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무객 50화. 다시 열리는 사문(師門)
50.
“보주들을?
“네! 아버님에게 알리려고 했으나, 절대 천기를 깨뜨리면 안 된다는 신선님의 엄명이 계셨기에··· 또 무슨 말씀이 있을지 몰라서, 그냥 두고 보고 있는 중입니다.”
“그래?”
청룡은 품속에 있던 두루마리 그림을 꺼내서 펼쳐 놓고,
“며칠 전 저에게 이런 그림과 함께 보주가 있는 곳을 꿈속에서 알려 주시면서, 그 보주로 이곳 산장의 서북쪽 땅, 물길이 경계로 되어 있는 곳을 모두 매입하여 이 두루마리 속의 그림과 같은 건물들을 지어 놓고 하늘의 기운을 받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
“그렇게 만들어 놓아야, 그 기운 때문에 모두가 악운을 물리치고 제 명대로 살면서 영화를 누릴 수 있다고 추가 뜻도 전해주셨고요. 수천 년 전부터 이 청룡산장의 터는 청룡문의 성지였다고 말씀하시기도 했습니다.
무슨 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굉장히 무거운 말씀 같아서 속으로 곱씹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그 보주들로 충분한 재화(財貨) 가 될 터이니, 이곳을 이 그림과 같이 만들고 청룡문을 개파 하라고 하셨기에, 조금만 더 기다려 보았다가 이후 수호 할아버지께서 추가 말씀이 없으시면 아버님께 말씀을 드리고 어떻게 할지를 결정하려고, 지금 갈등을 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그래서 동방총관에게 그 보주들이 얼마나 가치가 있냐고 물으니 그냥 팔면 금화 20만 냥 정도를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임자를 만나면 30만 냥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까지 저에게 알려 주었습니다.
조금 있다가 그 보주들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청룡은 잠시 뜸을 들이는 척을 하다가,
“그런데 아버님! 무슨 연유 때문에 갑자기 수호 할아버지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네 어미와 의논한 결과, 신선님의 말씀대로 해야 될 것 같구나. 그러면 신선께서 주신 그 보주를 잘 챙겨서 이곳을 그 그림과 같이 잘 만들어 보자꾸나.”
“청룡아! 이 어미에게도 신선님이 나타나셔서 그와 같은 말씀을 하셨다. 그런데 그것을 짓는 비용을 산장의 돈으로 짓게 되면, 하늘의 맥을 끊어서 액운을 막지 못하는 일이 발생한다고 하더구나.
그런데 이미 너에게 그림과 같은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비용을 모두 장만해 주셨으니, 신선님의 말씀대로 모든 것을 너에게 맡기마! 절대 실수 같은 것이 있어서는 아니 될 일이다. 알겠느냐?”
“네 그래서 혹시나 몰라서 동방총관에게 아주 유명한 건축장을 불러 문의를 해봤습니다. 그런 자들을 다루는 것과 건축을 짓는 상황에 대해서 동방총관도 제대로 알고 있더군요. 단지에서 나온 보주 정도면 비용도 충분하고요.
동방총관에게 일을 맡겨 놓으면 아버님 어머님께 심려를 끼치지 않고 알아서 잘 해 놓을 것 같고, 건축 문제는 너무 크게 신경을 쓰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냥 신선님이 하라고 해서 하는 일이니까요.”
“그래! 그럼 이 애비와 어미는 네가 알아서 신선님의 예지몽을 잘 처리할 것으로 믿는다. 그분은 늘 청룡산장의 위기 때마다 나타나셔서 위기를 구해주신 분이다. 절대 가볍게 일처리를 해서는 아니 될 것이야, 알겠느냐?”
“네! 잘 알겠습니다."
청룡은 속으로 아주 좋은 기회라고 생각을 하고 아버님에게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리고 신선님이 말씀하시길, 소나무 숲에 있는 별실에 황(皇))맥이 있어, 나중에 황실과 인연이 있는 사람이 머물게 될 것이니, 그곳을 잘 관리해 놓으라고도 말씀하셨습니다.”
“오! 신선님이 그렇게 말씀을 하셨단 말이지?”
“맞아요! 언젠가 저도 당신이 지나가는 말로 한 것을 얼핏 들은 기억이 나요. 우리 집안과 황실과 전 전대에서 무슨 인연이 있었다고 하셨습니다.”
