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복 작전
![DUMMY](http://cdn1.munpia.com/blank.png)
인도 출신의 천재 수학자 라마누잔은 1차 대전에 참전했다가 독일로 귀화해서 정수론을 이용하여 절대로 깨트릴 수 없는 엄청난 암호 체계를 만들었다. 독일은 이 암호 체계를 아주 요긴하게 써먹고 있었다.
또한 한스는 가능하면 전차와 장갑차들의 정비가 쉽고, 부품을 통일해서 만들 것을 건의했다.
"전차를 제작할 때 굳이 용접을 너무 세밀하게 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차피 전투 중에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한편 오토는 지난 번에 격파된 전차 대신 새로운 4호 전차를 받았다. 소대원들은 오토를 무등 태우고 1급 철십자 훈장을 받게 된 것을 축하해주었다. 무등에 탄 오토가 생각했다.
'그래!! 이 녀석들도 힘들게 싸우는데! 소대장인 내가 도망가면 되겠는가! 나는 장교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
또한 오토는 새로 받게 된 4호 전차를 쓰다듬으며 생각했다.
'언젠가 네 놈도 기동 불능 상태에 빠지겠지! 하지만 그 전까지 네 놈은 내 전차다!'
오토는 이전에 격파된 자신의 첫 4호 전차의 파편도 하나 주워서 간직하고 있었다. 이는 어머니한테 소포로 보냈고, 소중하게 보관해달라고 편지로 신신당부했다.
그렇게 오토는 축하를 받고 장교 대피소로 가다가 실수로 얼마 전 학살한 소련군의 시체가 썩어가는 곳으로 길을 잘못 들었다.
'시발!!!'
30년은 남아있을 것 같은 엄청난 악취가 코를 찔렀다. 다시 길을 돌아서 장교 대피소에 가보니, 친구들은 군용빵에 마가린을 발라 먹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오토가 물었다.
"오늘은 보급 안 온대?"
"못 온 다더군."
오늘도 따뜻한 스튜 먹기는 글렀던 것 이다. 오토도 차가운 군용빵을 썬 다음에 맛 없는 마가린을 발라먹었다. 동료들은 여전히 얼마 전에 보았던 소련군의 독일군 포로 사살에 이를 갈고 있었다.
"폴루(프랑스군)나 토미놈(영국군)들하고 전쟁할 때도 이런 일은 없었다던데.."
헬무트가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반 새끼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응징해야하네."
"놈들이 먼저 전쟁의 룰을 지키지 않았으니 우리 또한 지킬 필요가 없지!"
얼마 전 부인을 강간한 이후로 상태가 안좋던 볼프강도 제정신이 돌아왔다.
"내 목숨은 독일 제국을 위해 바치겠네! 전우들의 복수를 위하여!"
"그래!!"
잠시 뒤, 중대는 다시 명령에 의해 소대별로 나뉘어 소련군의 강력한 방어 진지를 점령하기 위해 전진하고 있었다. 오토의 1소대는 다른 2소대와 3소대에 비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전진하고 있었다. 무전수 요하네스가 외쳤다.
"다른 소대와 전진 속도 맞추라는 명령 내려왔습니다!!"
오토가 외쳤다.
"응답하지마!! 우린 못 들은거다!!"
무전수 요하네스가 오토의 명령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그런!! 상부 명령을 무시하라니!!'
오토가 속으로 생각했다.
'슐레프 그 멍청한 새끼!!!'
오토는 무전기를 통해 자신의 소대원들에게 외쳤다.
"하겐(오토 파이퍼가 무전을 할 때 쓰는 가명)이다!! 각 전차장들은 들어라! 전속력으로 전진한다!! 옆구리는 군터와 지크프리트가 있으니 무시해라!"
트트트 트트트트 드릉 드르릉
오토의 하겐 소대는 엄청난 먼지와 연기를 뿜으며 소련군의 참호선을 따라 전속력으로 전진했다.
"3탄 연속 발사!!
쿠궁!! 쿠과광!!
그 날 슐레프 중대는 대 승리를 거두었다. 슐레프 중대장은 자꾸 자신의 말을 무시하는 오토를 고깝게 생각했다.
'건방진 새끼...'
