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귀가 긴 토끼님의 서재입니다.

잊혀진 파편, 외로운 용사의 송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귀가긴토끼
작품등록일 :
2023.11.21 17:15
최근연재일 :
2024.01.01 17:24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1,077
추천수 :
43
글자수 :
257,831

작성
23.12.19 14:10
조회
10
추천
1
글자
11쪽

황금빛 승리

DUMMY

현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감싸며 벨페고르에게 말했다.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어. 뭐가 현실인지. 난 분명 타이렐에게 죽었는데?’


<그렇군. 암펠리우스의 환영마법이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곧바로 깨어났고 말이야?>


‘벨페고르. 도와줘서 고마워.’


<무슨 소리 하는 거냐? 너는 고작 1초정도 의식이 끊겼다가 다시 정신을 차렸는데. 아무튼 그 사이에 내가 뭐라고 했단 말인가?>


‘고착 1초? 난 엄청나게 길게 느껴졌는데. 그리고 네가 분명히 빛이 보이면 뛰어들라고......’


<아아. 난 모르겠고. 일단 저 녀석의 약점은 신성력이다. 기분 나쁘긴 하지만, 마침 신성력을 가진 녀석이 옆에 있으니 어떻게든 되겠지.>


현수는 막막함을 느끼며 하늘을 올려다 봤다.

암펠리우스는 나무꼭대기 저편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마법을 뿌려대고 있었다.


‘하지만 저렇게 날아다니는걸 어떻게 공격하지? 이러다 아이오네의 기도가 끝나기라도 하면 다시 아까 같은 고통을 겪게 되는거 아니야?’


현수는 두려움에 몸을 살짝 떨었다.

벨페고르는 한심하다는 듯 한마디 했다.


<네가 뛰어 올라 공격해야지.>


‘그러니까 어떻게? 내가 아무리 높이 뛰어도 저렇게는 아니야.’


현수는 고개를 들어 암펠리우스를 바라봤다.

암펠리우스가 날고 있는 높이는 주변의 가장 높은 나무꼭대기 보다도 더 위에 있었다.


<정말. 너란 녀석은......>


벨페고르는 귀찮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이거 밥을 떠먹여 줘도 삼키질 못하는 놈이랑 어떻게 사도를 맺어가지고는. 어휴. 아무튼 잘 들어라. 넌 점프를 어떻게 하냐?>


‘점프? 그냥 다리에 힘줘서 펄쩍! 아닌가?’


<그래. 일반적으로 점프할 때 다리에 힘을 주고, 땅을 박차며 그 반발력으로 몸이 떠오르는 거다. 여기까지 이해했지?>


‘응. 점프. 안다니까. 근데 그게 뭐?’


<단순히 네 다리의 근력, 그리고 땅을 박차는 힘. 너는 이전까지 이 두 개의 힘만을 사용해 점프라는 걸 했었다. 바꾸어 말하면 너의 근력을 어느 부분까지 점프에 사용할 수 있는지 생각해라. 다리가 전부는 아니다.>


‘점프에 사용할 수 있는 근육은 다리가 전부가 아니다? 그건 또 무슨 말이?’


<점프를 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여러 근육과 동작이 있다는 거다. 엉덩이, 허리, 어깨, 팔 등. 전신의 근육을 생각해라.>


‘음. 아직 이해는 안되지만. 일단은 알았어. 그러면 끝인가?’


<아직! 조금 더 들어봐. 네가 지금 당장 점프 실력을 높인다고 해도, 목표까지는 너무나도 멀다. 지금 네 실력으로는 한 번의 도약으로 저기까지는 무리지.>


‘그야 당연한거 아니겠어? 내가 어떻게 저 위까지 한번에 점프를?’


<하지만 말이야. 잘 생각해봐. 네가 한 번에 뛰어오를 수 없다면, 중간 지점을 찾아서 여러 번에 나누어 공략하면 된다는 사실을 말이야.>


현수는 여전히 나무 꼭대기 공중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암펠리우스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거면 되겠어.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조금 알겠어. 하지만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잘 할 수 있을까’가 문제가 아니다. 못하면 죽는다. 어떻게든 해내야해.>


현수는 결심에 찬 표정으로 아이오네에게 물었다.


