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화 골치 아픈 일에 휘말린 듯 하다.
본 웹소설은 픽션이며 인물, 지명, 종교, 사건 등은 실제 역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아무리 기방을 나선 뒤라고는 하나
동선을 찾는 것이니 예외일 순 없지.
어떻게 중요한 손님이거나 높으신
분이시던가? "
“ 어머니께서 입단속을 하시어 자세히는
알려드리기 어렵사오나 아무래도 그 날
함께 하셨던 분인 줄로 압니다. "
이런 똥 밟았다. 밟아도 지뢰 같은 걸
밟아서는
‘ 아? 아니지. 우린 분명 그 인간을 호위
무사에게 넘겼으니 책임이 없지. 무엇보다
우리가 해코지를 할 제스처라도 취했다면
모를까. 그냥 술만 얻어먹은 것 뿐인데. '
괜히 찔려선 오해를 살만한 행동을 한 것
같아 무안해진 난 곧장 말을 바꾸었다.
“ 그 날 술을 좀 얻어먹긴 하였으나 본
적도 없고 아는 인물도 아니기에 오래 마주
하진 않았으니 뭐. "
“ 그러나 유정, 우리가 하나 놓친 것이
있어. ”
“ 무엇을? ”
“ 그 날 그 자를 데려간 이가 정확히 그 자의
사람인지를 확인하지 않았지 않나. "
‘ 아... 이런. ’
그날 아무 생각 없이 했던 행동들 하나하나
걸림돌이 될 줄이야. 허나 고작 그런 것으로
사람이 납치되는 것을 수수방관 했다는 말은
억지다.
“ 하지만 모르는 이였으면 그리 순순히 따라
나섰겠어. "
“ 모를 일이지. 이미 우리에게 왔을 때도
술이 거나하게 취했는데 거기에 더 기울였으니
사리분별하기가 어려웠지 않겠어. 자네가
그건 제일 잘 알지 않아. "
“ 아니야... 아니야.. 아니어야 해. 잘못
하다간 출재될 수도 있음이야~~ "
“ 유정 너무 걱정 말아. 우선은 지금
우리가 유생인 것을 아는 거라곤 여기
있는 연향과 초이 뿐 일 테니. "
“ 도련님들 걱정 마십시오. 초이도
유생나리임을 모릅니다. 그저 어느
양반댁 자제분으로만 알고 있으니
기방이라면 알다시피 비밀은 절대
나갈 수 없는 곳이니까요. "
그렇다면 그 날 우리를 홀대했던
가홍이라는 기생 역시 우리가 유생임을
모른다는 말이니 어찌되었든 눈치 빠른
연향이 덕에 한시름은 놓았으나 결코
속단할 수는 없다.
“ 그럼 연향이, 혹여 그 날 그 자와
관계된 이들이 모두 관아로 불려가거나
하진 않았나? "
“ 그것까지는 모르옵니다. 그리고 안다
하여도... ”
“ 아닐세. 내가 괜히 그대를 곤란하게
만들 뻔 하였군. "
“ 아닙니다. 예민한 부분인데다 저의
홍루도 연루되었단 소리가 섞여 들어와
조심하는 중이라 혹여 분명한 이야기가
전해진다면 연통을 넣어 알려드리도록
하지요. "
“ 그리 해주겠는가? ”
“ 당연하지요. 저희같이 천한 것들도
사람으로 대접해주신 유일한 분을 위해
무언들 못할까요.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
일이 어찌되었든 아직은 다른 곳에서부터
조사가 이루어 지는 지 관련될 만한
이들을 죄다 불러들이지는 않나 보다.
하기야 고작 술 몇 잔 얻어먹은 것으로
엮는 다면 억울한 일이니.
“ 아... 그 날 그냥 쫓아내는 거였는데. ”
“ 이제 엎질러진 물이야. 우리는
지금부터 그자와 아무런 관련이 없음에
끝까지 잡아떼야 해. "
“ 어차피 어느 집 인간인지, 이름도
모르는 데 암만 우리를 추궁을 해봐야
나올 것도 없지. "
“ 그러니까 유정 너무 걱정 말아. ”
“ 그치만 만에 하나 그날 우리를
알 만 한 자가 있어 불려가기라도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내 인생은
종치는 거야. 성균관 내 입지는
물론이거니와 서재장의는 꼴
좋다며 쾌재를 외치겠지.
아오~! 그 꼴을 어떻게 보냐고~~!
그리고 그런 불명예스러운 일로
장의자격을 박탈당한다면
부끄러운 동재장의 뒤를 누가
이으려고 하겠어~~! "
언제는 장의를 빨리 벗어나야지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나도
모르게 여기 유정에게 이입이
된 것인지 괜한 미련이 생겨
버렸다. 손뼉 칠 때 멋지게 떠나
나중에 돌아 올 유정을 볼
면이라도 만들려 했던 것을
핑계로 시작한 것이 나도
모르게 애착이 들어버렸다.
