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영병 데니스
![DUMMY](http://cdn1.munpia.com/blank.png)
소련군 데니스는 포병 진지에서 근무를 서고 있었다. 데니스는 총 쏘는 것도 모르는, 얼마 전에 불려온 신병이었다. 데니스에게 유일한 즐거움은 배급 받은 마호르카 담배를 아껴서 피우는 것 이었다. 그런데 담배를 말 종이가 없었다.
"혹시 종이 남는거 있습니까?"
데니스의 물음에 나이가 많은 한 병사가 말했다.
"그냥 아무 신문지 주워다가 말게! 마호르카는 신문지로 말아 피워야 제 맛이지!"
그 병사는 신문지를 말아서 맛있게 마호르카 담배를 피웠다. 데니스는 얼마 전 독일 항공기가 삐라를 뿌리던 것을 떠올렸다.
'똥 닦는데도 유용하겠군..'
그로부터 얼마 뒤, 데니스는 독일군이 뿌린 삐라를 주웠다는 죄로 체포되었다. 아무리 해명했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다. 데니스는 다른 탈영병과 함께, 수많은 동료들이 보는 앞에서 군화와 군복을 벗어야 했다. 이 군화와 군복은 다른 소련 병사가 착용하게 될 것 이었다. 그래도 자비를 베풀어 팬티는 벗지 않아도 되었다.
데니스에게 담배를 신문지로 말아 피우라고 조언했던 병사가 식은 땀을 흘리며 이 광경을 보고 있었다.
'저..저 녀석!!'
데니스가 제발 뭐라도 말해달라는 눈빛으로 그 병사를 쳐다보았지만, 그 나이든 병사는 괴로운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고 입을 다물었다. 데니스 옆에 있는 한 녀석은 팬티에 똥오줌을 지린 채로 정신이 나가 있었다.
"으..으아아..흐어어..."
데니스와 같은 부대 병사들은 쾡한 눈빛으로 이 광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데니스는 팬티만 입은 채로 NKVD 특수부 총살대에 끌려갔다. 같이 끌려가는 탈영병이 특수부 총살대에 외쳤다.
"으..하하하!! 제발 한 번에 죽여줘!! 내 머리를 겨누라고!! 제발....으흐흑....으허윽!!!"
데니스는 자신의 앞을 걸어가는 탈영병의 흙투성이 맨발만 바라보았다. 심장이 미친듯이 쿵쾅거렸다. 고개를 들어보니 NKVD 특수부 총살대 녀석들이 장착하고 있는 소총이 보였다.
'어...엄마?'
그렇게 데니스는 다른 탈영병 녀석과 함께 자신들이 묻혀질 구덩이를 파야 했다.
'내가 직접 파라고?'
가능하면 천천히 파는 데니스에게 총살대가 외쳤다.
"빨리 파!! 뒤지고 싶냐!!!"
데니스는 허겁지겁 계속해서 구덩이를 팠다. 삽에 흙이 여기저기로 튀었다.
"&*%$ 일등병은 이달 20일 적과 대치한 상황에서 명령에 불복종했으므로 군법에 따라 총살형에 처한다! 데니스 &%* 이등병은 이달 21일 적의 선전물을 주워, 명령에 불복종했으므로 어쩌구 저쩌구"
옆에 있던 녀석은 계속 헛소리를 지껄였다.
"제발 한 번에 맞춰..제발!!"
"장전!!"
NKVD 특수부 총살대 녀석들이 일제히 데니스와 옆에 있는 녀석에게 소총을 겨누었다.
"으아악!!!"
"조준!!"
데니스는 순간 파란 하늘을 쳐다보았다.
"발사!!"
타앙!!
탈영병과 데니스가 구덩이로 굴러 떨어졌다.
"이상의 징벌은 본보기로서 계급을 막론하여 불복중에는 같은 형이 내려질 것이다"
"묻어!!"
한 병사가 삽을 들고 탈영병과 데니스를 묻으러 걸어왔다. 탈영병은 정확히 이마에 총을 맞고 즉사한 상태였다. 데니스는 그 탈영병 밑에 깔려 있었다.
"이 녀석은 운이 좋군."
그 병사는 삽을 이용해서 구덩이에 흙을 뿌리고, 잠시 어깨를 두드렸다.
'뻐근하군..'
다시 삽으로 흙을 파서 구덩이에 뿌리려고 하는데, 흙에 뒤덮여서 시커멓게 된 데니스의 얼굴에서 하얀 눈이 번쩍 뜨였다. 삽질을 하던 병사는 질겁을 하며 삽을 떨어트렸다.
"허억!! 여..여기!!"
그 때, 독일군 슈투카의 비행 소리가 들렸다.
쒸이이이~~ 시이이이~~~
"엎드려!!"
"폭격이다!!"
삽을 들고 있던 그 병사는 미친듯이 대피호로 달아났다. 데니스는 그 틈을 타서 구덩이 속을 빠져나갔다.
"으아아아!!"
슈투카의 찢어지는 고음이 귀청을 찢었다. 슈투카는 소련군의 포 진지에 폭탄을 쏟아붓고 있었다. 달려가는 데니스는 뒤에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쿠광!! 콰과광!! 쿠궁!!
