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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긴 토끼님의 서재입니다.

잊혀진 파편, 외로운 용사의 송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귀가긴토끼
작품등록일 :
2023.11.21 17:15
최근연재일 :
2024.01.01 17:24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1,076
추천수 :
43
글자수 :
257,831

작성
24.01.0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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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기다리고 계신다.

DUMMY

추적마법을 통해 식량을 추적하던 프리시스는 표정이 어두워지면서 나지막이 탄식했다.


“대체! 정녕 마법배낭이란 말인가!”


프리시스의 표정을 보며 필리스가 물었다.


“아니! 대체 왜 그러는 건가? 뭐가 잘못되기라도 한 것인가?”


프리시스는 가볍게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그의 손에서 녹색의 빛줄기 하나가 생겨나더니 식량자루로 파고들었다.


“방금 보여드린 것이 추적마법입니다. 저렇게 제 마법을 심어두면 아무리 멀리 떨어진다고 해도 그 방향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필리스는 말을 재촉했다.


“그런데. 왜? 뭐가 잘 안된단 말인가? 도둑이 마법이라도 사용한건가?”


“저는 분명 각 마차를 돌아다니며 가장 뒤에 있는 식량자루 몇 개에 추적마법을 걸어두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어느 것도 추적이 불가하네요. 그렇다는 말은 식량자루가 다른 공간으로 넘어간 상태라는 것인데. 그것은 마법배낭을 제외하면 말이 안 됩니다. 정말 마법배낭을 가진 자가 고작 식량을 훔쳐갈 줄이야!”


“그, 그렇다면 방법이 없는 건가?”


필리스가 애원하듯 매달렸다.


“물론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정확한 추적은 불가능하지만, 사로잡힌 녀석들을 통해 본거지를 찾는 방법. 아주 고전적인 방법은 여전히 남아있죠.”


프리시스는 타이렐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봐. 너희들이 싼 똥이니, 너희들이 치워야 하지 않을까?”


“뭐! 우리는......”


타이렐이 뭔가 변명을 하려 했지만, 발라니가 막아섰다.


“그래. 네 말이 맞다. 프리시스. 조금 더 일찍 움직였어야 했는데. 녀석들이 식량 자루를 직접 옮기는 것만을 기다리다가 이렇게 되어버렸다.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 것 같나?”


“내가 시키는 대로 움직인다. 그 전에 일단.”


프리시스는 필리스에게 말했다.


“먼저 추적대를 결성하여 달아난 도둑의 뒤를 쫒을 겁니다. 여기 호위임무를 맡은 용병들을 적당히 나누어 도둑들이 달아난 방향으로 각각 추적을 보내세요. 그리고 저는 이들과 함께 이쪽 방향으로 출발하겠습니다. 비록 최소한의 경계만 남게 될 테지만, 조금 힘드시더라도 앞으로 며칠간 잘 부탁합니다.”


필리스는 상당수의 호위 용병들을 추적대로 보낸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그래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어두운 새벽에 시작된 소동은 일단락되었다.

어느새 저 멀리 산 너머로 해가 떠오르는 것이 보였다.


풍족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격식 있는 아침을 챙겨먹은 프리시스와는 반대로 타이렐 일행은 식량을 도둑맞은 것에 따른 눈치 때문에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프리시스는 웃으며 빵 몇 개를 건네주고는 곧바로 추적에 대한 계획을 설명했다.


“그러니까 대부분 이 방향으로 달아났다는 거지?”


“그래. 저쪽 산 방향으로 달아나더라고.”


“그러면 그 방향을 제외하고, 나머지 방향으로 추적대를 보내고, 그 방향은 우리가 따라갈 수 있도록 한다.”


발라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타이렐과 데커, 발라니는 프리시스와 함께 검은 옷의 일당이 달아난 방향으로 길을 떠났다.


이동하는 내내 타이렐은 여전히 기분 나쁜 표정으로 투덜댔다.

그러다 말을 몰아 프리시스 옆으로 왔다.


“생각해 보니 그렇잖아? 일단 놈들이 달아났다면 이미 한참 멀어졌을 텐데. 말을 탔다고는 하지만 너무 느긋하게 가는거 아닌가?”