한의원에선 수동적이고 숨기
바쁜 인간이었다면 여기선
나 하나 보고 어디까지 달려올
이들이 새까맣게 많은 것에
괜시리 뿌듯함까지 그것에
중독되어 도저히 손을 놓을 수
없다.
“ 아직은 아니야. 적어도 이렇게
물러날 수는 없지. ”
“ 괜한 걱정일랑 말고 우선은
돌아가 있자고. 아직까진 쉬쉬
하는듯 하니 그리고
연향이, 우리가 당분간은
이 곳을 찾는 것이 힘들어 질 것
같으니 혹여 자네든 우리든
만나야 할 일이 있을 시 서림에서
보도록 하지. 내 장가에게 미리
일러둘 터이니 "
“ 네 알겠습니다. ”
어차피 우린 그저 잠시 머물렀던
이름 모를 객이니 더 할 것도
없거니와 우리에게도 바로 내놓지
못하는 연향의 입장으로 봐선
그렇게 대놓고 수사를 하는 듯
하진 않았다. 아무래도 월아와
월아에게 소식을 건네는 이는
산 자가 아니다보니 우리가
볼 수 없는 것들을 전달한 것일
수도.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괜한 설레발인 듯 하여 다음을
기약한 뒤 석환과 난 곧장 홍루를
나왔다.
“ 하아... ”
“ 이왕 나온 거 그냥 돌아가기
아까운 데 전에 네가 말했던
찻집이라도 가 볼까? "
찻집이라니 무슨 소리냐며 물으려다
석환이의 개구진 표정에서 금방
눈치를 챘다.
“ 그래~! 기분도 꿀꿀한데
차 한 잔 콜~! ”
“ 무슨 자루 째 큭큭 알았네 알았어~ ”
콜4(제주방언_자루)
그렇게 나는 꿀꿀한 기분을 술로
한잔 보내기 위해 전에 보아두었던
반촌 첫 골목에 위치한 찻집(?)으로
향했다. 아직은 이른 시간임에도
제법 손님이 가득한 그 곳은
들어서는 순간 옛날 포차를
연상케 했다. 이미 다른 유생들도
제법 몇몇 눈에 띄는 것이 확실히
대학로다운 분위기다.
“ 뭐 고급진 분위기나 좋은 술과
고기는 없지만 마음이 편안한 것이
술맛은 더 있을 것 같네. "
“ 딱 이런 느낌이었어. 자네가 처음
맛 본 술에 고주망태가 되어 널부러진
곳이. "
“ 큭큭큭 내가 좀 하지. 한번 마시면
끝장을 보니 이든이가 참 고생
많~~~이 했지. "
“ 이든? ”
“ 주인장~!!! ”
나도 모르게 또 이든이를 불렀다가
석환이가 혹여나 재차 물을까 싶어
얼른 주인장을 부른 뒤 내가 쏠
요량으로 잔뜩 시키니 그저 웃는
녀석이다.
“ 자극적인 맛이 고프지만 뭐
여기선 MSG를 찾을 수 없으니 "
그렇게 난 삼삼하다 못해 심심한
닭다리를 물어 뜯으려는 데
“ 오르지 못할 나무에 기를 쓰고
기어오르니 그 꼴이 나지. "
“ 누가 아니래. 에이~
괜히 기방만 들쑤셔선 안 그래도 들어
갈 때마다 까다로워 뇌물까지 써 가며
물건을 들여놓던 걸 일일이 확인하며
어젠 퇴짜까지 맞았어. 재수가 없으려니. "
“ 어디 자네뿐인가. 없어졌으면
주변부터 물색을 할 것이지. 애꿎은
상인들 물건은 왜 뒤지고 지랄이야~ "
“ 그 날 먹은 것에서부터 찾는다지
않나. 약이라도 탔을까봐 내 원 참.
괜시리 그 일로 불똥이 튀어서는 "
옆에서 귀에 거슬리는 탁성들이
오가는 것에 내심 호기심이 생긴
난 석환이가 말리는 데도 걱정
말라며 그네들의 대화에 끼었다.
“ 그러게나 말일세. 괜한 일로
지금 도대체 몇 명이나 손해를
보는 지 원. "
은근슬쩍 옆에 털썩 앉아서는
대화에 끼이려는 이를 본 그들은
내심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허나 오늘은 평범한 사복차림이라서
부잣집도련님인지 일개 생원인지
알 수 없음에 나는 더욱 더
그들에게 들이밀었다.
