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무객 11화. 다시 시작하는 인생
11.
“아하! 그렇지! 이 여자의 유두 혈로를 청명진기를 주입해 슬쩍 열어줘야 하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자 이화명은 여인의 품 안으로 파고들어 젖을 마구 빨았다. 그러면서 슬쩍슬쩍 젖을 나오게 하는 혈들을 중단전의 내기를 가지고 자극을 주었고, 아예 내기를 눈치채지 못하게 흘려 넣으면서, 뇌호혈 안쪽에 여러 혈들을 아이를 낳은 것처럼 몸이 반응할 수 있도록, 그 혈들을 찾아서 슬그머니 진기도인을 했다.
그러던 중 시비 하나가 “마님!” 하면서 광주리를 들고 급히 뛰어들어왔다.
“마님 이것은 양 젖입니다. 혹시 몰라 우선 급해서 가지고 왔습니다. “
“아! 잘했다. 그래! 너는 늘 그렇게 영특했지···. 우선 광주리를 풀어내 봐라!”
'.....'
“으, 음! 아직 양유(羊乳)가 식지를 않았구나. 그냥 먹여도 괜찮겠지?”
“네! 살짝 데쳐와서 괜찮을 겁니다. 그 양을 키우는 주인이 오랜 경험이라고 말하면서, 늘 살짝 데쳐 먹으면, 사람에게 탈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우리 청룡이에게 어서 먹여 보자.”
배가 고팠던 청룡은 숟가락으로 퍼 먹여주는 양유를 허겁지겁 받아먹었다. 한참 받아먹었더니, 배가 산더미처럼 불러왔다.
배가 불러오니 만사가 귀찮았다.
거의 한 달 넘게 고생을 하고 굶주린 상태에서 오랜만에 배를 불리니, 얼마나 살판이 났겠는 가!
청룡은 자신도 모르게 눈이 감겼고, 그리고는 세상 모르게 잠들었다. 양 젖 때문에 배를 거르는 일은 없어 안심이 되었고, 며칠 동안 잘 챙겨 먹어서 그런지, 청룡의 뺨은 살이 통통 부어 올랐다.
양젖을 먹어서인지, 청룡의 몸에서 얼핏 느껴지는 황금빛 서기는 갈수록 더 선명하고 확실하게 빛나고 있었다. 청룡산장의 장주는 그것을 누군가가 볼까 봐 더 조심하였고, 하인들도 함부로 근처에 오지 못하게 하였다.
자신의 부인을 시중드는 시비들만 얼씬거리게 하였고, 특히 청룡을 보살피는 시비들에게는 철저한 교육을 시켰다. 청룡에 대해서는 그 누구에게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도록 엄명을 내려놓은 상태였다.
청룡이 산장에 노출된 지도 벌써 한 달이 되었고, 문득 청룡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장주의 부인에게서 젖이 나온다는 것이었고, 청룡산장의 내당에서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면서, 이건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라고 마냥 신기해하며 호들갑을 떨고 있었다.
덕분에 청룡은 누린내가 많이 나는 맛없는 양젖보다 사람 젖을 먹게 되었고, 그 젖 맛은 자신의 영혼을 빼앗아 갈 만큼 맛이 오묘하게 좋았고, 절대 잊을 수 없는 천륜의 그 깊은 골육의 맛이었다.
그 맛은 청룡의 머리 속에 아주 깊이 각인되었으며, 부모라는 것이 무엇인지, 심장을 강하게 패대기를 치며 새겨 주었다.
그 덕분에 청룡은 다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느끼게 되었고, 혼자서 생각의 꼬리를 밟아가며 고민하고 있었다.
그 고민하는 모습은 그냥 “으앵~ 으으앵~” 이었다.
아무튼 산장의 모든 사람들과 자칭 부모라고 불리는 사람들. 그리고 자칭 누이라고 말하면서 귀여운 모습으로 늘 붙어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예쁜 여자아이가 있었으며, 이 모든 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좋아해 주고, 축복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청룡의 정체성은 조금씩 바꿔져 가기 시작했다.
뭔 지는 모르지만, 과거 전생의 기억에 집착해서 현재를 이런 식으로 끌고 가서는 안 된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자신들의 행복으로 알고 있는 이화명의 가상 존재인 ‘청룡 ’을 모든 가족들에게 꿈을 빼앗는 행위로 만들어 놓는다면, 정말 용서가 안될 무책임한 망동이라는 생각이 우선 앞서 생각되었다.
자신들의 행복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그들에게, 이화명이라는 인간이 까마득한 기억으로 인한 작은 생각에 사로잡혀, 소탐대실 하는 처신은 많은 사람들에게 커다란 실망감과 상처를 안겨주는 지혜롭지 못한 생각이었고, 우선 자신의 머리 속부터 괴롭혔다.
