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화 어설픈 덫에서 빠져나오는 방법
본 웹소설은 픽션이며 인물, 지명, 종교, 사건 등은 실제 역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뭐?! 지금 자네가 무어라 하였나? ”
내 거라고 하니까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 보는 것이 가히
가증스럽기 그지없다.
‘ 어설퍼, 암만 주변은 속일 수
있어도 내 눈은 못 속이지.
뭐 석환이랑 제천이보다는 연기
점수를 좀 후하게 쳐주지.
이거 눈은 근심인데 입 꼬리는
아주 그냥 어디까지 승천하겠다.
서재장의 '
굉장히 난감한 듯한 표정이지만
입 꼬리만은 위로 올라가 어색
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다른
이들에겐 굉장히 당황스러운 듯한
표정으로 비쳐질 테니 난 제대로
덫에 걸렸다. 허나 그 앞에서 매번
나와 석환이를 구해 준 홍학유를
팔 수 없는 노릇이다.
“ 어쩌자고 그런 것입니까. ”
너무나도 황당한 나의 태도에
석환은 답답하여 나를 꾸짖듯 말을
했다.
“ 그 상황에서 아니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어. 주인에게 돌려
줘야 할 것을 태워버린다면
큰일이지 않아. "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요.
서재장의만 있던 자리였으면
고개를 숙여서라도 사정을
했을 텐데. 하필 00상유가 옆에
턱 하니 있어서 그러지도 못
하였으니 만약 이 일을 스승님이나
사성에게 알리기라도 한다면
불통은 물론이거니와 잘못 하면
출재(黜齋) 될 수 있는 일입니다.
하아... 서재 쪽 놈들이 제대로
덫을 쳤군. "
“ 미안하네. 정말 ”
성필이는 할 말을 찾지 못한 채
미안하단 말만 반복하였다.
허나 이미 엎질러진 물.
주워 담을 수도 없는 노릇에
성필이를 도닥여 먼저 동재로
보낸 뒤 책의 임자인 홍학유에게
사정이야기를 한 뒤 어떻게 해야
할 지 의논 하기 위해 정록청으로
향했다.
“ 장의~ 혹시 안에 내용을
보았는가? ”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내게
홍학유는 대뜸 책을 봤냐고 물었다.
“ 아니요오~~!!!
보지 않았습니다. 제가 그것을 왜
봅니까? ”
“ 아니 뭘 그렇게까지 정색을 하고
그러나 안 봤으면 안 봤다 하면
될 것을. ”
“ 아...아...아니... 그게 그러니까
제 것도 아닌 것을 허락도 없이
볼 수는... 없다는 것이지요. "
“ 그렇지. 근데 어찌하여
성필상유는 그것을 보았을꼬. ”
이에 뜨끔해진 난 이러저러 변명을
늘어놓느니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는 게 낫다 생각하여 석환이에게
눈짓을 하여 그 날의 일들을
석환이 직접 간단히 설명했다.
“ 외출을 다녀왔던 터라 책은
생각지도 못했고 제가 장의께
궁금하다고 졸라선 뺏다시피
본 것이 다입니다. 물론
아쉽게도 다 보진 못한 상태고. "
“ 아니~!! 아쉽다니~!!
뭐가~ 뭐가 도대체가 남자들이란 ”
어이가 없어 나도 모르게 흥분을
하다 홍학유 앞이란 걸 깨닫는
순간 입을 다물었다.
“ 아니 장의는 그럼 사내가 아닌가? ”
“ 분명~! 사내지요. ”
“ 그렇다면 호기심에 한번쯤은
볼 법도 한 데 석환 상유는 솔직한
반면에 장의는 흐음... "
그렇게 말을 흐린 뒤 능글거리는
표정으로 나를 보는 데
“ 모... 모든 사내들이 호기심으로
충만하지는 않습니다. ”
“ 아무래도 지식머리는 알맞게
여문 것 같은 데 이거~이거 정신은
아직도 열 살배기 어린 아이와도
같으니 답답할 노릇이네. "
‘ 뭐래 이 양반이. 모르면 몰라도
알 건 다 아는 속 시커먼 여자거든요.
알지도 못하면서 아니 해답을
내놓으라니까 자꾸 말을 돌려~!!
아~~~ 답답해~!!! '
남의 속은 생각하지도 않고
뭘 그리 돌려대는지 괜시리 짜증이
난 나는 속의 말도 뱉지 못한 채
꿍얼거리며 석환이를 괜히
째려봤다.
“ 홍학유, 그러니 저희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 서재장의께 말을
번복해봐야 답이 없을 것 같고
믿지도 않을 듯 해. 이리 찾아
온 것입니다. "
“ 그러니 책 주인이 따로 있는 데
그 자가 나다? 이렇게 말을 해
달라는 소린가? "
“ 그게... 그러니까... ”
“ 싫네. ”
일말의 주저함도 없는 깔끔
하고도 깔끔한 거절이다. 이에
난 당황스러워 재차 말을
더듬으며 부탁했다.