“ 아니 옆에서 듣고 있자니 부아가
치밀어서 말일세. 나도 책 하나
팔려다가 쫓겨나지 않았겠나. "
그렇게 그들의 의심을 단박에
거둘 만한 직업을 머릿속으로
굴리다가 만만한 책쾌행세를
해 보았다. 그러자 단박에
경계를 푸는 이들이니 단순함에
뭔가를 캐낼 수 있을 것 같아
석환에겐 눈짓을 한 뒤 말을
이었다.
“ 내 참 억울해서. ”
“ 우리들이야 물건을 들일 수
없게 되어 그렇다 쳐도 책쾌가
기생들에게만 팔지 않을 것을 "
“ 무슨 소리~ 한성바닥에서 날고
긴다는 그네들이 나 오기만을 눈
빠지게 기다리는 걸. "
“ 내 책쾌들을 많이 알진 못했지만
자네는 처음 보는 얼굴인데? "
“ 당연하지. 내 인정 때만 돌아다니는
습성이 있어서 말이지. "
남들 다니지 않는 시각에 도둑처럼
돌아 다닌다라 이에 곧 그들의 눈이
음흉해졌다.
“ 큭큭큭... 기생들에게만 풀어놓는
무언가가 있나보군. ”
“ 하기야, 좋은 건 기생년들이 먼저
차지하고 보지. ”
“ 기방이 그 곳에만 있는 것도 아닌 데
말이야 왜 거기가 유명해졌는지는
나도 한 몫 하였다 이거지. 그런데
아무런 연관도 없는 내 밥줄까지
끊느냐 이 말이야~! "
“ 이런~! 먹거리도 모자라서
눈요기까지 그건 좀 너무 하였군
그래. "
“ 그렇지. 자네들이야 목구멍으로
넘기는 거니 그렇지만 책이 무슨
죄인가. 오히려 고마워해도 시원찮을
판에 그런데 도대체 누구길래
이리도 쉬쉬하는 건가? 기방이야
비밀이 새 나가지 않게 입단속이라
하지만 내 밥줄 끊기는 마당에
어디 하소연이라도 해야지. "
“ 어허, 이 사람이 밤늦게 다녀서
물정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군.
지금 누가 사라진 줄을 모르다니. "
“ 신성군마마께서 사라지셨다지 않나. ”
‘ 신성군이라니... 잠시만 군?? ’
군이라는 호칭이 붙은 것으로 미루어
짐작하니 일개 부잣집 도령이 아니다.
왕의 자식들에게 붙여지던 호칭을
쓰는 그는 아무래도
“ 말도 안돼... 한량이 아니라
군이라고? 왕자?? ”
“ 그럼 무엇하나, 어미가 미천하여 인정
받지도 못하는 것을. "
“ 그렇지. 오히려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인데 그래도 왕의 자식이니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겠지. 에효...
그냥 시늉만 하고 얼른 다시 들어가면
좋겠어. "
그렇게 그네들과 이야기를 잠시 한
덕에 그 고주망태 한량의 정체를
알았으나 당황스러운 건 둘째 치고
골머리가 아파왔다.
“ 석환, 아무래도 우리 진짜 똥
밟았나봐. ”
“ 자네와 내가 잠시 한성을 떠나 있다
보니 이런 일을 겪는군. 진즉에
알았더라면 함께 하지도 않았을 텐데. "
왕의 자식 얼굴을 보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나 예전의 유정이라면
최소 한번쯤은 마주쳤을 법 한데
그런 유정이도 얼굴을 모른다면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석환이랑 유정이가 지방에라도
내려가 있었나보다. 어찌되었건
답답한 심정에 들이킨 술이 쓰다.
“ 이거 참 술이 달아야 하는 데
지독하게 쓰네. ”
“ 괜한 소리를 들어서 더 그렇지.
그치만 아직도 세자책봉 없이 군으로만
불리는 거로 보아 그렇게 힘이 있지는
않나보군. "
“ 오죽하면 백성들에게서도 인정을
받지 못해 오르지도 못할 나무에 욕심을
부리냐는 소리까지 들을까. "
허나,
사정은 모를 일이다.
만약 왕에게서조차 선택받지 못했다면
그저 단순 실종으로 치부되었을
일이겠지만 대대적으로 하나하나
따지고 드는 걸로 보아선 전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이는
아닌 듯 그저 어미의 신분으로만
치부하기엔 뭔가가 있을 것 같아
걱정이 다시금 고개를 들었다.
이에 석환은 만지작 거리던 술잔을
들어 입에 탁 털어 넣고는
“ 괜한 걱정은 사서 하지 말자고.
쓸데없이 나섰다 진짜 불똥이 날아올
수도 있음이야. "
석환은 아무래도 권력싸움의 한 복판에
끼인 듯한 기분에 영 언짢은 모양이다.
찝찝한 기분을 털어내려 했다가 오히려
오물을 뒤집어 쓴 기분에 입에다 남은
술을 마저 붓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서둘러 다시 성균관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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