또한 과거의 생각으로 양심이 요동치는 상황은 점차 횟수가 적어지면서, 현실적으로 옳은 생각이 아니라는 판단과 함께 그냥 쓸데없는 생각에 자신의 양심이 매여 있다는 생각으로 점차 결론지어갔다.
가끔 가다가 생각을 해 보건대, 사실 지금 자신의 기억 속 과거를 돌이켜 보면 어렴풋이 느껴지는 기억밖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 어렴풋한 기억 하나 가지고 자신의 양심과 갈등을 일으키고 잘못된 결론을 낸다면, 그 결과는 이 많은 사람들을 슬프게 만든다는 것이고, 역시 큰 죄를 짓는 생각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점차 가슴속에 각인이 되어왔다.
그런 생각을 깨닫기 시작하면서, 어느 날부터 자신의 뇌리 속에서는 장주의 부인을 엄마라고 부르는 것이 자연스러워졌고, 엄마의 젖 무덤에 얼굴을 파묻고 젖을 먹을 때에는 깊은 상념에 빠져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했다.
부모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는 이화명의 뇌리속은 특별한 감회와 뭔 지는 모르지만, 심장을 찌르는 그 무엇이 자신의 가슴을 침범해 자신의 양심을 건드리고 있는 것을 느꼈다.
‘남의 유부녀의 젖을 빨고 가슴을 챙긴 놈이 이제 와서 얄팍한 구실을 핑계삼아 부모가 아니라고 오리발을 내밀어? 자신을 한번 살펴봐라! 과거에 나는 죽었어. 이러고 있는 꼴이 바로 그 증거야!
과거의 자신에 양식을 가지고 생각한다면, 너는 남의 부인의 가슴에 안겨서 젖을 빨아 대는 천하에 나쁜 인간일 터이고, 또한 과거를 잊고 현재를 생각하고, 장주부부를 대한다면 좋은 사람들을 기만하는 나쁜 놈이다.’
그런 생각이 뇌리 속에 들어왔지만, 두 부부가 자신을 주워 온 것은 분명하였다. 중요한 것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자신은 그들을 아직 단 한 번도 흑심을 가지고 속인 적이 없지 않는가?
나는 지금 배가 고파서 음식을 먹는 것뿐이지, 못된 생각을 가지고 이런 것이 아닌 것은 분명했고, 청룡산장 장주와 피가 섞이지 않은 것은 두 부부도 알고 있는 바이고, 그것을 알고 자신을 입적했으니, 기만한 일도 없었다.
단지 자신의 전생의 120살의 노구의 기억이 문제이지,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단 한 조각도 없었다.
그것은 나중에 그 누구에게 물어봐도, 지금 자신의 생각과 같은 말을 할 것이었다. 다시 한번 생각을 해봐도 그 결론은 분명했다.
‘그렇다면 이대로 전생의 기억을 지워버리고 두 사람을 부모로 생각을 정리하여 진정으로 이 청룡산장의 아들이 되어보자...!
이게 백 이십 년을 거슬러온 그 인연의 종착지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 때문에 내가 이곳에 온 것이고···.’
그런 생각이 머리속에 맴돌자,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갈등을 길게 끌고 가는 것은 모두에게 도움이 안 되고 불행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청룡은 자신의 정체성을 빨리 정리하는 것이 가장 바르고 현명한 판단일 것이라는 생각을 확실히 굳혔다. 후세에 그 누가 알아도 자신의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지탄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머리속을 채우자, 청룡은 바로 결심에 들어갔다.
‘그렇다면, 오늘 하늘을 바라보고, 하늘에 언약을 하며, 그렇게 굳게 결심을 하자.’
‘오늘 이 순간부터는 두 분은 나의 진정한 부모이다. 그리고 누이는 진정 나의 누이고, 이 청룡산장의 모든 이들은 지금 이 순간부터 나의 진정한 가족이다.’
'.....'
‘그래...!'
'.....'
'맞아! 이 쉬운 것을 그렇게 어렵게 풀려고 했단 말이지? 나는 오늘부터 엄마 젖도 더 많이 먹을 거고 빨리 무럭무럭 자랄 거야!’
****
청룡산장의 하루는 어떤 이에게는 따분할 수도 있고 어떤 이에게는 바쁘고 복잡할 수도 있으며, 또 어떤 이에게는 하루하루가 행복일 수밖에 없는 그런 하루였다.
청룡의 부모가 그랬다.