“그거 아주 옛날에 있었던 얘기인데, 나도 잘 모르는 일이오. 아버님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악연인지 호연인지는 모르겠으나 깊은 인연이 있으셨다고만, 말씀하시고는 자세한 얘기는 없으시고 그냥 돌아가셨지.”
'.....'
“청룡아! 신선님께서 그렇게 하라고 하셨다면, 꼭 그렇게 해야 하고, 절대 그런 예지몽을 가볍게 생각해서는 아니 될 일이야.”
“네! 잘 알겠습니다. 꼭 신선님의 뜻에 어긋남이 없이 바르게 행동하겠습니다.”
“그래! 그래 야지, 우리 훌륭한 아들이지.”
청룡은 그렇게 저녁을 먹고, 산뜻하고,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콧노래를 휘휘 부르면서,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헤광심어로 밀각 십객을 불렀다.
잠깐 사이에 밀각의 환비가 문 앞에 와서 청룡을 불렀다.
“문주님 부르셨습니까?”
“들어와 봐.”
“네!”
청룡은 환비에게 청룡문 건물 그림이 그려진 두루마리를 주면서, 명했다.
“이것을 동방총관에게 전해주고, 모든 진행을 내일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말해줘. 그리고 작업을 하기 전에는 늘 먼저 아버님 어머님에게 인사를 드리고, 중요한 부분은 예의상 꼭 먼저 아버님에게 여쭈면서 일을 진행시켜야 할 것이라고 알려줘.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지?”
“네 꼭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그리고 혹시나 설계변경에 대해서 의견을 물으실지 모르니, 동방총관에게 그때는 이런 식으로 답변을 올리라고 해.”
청룡은 또 다른 두루마리 종이에 미리 써 놓은 답변문을 적어 놓은 것을 환비에게 건네 줬다.
[“소장주님께서 우리 청룡산장을 지키는 청룡가문의 수호신의 예시를 받고 진법 전문가를 동원해서 건물을 올리는 것이라, 진법의 축을 제대로 맞추어서 짓지 아니하면, 모든 신성한 맥이 끊어진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때문에 건축 문제는 설계한 대로 철저하게 진행되어야 하기에, 만약 작은 것 하나라도 변경이 되면 모든 기가 빠져나가 헛일이 되는 일이라고 특별히 주의를 주며 무섭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건물 측도를 함부로 변경할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하신다면, 그렇게 고쳐서 진행해 보겠습니다.”] 이렇게 성의를 가지고 말씀을 올리면, 아버님은 그냥 그대로 진행하라고 하실 것이다.
“환비가 이런 점들을 숙지하고, 아버님께서 청룡문을 세우는 것 때문에 혹시나 섭섭하게 생각하시는 경우가 발생하면 안 된다는 것을 그 두루마리 글을 넘겨줄 때 동방총관에게 분명히 인식되도록 전달해 알았지?”
“네! 꼭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그래 그럼 수고 좀 해줘.”
그날 밤, 청룡은 매일 같이 늘 누웠던 그 침대이지만, 다른 날 보다 유난히 푹신거리는 것을 느꼈다.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니 기분도 좋았고, 뭔가 찜찜하던 것이 앓는 이 빠지듯 시원하게 해결된 기분이었다.
비극으로 끝난 청룡문의 비참한 가정사, 회한과 피눈물의 고통을 말하는 길게 쓴 문주의 유언을 읽었을 때, 마음 속, 뼈 골로 분명하게 이 유언을 받들 것이라는, 깊은 맹세를 한 바가 있었다.
특히 돌아가신 스승님이 그토록 찾으려고 애를 쓰시던 사문을, 이제 많은 사람들이 직접 눈으로 보고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어떤 의무감 속에서, 이제껏 자신을 옭아매어 왔던 잠재된 의식의 짐이, 오늘 폭포수처럼 쏟아져, 자신으로부터 저 멀리 사라지고 있는 중이었다.
“이 얼마나 홀가분한 기분인가! 이제 시작이긴 하지만.”
'.....'
다음날 마차가 여러 대가 왔는데, 모두가 건물을 올리는 일을 하는 종사자들이었다.
총관과 함께 며칠 전 총관이 데리고 왔던 학사풍의 건축 전문가인 괴정(蒯程)대목장이 목공수(木工首)들과 최고의 전문 석수장이들이라고 하는 사람들과 같이 들어왔다.