프리시스는 언제나 처럼 웃으며 답했다.


“우리는 멀리 가지 않는다.”


“그건 왜지?”


“녀석들은 다시 올 테니까.”


“그러니까. 왜?”


프리시스는 답답한지 표정이 조금씩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마법배낭은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엄청난 물건이다. 그게 힌트다.”


“아니, 그러니까. 그게 왜?”


타이렐은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치며 물었다.


“자. 너희들이 도둑이라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뭐든 쓸어 담을 수 있는 엄청난 주머니가 있다. 예를 들어 수레 100대 분량 정도? 그런데 아직 10대 분량밖에 훔치지 못했다면 어떻게 할 건가? 기회를 노렸다가 다시 훔칠 건지, 아니면 그냥 포기할건지.”


데커와 발라니가 답했다.


“난 포기.”


“나도 포기한다. 자루가 있다고 도둑질을 해야 한다고? 이해할 수 없군.”


타이렐은 흥미진진한 듯 웃으며 말했다.


“당연히 기다렸다가 다시 훔쳐야지. 그런 주머니가 있다면. 네 말대로라면 수레 100대 분량의 식량을 혼자 들고 튈 수 있다는 거잖아?”


프리시스는 다시 얼굴에 여유가 돌았다.


“내 생각도 그렇다. 일반인의 사고방식과 도둑의 사고방식은 다르기 때문이지.”


프리시스의 말에 타이렐이 눈을 흘겼다.


“뭐야. 내가 도둑의 사고방식을 갖고 있단 이야기야? 난 지극히 정상적인 생각을 하는 선량한 사람이라고!”


“어찌 되었건 우리는 오늘밤 다시 수레가 있는 곳으로 돌아간다. 며칠 내로, 어쩌면 오늘 당장이라도 그 녀석은 분명히 다시 오게 될 거니까.”


프리시스 일행은 숲에서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가 조용히 마을로 들어섰다.

멀리서 마차들을 바라보며 혹시 모를 검은 옷 일당을 기다렸다.


하지만 밤이 깊어지고, 새벽이 될 때까지 아무런 이상 징후는 없었다.

밤을 꼴딱 샌 타이렐이 투덜댔다.


“역시나 저 녀석을 믿는 게 아니었어. 뭐? ‘분명 다시 온다고?’ 쳇. 오긴 뭘 와! 이미 저 멀리 달아났을 텐데.”


프리시스는 대꾸할 가치가 없다는 듯 타이렐의 말을 무시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났다.


해가 뜨고, 프리시스 일행은 숲의 적당한 곳에서 노숙을 시작했다.


“낮에 충분히 자둬라. 오늘도 밤새도록 경계를 서야 할테니.”


프리시스는 잘 자리를 준비하며 말했다.

그 모습에 프리시스가 또 한 번 발끈했다.


“아이씨. 이렇게 밝은데 잠이 오겠냐고! 그냥 마을로 가서 자면 안되는 거야?”


“마을의 경계가 허술해졌다는 게 알려져야 그 녀석이 다시 올 거 아니겠는가.”


이 말을 끝으로 프리시스는 후드를 뒤집어쓰고는 이내 곯아떨어졌다.

데커와 발라니 역시 밤을 새는 것은 피곤했는지 이내 코를 골기 시작했다.


“으이구. 이 곰같은 녀석들.”


오직 타이렐만이 씩씩대며 뒤척일 뿐이었다.


어스름한 어둠이 깔릴 때쯤.

프리시스 일행은 다시 일어나 식사를 하고 멀리서 마차를 살피기 시작했다.

밤이 깊어지고 피로가 더해지자 낮잠을 설친 타이렐이 또 다시 투덜댔다.


“안와. 안 온다니까? 도둑의 입장에서 생각하라며? 이정도면 나 같아도......”


“쉿!”


프리시스가 손을 들었다.


“드디어 오나보군.”


검은 옷을 입은 자들은 아니었다.

이번에는 동물 모피 후드를 눌러쓴 십여 명이 마차로 은밀히 접근하고 있었다.


마차 행렬에 가까워지자 그들 가운데 한명이 식량마차로 접근했다.