“아이오네. 기도 중에 미안한데. 혹시 내가 이 보호의 빛을 빠져나가도 괜찮을까요?”


아이오네는 실눈을 잠깐 뜨고는 말했다.


“저 사악한 존재가 내뿜는 마법은 이 기도문의 보호 아래에서는 힘을 잃습니다. 하지만 밖에서는 어떻게 될지 몰라요. 다만, 짧은 순간이라면 제가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이렇게.”


아이오네는 자신의 손수건에 손을 올리고 기도했다.

그러자 손수건에서 미약한 황금빛이 새어나왔다.


“이걸 머리에 둘러쓰세요.”


현수는 손수건을 두건처럼 묶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타, 타이렐? 지금 단검 몇 개나 남았어?”


현수는 고개를 숙이며 타이렐에게 물었다.

환상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목을 그었던 타이렐을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타이렐은 왠지 모르게 주눅들어있는 현수의 모습이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대장이 조금 찐따같다는건 예전부터 알았지만. 지금은 더 찐따 같아보여. 아무튼 단검은 스무 개 정도 남았어. 왜 물어보는데?”


“난 지금부터 저놈을 공격할 거야. 나무위로 점프해서. 그때까지 단검을 날려서 엄호를 부탁해.”


타이렐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대장 계획은 항상 어이없었지만. 지금은 더 어이없네. 알았어. 엄호해 줄게.”


현수는 고개를 들어 자신이 밟을 지점을 확인했다.


‘일단 저기, 그리고 저기랑 저기. 됐다!’


현수는 검을 움켜쥐고, 근육들에 힘을 집중했다.


‘발끝부터, 종아리, 허벅지, 엉덩이, 허리, 등, 그리고 팔의 반동까지!’


쾅!


현수가 땅을 박차고 오르자 굉음과 함께 흙먼지가 사방으로 퍼졌다.


우지끈!


날아오르던 현수는 중간에 있던 나뭇가지를 밟고 다시 도약해 올랐다.

그렇게 연속으로 두 번 더 점프하는 순간.


‘닿는다!’


현수는 검과 함께 몸을 앞으로 회전시켰다.


“응? 뭐, 뭐야!”


바닥을 기어 다니던 하찮은 미물들.

암펠리우스는 인간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 미물이 방금 자신이 있는 공중까지 날아오른 것이다.


펄럭!


생각지도 못했던 현수의 공격에 암펠리우스는 더 높이 날아오르려고 날개를 퍼덕였다.

하지만 현수의 공격이 조금 더 빨랐다.


찌이익!


“크아악!”


현수의 검이 암펠리우스의 날개의 피막을 잘라버린 것이다.


“이! 이런 미천한 존재들이!”


암펠리우스는 이전처럼 부드럽게 날아오르지 못했다.

피 흘리며 축 처져버린 한쪽 날개는 오히려 비행에 방해가 되었다.


‘다시 한 번 더!’


나무 기둥에 매달려 있던 현수는 나무를 박차며 암펠리우스에게 뛰어올랐다.


“이젠 죽엇!”


챙!


하지만 암펠리우스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의 꼬리는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 연신 위협적으로 휘둘러졌다. 현수의 검이 그 꼬리와 충돌하는 순간, 천둥 같은 파공음이 울려 퍼졌다.


“허, 저 꼬리는 무슨 일이야? 저것도 무기인가?”


현수가 놀란 듯 외쳤다.


암펠리우스는 그의 꼬리로 현수의 공격을 무심하게 쳐내며, 화가 많이 난 듯 소리쳤다.


“네 놈, 반드시 죽여주마!”


암펠리우스는 남은 단 하나의 날개로 공중을 휘저으며 현수에게 돌진했다.

암펠리우스의 비행은 이전보다 부자연스러웠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손톱에서 흐르는 검은 액체가 불길한 기운을 풍겼기 때문이다.


‘이건... 위험하다.’


현수는 심장이 뛰는 소리를 느끼며 검을 들어 손톱을 막았다.


깡! 깡!


암펠리우스의 손톱은 빛의 속도만큼 빠르게 움직였다.

현수는 동체시력을 활성화 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손톱의 움직임은 완벽하게 읽어낼 수 없었다.

다만 그 뿌리가 되는 손가락의 방향을 통해 몸을 뒤척이며 간신히 각 공격을 피했다.