하지만 오토는 한스 파이퍼의 아들이었기 때문에 슐레프는 겉으로는 오토를 칭찬했다.
"아주 훌륭해! 하지만 자네 전차의 무전기는 자주 고장나는 것 같군!"
"무전기를 점검하도록 하겠습니다!"
소련 병사들은 겁에 질린 채로 눈을 굴리며 묶여 있었다. 오토는 소련 병사들이 빠른 속도로 구축한 진지를 면밀히 살펴보았다.
"놈들은 정말 야전 축성에 능하군..."
"정찰에 따르면 며칠 전에도 이 곳에 방어진지는 없었다더군. 고작 며칠 내에 이걸 지은걸세!"
오토는 표정이 굳어졌다.
'앞으로 점점 공세 도중에 손실이 많이 생길 수 있겠군..'
전차 부대 녀석들의 사기는 하늘을 찔렀다.
"앞으로도 계속 전진하자!!"
"내 목숨은 독일 제국의 것이네!!"
잠시 뒤, 슐레프 중대장이 와서 외쳤다.
"장교들 그 외 전차장들 전원 집합!!"
'이번엔 또 뭐 시키려고 그러지?'
슐레프 중대장이 지도판을 가리키며 외쳤다.
"이 인근에 소련군의 차량이 주기적으로 지나간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이 근처에 빽빽한 관목림과 숲이 있으니, 매복해서 놈들의 측면을 찌르기에 유리하다! 4호 전차 3량으로 매복한다! 자원 받는다!"
아무도 자원하지 않았다. 슐레프 중대장이 외쳤다.
"이번 임무에 성공하면 특별한 포상이 내려질 수 있다!"
'포상?'
그래도 아무도 자원하지 않았고 제비 뽑기로 결정되었다. 오토, 게오르크과 스테판, 블라덱은 서로 눈치를 보며 제비를 뽑았다.
'제발 나만 안 걸려라 제발!!'
게오르크, 스테판, 블라덱은 모두 X자가 적힌 제비를 뽑았다.
'휴우...다행이다...'
오토는 O자가 적힌 자신의 제비를 바라보았다. 슐레프 중대장이 외쳤다.
"축하하네! 오토! 또 전공을 세울 기회를 얻게 되었군!!"
결국 오토의 소대가 이 매복 임무를 하기로 했다. 우벤 전차장의 차량은 상태가 좋지 않아서 이번 작전에 빠졌다. 오토 소대의 뷜리겐과 슈뢰어 전차장들이 속으로 절규했다.
'왜 하필 우리야!!'
'잘 좀 뽑을 것이지! 1/4 확률인데 왜 하필 우리 소대가!!'
그렇게 오토와 오토 소대의 뷜리겐, 슈뢰어의 4호 전차는 엔진을 모두 끄고, 풀 숲에 엄폐한 채로 소련군의 차량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오토는 미리 도로 상태를 유심히 관찰했다.
'궤도자국은 없고 바퀴자국만 있는 것을 보니 놈들은 이 쪽으로 보급 차량이나 병력을 이동시키고 있겠군..'
도로에는 소련군의 군화 자국도 있었다.
'간격을 보면 그다지 많지 않은 인원이 하루 정도 전에 지나갔군...'
정찰을 마친 후 오토는 잽싸게 전차 안으로 들어왔다. 위에 나뭇가지로 철저하게 위장해 둔 전차 안에서는 적막이 흘렀다. 오토가 말했다.
"도로 상태를 보면 이 곳에서 이반 놈들의 차량이 주기적으로 이 곳을 통과하고 있네. 아마 오늘, 늦어도 내일 안에는 놈들이 지나갈걸세. 집중하도록."
그렇게 전차병들은 지루한 매복을 실시했다. 포수 에밀이 오토에게 물었다.
"질문 있습니다!"
"목소리 낮추게!"
"밖에 나가서 오줌싸도 됩니까?"
"탄피에다 싸게."
에밀이 탄피에 오줌 싸는 소리가 전차 안에 울려퍼졌다.
쏴아아아~
'그냥 나가서 싸게 할걸!'
잠시 뒤, 에밀이 다시 질문했다.
"소대장님, 질문 있습니다!"