시꺼먼 연기와 폭발은 10층 건물 높이까지 치솟았다. 하늘에서는 두 번째 슈투카 집단이 하나씩 기울어지며 급강하를 준비하고 있었다. 소련군 대공포 사수는 슈투카가 급강하하기 전에 어떻게던 맞추려고 대공포를 쏘고 있었다.
탕! 탕! 탕! 탕! 탕!
급강하를 시작하면 대공포를 쏴봤자 헛일이었다. 그러나 이미 슈투카는 급강하하며 찢어지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씨이이이~~~
슈투카 승무원이 폭탄을 투하했다.
찰칵
쿠과광!! 콰광!!
한편 오토는 최근 점령한 마을에서 지도를 읽고 있었다. 정비 반장이 달려와서 외쳤다.
"정비 완료했습니다!"
오토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지금 아무것도 오토 머리 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탈영해야 한다!!!'
오토는 소련 땅이 얼마나 넓고 인구가 많은지, 그리고 공업 생산력이 발달했는지를 떠올렸다. 이 전쟁은 절대로 금방 끝나지 않고 최소한 이년은 걸린다. 오토는 수학적으로 계산해보았다.
'전쟁 끝날 때까지 전투가 30번만 있다고 해도 내가 그 30번 전투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얼마나 되지?'
한 전투에서 살아남을 확률을 넉넉잡아 95프로라 잡는다고 해도 30번 전투에서 모두 생존할 확률은 20프로 밖에 되지 않았다. 오토는 퀴벨바겐을 훔쳐서 탈영하기로 결심했다. 러시아어도 자신 있었기 때문에 옷만 훔치면 어떻게던 도망칠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절대 이런 곳에서 뒤질 순 없어!!'
오토는 정찰을 한다는 명목 하에 슐레프 중대장에게 퀴벨바겐 이용을 허락 받고, 지도를 보며 작전을 짰다.
'이 쪽은 아군 포병대가 있으니 우회해서...'
그 때, 경계병이 외쳤다.
"저..저기!!"
"누구냐!!"
팬티만 입은 소련 병사 데니스가 비틀거리며 달려오고 있었다.
"헉..허억..."
그렇게 데니스는 독일군 위생병에게 치료를 받았다. 볼프강이 말했다.
"탈영이나 하는 비겁한 자식 같으니라고!! 저런 새끼를 뭐하러 치료해주는거야!"
오토는 눈을 굴리며 말했다.
"뭐 저 녀석도 죽기는 싫은거겠지."
볼프강이 외쳤다.
"군인이라면 마땅히 조국을 위해 목숨을 희생할 줄 알아야 하는 거야! 비겁한 녀석!"
오토는 속으로 볼프강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저 얼간이 같은 놈!!'
하지만 오토는 이 사건으로 겁에 질려서 탈영은 포기하기로 했다.
'훈장이고 나발이고 일단 살아만 남자!!'
그로부터 얼마 뒤, 오토가 소속된 슐레프 중대는 소련군이 중요한 거점으로 쓰고 있는 마을을 점령하기 위해 작전을 짰다.
"항공 정찰에 의하면 이 마을 근처에 놈들의 전차 부대가 있다! 소련군의 전차를 완전히 섬멸한다!"
오토가 생각했다.
'아무래도 민간인 피해가 클 것 같은데...'
오토는 슐레프 중대장에게 작전을 건의했다. 다음 날 새벽, 게오르크의 3소대 전차는 소련군이 점령한 마을 근처로 전진했다. 역시나 소련군은 독일군의 전차 공격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었다. 러시아 특유의 1층 집 지붕에서 소련군은 게오르크의 전차를 겨누고, TRD1941 데그차레프 대전차소총을 발사했다.
탕!
타앙!
잠시 얼쩡거리던 게오르크의 3소대 4호 전차들은 어디론가 퇴각하기 시작했다. 소련군 의 T-26 전차와 BT 쾌속 전차들은 쐐기 대형으로 게오르크의 4호 전차들을 쫓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풀 속에 엄폐하고 있던 독일군의 4호 전차들이 불을 뿜었다.
쿠광!! 콰과광!! 쿠궁!!
소련군 전차 부대의 맨 선두 전차와 후미 전차의 뚜껑이 날라갔다. 독일군의 4호 전차들은 차례대로 소련군 전차 부대를 하나씩 격파했다.
"명중!!"
이제 오토의 1소대는 전속력으로 마을을 점령하기 위해 전진했다.
"전속 전진하라!!"
그렇게 슐레프 중대는 손쉽게 마을을 점령했다. 탈영병 데니스 녀석은 후방으로 보내야 하는데 아직 포로 이송 트럭이 없기에 여기로 데리고 왔다. 데니스가 슐레프 중대장에게 외쳤다.
"이 마을은 제가 살던 마을입니다! 포로로 이송되기 전에 부모님을 뵈게 해주십시오!!"
"알았네."
슐레프 중대장은 데니스를 마을 이장에게 데리고 가도 된다고 허가했다. 이장이 데니스를 보고 외쳤다.