“ 홍학유~ 제발 부탁드립니다.
불통이야 한 개든, 둘 이든 회생
할 수 있는 기회는 있지만 출재를
하게 되면 다음을 기약할 수
없습니다. 제발. "
“ 아니, 나는 모르는 일이네. ”
딱 잡아떼는 그가 솔직히
원망스러웠지만 나의 실수로
인한 일을 그가 책임 질 이유는
없기에 더 이상은 말을 할 수
없어 돌아섰다.
“ 도와줄 순 없네. 나도 살고
봐야지. 하지만 그것이 자네 것이라
하였어도 자네가 봤는지는 알 수
없는 것이지 않나? "
“ 무슨... ”
“ 그렇지 않나. 자네는 서재장의에게
소유에 대한 사실을 털어놓았을 뿐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잖은가? "
무슨 말장난인가 싶었지만 어쩜
홍학유의 말대로라면 난 어깃장을
놓을 수는 있다는 말이다. 물론
그것을 믿어줄 리는 만무할 수도
있으나 대사례부터 시작해 내가
그 동안 쌓아온 것을 통해서라면
최소한 의구심은 들 수 있게
만들 수도 있겠다 싶어
“ 그렇다고 하여도 정말
스승님들이나 사성께서 쉬이
믿어주실까요? "
“ 그것까진 내 확답은 못하네만
자네가 나를 막아준다면 나 역시
최대한 대변을 하도록 하지.
어찌되었든 서림을 간 것은
맞으니 미리 장가에게는 말을 해
놓겠네. 어쨌든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네. "
어찌되었든 홍학유가 나의 변에
대해 조금은 힘을 실어준다고
하였으니 서재장의를 어떻게
구워삶을지 생각을 해야 한다.
“ 유정, 자네 책의 주인일 뿐
내용이 무엇인지를 모르잖아. "
“ 그렇지. ”
“ 그렇다면 말이야. 그 자도 그
책이 무엇인지를 몰라야 하는 것이
정상인데 아무리 봐도 책 내용을
알고 있는 눈치였단 말이지. "
“ 누가? 서재장의? 아니면 그? ”
“ 둘 다. ”
만약 별거 아닌 책으로 알고
있거나 내용을 보지 않았다면 그
둘이 나를 이렇게 몰아세우듯
할 이유는 없다. 내용을 알고
있기에 나를 곤란에
빠뜨리려는것.
그렇다면
“ 물귀신 작전~!! ”
“ ...??? ”
“ 말 그대로야. 물귀신처럼
물로 유인해서 같이 죽던지
아니면 포기하던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게끔 하면
된다는 것이지. "
“ 아하~ 난 또 무슨 말이라고.
장의께서 내 의중을 그리
이해를 했다니 다행입니다.
큭큭 "
“ 어찌되었든 간에 나만 죽을
순 없으니 어디 한번 해보자고. "
그렇게 난 두 손을 불끈 쥐며
동재로 향했다.
* 사성의 집무실
아침 댓바람부터 밥도 못 먹고
난 사성 앞에 긴장을 하며
서 있다. 서재 장의인지 그
밉상인지는 알 수 없으나 둘 중
하나가 나를 고발한 것은
분명한 사실인 듯 나이 지긋한
양반이 내 앞에서 침묵으로
질책 1타를 날리며 말을 신중히
고르는 듯 해 입이 바싹바싹
말랐다.
“ 자네는 내용을 모르는 것이
아닌가? ”
‘ 그래. 홍학유 말대로 나는 안에
내용을 모른다고 잡아떼면 되는
것이야. '
그렇게 홍학유의 말을 떠올리며
최대한 침착하게 사성의 말을
기다렸다.
“ 대사례에서 유생들의 사기를
끌어내어 최고의 결과를 내도록
이끌고 일차에서도 청산유수처럼
읊어 금상을 탄복하게 만들었다는
자네에게 내 한 가지 물어 볼 것이
있어 불렀네. "
“ 하문하시지요. ”
“ 혹여, 읽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가지고 있어서도 안 될 물건을
지닌 적이 있는가? "
“ 무슨 말씀이시온지. ”
내가 모르쇠로 1차 방어를 하자
조심스레 붉은 표지가 있는 책을
꺼내어 내게 들이밀었다.
“ 이것을 아는가? ”
분명 이것을 난 그 자리에서
내 것이라고 하였다. 허나 책의
내용에 대해선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 단 1도 ’
“ 네. 제가 가지고 있던
서책입니다. ”
읽은 것이 아닌 가지고
있던 것이라고 답한 뒤 나는
사성의 눈치를 살폈다. 꼰대의
표정이 곧장 놀람에 이어
언짢음이 스쳐지나갔다가
고요히 바뀌었다.