천막을 살짝 열어보고는 다시 닫고, 다음 마차로 이동하여 또 다시 천막을 열어보고는 닫았다.

발라니가 프리시스에게 설명했다.


“우리가 경계를 설 때도 저 모양이었다. 그러니 뭐라 하기도 힘들었지.”


그 모습을 보는 프리시스 역시 신기한 듯 바라볼 뿐이었다.

유심히 살펴봤지만 그 사내는 마법 배낭 비슷한 것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저 마차 안으로 맨손을 집어넣고는 휘휘 몇 번 젓다가 다시 천막을 닫을 뿐이다.


“일단 가보자. 대체 저 녀석의 비밀이 뭔지 저도 궁금하군. 뒤에 있는 녀석들은 떨거지들 같다. 그러니 저기 마차 천막을 살피는 사내에 집중해서 사로잡아야 한다.”


프리시스 일행은 은밀히 마차 곁에 있는 모피 후드 일행에게 접근했다.

모피 후드 일행에 가까워지자 타이렐과 데커, 발라니는 일제히 사내를 향해 덮쳤다.


“잡아!”


모피를 입은 자는 무기가 따로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훔쳐간 식량 열대분량도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하므로 단칼에 죽일 수도 없었다.

그렇기에 타이렐 일행은 생포를 목적으로 저마다 최고의 속력을 내며 손을 뻗었다.


하지만 모피 후드 사내의 움직임은 엄청나게 빨랐다.

셋은 용병들 가운데서도 속도면에서는 뒤처지지 않을 정도였고, 특히 타이렐의 속도는 더 빨랐지만, 모피 후드 사내를 붙잡을 수는 없었다.

겨우 후드 자락을 잡았다가 놓치는 것이 전부였다.


“어! 타이렐?”


그때 모피 후드의 사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 대...... 장?”


타이렐이 모피후드 사내의 목소리를 듣고 말했다.

프리시스와 타이렐 일행은 모피후드를 둘러쓴 현수를 보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타이렐이 현수에게 물었다.


“대장.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도둑질이라니?”


데커도 웃으며 현수에게 물었다.


“타이렐한테 때가 묻은 것도 아닐 텐데. 무슨일이지?”


현수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설명했다.


“말하자면 깁니다. 그저 식량을 대규모로 옮긴다는 소문을 듣고 식량이 필요했기 때문에 찾아왔을 뿐입니다.”


프리시스는 팔짱을 끼고 물었다.


“일단 우리 임무는 이 마차를 지키고, 도둑을 잡는 일. 그렇기에 너를 그냥 보내 줄 수는 없다. 다만 식량을 어떻게 가져갔는지, 그리고 가져간 식량을 다시 돌려놓는다면 없던 일로 해줄 수도 있지.”


현수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식량을 돌려놓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많은 식량이 필요한데 어떻게 좀 안될까요?”


“대체 식량이 얼마나 필요하기에? 이미 네가 훔친 마차 열대분만으로도 엄청난 양 일텐데?”


“저는 제가 먹을 10년치의 식량이 필요합니다.”


“10년치? 그걸 다 어쩌려고? 아니, 그리고 10년치의 식량을 지금 당장 가져간다고 해도 모두 썩을텐데. 그냥 돈으로 챙기는 것이 낫지 않을까?”


현수는 반지를 만지작 거리며 고민하는 듯 뜸을 들였다.

그러다 이내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제게는 공간 마법이 가능한 반지가 있거든요. 이렇게.”


현수는 텅 빈 마차 안으로 손을 집어넣고는 다시 식량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금새 마차가 식량 포대로 가득찼다.

그 모습에 타이렐은 입이 떡 벌어졌고, 프리시스의 눈빛은 탐욕에 물든 듯 초롱초롱 빛나기 시작했다.


“그, 그 반지 어디서 난건가?”


“그건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다만 모두 아는 분들이고, 여러분이 지키고 있던 식량인줄은 몰랐으니. 다시 식량을 원래대로 돌려드리겠습니다.”


현수는 비어있는 마차를 확인하고는 다시 식량을 채워 넣었다.


“이제 됐죠? 그럼 전 다시 떠납니다.”


“잠깐!”