그리고 누이는 청룡을 꿈까지 꿔가며, 밤 낮 할 것 없이 곁에서 보고도 밤에 잠을 자기 위해 떨어지는 것조차 그 시간을 아까워하며 청룡을 좋아했다.
“어머니! 우리 청룡이는 피부가 어쩜 이렇게 빛이 날까요?”
누이는 늘 그것이 궁금하고 부러웠던 모양이다. 혼자 그런 소리를 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리 만져보고 저리 만져보고, 발바닥을 간지럽혀도 보고 손가락도 만져 보다가 늘 그 결론은,
“청룡의 피부는 너무 예쁘고 이상해!”
라는 결론을 내리며, 만지는 것을 끝내곤 했다. 이제는 몸이 전처럼 꼼짝할 수 없는 상황은 아니고 마음대로 뒤집을 수도 있고, 까르륵대며 먼저 장난을 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손을 움직여서 상대방 볼을 만져볼 수 있을 정도로 조금 컸다.
누이가 오면 늘 볼을 만지고는 까르륵대며 방긋거렸다.
“어머니 청룡이가 이제는 먼저 저에게 장난을 쳐요!”
“장난? 무슨 장난? 청룡이는 아직 이빨도 나지 않았다 얘!”
“어!? 어머니 아니어요! 청룡이는 언제부터 인가 먼저 제 뺨을 만지고 까르르 웃어요. 그리고 저를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오! 그래? 그건 그렇고 너는 늘 그렇게 청룡이 옆에 붙어 있으면 책은 언제 보니? 청룡이 그렇게도 좋으니?”
“네! 저는 동생이 좋아요! 그리고 이런 예쁜 동생이 아주 많았으면 더 좋을 것 같아요!”
“그래! 그렇기는 하다. 동생이 많으면 좋을 것 같구나. 그렇지만 책도 많이 봐야 한 단다. 그래야 지, 청룡에게 좋은 누이가 될 수 있는 것이고.”
“네! 어머니 저는 청룡에게는 좋은 누이가 될 거예요! 어머니가 말씀하신 대로 책도 많이 볼 거고요. 그렇지만 이렇게 예쁜 동생을 예뻐하지 않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아요! 가능하면 많이 보고 예뻐해 줄 거예요!”
“호호~ 그렇구나! 많이 예뻐해 주려 무나.”
가만히 속으로 듣고 있던 청룡은 누이가 말발이 무지 세며, 문득 거룩하도록 조신하고 예쁘게 느껴졌다. 그리고는 청룡 자신의 뇌리 속에서 답답하게 외치는 말이···.
'누이 조금만 더 기다려 봐. 내가 무진장 더 예쁘게 만들어 줄 테니. 그 피부도 진주 빛 서기가 비춰지는 찬란하고 멋진 피부로 만들어 줄 거고, 누이가 그렇게 부러워하는 내 피부처럼 늙지도 않게 해줄 거야! 물론 부모님도 그렇게 해 드릴 거고···.'
그렇게 청룡산장의 하루, 하루의 날들은 수없이 흘러가고, 청룡이 산장에 등장한지도 어느 듯 벌써 삼 년이나 되었다.
그동안 성장과정은 늘 그랬듯이, 본의 아니게 청룡의 초인적 능력 때문에 누이를 수없이 놀라게 만들었고, 누이의 호들갑 떠는 상황이 진실임에도 불구하고 늘 허풍으로 만들어 놓았다.
시치미를 딱 잡아떼는 청룡의 일상은 누이와 자신과의 장난스러우면서 호기심을 만족시키는 숨바꼭질 같은 삶이었고,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이기도 했다.
누이는 자신의 진실이 먹히지 않자 억울해서 울었던 적이 부지기수였다.
최초의 장난은 산장에 온 지 10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었고, 누이는 4살이 거의 되어가는 시점이었다. 그 후부터는 수없이 누이가 희생되었다.
육 개월이 되었어도 걸음을 걷지 못하고 진력의 힘을 이용해서 부동무형보(不動無形步)의 경공을 사용하여 움직였던 청룡은 아무도 보이지 않으면 일어나서 걷는 연습을 했다.
그러기를 몇 개월 동안, 그날도 일어나서 걷는 연습을 하다가 실패를 하고 화가 나서 강시처럼 깡총거리며 여기저기 휘젓고 놀면서 뛰다가 들어오는 누이에게 딱 걸려버렸고, 이에 놀란 누이는 어머니에게 달려가서 그 신기함을 고했지만 어머니는,
“우리 리혜는 동생을 너무 예뻐하는구나! “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믿지 않으셨다. 그리고는 시무룩해져서 나에게 달려온 누이는 나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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