괴정 대목장이 이제는 이곳의 모든 건물을 짓는 총괄 책임자였다. 대목장은 동방총관이 과거에 목숨을 살려준 인연이 있어 산장까지 인연이 닿았다고 말했지만, 사실 청룡에게는 좀 생뚱맞은 느낌으로 다가온 말들이었다.
지금이야 총관이지만, 과거에는 무서운 왕초 살수였는데, 살수 두목이 돈 받고 사람을 죽이지 않으면 다행이지, ‘무슨 살수 두목이 사람을 구해주는 일도 다 있을까’ 하는 황당하기 이를 데 없는 사연이었다. 청룡에게 있어 쉽게 믿을 수 없는 사건인 것은 틀림없었다.
청룡이 아니었다면 아직도 손녀딸과 함께 승강이를 하면서 그 짓을 하고 있었을 것이었다.
‘그 대목장은 우리 동방총관이 살인각 각주였다는 것을 알까...?’
그리고 그런 살수에게 구원을 받고 은공으로 대하는 대목장에게도 작은 관심이 생겼다.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지만, 자신도 모르게 호감이 가고, 인연이 점차 깊어지는 상황으로 변해가는 사람이었다.
자신도 인간이지만, 인간사의 설정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많이 발생한다는 것을 실감했다.
전혀 조화롭지 못한 상황들로 인해 해석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연들을 담아 오묘한 조화로움을 만들어 가면서, 쉽사리 이해할 수 없는 묘하고 재미있는 인간사를 만들어 가는 것이 신기할 뿐이었다.
우선 자신부터 자기 아버지를 죽이려고 온 못된 인간을 개과천선을 시켜 놓은 지금, 수하로 만들어 놓고, 중요한 핵심 수하로 부리고 있다. 그리고 나중에는 그 못된 인간이 선한 사람이 되어 산장과 사돈이 될 상황이니··· 이 얼마나 파란만장한 인간사인가?
전생에서 전혀 느껴보지 못한 인생의 깊은 묘리가 후생에 와서 이토록 깊이 새겨 박히는 것을. 그것도 깨달음의 도라고 말해야 할 것인가?
그런 의문점을 생각을 하면서 대목장을 다시 한번 쳐다보았다.
'.....'
다음날 밀각 각주는 같이 온 대목수들과 소목수들을 모아 놓고 당부하는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모두가 전에 해봤던 일처럼 막히지 않고 일사천리로 진행해 나가고 있었다.
청룡은 건축 일들은 그들이 모두 알아서 하도록 맡겨 놓고, 틈틈이 시간을 내 무천동굴에서 만들다가 지겨워서 잠시 멈춘 용린갑을 다시 만드는데 시간을 할애했다.
아예 가족들에게는 약초를 캐러 간다고 말하고, 몰래 무천동굴에 들어와서 그동안 하지 못했던 작업들을 다시 시작했다.
청룡은 청룡문을 개파 하면서, 절정급의 백팔(百八)청룡무력대를 만들어 청룡문의 중추 방어세력으로 만들려는 계획을 하고 있었다.
물론 무공의 재질이 있어 초절정급이 되면 더 좋고, 그 정도가 안된다고 하더라도 웬만한 떼거지가 몰려들어도 무력대가 있다면 부모님과 가족들의 안위와 보석광산은 제대로 지킬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시작한 일이다.
그러자면 단시간 안에 무공을 익혀야 하는데, 그 방법은 역시 영단밖에 없었다.
물론 그 백팔(百八)명 중, 무공에 소질이 없는 자는 없었다. 전부 어릴 적부터 살수 훈련을 받아 무공의 수준은 모두 일류급이다.
그런 자들에게 청명심법을 익히도록 하고, 그 수준을 평가해서 천무동 무공을 익히게 하면 순식간에 절정급에 들어설 것이다.
물론 그 중에 돋보이는 놈에게는 영단이 아니라 신단을 먹여서, 우두머리를 몇 명 더 만들어 놓을 것이다. 그러면 타 문파에 무시를 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생각이다.
무사들을 위해 천무동에서 특별히 만드는 영약이 있다. 그 때문에 약재를 발효시키는 과정이 필요했고, 발효가 끝나야 지만, 단약을 만들 수가 있었다.
-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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