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무객 20화. 동정호 청룡문 지부
20.
그렇게 해서 밀각의 모든 핵심 요원들은 청룡의 가족들에게 인사를 시킨 후 허락을 받아 산장에 거주하면서, 청룡의 수하로서 무공을 배우게 됐고, 청룡문 문도로서 산장 생활을 시작했다.
동방총관만 빼고, 나머지 모두는 산장에서 일하며, 무공을 배우게 했다.
동방총관을 위해서는 특별히 만든 책이 두 개가 있었다. 하나는 동방설리의 것이었고 하나는 동방총관이 익혀야 할 청룡문의 무공이었다.
둘 다 기초 내공 심법이었고, 설리는 미리 이 심법을 익히고 영단을 먹으면 효과가 더 좋아질 수 있다. 특히 설리에게는 용각침을 주입하기 때문에 미리 청룡문의 심법을 익혀 놓아야 했다.
동방총관에게 비급의 내용을 설명을 해주고, 실제 그 자리에서 비급이 뜻한대로 좌 공을 하도록 하고 진기도인 인도까지 해주었다.
삼화취정의 꽃이 더욱 진하게 나타났다. 확실히 오기조원의 경지에 들어선 것이 분명했다.
“설리에게 가서 매일 방금 내가 해준 것처럼 그렇게 진기도인을 해줘.”
“네! 그리하겠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동정호 지부를 매입하면 내가 그곳을 방문했을 때 신단을 먹이고 벌모세수(伐毛洗髓)를 해서 무공의 완전한 기틀을 잡아 줄 생각이야. 그러기 위해서는 이 비급을 어느 정도 잘 운용할 수 있어야 하고...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잘 알아들었지?”
“네! 무슨 말씀인지 확실하게 알아들었고, 또 그렇게 가르침 대로 실행하겠습니다.”
총관은 그렇게 자신 있게 말하고는 물러갔고, 그는 밀각 십객들에게 무공을 가르치는데 정성을 다했다.
물론 여기에 우리 리지가 빠지면 청룡산장이 아니었다.
리지와 누이는 대련이라는 명분으로 이들과 노다지로 무술 대련을 했다. 물론 리지는 십객들을 데리고 놀았고, 누이도 십객들을 데리고 놀았다.
아마 십객들의 진이 쭉쭉 빠졌을 거라는 짐작에 속으로 웃음부터 났다. 그들은 두 자매의 실력이 자신들이 수 백명이 달려들어도 안 된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그건 늘 청룡이 그들에게 칠 푼을 감추라는 주의를 주었기에, 그 생각이 세뇌되었고, 또 모든 가족이 그렇게 해야 되는 줄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그 덕분에 그들 모두의 무공 실력이 생각 외로 무척 올라갔다.
그렇게 또 시간이 흘러 총관이 찾아왔다. 먼저 얘기를 했던 동정호의 그 건물을 인수해서, 현재 영업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문주님이 한번 나오셔서 살펴보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그래? 그럼 동방설리 각주 임독맥(任督脈)도 타 통해 줄 겸해서 내일 가보지!”
청룡은 총관을 먼저 보내 놓고, 내실로 가서 어머니에게 내일은 일찍이 약초를 캐러 나가야 하기 때문에 아침 인사를 못 올린다고 미리 말해 놓았다.
“늘 하는 말이지만 항상 안전에 주의를 하거라! 이 어미는 너가 없으면 단 하루도 살지 못할 것 같으니!”
“에이! 어머니두 참 제가 어린 아이인가요!”
“청룡아! 지금 네 나이가 몇 살이지? 우리가 보는 세상의 눈으로 봐도, 너는 어려도 한참 어린 나이지? 신선 어른 때문에 하자는 대로 내버려 두지만, 너를 내보내고 마음을 얼마나 졸이고 있는 줄 아느냐?
아무튼 첫 번째도 조심, 두 번째도 또 조심. 항상 이 말을 명심해야 한다. 이 어미의 걱정스러운 마음을 알았다면 조심해서 잘 다녀오너라. 아들!”
“네!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청룡은 다음날 일찍 악양(岳阳)으로 떠났다. 악양(岳阳)은 무림맹이 있어 중원의 모든 정보가 모이는 곳이기도 하지만, 동정호가 있어 상권이 발달된 곳이었다.
전생에서 세력이 없어 당했던 수많은 고난을 상기하면서 청룡은 조심스럽게 세력의 중요함을 자각해 가고 있었다.
