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무객 12화. 갓 태어난 동생에 대한 배려
12.
누이 혼자만 보이자, 나는 까르르 웃으며 누이에게 깡총거리며 달려갔다.
“어머나! 세상에... 우리 청룡이가 뛰어다니고 있잖아!? 청룡아! 뛰면 다쳐 안돼!”
비명을 지르며 내가 마치 잘못될 것처럼 누이는 달려와 나를 꼭 껴안는다. 나는 누이의 볼을 만지며 또 까르륵하고 웃어줬다. 이런 상황을 수없이 만들다 보니 누이는 이제 뻥쟁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물론 나는 뛰는 모습을 누이에게만 보였고,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도록 조심했다. 그러나 누이에게는 보여줘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이는 금년에 6 살이고, 나는 세 살이 되었다. 누이는 어머니를 닮아서 엄청 예쁘다. 그리고 무지 착해서 부모님 속 썩이는 것을 보질 못했다.
그런데, 나 때문에 늘 그 신뢰가 무너지고 뻥쟁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물론 부모님은 그 뻥이 동생을 너무 사랑해서 생긴 뻥이라는 것을 아시고, 사랑의 뻥이라고 늘 놀리며 말씀하신다.
나는 지금 세 살이지만, 세 살 아이 같지 않게 큰애들처럼 자신 있게 뛰어다닐 수 있다. 물론 내가 제대로 뛴 것은 아니지만, 실제 뛰어다닌 것은 반로환동(返老還童)하고 육 개월 뒤부터였다.
처음에는 잘 일어서지도 못했고, 내공을 이용해서 강시처럼 걸었고, 그렇게 걷다 보니 다리에 힘도 생기고, 조금 자라나 펄펄 날 정도로 뛰어다닐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건 누이만 있을 때이고, 부모님이 계실 때에는 자중한다. 그 때마다 누이는 사랑의 허풍이 시작되었다고 부모님에게 늘 놀림을 받았다.
갈수록 누이의 억울함은 커졌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사랑하는 동생의 성장을 위해서 겪어야 하는 고행이라고 생각하고, 그 억울함의 진실을 나만이 알고 있다는 것으로 넘어갈 수밖에...
아버님, 어머님은 나의 피부에서 금색 발광의 기운이 있어 늘 고민하셨다.
나의 체형에서 황금빛이 발현되면서 빠른 성장을 해 나가는 것이 걱정이 되어 가능하면 숨기려고 노력하셨는데, 부모님의 생각은 딱 하나였다. 청룡의 뛰어난 점 때문에, 그 어떤 자들에 의해서 해코지를 당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
언젠가 아버님과 어머님이 하시는 말을 들었다.
우리 아들 몸에서 발생하는 신비로운 현상 때문에 질시하는 인간들이 많을 것 같고, 그 때문에 혹시 무슨 해를 당할까 많은 염려가 된다는, 걱정스러움에 가득 찬 대화를 자는 척하면서 모두 들었던 적이 있다.
그 때문에 나름대로 걱정을 없애기 위해 그런 상황들을 숨겨왔다. 그리고 나도 조심을 많이 하였고, 특히 내기가 밖으로 발현되어 나타나는 것을 조심했다.
그러나 용천신단을 먹어서 신체에서 황금빛 서기가 만들어지는 것은 나도 어쩔 수가 없었다.
젖 살이 오르고 백옥 같이 흰 살색이 강해지면서, 황금빛 신비한 서기가 은은하게 비쳐지던 청룡의 몸에 나타나던 그 빛은 과거 보다 약하게 보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말 약해진 것은 아니었다.
청룡이 내기로 빛을 줄이기는 하나 옷을 벗겨 놓으면 황금색 서기가 비춰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서 가능하면 옷을 벗은 상태를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조심하면서, 청룡의 몸은 조금씩 성장해 갔고, 그 성장의 과정은 원래의 능력을 더욱 활기차게 찾아가고 있었다.
물론 전대에서 사부에게 배운 무공과 동굴 속에서 터득한 청룡문의 비급으로 배운 무공 역시 잘 찾아가고 있었다.
요즘은 두 분 부모님들의 무공을 높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중이다.
두 분이 주무시기를 기다렸다가, 청룡이 염력을 사용하여 이화명을 수호신으로 등장시켜, 혜광심어로 무공 구결을 계속해서 반복해 알려드리고 있는 중이었다.
가장 먼저 수작질을 한 것이 청명심공이었다. 청명심공을 어느정도 터득을 하게 되면 모든 무공을 익히기가 좀 수월해진다. 그 다음 천기명현심법을 암기할 수 있도록 했고, 천기명현신공을 터득해야 칠채무천신공을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천기명현심법 구결을 염력으로 뇌리 속에 깊이 박히도록 아주 심화시켜 암기시켰다.
