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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긴 토끼님의 서재입니다.

잊혀진 파편, 외로운 용사의 송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귀가긴토끼
작품등록일 :
2023.11.21 17:15
최근연재일 :
2024.01.01 17:24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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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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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글자수 :
257,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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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30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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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검은 그림자들

DUMMY

타이렐은 웃으며 칼레스 제국에 대하여 수집한 정보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래. 칼레스 제국은 말이 제국이지. 그냥 거대한 부족의 연합체야. 각 수인별 종족들이 저마다 부족을 이루고 있고, 부족장들이 돌아가면서 황제가 된다는구만.”


“황제를 돌아가면서 한다고?”


데커가 놀란 듯 물었다.


“그런데 더 웃기는건 뭔지 알아?”


“뭐데? 현기증 날 것 같으니 빨리 말하라고.”


“부족장들은 황제를 하기 싫어한다는 거지. 그냥 때 되면 해야 하는 노동같은 것으로 생각해서 말이야. 놀랍지 않아?”


“하하. 황제를 거저 줘도 싫다고 하는 녀석들이 있다니. 왜 그러지? 그 녀석들은? 미개하고 멍청해서 그런가?”


타이렐은 웃으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우리가 보기엔 미개하고 멍청해 보이겠지만, 칼레스 제국에서 황제란 희생하고 봉사하는 자리로 생각하기 때문이야. 일단 황제가 되면 그 해당 종족들이 치안과 공공 행정과 같은 모든 분야를 책임져야 하거든. 그것도 무상으로.”


“뭐? 무상이라고? 세금은?”


“그래. 잘 이야기했어. 중요한건 세금이 없다는 거지. 그러다보니 3년간의 황제 봉사를 위해 황제가 아닌 나머지 기간동안 일을 하고 돈을 모아야 해.”


“별 이상한 시스템도 다 있구만. 특이한 나라야.”


데커의 푸념은 신경쓰지 않고 타이렐의 말은 계속되었다.


“내가 놀고만 있던건 아니란 거지. 또 얻어낸 정보에 따르면, 지금 우리가 가고 있는 상행도 그에 대한 연장선이라고 해. 내년에 곰 종족이 황제가 되는데, 막대한 금이 필요한 상황이지. 그래서 그들은 보유중인 식량을 금으로 바꾸고 싶어하고, 우리는 그들에게 식량을 얻으러 가고 있는 거지.”


대충 상황이 이해되자 데커와 발라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프리시스가 웃으며 말했다.


“그럭저럭 제법 정보 수집을 잘 했군. 조금 부족한게 있지만 말이야.”


그 말에 타이렐이 발끈하며 물었다.


“뭐! 이정도면 충분하지. 뭐가 부족하단거지?”


프리시스는 여유 있는 표정으로 말했다.


“공짜로 말인가?”


“뭐, 뭐? 공짜? 쳇! 말하기 싫으면 말고!”


프리시스는 타이렐을 놀리는 것이 재밌다는 듯 계속하여 타이렐을 자극했다.

데커와 발라니는 그런 모습을 보며 몰래 웃기만 했다.


그렇게 이동하던 상단은 보름이 지나자 칼레스 제국의 땅에 들어섰다.


“여기부터 칼레스 제국이군. 수인들의 제국이라고 해도 뭐 별단 다른건 없어 보이는데?”


데커는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발라니 역시 사방을 경계하며 답했다.


“그야 모를 일이지. 이제 칼레스 제국 초입이니 말이야.”


그때 저 멀리서 한 무리의 곰 수인들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그 모습에 타이렐은 긴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뭐, 뭐야. 저것들 혹시 물거나 하지는 않겠지?”


프리시스는 웃으며 답했다.


“크크크. 저래뵈도 너보다 똑똑한 수인들도 있으니 너무 걱정마라. 수인이다. 수인. 너희들만 인간이 아니라는 말이야.”


“쳇! 알았어. 그래도 혹시라도 물거나 하면 가만두지 않을거야.”


상단의 책임자가 곰 수인에게 먼저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파나트 남작님께서 보내신 무역 상단을 책임지고 있는 필리스입니다. 여기 혹시 책임자가 누구신지요?”