‘동체시력이 활성화 되었음에도 이 정도 속도라니!’


열 개의 손톱, 그리고 방향 예측이 불가한 꼬리의 공격은 현수의 동체시력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결국 현수는 그의 공격을 모두 피할 수 없었고, 어느새 이마에 둘렀던 신성한 두건은 찢어져 나갔다.


“크크크, 이제 넌 끝이야, 죽어라!”


암펠리우스는 현수의 황금빛 두건이 찢겨진 것을 보며 비웃었다.

그리고는 곧바로 환영마법의 주문을 시전했다.


동시에 현수의 목을 스치며 지나가는 암펠리우스의 손톱!


서걱!


현수는 피를 토하며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 먼 곳에서 들리는 벨페고르의 외침이 현수의 정신을 깨웠다.


<이봐, 현수! 정신 차려!>


‘이건 혹시... 또?’


현수는 빠르게 거리를 벌린 다음 곧장 명상에 잠겼다.


‘내, 내면으로... 빨리!’


벨페고르로부터 흘러나오는 검은 빛이 그를 이끌었다.


챙!


암펠리우스의 손톱이 현수의 목을 향해 달려들었지만, 현수는 검을 들어 그것을 막아냈다.

암펠리우스는 짐짓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라? 어떻게 이렇게 빨리 깨어날 수 있었지?”


현수는 고통스러운 머리를 흔들며 검에 힘을 실었다.


“이제 잡 기술은 안 통한다! 너의 모든 것을 걸고 싸워라!”


현수는 나무를 발로 차고 공중으로 솟구쳐 암펠리우스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암펠리우스는 날개짓으로 현수의 검을 회피하며 이전보다 더 높이 날아올랐다.

하지만 현수의 움직임이 조금 더 빨랐다.


서걱


암펠리우스의 몸통을 노렸던 공격은 날개 죽지를 스치고 지나갔다.


‘깊지 않았어!’


현수는 공격이 실패한 것 같아 다시 거리를 벌렸다.

그런데 검에 서려있던 미약한 황금빛 기운이 다시 날개를 타고 흘러들어가자, 암펠리우스는 비명을 지르며 땅으로 추락했다.


“크아아악!”


쿵!


현수는 상황을 이해하고는 재빨리 땅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아직 충격에서 정신 못 차리고 있는 암펠리우스에게 검을 겨누었다.


암펠리우스는 현수와 눈이 마주치자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이런 미천한 존재에게...”


“시끄러워.”


현수는 암펠리우스의 배에 깊숙이 검을 밀어 넣었다.

검을 뺐다가 다시 밀어 넣었다.


두 눈, 목, 그리고 배.


팔과 다리를 잘랐다.

자른 부분을 또 다시 잘랐다.

두 눈은 붉게 충혈된 현수는 웃으며 암펠리우스의 사체를 난도질했다.


“이 마족 놈아! 죽엇!”


그 모습에 옆에 있던 두 여인은 흠칫 놀랐다.

하지만 현수의 활약으로 살았다는 안도감, 그리고 마족에 대한 분노가 컸으려니 하며 고개를 돌릴 뿐이었다.


분노의 칼질이 끝날 때 쯤, 암펠리우스는 발끝부터 황금색 먼지가 되어 사라지기 시작했다.


<현수야, 시간이 없어! 그의 심장을 맨손으로 꿰뚫어 그의 힘을 흡수해야 해!>


벨페고르의 외침에 따라, 현수는 검을 놓고 암펠리우스의 가슴을 손날로 찔렀다.


푸욱!


현수의 손이 암펠리우스의 가슴을 관통하자, 황금빛 먼지와는 달리,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며 그의 몸으로 흡수되었다.



<환영마법을 배우길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그건 아니었군. 그저 네 기존 능력을 강화하는데 사용될 수 있는 힘이다. 그렇게 하겠나?>


현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어쩔 수 없지. 그렇게 해줘.’


검은 연기를 흡수하는 현수의 모습을 보며, 아이오네가 물었다.


“용사님. 그 기운은?”


현수는 성녀 앞에서 검은 기운을 흡수한 사실에 뭐라 둘러대야 할지 난감했다.

그때 타이렐이 끼어들었다.


