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무객 14화. 가족들 무공 높이기
14.
청룡은 그 말을 듣고 아이들을 산장으로 데리고 가서, 먹이고 입히기를 속으로 결정하고는 일단 아이들의 의사를 물었다.
“너희들 나와 함께 우리 산장으로 갈래?”
거기서 일하면서 먹고, 자고, 배우고, 산장 식구가 될 의사가 있냐고 혜광심어로 물었다.
아이들 입이 단박에 함박만큼 커지더니 이구동성으로 좋다고 말한다.
옆에서 모든 것을 보고 있던 누이는 아이들이 갑자기 좋아하며 환호를 치는 것을 보고는 청룡이 전음으로 뭔가 아이들을 데리고 가려는 말을 한 것으로 짐작을 하고는 청룡에게 말했다.
“청룡아! 이런 일은 부모님에게 먼저 여쭤보고 수락을 얻고 하는 행동이야! 아직 어린 네가 부모님이 결정할 일을 마음대로 결정해서는 옳지 않아.”
리혜누이가 나서서 동생에게 도리를 알려주면서, 부모님에게 먼저 여쭈어 봐야 되는 것이 아니냐 고 말한다.
나는 속으로 ‘역시 우리 누이는 장녀 고 효녀다.’ 하고 생각하면서 웃었다. 그러나 나에게는 무진장 빽이 좋은 분이 하나 있다. 바로 이화명 할아버지이다.
물론 그분은 결국 ‘나’ 이지만, 그분의 삶은 나와는 매우 다르게, 아주 먼 옛날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다.
부모님의 그 허약한 무술을 가르쳐 드리기 위해 늘 써먹는 방법이 혜광심어(慧光心語)였고, 그것을 진행하는 것은 항상 이화명 수호자 할아버지였다.
이화명은 부모님에게 무공 비급을 알려 드리기 위해 주무실 때 혜광심어로 무공 구결을 매일 반복하여 주입하였고, 꿈속에서 엄한 명령으로 늘 대뇌이도록 했다.
그리고 부모님의 꿈속에 항상 등장하여 지혜를 주었으며, 이미 그들의 마음 속에 이 땅의 유일한 청룡의 영적 수호자로 등극하였기에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꿈속에 신령스럽게 나타나 저 하늘 어디서인가 이 땅의 영험한 영으로 납신 분이 되어, 부모님께 거룩하게 한 말씀을 올리면, 두 분은 잠에서 깨자마자 하늘에 대고 감사를 드리고 예를 취한다.
그렇게 최초로 시작한 일이 세 살 때였고, 아무도 신뢰하지 않는 어린 몸의 내가 부모님에게 매끄럽게 효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 덕분에 부모님에게 영약을 드리고 격체전이를 손쉽게 행할 수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편한 것은 이화명 신선을 팔면 나 혼자 어디든 마음대로 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세 살 때는 늘 누군가가 옆에 있었지만, 지금은 이화명 수호자 할아버지 덕분에 어디를 가더라도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말하면 그걸로 끝이다.
그렇게 해서 아이들을 부모님을 만나는 자리에 데리고 갔고, 청룡산장에서 ‘내가 데리고 있겠습니다.’ 하고 말하자 부모님은 두말 않고 ‘그렇게 하려무나’ 로 상황을 종식시켰다.
이렇게 해, 구해준 인연으로 산장에 같이 살게 된 인연들이었다. 이들을 공청석유를 먹여가며 무술을 가르쳤고, 청명심법도 기초로 가르쳐서 기억력도 보다 좋아졌고, 천기명현공을 가르쳤으니, 모든 것이 더욱 좋아질 수밖에 없었다.
무술을 배우다가 지칠 때쯤 되면, 육신을 잠시 쉴 수 있도록 글 선생에게 가서 글공부도 시켰다.
청룡오제는 생각보다 자질이 좋고 명석하여, 그 진도가 빨랐고, 영약을 좀 먹였더니 이제는 절정에서 초절정을 바라보는 무공 실력을 가지게 되었다.
그들의 충성스러움은 산장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신뢰를 받는 처지였으며, 무공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고 부지런히 터득하는 데는 리지 못지 않았다.
어느덧 청룡산장에서 밥을 먹은 지 칠년이 되었고, 그 동안 열심히 무공을 닦고 성장하면서 반듯한 청년 초고수로 성장하여 이제는 청룡오제로 호까지 얻었다.