"뭔가?"
"똥은 어디다 쌉니까?"
마티아스, 알프레트, 요하네스 모두 표정이 구겨졌다.
'저 새끼 저거!!'
오토는 애써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
"빨리 나가서 해결하고 오게!"
"넵!"
"탄피도 가져가!!"
그렇게 에밀은 해치를 열고는 밖으로 나갔다. 잠시 뒤, 오토는 전차장 해치를 열고는 상체를 내밀고 쌍안경으로 주변을 정찰했다. 그 때, 쌍안경 속에서 놈들의 전차가 눈에 들어왔다.
'으아악!!'
오토가 무전으로 외쳤다.
"보드카(적 전차를 뜻하는 암호) 3대, 커피 원두 한 자루(보병 한 소대를 나타내는 암호)! 준비하고 신호 내릴때까지 대기한다!"
'에밀 이 새끼는 왜 안 오는 거야!!'
에밀은 이제서야 해치를 열고는 기어 들어왔다. 오토는 에밀의 대가리를 치고는 외쳤다.
"우리가 맨 선두 전차를 한 방에 노린다. 뷜리겐, 슈뢰어가 차례로 그 후미 전차들 노릴 것 이다. 포탑 선회시켜."
전차 안에서 포탑이 돌아가는 소리만이 들렸다.
끼긱 끼기긱
포수 에밀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포탑을 회전시켰고, 장전수 알프레트는 철갑탄을 장전했다. 무전수 요하네스 또한 기관총 사격을 준비했다.
'흐아아...으아아아...'
전차병들은 전차의 위장이 너무 빈약했던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틀림없이 들킬거야!!'
'놈들이 먼저 쏠거야!'
소련군의 T-26 전차를 호위하는 보병들은 제각기 맡은 방향을 정찰하며 전진하고 있었다. 포수 에밀이 더듬거렸다.
"머..먼저 쏴야 합니다!"
오토가 말했다.
"신호할 때까지 대기한다."
마티아스, 알프레트, 요하네스는 팬티에 똥오줌을 지렸다.
'으...으아아...'
뷜리겐과 슈뢰어 전차도 포탑을 정확히 돌린 상태로 오토의 전차가 먼저 포를 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냥 먼저 날려버려야해!!'
'어디까지 기다리는건가!!'
오토가 말했다.
"셋, 둘, 하나 발사!!!"
"발사!!"
오토의 4호 전차의 포신이 불을 뿜었다.
트크텅!!
회전하며 날아간 철갑탄은 소련 T-26 전차의 측면 장갑을 처음에는 움푹 패이게 한 후, 드릴처럼 회전하며 관통하며 소련군 병사의 뼈를 분쇄시켰다.
카가강!!!
쿠과광!! 콰광!!
엄청난 폭발과 함께 선두 T-26 전차의 모든 해치가 활짝 열리며 불길이 치솟았다. 뷜리겐과 슈뢰어 전차도 후미에 다른 T-26 전차를 향해 철갑탄을 발사했다.
펑!! 퍼엉!!
쿠구광!!
요하네스는 허둥지둥하며 여기저기로 숨는 소련군 병사들을 향해 기관총을 긁어댔다.
드득 드드득 드드득
"계속 쏴!!"
트득 드드득 트드드득
몇 소련군 병사들은 재빨리 반대 방향으로 달아났다. 하지만 그 쪽에는 이미 대인용 지뢰를 깔아둔 상태였다.
펑!! 퍼버벙!!
한 소련군 병사는 발목과 몸이 분리되어 공중으로 솟았다가 떨어졌다.
"흐악!! 아아악!!"
그렇게 소련군 보병 소대원들은 세 대의 독일군 4호 전차 기관총의 사격 범위 내에서 총알을 맞은 채로 학살되었다.
드득 드드득 드득
이렇게 오토의 소대는 3대의 소련군 T-26 전차를 격파하고 보병을 다수 사살하는 전공을 세우고는 부대에 복귀했다. 슐레프 중대장이 이들을 격려했다.
"수고했네."
슐레프 중대장이 보고서를 쓰는데, 오토 소대의 뷜리겐과 슈뢰어 전차장이 나가지 않고 머뭇거렸다.