“아? 저거? 어리바리 멍청해보여도 명색이 용사잖아요? 크크크. 악을 정화한다. 뭐 이런거 아니겠어요?”


타이렐의 말에 아이오네는 여전히 미심적은 표정이지만, 그래도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뭐...... 그, 그런가요? 아무튼 고마워요! 이젠 살았어요!”


현수는 주변에 널브러진 마족기사들의 품을 뒤지면서 말했다.


“일단 일행들과 합류한 다음 인간농장 공략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그 모습에 타이렐이 소리쳤다.


“대, 대장! 뭐야! 딱 가만둬! 혹시 좋은거 나오면 나한테 먼저 보여주고!”


현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뿐, 마족 기사들의 갑옷을 벗기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




연참대전 하드를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선작과 추천! 연재에 힘을 보태주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잊혀진 파편, 외로운 용사의 송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참 슈퍼 하드 드디어 달성! 23.12.29 14 0 -
48 기다리고 계신다. 24.01.01 3 0 11쪽
47 검은 그림자들 23.12.30 6 0 12쪽
46 칼레스 제국 23.12.29 7 0 11쪽
45 소식을 듣다 23.12.28 6 0 12쪽
44 마법의 배낭 23.12.28 6 0 11쪽
43 새로운 목표 23.12.27 5 0 11쪽
42 반복된 상실 23.12.27 6 1 11쪽
41 주베르의 권능 23.12.26 6 1 11쪽
40 기사단장 일리예프 23.12.26 6 1 11쪽
39 정예기사 슈르딘 23.12.25 8 1 11쪽
38 출정 23.12.25 7 1 11쪽
37 라올렛 23.12.23 9 1 11쪽
36 수확 23.12.22 8 1 12쪽
35 수련 23.12.22 10 1 11쪽
34 니가 왜 거기서 또 나와? 23.12.21 9 1 12쪽
33 불덩이들 23.12.20 9 1 12쪽
32 재회 23.12.20 10 1 11쪽
31 내 촉은 정확하단 말이야! 23.12.19 14 1 12쪽
» 황금빛 승리 23.12.19 11 1 11쪽
29 괜찮은건가? 23.12.18 12 1 11쪽
28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강하게 할 뿐! 23.12.18 9 1 11쪽
27 지옥의 사냥개 23.12.16 11 1 11쪽
26 가긴 어딜가려고! 23.12.16 10 1 11쪽
25 거기 누구 있어요? 23.12.16 9 1 11쪽
24 그놈들 때문이었네 23.12.16 8 1 11쪽
23 가늘고 길게 먹기 23.12.15 13 1 11쪽
22 천지개벽 23.12.14 15 1 11쪽
21 사술 23.12.14 17 1 11쪽
20 모두 모였다! 23.12.14 16 1 11쪽
19 의문의 기사들 23.12.13 18 1 11쪽
18 미궁 23.12.12 18 1 11쪽
17 보물찾기. 아닌가? 23.12.11 18 1 12쪽
16 올리비아. 고멘네(ごめんね) 23.12.09 20 1 12쪽
15 거기가 어디야? 23.12.08 22 1 14쪽
14 천마의 빛나는 눈 23.12.08 24 1 12쪽
13 승천하는 광대 23.12.08 23 1 12쪽
12 뭐, 그래도 나쁘진 않네. 23.12.08 22 0 13쪽
11 용사에게 가장 친절한 존재 23.12.08 24 1 12쪽
10 용사! 광대 등극! 23.12.07 27 1 13쪽
9 용사님! 대체 어디에 계신가요! 23.12.06 34 1 13쪽
8 소드마스터의 기억! 23.12.05 35 1 13쪽
7 다 드루와! 23.12.04 35 1 12쪽
6 중년 용사는 버림패가 아니야! 23.11.28 38 1 13쪽
5 문득 생각난 고향집 뽀삐 23.11.21 39 1 13쪽
4 이세계 용병의 꽃? 23.11.21 49 2 14쪽
3 조쿠만! 진행시켜! 23.11.21 65 1 13쪽
2 여전히 남아있는 이세계의 로망? 23.11.21 95 2 12쪽
1 비록 특전은 없지만, 나쁘지 않을지도? 23.11.21 203 1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