“ 정녕 자네 것이 맞단 말이지. ”
“ 네. 홍학유에게 필사본을 만들
책을 부탁 받아 외출을 나가
서림에 들렸더니 장가가 원본과
함께 준 것이라 가지고 있었습니다. "
“ 그렇다면 자네는 이게 무엇인지
안다는 소리겠군. ”
“ 제가 가지고 있던 것은 맞으나,
그저 장가가 굉장히 구하기 힘든
것이라 하여 귀한 책으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
“ 정녕 이것이 무슨 책인지
모른다는 소리인가? ”
“ 네. 어제 서재장의가 책의
주인을 묻기에 답을 하였는데
굉장히 놀라워하기에 진짜
귀한 것 인가했습니다. 진정
중요한 서책이 맞습니까? "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마치
한정판 컬렉션을 내가 가진
거냐며 순진한 눈빛을 마구~
마구 발산하여 나는 진짜로
모른다고 어필 하고 또 어필했다.
솔직히 유정킴이었다면 씨알도
먹히지 않을 연기지만 지금은
순진무구하고 공부밖에 모르며
유생들에게 멋진 장의로 앞에
섰으니 최대한 사성의 판단력을
흔들어 볼 참이다.
그리고
‘ 너희 두 놈들한테 고대로
돌려주지. 아주그냥 호색한
소리 한번 찐하게 들어봐라
이 자식들아~! '
“ 허허... ”
“ 정녕 귀한 책이라고 한다면
어떻게 한 권으로 남길 수도
없지 않습니까. 사성영감 제가
직접 필사를 하여 존경각에 두고
여러 유생들이 볼 수 있도록
해 보겠습니다. "
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붉은 표지를 잽싸게 감추며
그 붉은 기를 온전히 얼굴에
올린 사성은 당황하는 듯
말을 더듬었다.
“ 아..아니~!! 이게 무엇인지도
모르고 귀한 것이라는 말만으로
그 무슨 "
“ 서재 장의가 학식이 저보다
높아 책을 보자마자 바로 알아
챈 것을 진즉에 장의와 논의
하였다면 이리 사성영감을
귀찮게 하는 일을
없었을 텐데요. "
“ 허허 이거 참. 00상유의
말과 너무 다르니 조금만
기다리게. 그도 불러 함께
물을 것이니. "
‘ 서재장의가 밉상을 앞세웠군.
뭐 누구라도 상관없어. 한 놈만
팬다고 했으니 아주그냥 제대로
디스 해주지. '
드디어 3자대면이다.
서재장의가 아닌 밉상을
부른다고하니 아쉽지만 이
녀석이라도 제대로 두들겨 패서
서재는 물론이거니와 서재장의
얼굴에도 똥벼락을 퍼부어선
다시는 나한테 수작질 못하도록
할 생각이다. 그렇게 잠시
기다리니 밉상이 들어왔다.
들어오자마자 나를 보더니
눈살부터 찌푸린다.
“ 부르셨습니까 사성영감 ”
“ 어제 내게 한 이야기와
동재장의에게서 들은 것이
서로 맞지 않아 다 같이 있는
자리에서 다시금 이야기를
하려고 불렸네. "
“ 네. 그럼 하문하시지요. ”
“ 자네가 분명 이 책의 주인이
동재장의란 것을 들은 게
맞는가? "
“ 네. 제 귀로 똑똑히 들었습니다. ”
“ 그렇다면 이 책의 내용도 알고
있다는 걸 확인 하였는가? "
“ 그것은 아니지만 분명
성필사형께서 몰래 보고 계신
것은 확인하였습니다. "
“ 몰래 볼 정도라니. 성필상유도
참 좋은 것은 함께 나누는 법인데.
의외입니다. "
“ 동재장의~ 성필사형에게
모든 것을 뒤집어씌우실 모양인데.
분명 장의께서 내 것이라 하지
않으셨습니까? "
“ 네 그리하였네만 00사제 자네가
이리 역정을 내는 것에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군. "
“ 불결하기 그지없는 저급한 것을
어찌 그리 당당히 내 것이라 말씀
하는 것부터가 잘못되었다는 것인데
무슨 말을 더하겠습니까? "
“ 사성영감, 혹시 영감께서는
그 책의 내용을 알고 계신지요?
00사제가 이리 노여워하는 것에
대해 저는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제가 무엇을 잘못 하였다고
이렇게 몰아세우는 것인지. "
두 어깨를 으쓱 올리며 밉상이
왜 노발대발하는지 진짜
모르겠다고 최대한 순진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밉상의
심기를 활활 타오르게 한 뒤
나는 사성을 향해 설명해 달라고
보챘다. 과연 사성은 이 책의
내용을 알고 있을 지, 짐작만
하고 있을지 궁금해져 속으로
킬킬거리며 사성의 답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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