그때 큰 덩치에 갈색털을 가진 수인 하나가 나섰다.


“칼레스 제국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저는 나스로크라고 합니다. 여기서부터는 저희가 안내하지요.”


의외로 예의바른 수인의 모습에 타이렐은 혼란스러웠다.

그래서 옆에 있던 프리시스에게 속삭이며 물었다.


“원래 곰이 저렇게 예의바른 존재였나?”


“원래 모든 존재는 기본적으로 예의란걸 갖고 살고 있다. 넌 그걸 모르고 사는 것 같지만 말이야.”


프리시스는 말을 타고 웃으며 저만치 멀어졌다.

타이렐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며 살짝 흥분한 표정이었다.

또 그 모습이 재밌다는 듯 데커와 발라니는 뒤에서 웃고만 있을 뿐이었다.


칼레스 제국에 들어서고도 상단 일행은 일주일을 더 이동한 이후에야 겨우 곰 부족의 도시에 들어설 수 있었다.


곰 부족의 도시 카비엔트.

도시 내에 나무들이 많이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인간들의 도시와 비슷한 풍경이었다.

곰 수인의 도시였지만, 도시 내에는 여러 수인종족들이 어울려 살고 있는 듯 보였다.

과일을 팔고 있는 양 수인 이나 옷을 팔고 있는 고양이 수인을 타이렐은 신기한 듯 이리저리 구경하며 말을 몰았다.

그러다 프리시스와 눈이 마주치자 타이렐은 딴청을 피우며 말했다.


“크게 기대했더니 뭐 별 차이도 없네?”


타이렐이 실망한 듯 말했다.

멍때리고 있던 데커가 그 말에 동의하는 표정이었다.


“그러게. 난 또 뭐 동굴같은 곳은 아닐까 걱정도 했었는데. 이정도라면 푹 쉬고 잘 먹을 수 있겠는걸?”


“크크. 동굴이라니.”


프리시스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멀어졌다.


상단 일행이 도착한 곳은 커다란 여관이었다.

일행들이 여관에 도착하자 상단 책임자 필리스가 말했다.


“여기에 짐을 풀고, 이틀간 지낼겁니다. 짐꾼들은 통제에 따라 내일부터 마차에 식량을 싣고, 호위 임무를 맡으신 분들은 교대로 마차와 식량을 지켜주기 바랍니다.”


하루간의 휴식 후 일상적인 업무들이 시작되었다.

짐꾼들은 100대나 되는 마차에 식량을 싣고, 호위들은 조를 나누어 경계를 섰다.


이튿날 새벽.

식량이 가득 찬 마차를 타이렐, 데커, 발라니가 같은 조가 되어 경계를 서고 있었다.


“아우웅. 따분하네. 여기 누가 훔쳐간다고 경계를 서는거지? 수인들이 훔쳐가기라도 한다는 건가?”


타이렐이 기지개를 켜며 투덜대자 발라니가 말했다.


“그래도 돈 받고 하는 일인데 잘 해야지. 누군들 돈을 눈 앞에 둔다면 없던 마음도 생기니 말이야. 특히나 필크레의 도둑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상황에서 말이야. 하하하.”


“뭐! 너 말 다했어?”


타이렐은 발라니의 등짝을 때리려 쫓았고, 발라니는 재빨리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때 저만치 도망치던 발라니가 갑자기 멈춰섰다.

저 멀리에서 어두운 그림자가 들이 식량 마차로 이동하는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쉿! 이봐. 잠깐. 전방 500미터. 인원은 스무명 가량. 접근중이다. 가서 일행들에게 알려.”


달려들던 타이렐은 발라니의 등짝을 한 대 때린 후 말했다.


“겨우 스무명이라면 그냥 우리끼리 해도 되지 않아? 자다가 깨서 나오는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은데? 그나저나 간도 큰놈들일세.”


“아무튼 알았다. 소리가 커지면 알아서 나오겠지. 일단 우리는 모른척 여기 숨어서 기습한다.”


발라니는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마차 바퀴에 기대어 꾸벅꾸벅 졸고 있는 데커에게 발라니가 말했다.


