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무객 8화. 황금 빛 서기의 갓난아기
8.
이화명의 임맥과 독 맥은 이미 스승이 서른 살도 채 되지 않아서 타통시켜 주어 뚫린 지 아주 오래되었다.
때문에 생사관도 열린 지금, 그의 혈은 강하기 이를 때가 없었고, 그 어떤 강한 진력이라도 충분히 씹어 먹을 정도의 혈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주화입마(走火入魔) 등의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내력이 소주천(小周天)의 경로를 밟고 있었기 때문에 눈을 감고 운기에 몰두했다. 갈수록 단전(丹田)의 정 중앙 기해혈이 불같이 뜨거워지며, 온몸이 화장터 장작불 위에 시체가 된 느낌이었다.
단전에서 거대한 태풍이 바다에 불어 소용돌이가 일어나듯, 그 거침은 끝이 없었고 태산만 한 화룡이 기해혈에서 무섭도록 요란하게 춤을 추는 것 같았다.
몸 안에서 거대하고 공포스러운 벽력탄 폭발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그 크기는 점점 커져 가기만 했다. 몸은 이미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세상이 뒤집어지고 하늘과 땅의 구별이 사라지기를 수없이 반복을 하면서 단전에 내기가 폭주를 하기 시작했다.
폭주한 단전의 내기가 더 이상 폭주할 공간이 사라지자, 단전으로 진입했고 중단전을 치고 들어온 하단전의 진력은 중단전과 하나가 되어 상단전을 두드리며 상단전을 강하게 자극하고 있었다.
중단전과 하나가 된, 하단전의 내기를 상단전 진력으로 내기화 하면서, 그 힘의 영향을 받은 상단전은 적색의 내기를 점차 확대하기 시작하였다. 적색의 안개가 몸에서 활짝 피면서 주변으로 뻗치더니 동굴 자체가 붉은 안개로 뒤 덥혔다.
한참을 그렇게 동굴 안에서 적색의 기운과 함께 하던 이화명의 몸에서 살껍데기 허물이 부풀어 오르더니 점차 벗겨지기 시작했다.
어딘 가에서 형용할 수 없는 기운이 만들어져 그 적색 안개를 다시 몸 안으로 거두어들이기 시작했다.
그의 신체가 부풀어 오른 살 껍데기에 묻혀 있어서 잘 보이질 않았지만, 적색의 기운은 살 껍데기가 모아진 그 둔 턱으로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그러면서 이화명의 단전에는 용천신단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내단이 전부터 존재하던 단전의 중앙을 파고들어 천기명현공의 단전을 바깥으로 밀어내고, 원래 그 자리가 자신의 자리였던 것처럼 신단의 단전이 정중앙에 위치하면서 자리를 잡았다.
그 생성된 단전의 힘이 워낙 강해 천기명현심법에 의해 만들어진 단전은 내단으로 만들어진 단전의 바깥을 둘러쌓게 되어, 마치 조류의 알과 같은 껍질 구조로 존재할 수밖에 없도록, 그렇게 진행돼 가고 있었다.
그 때문에 단전이 두배로 확장되어 커졌고, 적색의 단전 하나가 또 이중으로 된 단전을 삼중으로, 한 겹을 둘러싸더니 자리를 틀어잡고 또 커졌다.
이화명의 단전은 지금 그렇게 해서 자신의 신체속의 용천신단의 영역의 내단을 만들어 갔고, 그 내단은 스스로 여러 겹으로 키워 그 크기를 계속해 확장하며, 하단전과 중단전, 그리고 상단전과 모든 기의 혈로들을 넓혀가고 있었다.
적색의 안개가 모두 스며들어가 보이질 않자, 이번에는 주황색 빛이 방금 사라진 적색 안개처럼, 살 껍데기 둔 턱 밖으로 넘실넘실 흘러나오면서 동굴 안을 모두 주황색 안개로 뒤덮어 놓았다.
그러기를 잠시 진행하다가 몸 안으로 전부 흡수되더니, 단전의 네번째 겹으로 둘러싸버렸다.
이화명의 살 껍데기는 조금 전보다 한층 더 많이 쌓여 사람의 형태가 보이질 않았고, 그저 사람이 뭔가를 덮어쓰고 있는 것 같이 보였다.
이번에는 노란색 빛이 밖으로 스멀스멀 기어 나오더니 한참 주변을 몽실거리다가, 다시 몸으로 스며들어간 후, 처음 적색처럼 단전을 둘러싸고 5겹의 테두리를 만들어 계속해서 같은 상황이 반복되었다.