그리고 부모님에게 칠채신공을 과연 가르쳐 드려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았다. 어쨌든 모든 무공이 청룡산장의 지하에 존재했고, 실제 주인인 장주와 직계가족이 모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을 것 같았다.
그 점에 대해서 결론을 내자 무공을 기초부터 제대로 알려 드리기로 결심을 하고 모든 것을 시작했다. 가장 처음 시작한 수작은, 부모님 꿈결에 이화명 신선이 나타나서,
‘나는 청룡의 수호자이니라. 청룡은 하늘이 내려준 아이이니, 늘 하늘의 뜻이 있어 너희들은 청룡을 하늘의 뜻을 헤아리듯 생각하고 보호하라! 하늘이 준 마음을 깨우쳐 뇌리 속에 전해지는 무공의 구결들을 익혀 청룡에게 떳떳한 부모가 되기를 바란다."
늘 꿈속에 등장해 이런 식으로 세뇌를 시켜드렸다. 어떤 경우에는 침실에 몰래 들어가 두 분을 수혈시켜 놓고, 입에 공청석유도 몇 방울 스며들게 하고서, 허공에 신체를 띄우고, 격공점혈 방식으로 벌모세수(伐毛洗髓)를 하는 등 온갖 영약과 정성을 다해 무공에 맞는 몸 구조로도 바꿔 드렸다.
요즘은 주로 혈을 짚어 진기도인을 해드리고 있었기에, 가끔가다가 밤에 몰래 들어가 수정 동굴에서 가져온 공력을 키우는 약들을 몰래 드시게 하고, 청룡의 중단전을 열어서 내기로 진기도인을 해주고 나오곤 했다.
세살짜리의 활동 치곤 정말 대단한 활동이었다.
물론 선대를 잘 만난 덕이긴 했지만, 어떤 때는 아직도 자신이 깊은 잠에서 꿈을 꾸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아무튼 부모님 과의 일과는 늘 그렇게 진행되어 가고 있었고, 재미있는 것은 누이와 노는 것이었다. 몸이 어려지니 생각도 어려지는 것 같았다.
누이와 노는 것이 그렇게 즐겁고 좋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누이의 얼굴을 보기 힘들었고, 유모에게 물어보니 어머니 방에 상주하고 나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며칠 전에 도련님의 동생이 태어났어요! 아주 예쁜 누이동생이랍니다.”
나는 깜짝 놀라서 물었다.
“그럼 리혜 누이가 아기 보러 혼자 갔다고?”
“네!”
나는 당장 거기로 데려다 달라고 유모에게 졸랐다. 유모는 마지못해 내실로 나를 데려가 내실 앞에서,
“마님! 소장주님이 동생을 본다고 졸라서 어쩔 수 없이 왔습니다.”
“그래? 데리고 들어오너라! 동생이 생겼으니, 보고 싶을 게야.”
유모는 들어오라는 말을 듣고 나의 팔을 잡고 내실로 데리고 들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리혜누이가 아기 볼을 만지고 있었다.
“어머! 청룡이 왔네. 이리와, 너의 예쁜 동생이야! 예쁘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옆에 조르르 앉아서 리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아직 완전히 젖 살이 붙지 않아서인지 얼굴이 빨갛고 앙증맞았고, 정말 귀여웠다. 나도 리지의 볼을 살살 눌러보았다.
그리고 리지의 눈에 뭔가 보이는지, 혼자서 허공을 바라보며 방긋방긋 잘 웃었다. 살짝 누르며 혼자 방긋방긋 웃는 것이 정말 귀엽고 재미있었다. 그 시작점으로 해서 나도 요즘은 리지의 방에서 살다시피 하게 되었다.
리지의 방에서 나오면 가끔 가다가 리혜누이와 손을 잡고 장원을 걸을 때가 있는데, 리혜누이는 세세한 것까지 설명을 해주면서 나를 가르치기 위해 애를 쓰곤 했다.
물론 내가 다 아는 것들이었지만, 누이가 말 해주는 것이 재미있었 열심히 귀를 기울여 들어줬다.
나는 그저 누이가 있어서 좋았고, 관심이 있든 없든 간에 누이가 이야기해주는 것이 무조건 즐겁고 재미있었다.
누이는 매일 글선생과 있었던 상황을 나에게 설명해 준다. 누이에게 청명심법을 가르쳐 준 효과로 기억력이 좋아져, 사부의 글은 하나를 가르쳐 주면 열을 안다는 경지에 들어서, 늙은 학자를 놀라게 만들고 있었다.