"데니스! 자네가 여기 어쩐 일인가!!"
"제 부모님은 어디 계십니까?"
이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잠시 뒤, 데니스는 이장을 따라서 한 담벼락으로 걸어갔다. 담벼락에는 총알 자국이 있었고, 흙이 묻은 흰 천으로 덮여 있는 시신이 2구 있었다.
소련군은 탈영병의 가족을 본보기로 처형한 것 이었다. 데니스는 시신 앞에 털썩 무릎을 꿇고 쓰러졌다. 데니스는 그 어떤 비명도 지르지 않고 있었다. 오토와 다른 장교들은 데니스의 뒷모습만을 볼 수 있었고 차마 뭐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마을 이장이 말했다.
"놈들은 탈영병 수 만큼 이 마을에서 젊은이들을 끌고 갔소. 병역 회피하면 10년 형이오."
이 광경을 보던 스테판이 더듬거리며 말했다.
"병역 회피하면 처벌 받는 것은 독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가족까지..."
한 노인이 말했다.
"어린 아가씨들이 붉은 군대에게 낙하산 조각을 샀다가 군사 재판에 넘겨졌소. 그 아가씨들은 10년 간 강제 수용소에 가게 되었다오. 단지 속옷을 만들어 입고 싶었을 뿐인데 말이오."
잠시 뒤, 데니스는 완전히 정신이 나간 멍한 상태로 헌병 트럭에 태워져서 후방으로 이송되었다. 오토와 친구들도 기분이 정말로 좆 같았다. 독일군은 마을 사람들과 군용 빵을 주고, 카샤라고 불리는 러시아의 전통 죽을 얻어먹었다. 마을 사람들이 먼저 먹는 것을 보고, 독일군도 이걸 맛볼 수 있었다. 이건 먹어도 배가 차지 않는 기분이었지만, 억지로 입에 쑤셔 넣었다. 그 때, 누군가 외쳤다.
"편지다! 편지 왔어!!"
병사들은 우르르 달려나갔다. 고향에서 오는 편지와 소포는 병사들이 제일 기다리는 것 이었다. 오토는 두 통의 편지를 받았다. 한 봉투에는 보내는 이가 에밀라 파이퍼라고 적혀 있었고, 다른 봉투에는 헤르만 요들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밀리나!!'
헤르만 요들은 밀리나가 여학교에 다니고 오토는 군사학교에 다닐 무렵 서로에게 편지를 쓰기 위해 밀리나가 썼던 가명이었다. 오토는 재빨리 그 편지를 조심스럽게 뜯어보았다. 그 안에는 밀리나의 사진도 있었다.
[친애하는 오토, 너가 줬던 선물을 볼 때마다 우리가 같이 놀았던 시절을 떠올리고 있어. 언덕 위에서 같이 비행기 날렸던거 기억나?]
한창 편지를 읽는데 게오르크가 말했다.
"소련군 통신부대나 포병대에도 여군 있다고 들었네!"
"그래봤자 힘 좋은 뚱뚱한 아줌마들이겠지!"
"아닐세! 위생병 중에 얼마 전에 고등학교 졸업하고 의대 다니던 예쁘장한 소련 여군도 있다고 들었네!"
헬무트가 그 말을 듣고는 잔뜩 기대에 부풀었다.
"그..그러면 혹시 우리가 포로로 잡을 수도!"
볼프강이 당근을 씹으며 중얼거렸다.
"뭔 생각하는 거냐!"
"혹시 포로 중에 이쁜 여군이 있으면 정말 잘 해줄거야! 내 음식도 나눠줄거고! 운이 좋으면..."
지바고 소위가 말했다.
"여군이래봤자 치마 입은 군인일 뿐이다. 동정은 금물일세."
"소련군은 점령했던 마을에서 여자란 여자는 다 강간한다고 들었네. 심지어 수녀원에서도 그 짓거리를 한다더군."
볼프강은 그 말에 얼굴을 찌푸렸다.
"그 자식들은 왜 그런 짓을 하는 거야?"
"우린 절대로 그러지 말자고!!"
오토와 친구들은 군사학교 졸업하고 나서 멋진 군복을 입고 있는 것 만으로도 여자들에게 꽤 인기가 많았다. 이들은 소련 여군 포로를 잡으면 좀만 잘해줘도 금방 자신들에게 마음을 줄거란 헛된 망상을 했다.
스테판이 심드렁하게 말했다.
"전쟁이란게 원래 그런 목적으로 하는거 아니겠나? 남의 땅의 씨를 뿌리고, 남의 여자를 취하기 위한거지. 사자도 그런 목적으로 전쟁을 하네. 싸움에서 이긴 수컷은 패배한 수컷의 새끼는 다 죽여버리고 암컷은 강간하지."
볼프강이 반박했다.
"그건 짐승들이나 그런거지! 인간에게는 애국심, 자유, 사상 같은 숭고한 의지가 있네. 인간에게는 신념이 있기에 자신의 목숨을 걸고 싸우는거라고 나는 생각하네. 나는 절대로 강간 같은 것은 하지도 않고, 민간인들에게도 잘 대해줄 걸세."
Comment '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