"무슨 일인가?"
뷜리겐이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중대장님 그 포상은..."
슐레프가 껄껄 웃으며 말했다.
"허허! 자네는 포상을 바라고 전투를 하나?"
하지만 슐레프는 이 녀석들이 오토의 부하라는 것을 생각했다.
"조만간 자네들 모두 훈장을 받을 걸세! 그리고 포상으로 1소대에는 술과 담배를 지급한다!"
그렇게 1소대는 술과 담배와 함께 즐거운 휴식을 취했다. 조만간 또 좆 같은 전투가 이어질 것이 분명했지만, 오토는 내심 뿌듯했다.
'여..역시 난 전술에 재능이 있다...'
오토는 조만간 자신도 기사 철십자 훈장에 언젠가는 곡엽 기사 철십자 훈장까지 받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언젠간 연대장 자리까지 오르는거야! 그렇게 엄청난 부대를 가지고 소련 놈들을 포위하고 섬멸하는거지!'
블라덱이 라이카 카메라를 이용해서 동료들의 사진을 찍고는 중얼거렸다.
"후방에서 서류나 만지는 녀석들이 부럽다."
"그 후방 돼지들이 부럽다고?"
최전선에서 싸우는 군인들은 후방에서 서류 작업이나 하는 녀석들을 경멸하고는 했다. 하지만 솔직히 이 경멸은 부러움이 그 원인이었다.
"가장 부러운건 보급 책임지는 녀석들이지.."
"그 새끼들은 뒷돈을 얼마나 받아 먹었을까?"
오토가 말했다.
"그래도 놈들은 우리처럼 전투에서 영예를 얻을 수도 없고 훈장을 받을 수도 없지 않나! 나는 전방에서 싸우는 것이 즐겁네!"
참고로 오토는 며칠 전까지 계속해서 탈영 계획을 짜고 있었다. 게오르크가 외쳤다.
"자네 같이 타고난 전사나 그렇겠지! 하지만 군용 빵에 마가린 발라먹는건 질렸네! 하다못해 스튜라도 매일 제대로 보급되면 좋을텐데!"
스테판이 말했다.
"앞으로 스튜 먹긴 점점 힘들어질걸세. 동쪽으로 갈수록 보급은 길어지니 어쩔 수가 없다고!"
오토가 속으로 생각했다.
'약해빠진 녀석들...예전에는 순무빵만 먹고 싸웠다던데 고작 이 정도 가지고...'
그 날 밤, 오토는 소대 전차들을 확인하고 장교 대피소로 걸어갔다. 그 때, 포로 수용소 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이게 무슨 소리지?'
포로들이 탈출을 시도할 수 있는 일이었다. 오토는 MP40을 들고는 조심스럽게 그 쪽으로 걸어갔다.
'보초 서는 새끼들 어디있어?'
오토는 그 때, 건물 창문에서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했다.
'저 새끼들!!!! 이럴 수가!!'
보초를 서는 독일군이 소련군 포로 중에 하나를 추행하고 있었던 것 이었다. 오토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시발!!!'
하지만 오토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슬금슬금 뒷걸음친 다음에 장교 대피소로 돌아갔다.
이런 일은 처리하려면 존나게 복잡했다. 굳이 머리 아픈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저런 새끼들은 아군한테도 똑같은 짓을 할 새끼들이다..아군한테 그런 짓거리 하는것보단 포로 상대로 욕구 풀게 하는게 낫겠지? 그렇다고 군사 재판 넘기는건 전력 낭비다..아니, 애초에 왜 내가 저런걸 신경써야 하지?'
오토는 등줄기에 식은 땀이 흘렀다. 점점 한계점이 오는 것 같았다.
'남자 포로한테도 저런 짓을 하는데 마..만약에 여자 포로가 잡히면 혹시...'
장교 대피소에서 동료들은 조만간 부대에 들어올 수륙 양용차, 슈빔바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거만 있으면 얕은 강도 건널 수 있는 걸세!"
"그거 탔다가 물에 빠져 죽는거 아냐?"
오토는 조만간 슈빔바겐이 부대에 들어오면 이걸 타고 탈영하기로 결심했다.
'타..탈영하자...'
Comment '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