누이는 지금 여섯 살인데, 천자문은 예전에 습득하고, 지금은 사서오경을 공부하고 있었다.
자신은 다 알고 있는데 스승님이, ‘단순히 문자만 기억하는 것 하고, 그 깊은 뜻을 헤아리는 것은 틀리다’ 면서, ‘뜻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 헤아리는 것이 진정 공부다’ 라고 말씀하시며, 진도를 빨리 나가지 않는 게 불만이었다.
사서오경은 자신도 전생에서 스승님께 배웠던 기억이 있었다. 물론 처음에 재미있었고 나중에 시큰둥했지만, 누이가 고뇌하는 부분에 대해 공감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 있었다.
의가의 비방을 공부하려는 자는 학문을 모르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사부님의 주의를 늘 중요하게 생각하는 마음가짐은 가지고 있었지만, 고리타분하다고 느끼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다.
지금 누이는 그런 환경에서 그냥 달달 외우고는 스승이 묻는 말에 척척 대답을 하고 있으니, 스승이 믿기지 않았나 보다.
물론 여섯 살짜리의 세상에 대한 이해력은 스승에게는 아직 어리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그 짧은 기일에 사서오경을 모두 줄줄이 외우고 있다는 것은 그 늙은 글 선생에게는 여간 놀라운 일이 아닐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누이는 이제 무공에 깊은 맛을 느끼기 시작했는지 밤낮 무공 타령이었다. 나는 누이에게도 벌모세수(伐毛洗髓)를 자주 해줬었다.
그리고 영약도 내가 특별히 제조했는데, 어린 나이에 복용해도 아무런 부작용이 없도록 세심히 배려해서, 그 약의 효능이 최대로 발휘될 수 있게 온갖 좋은 약재들을 모두 집어넣고 만들었다.
물론 리지에게도 아무도 모르게 무공 발전에 대한 수작을 슬쩍슬쩍 부려 놓았다.
아마 우리 청룡산장에서 무공의 최고 경지에 올라갈 신체구조는 리지였다. 가장 잘 만들어 놓았으니, 그 무공의 진도가 얼마나 쑥쑥 올라 가겠는가? 그 진도는 불을 보듯 뻔했다.
아직은 너무 어려서 공청석유 같은 것은 먹이지 않았다. 잘못하다가 약기운을 받아들이지 못해 뇌를 망칠 수도 있고, 젖을 떼고 밥을 먹을 수 있을 때가 되어야 부작용 없이 영약을 먹일수가 있었다.
갓난아기에게는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영약이 어머니의 젖이다. 그것을 복용하는 동안은 그 무슨 영약도 소용이 없다. 청룡 자신이 동굴에서 반로환동(返老還童)을 하고 동굴밖으로 나올 생각을 하게 만든,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모유 때문이었다.
그래서 영약은 좋다고 해서 함부로 마구 먹는 것이 아니다.
그 먹일 시기도 신체구조가 이미 정해 놓았고, 그것을 어길 경우 하늘의 징벌이 따라와 불구가 되거나, 절맥으로 세상을 요절하게 될 수도 있다.
특히 리지의 약재는 정말 조심스럽게 조제해서 부작용이 없도록 해서 먹였다. 약 뿐만 아니라, 막히려는 임독맥을 처음서부터 천기명현공으로 열어 두어, 임독맥이 닫힌 적이 없었다.
격체전이를 해서 천기명현공의 통로를 미리 만들어 둔 것도 그렇지만, 온 몸의 존재하는 기혈 통로를 질기게 만들어 웬만한 충격에도 내상을 입지 않도록 하였고,
내공의 급격한 성장에도 충분히 견딜 수 있는 극의에 무공을 터득할 수 있는 몸 상태로 만들어 놓았다. 전생의 이화명의 모든 지식을 가지고 왔기에 이런 심오한 처방을 할 수가 있었다.
이런 것이 이루어져야, 두 번 다시 자신이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강호에 나가 그 누구 한데도, 약해서 수모를 당하는 일이 없을 것이고, 또한 가족들이 안전해야 나에게 있어 또다른 행복이고, 즐거움이라는 확고한 믿음이 있었다.
우리 청룡산장의 직계들은 세 살이 되면, 모두가 한결같이 안가 별실에 있는 아이들 방으로 모두 옮긴다.
누이와 내가 별실에서 같이 살며, 유모 한 분이 우리를 돌보았으며, 유모 밑에는 나이가 열 일곱 살 먹은 시비들이 두 명이 있었다.
-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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