특히 가장 중요한 것이 정보였다.
다행히 밀각에서 사해방과 지부장놈의 그런 음모를 미리 알려줘 준비를 할 수 있었기에 다행한 일이지만, 그 역시 빠른 정보였기 때문에 마음의 여유가 있었던 것이다.
특히 청룡산장 광산에서 발굴된 보석들은 아직 주인인 우리들도 모르고 있었는데, 엄한 날강도 같은 놈들이 먼저 알아서, 그것을 꿀꺽하기 위해 음모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 정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분노를 일으키고 있었다.
더욱이 그것을 노리고 있는 놈들의 흉측한 흉계는 치가 떨릴 정도였고, 그래서 생각한 결과 가장 중요한 것이 정보이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세력을 만드는 것이 가장 안전하게 가문을 지키는 방법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졌다.
그 어떤 경우라도 그 옛날 사부님을 잃었을 때처럼 두 번 다시 자신의 눈앞에서, 소중한 사람들을 잃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자신을 다듬질하며, 다짐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가족들의 형상이 부모님 서부터 리혜누이와 리지까지 머리에 떠오르면서 그들을 괴롭히려는 인간들의 형상이 나타났다.
‘이번에 돌아가면 이것들을 완벽하게 요절을 내줘야겠어. 이것들을 모조리 염라대왕 품으로 보내주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아니야! 이런 자들은 그렇게 쉽게 편하게 보내줘선 안 돼!’
‘어차피 본격적으로 쳐들어올 심산일 것 같은데, 지금은 잠시 놔두었다가 그때 쳐들어오면 반격의 명분을 얻고, 그렇게 해서 제대로 쓴 맛을 보여주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
'.....'
‘그래! 그게 좋겠어.’
'.....'
‘그 과정 중에서 우리 산장식구들 무공 실습도 좀 하고, 강호에 입 소문도 좀 낼 겸해서...’
그런 궁상을 하면서 섬광부운행(閃光浮雲行)의 경공을 발휘해 오다 보니 벌써 악양(岳阳)에 도착했다.
총관에게 대충 위치에 대한 정보를 받았던 터라 찾는 데는 별 문제가 없었다. 총관이 이르기를,
'악양(岳阳)서 동정호를 가다가 보면 갈림길이 두 갈래가 나옵니다. 오른쪽으로 가면, 악양루로 가는 길이고, 또 한 갈래 길을 거슬러 올라가면, 강 옆에 거대한 장원과 더불어 육(六)층으로 만들어진 한 채의 누각(樓閣)이 보일 겁니다. 그 높이 보이는 건물이 바로 청루각(靑樓閣)이라고 불리는 우리 청룡문의 악양(岳阳)의 밀각 지부입니다.'
막상 가보니 땅이 생각보다 넓었고, 건물 또한 별로 낡은 곳이 없었다.
별실도 여러 곳이 있었고 지하 시설도 잘되어 있어 정말 총관 말 대로 정보각으로는 쓸모 있는 요지였다.
도착하자마자 설리가 귀신같이 알고 뛰어나왔고, 반가워서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었다. 얼마 전에 자신에게 얻어맞아 이마에 혹이 났던 모습이 상상되어 웃음이 절로 나왔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만나는 그 수많은 인연들이 문득 생소한 것처럼 느껴졌다.
전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인연이 자신에게 가장 악하게 나타났다가, 자신에게 가장 충성스러운 좋은 인연으로 변화된 그 상황을 어떤 식으로 논증하고 받아들여야 할지 아주 애매했다.
뇌리 속에선 복잡하게 엉켜 가기만 했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적들을 모두 다 용서해 줄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 중에서도 아주 음침한 놈들은 개과천선을 하는 척하면서 뒤로 비수를 찔러오는 놈들이 더 많을 것이라는 것은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아도 과거의 경험으로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아마 저 아이와의 인연은 저 아이의 착한 심성이 눈에 띄어서 시작된 것은 확실했다. 그리고 그 착한 심성이 주위의 양심들을 찔렀고...
아무튼 좋은 인연임은 더 깊이 생각을 하지 않더라도 알 수 있었다.
앞으로 적이라도 조금 더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순간은 적이지만, 조금 지나보면 적이라는 틀에서 벗어날 어떤 귀한 인연으로 자신 앞에 나타나 존재할지도 모르니까...
