나, 한 번쯤은 눈을 돌려도 되지
않을까 하여 슬쩍 딴청을 부려보니
새삼 재미 져서 말입니다. 중심을
제대로 찾으려면 양쪽의 길을 다
가보는 게 현명한 답이라 사려
됩니다. "
멍청하게 정해진 길만 가다가
거기가 낭떠러지일 수도 있다는 걸
모르는 서재장의에게 돌려 말했지만
“ 그건 모르는 일이지. ”
답정남에게 들릴 리 만무하여 어깨를
한 번 으쓱 거려 준 후 가운데
손가락을 무심히 올려준 뒤 돌아섰다.
“ 또 시비던가? ”
“ 알잖아. 자신의 작은 그릇을
남 탓하는 이들은 꼭 있어. 그보다
제천은 아직인가? "
“ 우선 우리들 먼저 비천당으로 가
있으라고 하네. 신성군의 연통을
확인 한 뒤 오겠다고 하니. "
그 동안 연락이 되지 않았던 신성군이
최근에 연락이 닿았다. 내가 일을
벌이긴 했어도 거기에 무게를 실으려면
신성군의 힘이 절실했다.
“ 신성군께서 서림으로 오시겠답니다. ”
“ 여태 숨어있기라도 하였다던가. ”
“ 자세한 건 만나서 하시겠다니
너무 보채지 마시지요. "
초이를 빼돌릴려면 신성군의 호위가
있어야 한다. 암만 석환이 날고
긴다하지만 실전에 강한 자
앞에선 신참내기나 다름없다.
“ 그럼 제천 그것은 준비되었어? ”
“ 마침 아버님께서 시찰을 위해
지방으로 내려 가셨다하니 딱
적기지요. 오르기 싫은 배를
초이 덕에 타보게 되는군요. "
첩들과 밀회를 즐기기 위해
만들어 둔 배를 슬쩍 할 생각이다.
“ 그럼 되었고 자~ ”
외출패를 나눠주니
“ 빨리도 가져오셨습니다. ”
“ 홍학유가 오후 내근은 없다하니
어찌하나 미리 받아놓을 수밖에. "
“ 쯧쯧, 준비성은 이런 데만 있고
제발 내일은 서책 깜빡하는 장의는
보지 않게 해주게나. "
오늘 책을 깜빡해서 스승님께
혼이 난 걸 굳이 여기서 들추는
석환이가 얄미워 혀를 쑤욱 내밀었다.
어찌되었든 우리는 준비 되었으니
서림에서 신성군과 연향을 기다려
만반을 갖추면 된다.
“ 우리 모자에게 살가웠던 분이
아니거늘 요 며칠 어머니의 처소로 와
동기간처럼 이야기를 나누고 가셨다
하기에 어머니께 들러 경계하라
말씀을 하고 나 역시 조심하였다
보니 소식이 늦었군. "
초이가 궁에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던 박수림이 초이의 행동을 감시
하기 위해 경빈을 시켰다는 걸 의심
할 수 있으나 초이도 없는 지금
굳이 무얼 더 캐기 위해 직접
움직이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 품계가 낮은 이에게 더더군다나
군마마께서 사가로 나간 이 시점에
무엇하러 혹시 명부~!? "
“ 나 역시 자네와 같은 생각으로
초이가 어머니의 처소에 숨겼을 것
같아 살피었으나 나오는 것이 없었어.
꽁꽁 잘도 숨겼거나 없거나 둘 중
하나 일 테지. "
“ 이런... ”
“ 그럼 초이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
연향의 걱정스런 말투에 퍼뜩 정신이 든
나는 초이의 안전을 알렸다.
“ 아직 그들의 손아귀이기는 하나, 우선은
안전한 곳에 있네. 물론 명부를 미끼로
나온 것이라 곧 뭐라도 해야 의심을
덜 받을 것이니. "
“ 배는 하인들을 시켜 미리 가까운
곳에 띄워 두었습니다. "
“ 배라니 그건 무슨 말인가? ”
“ 쓰일 데가 있습니다. 우선 연향
자네는 같은 옷 두벌을 챙겨두게
최대한 화려한 것으로. "
“ 옷은 왜? ”
“ 이유는 일이 끝나고 나서 알려 줄
터이니. 석환 자네는 장가에게 받아
왔는가? "
“ 온갖 추측에 궁금증으로 졸라대는 걸
겨우 떼어내었어. 이런 섬뜩한 건
처음 본다며. "
직접 명부를 보지 못하여 초이에게
몇몇 이들의 이름과 본관, 직책 등을
들어 대충 만들어 낸 가짜 명부다.