그런 그들을 리지가 무공 실습을 한다고 매일 괴롭히고 있었다. 가만 보니 청룡오제의 무공 실력이 리지의 극성 덕분에 오히려 더 늘어나는 효과가 보이길래 그냥 모른척하고, 가만히 보고 있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청룡오제도 절정급에서도 초절정 초입인데, 리지와 대결할 때는 다섯이 한꺼번에 덤비고도, 늘 허무하게 깨져 온몸에 뭔가 티를 내고 있었다. 아홉 살 아이한테 말이다.
그들의 속도 창피함으로 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맛에 리지도 이들을 못살게 구는 것을 더 재미있어 하는지도 몰랐다.
사실 리지의 칠채신공 오성이면 이들이 백명이 달려들어도 상대가 되지 않는다. 실제 가만히 서있는 사람에게 칼을 갖다 대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그것을 알고도 만류하지 않은 것은, 리지도 칼 사이를 마음대로 비집고 다닐 수 있는 감각을 키워야 했고, 또한 청룡오제도 리지와 같은 빠른 초식을 행하는 고수들의 보법과 공격에 대한 움직임의 경험과 그 대응에 있어서, 연합진의 묘리에 요령을 미리 터득해 둬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둘 다 모든 것을 잘해주고 있었다. 이 정도라면 무림에 어디를 내놔도 자신들의 목숨을 잘 챙길 수 있는 수준까지는 올라온 무사들이었다. 그래서 이들을 아버님의 안전을 보살피는 경호 무사로 떠 맡겨 놓았는데, 생각보다 일을 잘 했다.
아무튼 이렇게 세월이 잔잔히 흘러가면서 청룡의 나이는 꽉찬 13살이 되었고, 가족들의 무공도 점점 높아져만 갔다.
청룡은 요즘은 깊은 밤에 유독, 더 수정 동굴을 들락거리고 있었다.
드디어 전대 문주가 전언한 청강검으로 용각을 다듬어서 검을 만들고 도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연검 세 개와 검과 비슷하게 생긴 도를 두개를 만들고 있는 중이었다.
물론 용각 부스러기는 침을 만들기 위해 따로 모아 두었고, 칼을 모두 만든 다음 선대의 기록대로 침을 본격적으로 만들어 공청석유에 절여 놓을 생각이었다.
연검 세 개는 모두 성인 크기의 용도로 완벽하게 만들었고, 지금 만들고 있는 것은 내가 이 세상에 살아가는 동안 소지하려는 도(刀)와 또 하나는 아버님의 것이었다
손잡이는 모두 용의 꼬리 끝부분의 가죽으로 만들어서, 보기도 썩 훌륭했다.
연검의 손잡이는 보물창고에 있는 예쁘게 보이는 보석 나부랭이들 중에서 어울릴 만한 것을 가져다 칼의 손잡이의 장식품으로 덧대어 만들어 놓고 보니, 완전히 전문가가 만든 것 같이 그럴 듯했고, 희대의 보물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요건 조금 점잖은 느낌이 드니까 어머니 것!
‘요건 아름답게 느껴지는 검이니까 누이 것!’
마지막 하나 남은 것은 그냥 봐도 앙증맞게 예쁜 모습이 리지 것이라는 것을 따로 말하지 않아도 검의 모양이 증명했다.
정말 누가 만들었는지 멋지다 못해 깜찍하고 이쁘게 보였다.
‘칼 다섯 개를 만드는 데 수년이 걸렸구나... 우리 가족들이 용각으로 만들어진 도와 검을 가지고 강호를 휩쓸 날도 멀지 않겠군... 만들어 놓고 보니까 아주 가벼워서 좋긴 하구나!’
***
어느덧 또 일년이 지나 청룡은 천무동 동굴에서 살다시피 한 세월로 인해 나이가 이제는 14살이 되었다.
물론 리지와 누이의 불만이 하늘을 뚫을 정도로 피어나고 있었고, 두 사람은 무공에 미쳐서 묻는 것이 너무 많아졌다.
그런데 내가 바쁘다 보니 그들의 누적된 질문은 훨씬 많아졌고, 이제는 질문이 문제가 아니고 자신들을 멀리하는 뭔가 있다고 하면서 콩 볶듯이 볶아 댔다.
“오라버니! 이제 리지가 싫어?”
리지가 마치 작심한 듯 뾰로통해서 물었다.
“응? 그게 무슨 소리냐? 이 오라비가 우리 리지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그럴 리가 있겠니!”
“그런데 왜? 자꾸 피하는데!”
“맞아 청룡이 변 했어! 예전과 같지 않아!”