프리시스가 현수를 붙잡았다.


“원래대로 돌려놓으면 없던 일로 해 주신다면서요. 딴말은 받지 않겠습니다.”


“그게 아니다.”


프리시스는 현수의 어깨에 가만히 손을 얹으며 이야기를 이었다.


“빌레트 공작님을 기억하고 있지 않은가? 그분이라면 네 식량 문제를 어느정도 해결해주실 수 있으실거다. 우리와 함께 가자.”


“비, 빌레트 공작님? 그분이 아직 살아계셨다고요?”


현수는 눈시울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그래. 공작님도 널 많이 찾으셨지만, 네 생사를 모르는 것 때문에 마음고생을 많이 하셨던 모양이었어. 아무튼 함께 가보자.”


그렇게 현수는 다시 프리시스, 타이렐, 데커, 발라니와 함께 파라몬트 제국으로 향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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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다리고 계신다. 24.01.01 3 0 11쪽
47 검은 그림자들 23.12.30 6 0 12쪽
46 칼레스 제국 23.12.29 7 0 11쪽
45 소식을 듣다 23.12.28 6 0 12쪽
44 마법의 배낭 23.12.28 6 0 11쪽
43 새로운 목표 23.12.27 5 0 11쪽
42 반복된 상실 23.12.27 6 1 11쪽
41 주베르의 권능 23.12.26 6 1 11쪽
40 기사단장 일리예프 23.12.26 6 1 11쪽
39 정예기사 슈르딘 23.12.25 8 1 11쪽
38 출정 23.12.25 7 1 11쪽
37 라올렛 23.12.23 9 1 11쪽
36 수확 23.12.22 8 1 12쪽
35 수련 23.12.22 10 1 11쪽
34 니가 왜 거기서 또 나와? 23.12.21 9 1 12쪽
33 불덩이들 23.12.20 9 1 12쪽
32 재회 23.12.20 10 1 11쪽
31 내 촉은 정확하단 말이야! 23.12.19 14 1 12쪽
30 황금빛 승리 23.12.19 10 1 11쪽
29 괜찮은건가? 23.12.18 12 1 11쪽
28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강하게 할 뿐! 23.12.18 9 1 11쪽
27 지옥의 사냥개 23.12.16 11 1 11쪽
26 가긴 어딜가려고! 23.12.16 10 1 11쪽
25 거기 누구 있어요? 23.12.16 9 1 11쪽
24 그놈들 때문이었네 23.12.16 8 1 11쪽
23 가늘고 길게 먹기 23.12.15 13 1 11쪽
22 천지개벽 23.12.14 15 1 11쪽
21 사술 23.12.14 17 1 11쪽
20 모두 모였다! 23.12.14 16 1 11쪽
19 의문의 기사들 23.12.13 18 1 11쪽
18 미궁 23.12.12 18 1 11쪽
17 보물찾기. 아닌가? 23.12.11 18 1 12쪽
16 올리비아. 고멘네(ごめんね) 23.12.09 20 1 12쪽
15 거기가 어디야? 23.12.08 22 1 14쪽
14 천마의 빛나는 눈 23.12.08 24 1 12쪽
13 승천하는 광대 23.12.08 23 1 12쪽
12 뭐, 그래도 나쁘진 않네. 23.12.08 22 0 13쪽
11 용사에게 가장 친절한 존재 23.12.08 24 1 12쪽
10 용사! 광대 등극! 23.12.07 27 1 13쪽
9 용사님! 대체 어디에 계신가요! 23.12.06 34 1 13쪽
8 소드마스터의 기억! 23.12.05 35 1 13쪽
7 다 드루와! 23.12.04 35 1 12쪽
6 중년 용사는 버림패가 아니야! 23.11.28 38 1 13쪽
5 문득 생각난 고향집 뽀삐 23.11.21 39 1 13쪽
4 이세계 용병의 꽃? 23.11.21 49 2 14쪽
3 조쿠만! 진행시켜! 23.11.21 65 1 13쪽
2 여전히 남아있는 이세계의 로망? 23.11.21 95 2 12쪽
1 비록 특전은 없지만, 나쁘지 않을지도? 23.11.21 203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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