“ 이런 허접한 것으로 속일 수 있겠나. ”
“ 물론, 높으신 분들은 속일 수 없겠지만
현감정도면 껌이죠. "
“ 껌?? ”
“ 식은 죽이나 마찬가지란 말입니다.
그 자가 알고 보니 태생이 상민
출신이더군요. 돈 좀 만지더니
양반자리도 그것으로 해결하여
지금 현감에 앉은 것이라 눈이
많이 어둡습니다. 큭큭 "
“ 이런... 썩을~ ”
뼛속까지 양반이신 제천과 석환은
불편한 기색을 대놓고 드러냈다.
“ 자네들 그리 노할 필요 없어.
오히려 머리가 알찬 인간이었으면
이용하기 어려웠을 것이니까. 그럼
이제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
그렇게 나는 각자의 위치를 살펴 알려
주었다. 이에 모두들 꼼꼼히 확인한 후
시각에 맞추어 보도록 한 뒤 해산했다.
“ 월아~ ”
『 언젠 도움도 되지 않다더니. 』
“ 으휴~ 삐지기는 이번엔 신성군과
연향도 합세하여 제대로 어벤져스
조합이니 너도 같이 해야지. "
『 어? 뭐? 』
“ 여기 표현으로 치자면 영웅들의
조합이란 말이지. 거기에 네가
빠지면 섭 하지. 네가 해준 게
얼만데. "
은근 영웅취급 해주니 기분이
풀어진 듯 입꼬리가 실룩거린다.
“ 할거지? ”
『 내가 무얼 하면 돼? 』
“ 기운이 예민한 이들이라면 좀
으스스함을 느낄 테고 그렇지 못해도
뭐 그들이 어디에 숨어있는 지
어디서 튀어나올 지를 내게 알려주면
돼. "
초이를 완전히 숨기기 위해선 그들의
미행을 따돌려야 한다. 그러나
약골서생인 나와 신성군의 호위도
일개 무사임에 바로 마주하면 힘에
차이가 날 것이니 그들의 기척을
알아채는 것으로 앞서가는 수밖에.
“ 준비 되었습니다요. ”
“ 알았다. ”
거처 앞에 오른팔이 수하들을
데리고 우리를 기다리기에 나는
뒤를 힐끔거리며 초이가 나오길
오매불망 기다리니 화사한 녀석이
나왔다.
“ 이것을 입으라니요? 이것으로 5리도
못 갈 것입니다. "
“ 잔말 말고 그리 해. 밖에서 아까부터
기다리고 있으니. "
그렇게 미리 입혀둔 것인데 옷이 날개란
말이 저절로 나온다.
“ 으흐흐~ 내가 이 옷을 지으려고 돈
꽤나 부었지. 선녀가 따로 없구나. "
“ 쯧쯧, 밤에 보이지도 않는 것을
앞 서거라. "
명부의 행방이 묘연하니 어쩔 수 없이
따라오기는 하지만 여전히 의심을
풀지 않은 듯 허리춤에 손을 올린 채
있는 것에 등골이 서늘하다.
『 옆에 작은 샛길이 나 있으니
그 곳으로 뛰어. 그러면 호위라는
자와 바로 만날 테니. 』
역시 네비 역할을 똑똑히 하는 월아다.
빠른 길을 알려주니 나는 곧장 초이를
찔러 눈치 하니 이를 알아차린 초이가
일부러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듯
풀썩 주저앉았다.
“ 아이고, 초이야 왜 어디 다친 것이야? ”
“ 아야야... ”
“ 나리들~ 죄송한데 발목을 접질린 듯
한데 잠깐 쉬어도 되겠습니까요? "
“ 쯧쯧, 산길에 그런 복장이라니 그럼
잠시만이다. 시각이 얼마 없으니 너무
지체하지 말고. "
그렇게 잠시 시간을 번 나는 초이만
들릴 만큼의 소리로 빠르게 말했다.
“ 내가 손을 내밀면 잡는 척 하다
나를 세게 걷어 차거라. "
“ 네에? ”
“ 두 번 말하지 않으마. 그러고는
곧장 옆 샛길로 무조건 뛰 거라.
절대 뒤돌아보지 말고. "
“ 도련님... ”
“ 가다보면 신성군의 호위가 있을 테니
곧장 옷을 환복하고 그 자와 떠나야
한다. "
무식한 방법이긴 하지만 지금으로선
나와 초이를 믿고 있는 오른팔을 몇초간
당황시키기에는 충분하다. 그런 나의
말에 눈치 빠른 녀석은 되묻지 않았고
난 곧장 계획을 실행했다.
“ 너무 지체하였다 어서 일어나자꾸..