“어허, 어허! 누님은 또, 왜...?”
“어머! 너 너무 뻔뻔스럽다. 얘! 너 얼굴 보기 얼마나 힘든 줄 아니?”
“누님! 그리고 리지야! 나는 누님과 리지를 하늘땅만큼 사랑해! 절대 그럴 리가 없으니 생사람 잡지 마!”
“내가 요즘 바쁜 것은 리지부터 누님, 그리고 부모님에게 멋진 선물을 드리기 위해서, 그걸 만드는데 시간을 빼앗겨서 얼굴 보기 힘든 것이지, 다른 생각은 전혀 없으니 그렇게 알아!”
나는 어쩔 수 없이 두 사람에게 용각으로 검과 도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상황을 덧붙여서 말하고, 온 가족에게 즐거운 선물을 하기 위해서 혼자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조금 과장된 몸짓을 섞어가며 말했다.
누이와 리지는 자신들의 선물을 만든다고 하니까 표정부터 달라졌다.
그것도 정말 전설 속에서나 나오는 용각 뿔로 연검을 만든다고 하니, 입이 함박만 하게 커져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사실 누이에게는 전부터 검이 필요했지만, 대나무로 만든 목검으로만 연습을 했고, 누이는 검을 잡을 때가 지나도 한참 지났다. 지금쯤 진검을 잡고 혼자서 초식을 연습할 때였다.
그러나 누이에게 줄 선물은 진짜 금속으로 만들어진 검이 아니라, 용각으로 만든 연검이기에 그 무게는 대나무 보다 가벼운 것이었다.
물론 누이가 일반 무인이라면 그런 연검 가지고 무인들과 싸운다는 것은 무척이나 불리한 상황일 것이나,
그러나 청명심법을 어릴 적부터 익혀왔고, 천기명현심법을 익히고 칠채신공을 익힌 현재 그 진도가 오성에 이르렀으니, 용각으로 만든 연검에 기를 조금만 주입해도 오색의 강한 강기가 발현되어 보검을 무 자르듯 하는 명검이 될 터였다.
여인들의 날랜 몸가짐에 가볍고 부담 없는 무기이니, 얼마나 누이에게 어울리는 검인가?
두 사람이 연검을 차고 무림에 나가는 것을 상상해 보니, 그림이 그려졌다. 혼자 생각을 해봐도 정말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두 사람을 얼리고 달래서 이해를 시키고, 그 뾰루퉁한 상황에서 벗어났다. 여자들의 생각은 확실히 남자들과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사물의 무게 축이 여러 가지겠지만, 여자들이 중요하게 보는 것과 남자들이 중요하게 보는 것과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느꼈고, 무공을 가르칠 때에 이점도 헤아려서 가르쳐야 할 필요를 곱씹게 되었다.
똑같은 공격을 받을 때에도 남자의 방어본능과 여자들의 방어 본능은 그 움직임이 많이 틀리다는 것. 여자들의 본능은 바로 눈앞에 다가온 위험을 완벽하게 무찌를 것에 염두를 둔다면, 남자들은 이번 공격 다음에 오는 공격을 미리 짚어서 현재 다가오는 공격을 막아내는 본능이 작동된다.
두 상황이 어떻게 보면 똑같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완전히 다르다.
때문에 칠채신공이라도 무공 초식을 전개해 나갈 때에는, 여자들의 전개 방식과 남자들의 전개 방식이 틀리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 무공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분명히 정리가 되어야 했다.
무공에 있어 남녀 구별의 이점상 능력의 효율을 찾기 위해서는 이 결론을 분명히 알고 적용해서 가르쳐야 제대로 된 가르침이고, 맞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문득 여자들을 위한 무공이 따로 필요하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고, 그래서 여자들에게 맞는 무공을 한번 만들어 보기를 작심했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 준비를 해가던 중, 용각으로 만든 아버님의 칼이 완성되었고, 남은 용각 재료는 단검 두 세 개를 만들 수 있는 재료만 남았다.
잔여 찌꺼기로 꽤나 많은 침을 만들어 여러 침통에 가득 넣어 놓고 공청석유를 수정병에 가득 채워 침을 그 속에 집어넣었더니, 공청석유가 가득 차올랐다.
그것을 본 청룡의 뇌리 속에서 연상되는 되는 것은 앞으로 이 침을 맞은 사람의 상태가 얼마나 좋아질지, 과연 무천동 비서에 설명대로 그렇게 대단한 효과가 발현될지 참으로 궁금했다.
-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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