또다시 초록색이 똑같은 방법으로 하단전의 내단으로 겹쳐서 형성되었고, 그 다음은 파란색, 그 다음은 남색, 그리고 일곱째 색의 마지막 색인 보라색 기운이 최종적으로 감싸더니, 단전의 가장 바깥 부분으로 자리를 잡는다.
이제는 살무덤이 사람의 형체를 점차 없애고, 저곳에 원래 사람이 있었는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살 껍질이 크게 부풀어 올라 있었다.
이화명의 단전은 원래 어릴 때부터 사부의 사사를 받아 천기명현심법으로 수행한 단전 하나였지만, 용천신단을 복용하고 난 후의 지금은 용천신단의 내단에 의해 자신의 원래 단전이 자리를 빼앗기고, 용천신단으로 만들어진 단전을 감싸면서 확대되어, 제 2의 단전으로 재 탄생되었다.
무천칠채신공에 의한 칠색의 단전이 바깥 부분으로 쌓여, 9층의 겹으로 생성되어 지금 그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중단전의 내기가 점점 커져서 동굴을 모두 채우고 이제는 동굴 광장으로 뻗쳐 나가고 있었다.
주체하지 못할 정도의 뜨거워진 몸 안의 열기가 화룡처럼 변하여 그 자리에 머물면서 불기운은 점점 극에 달했다.
갑자기 화룡이 수천 마리로 늘어나더니, 태산 같은 힘으로 몸에 존재하는 모든 기혈 통로를 무섭게 뚫고 들어와 기를 팽창시키기 시작했다.
몸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다가 쪼그라들기를 수없이 반복을 하였고, 화룡은 점점 뜨거워지며 모든 혈의 통로를 확대시키더니, 삼십육(三十六) 혈을 지나 백팔(百八) 혈을 메우면서 선천기를 점차 증폭시키고 있었다.
다시 몸이 강하게 팽창을 하였다가 찌그러지기를 반복하면서, 중단전의 내기가 더 이상 뻗어 나갈 수 없을 정도의 크기로 퍼졌다가 서서히 빛의 밝음으로 바꿔지더니,
더 이상 눈부셔서 볼 수 없을 정도의 밝기로 변하면서 진주 빛깔의 은빛이 금빛과 섞인 서기로 동굴을 장식하기 시작하였다
인간의 모든 감정의 찌꺼기를 무아(無我)로 태워 버리기라도 하듯, 빛의 향연을 맹렬하게 일으키면서, 마침내 세상이 텅 빈 것처럼 공허한 무의 원념으로 확대되어 가고 있었다.
그의 상, 중, 하, 단전과 혈로 속에 생성된 화룡이 춤추는 듯한, 뜨거운 고통은 쾌락의 극 의로 변하여 점차 깊어져 같다.
그의 몸에서 벗겨진 살 껍질은 더욱 흉물스럽게 벗겨지고 있었고, 껍질이 점차 수북하게 산처럼 쌓이면서 두꺼운 허물이 흉측하게 덮어져 이제는 신체의 어렴풋한 모습조차 남지 않아 그냥 무덤 형태 같이 보였다.
빛으로 승화된 중단전의 내기가 다시 영롱한 무지개 빛으로 변하더니 온 몸으로 스며들면서, 중단전의 내기 일부분이 양쪽 콧구멍을 통해 인당으로 스며들어 인당에 안착하더니, 무아(無我)의 원념을 생성하고 그 세력을 확대시키면서, 백회혈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백회혈은 인간의 신(神)이 존재하는 곳이기도 하며, 그 신을 무너뜨리는 곳이기도 하다.
인체의 가장 높은 곳. 정수리에 위치하며 인간의 만세의 영(靈)이 깃들고 있는 곳...
우주 삼라만상의 기운이 존재하기도 하며, 또한 받아들이기도 하는 곳. 그곳이 지금 뒤집혀 가기 시작했다.
발끝과 손가락 끝에서부터 온몸으로 점차 확대되어 오는 선천 진기의 생기가 인당혈로 신선하게 모아지더니, 점차 백회혈로 몰려가 백회혈 정점에 자리잡음 하고는 칠채진기를 불러내어 온몸에 무차별로 뿌려 대기 시작했다.
특히 선천진기의 생기가 태풍이 불어오듯 뇌호혈을 마구 쳐 대고 있었다.