아이고오~~ "
손을 내미는 나의 신호에 나의 정강이를
냅다 걷어차는 초이다. 인정 사정 없는
발길질에 난 진심 눈물이 찔끔 났다.
‘ 아이고~ 평소 운동 좀 하지. 맷집이
이게 뭐냐~ '
그렇게 뒤도 돌지 않고 냅다 뛰는 초이를
보고는 난 달려 나가려는 오른팔의
허리춤을 부여잡았다.
“ 아이고오~~ 저 년이 저년이~ ”
서투른 나의 방해에 출발이 늦은 오른팔은
수하들에게 먼저 지시를 하여 초이를 쫓도록
하고 자기 역시 벌레를 떼어내듯 나를
밀치며
“ 일이 잘못되면 네 놈 모가지가 온전치
못할 것이야~! "
화를 버럭 내며 곧장 내달렸다.
“ 발에 불 나도록 열심히 뛰어라~
그래야 할 것다. 100미터 달리기
단거리는 출발 스타트가 승패를
좌우하니까. 근데 월아의 입김은
어떻게 감당하려나. "
스산한 바람이 부는 밤 속의 산은
밟힌 나뭇가지의 부러지는 소리도
산짐승 소리로 둔갑시키는 힘이 있어
어깨를 흔들거리게 만드는데 진짜
귀신의 곡소리를 듣게 된다면
" 으~~~ "
상상만으로도 오싹해진 난 무서움을
이기기 위해 서둘러 다음 장소로 내달렸다.
“ 저기다~!! ”
화려한 치맛단이 너풀너풀 거리며
근처 강가를 향하는 모습에 곧장
뛰어드는 수하들. 그것을 알 리 없는
여인은 묶여 있는 배의 뱃전에 살풋
손을 대어 조심스레 배에 올랐다.
-------펄럭
“ 꺄악~~!! ”
배로 들어가는 걸 확인한 오른팔의
수하들은 앞뒤 재지 않고 곧장
뱃전을 뛰어 들어 안쪽으로 들어가는
입구의 천을 거칠게 걷어내니 들려오는
비명소리.
“ 네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 거라
어.. 아니..? "
그렇게 자신 있게 들어서서 안에
있는 이들에게 소리치며 바라보는데
그들의 시야에 들어 선 이는 좀 전에
놓친 계집이 아니다.
“ 왠 놈들이냐~!! 감히 내가 누구인 줄
알고 이리 배로 기어 들어와 행패인
것이야~!! "
저고리 고름에 손을 대던 사내는 재미를
보던 것을 방해받은 것에 역정을 내며
그들을 몰아세우니 그들은 일순간
당황하여 말문을 잃었다. 이때,
----- 쿵
눈치 없이 흔들리는 배.
그리고 뚜벅거리는 소리와 함께
또 다시 천이 걷히고 들어오는 사내.
“ 이런... ”
그러나 이자 역시 안에 있는 이들을
살피자마자 이맛살을 곧 찌푸렸다.
“ 도망치던 종년을 쫓던 중이었는데 혹여
어린 계집 하나가 여기로 들어온 것을
보았는가? "
“ 건방지구나. 너의 주인은 위, 아래
구분하는 것도 가르치지 않았더냐. "
안 그래도 바빠 죽겠는데 계집질이나
하던 주제에 건방 떠는 어린 사내를
상대하려니 열이 받지만 괜히 시비를
붙었다가 쓸데 없는 일이 생길 것에
“ 어느 댁 귀한 도련님이신 줄은 모르나
하나만 여쭙겠사옵니다. 혹시 어린 계집
하나가 배에 오르지는 않았습니까? "
“ 배에 오른 것은 네들뿐이다. 누군가
올랐다면 흔들렸을 테지. 볼일이
끝났거든 냉큼 물러가거라~ "
흥이 깨져버린 것에 열이 받은 듯
곧장 쫓아내는 기세라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온 오른팔과 수하는 갈피를
잡기 어려워 우선은 주변부터 살펴
보기로 하여 각자 흩어졌다.
“ 어휴... ”
그들의 소리가 멀어지는 걸 확인 한
제천은 연향이 옷매무새를 바지런히
하도록 돌아서 앉았다.
“ 되었습니다. ”
“ 여기까지 온 것을 보면 다행히 초이를
발견하지 못했나보구나. "
“ 그래야 할 터인데 걱정입니다. ”
“ 이젠 남은 건 신성군과 장의에게
달렸으니 그들을 믿어보는 수밖에. "
글공부만 하던 서생이 서슬 퍼런 칼날에
목젖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도 참으며
붙들었으나 그들의 발자국은 예상보다
빠르게 움직였기에 제천과 연향은
그저 모두가 무사하기를 기원하는 수
밖에 없었다.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