따지고 보면 인생이란 것은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이화명이란 이름의 전생에 있어서, 장가도 한번 가보지 못한 그 극한 전쟁의 삶은 지금 생각해 봐도 너무 처절하고, 두 번 다시 겪어 보기 싫은 그런 삶이었다.
그러함에도 그 경험에서 얻은 지금의 생각은 삶의 웅변의 표상이었다.
그 때문에 모든 것이 더욱 값어치가 있어 보이고 소중하기에 더 조심을 하게 되고, 터득된 그 경험으로 세상 모든 것을 슬기로움 속에 넣고, 자신의 주변을 더욱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는 세상을 보게 된 것이다.
문득 자신의 뇌가 세상을 들여다보는 데 있어, 조금 더 지혜로워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리의 반가움을 뒤로하고 문주의 방을 아주 멋지게 가꾸어 놓은 곳으로 안내를 받아 갔다.
그 옆에는 서재도 만들어 놓았으며 열린 창, 저 너머 보이는 동정호의 끝없는 수평선은 정말 멋진 경치였다.
바로 창가에 손을 벌리면 닿을 듯한 커다란 대추나무 잎새도 그렇고, 알알이 열린 대추 열매의 싱그러운 분위기가 느껴져 더욱 좋았다.
총관과 설리와 셋이 동정호에서 나오는 군산은침(君山银针)차를 먹고는 건물을 구입한 과정과 건물을 금 삼십만 냥에서 이십만 냥으로 깎아서 싸게 매입을 했고, 야명주도 값을 잘 받아서 한 알에 오만 냥씩 받아, 건물 구입비로 이십만 냥을 지불하고 팔십만 냥은 만해전장(滿海錢莊)에 입금해 놓았다고 설명을 해줬다.
청룡은 수고가 많았다고 치하를 하고, 무공 연습은 좀 했는가를 물었다.
“네! 문주님의 정성에 누가 되지 않도록 지금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지! 그래야, 제대로 된 청룡문의 동방 총관이지.”
청룡은 설리에게도 총관에게 보낸 책자를 모두 외웠느냐고 묻고는 책자를 어떻게 했느냐고 물었다.
설리는 모두 외웠고, 총관이 보는 앞에서 책을 불태웠으며, 그 동안에도 할아버지의 가르침으로 조금씩 연습을 했다고 말했다.
청룡은 잘했다고 칭찬을 하면서, 청룡문 밀각의 각주쯤 되면 최소한 일대종사 급 정도의 무공실력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를 하면서 설리에게 영단을 건넸다.
“지금부터 이 영단을 먹고 운기조식에 들어가!” 소 주천 두 번에 대 주천 한 번씩 그 순서를 지켜가며 해! 임독맥을 타 통할 때 충격으로 혼절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한 주천 방법이야.”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절대 입을 벌리거나 말을 해서는 안 되고... 영단을 먹고 주천을 할 때는 입을 야무지게 다물고 해야 해.”
“네! 그럴게요!”
설리는 약을 삼키고 바닥에 앉아서 운기조식을 하기 시작하였다. 일 주천 이 주천 삼 주천을 시작하자 설리의 몸에서 수증기 같은 것이 나오기 시작하였고, 점차 그것이 더욱 진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청룡이 뒤로 가서 격공점혈 방식으로 설리의 몸속으로 진력을 집어넣으면서 주천을 도와주고 있었다.
설리 스스로가 운기조식을 할 때 와는 달리 혈로 속을 쫓아다니면서 기혈을 크게 벌려 주었다.
임맥을 바늘구멍처럼 먼저 가늘게 뚫어 놓은 다음 천기명현공의 진기로 벌려 주었고, 다시 독맥을 임맥에 한 것처럼 반복해서 뚫어 주었다.
어느 듯 시작한 지 반나절의 시간이 흘렀고 총관은 걱정스럽게 쳐다보고 있었다.
청룡은 안전하게 모든 혈을 조금씩 성장시켜 놓고 약효가 제대로 잘 퍼지도록 진기도인 또한 제대로 해 놓은 다음, 설리의 진기를 인도하여 임독맥을 타 통하도록 인도했다.
다시 또 주천이 시작되고 동방설리의 진기가 임맥을 두드리는 순간 청룡의 천기명현공의 진기를 설리의 진기보다 앞서 나가게 유도를 한 후,
임맥을 벌려 놓자 동방설리의 진기가 바로 물밀듯이 강한 세력으로 밀고 들어가 임맥을 타통하고, 다시 주천 하면서 독맥으로 밀고 올라왔다.
-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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