머릿속에서는 거대한 뇌성이 폭포수에서 나오는 소리처럼 그칠 줄을 모르고, 하단전과 상단전 그리고 선천진기의 생기가 합쳐져 하나의 기운으로 또다시 안개처럼 사방으로 퍼져 나가며 그 힘의 정점에 이르러 나갈 때,
자신의 몸이 있는 듯 없는 듯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억겁의 순리를 역류하면서 마구 달려가고 있었다.
어떤 동굴을 지나치면서 또다시 빛이 생성되었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였고, 몸을 움직일 수 없도록 압박을 하는 늪도 있었다.
자신의 몸이 누운 채 허공에 떠오르고, 칠색 광채에서 흰색으로 반복해서 바뀌는 것을 계속해 느끼며, 점점 의식을 잃어 가기 시작했다.
의식을 잃어가는 상황에서도 어딘지 모르게 무섭도록 달려가고 있었는데, 멈추려고 해도 멈추어지지 않았고, 거대한 압박과 폭발 소리가 나면서 의식을 완전히 잃고 말았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칠색의 영롱한 빛깔은 흰색과 계속 변태를 하면서 멈추지 않았고, 그의 몸을 덮었던 살 껍데기는 점점 높이 쌓여만 갔다.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나도 그 상태는 멈출 줄을 모르고 계속 진행되었다.
그러기를 보름 동안을 계속하다가, 동굴 안의 빛이 황금빛으로 물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동굴 안은 갑자기 생소한 아기 울음소리로 천둥을 치면서, 들썩거렸다.
“으응! 응애~ 응애~”
정신을 차리고 난 이화명은 자신의 손을 얼핏 바라보았다가 소스라치게 놀라서 소리친 것이 갓 태어난 아기의 울음소리였다.
자신의 말소리도 나오지 않았으며, 손은 너무나 작았다. 자신의 뇌리 속에 각인된 손과 도무지 맞지 않은 손이었으며, 부정되고 한심스러울 정도의 작은 손이었다.
이게 어찌 된 일인지, 꿈에서 아직 깨어나지 않은 것으로 지레짐작을 하고 꿈에서 빨리 깨어 현실로 돌아오려고 발악을 했다.
그러나 그럴수록, 아기 울음소리만 더 커지고 현실과 점점 더 멀어지는 것 같았다. 아무리 꿈이지만, 이렇게까지 생동감 있게 느껴지는 것이 더욱 요상했다.
말을 하면 말소리는 나오지 않고, 아기 울음소리만 나왔으며, 그래서 손으로 입을 막아보았더니, 틀림없이 자신의 입에서 나오는 울음소리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에이! 꿈이겠지···!’
그러면서, 자신을 슬쩍 꼬집어 본다.
“으! 응애~ 응애~”
자신도 모르게 꼬집힌 몸뚱어리는 진력이 들어가 무진장 아팠고, 아픈 비명소리가 아기 울음소리로 둔갑되어 비명 지르듯 울고 있었다.
한참을 울은 후, 그 울음을 그친 다음 다시 자신을 자각하고 깊은 생각에 잠겨 보았다.
정말 이런 요상한 꿈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현실이 또렷해지면서, 꿈이라고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 점점 엷어지고, 단지 이 요상한 상황이 싫다는 감정만 남았다.
자신의 손을 얼굴 근처에 갖다 되고 유심히 살펴보았다.
손바닥 지문이 어렴풋이 보이고 아직 여물지 않은 손이었다. 그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한번 정말 세게 때려 보았다.
“철썩! 으으으앵 으앵 으앵~”
한참을 울다가 느낀 그의 생각은 자신의 얼굴을 스스로 내기를 주입해 갈긴 것은 정말 미친 짓이었다.
괜한 짓을 했다는 후회막급 함 속에서, 자신도 깜짝 놀랄 정도로 지독하게 아픈 통증은 자신의 현실을 직시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틀림없이 꿈이 아니었고, 지금 벌어진 이 현실은 어떤 이유를 갖다 붙이더라도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될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해서, 자신에게 이런 상황이 만들어지고, 이렇게까지 될 수 있었는지, 그리고 이렇게 되면, 또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동굴 안의 상황을 생각해보니,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이것이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것을 느끼기 시작하며, 왜 이렇게 되었는지 원인을 한번 생각해 보았다.
오만가지 좋은 영단의 약재를 절묘한 배합으로 만들어 놓은 벽곡신단과, 가끔 가다가 가뭄에 콩 나듯이 과하지 않게 조금씩 복용했던 공청석유의 효능도 그렇지만,
현경(顯慶)을 넘어 생사경(生死境)초입에 들어선 경지에서, 어쩔 수 없이 복용한 용천신단의 힘은 상상을 초월한 상태를 가져왔다,
-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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