“이봐. 스무명 정도가 접근중이다. 일어나.”


“음? 뭐? 흐읍!”


침을 닦으며 눈을 비빈 데커는 조용히 방패를 들어올렸다.


“일단 녀석들이 무슨짓을 하는지 살펴본 후 덮친다. 알았지?”


발라니는 개략적인 작전을 알려주고는 모른척 하늘을 보며 기회를 살폈다.

마차가 백여대나 되기에 저 멀리에서부터 다가오는 검은 옷의 일행은 발라니가 있는곳 까지 이르기에는 아직도 한참이나 걸릴 듯 보였다.


발라니는 조용히 검은 옷의 사내들을 살폈다.

그런데 다가오던 검은 그림자는 그저 짐마차를 한번 열어서 살피고 다시 덮기만 반복했다.

마치 뭔가를 찾기 위한 행동같아 보였다.

우려했던 식량을 가져간다던지 하는 행동은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된 일이지? 그냥 마차 내부만 확인하고 다시 덮을 뿐이니. 도둑이란 증거가 없으니 덮칠 수도 없잖아?”


타이렐이 조용히 투덜댔다.

발라니 역시 검은 그림자들의 수상하지만 이상한 행동에 어찌해야 할지 난감했다.

그래도 경계를 맡은 이상 수상한 자를 확인해야 하는 것은 의무이자 권리.

발라니는 검은 그림자들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검은 그림자들은 발라니가 접근하는 것을 보고는 일제히 도망치기 시작했다.


“뭐, 뭐야! 야! 일단 잡아!”


사방으로 각기 다른 방향으로 달아나는 검은 그림자들을 보며 타이렐과 데커, 발라니는 각각 두세명씩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나머지는 이미 저만치 달아나버렸기에 일단 마차를 확인하는 것이 먼저였다.


타이렐은 검은 그림자가 열어봤던 마차안에 뭐가 들었는지 살피기 위해 마차 천막을 젖혔다.


“꺄악! 이게 뭐야!”


타이렐은 비명을 지르며 나자빠졌다.

식량으로 가득해야 할 마차가 텅 비어있었기 때문이다.

발라니 역시 다른 마차들을 살펴봤는데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검은 그림자들이 열어봤던 마차는 모조리 텅 비어있었다.


“얼른 상황을 알려!”


데커와 타이렐은 상황을 알렸고, 상단 책임자 필리스부터 모든 호위 임무를 맡은 사람들이 뛰쳐나왔다.

필리스가 발라니에게 물었다.


“자세히 이야기해봐. 마차가 텅 비었다고?”


“예. 대략 마차 열대분 정도가 텅 비어버렸습니다.”


“모두 몇 명이 접근했다고 했지?”


“접근했던 인원은 대략 스무명 정도였고, 그 가운데 여섯 명을 붙잡았고, 나머지는 달아나버렸습니다.”


“스무명이라. 그들이 식량을 가져갈동안 자네들은 뭐하고 있었단 말인가!”


“경계를 서고 있었습니다. 검은 옷을 입은자들이 식량을 가져가는 것을 보면 바로 덮치려 했죠. 그런데 그들은 단지 마차를 열었다가 닫고, 또 다음 마차의 천막을 열었다 다시 닫아두기만을 반복했습니다. 마차에서 식량을 들고 어디론가 이동시키는 모습은 없었습니다.”


“그게 말이 되는가!”


“여기 붙잡힌 녀석들을 보십시오. 그들은 식량을 가져갈 자루조차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발라니는 사로잡힌 자의 검은 후드를 젖혔다.

그러자 뼈가 앙상하고 불쌍하게 생긴 늙은 인간의 얼굴이 드러났다.


“제발 살려주세요.”


노인은 무릎을 꿇고 애원했다.

필리스가 노인에게 물었다.


“이보시오. 이 상단의 물건은 파나트 남작님께서 파라몬트 제국의 황제께 명을 받아 수행하던 임무라오. 그런데 어찌하여 인간인 그대가 이런 죄를 짓는단 말이오? 이유라고 말해보시오.”


노인은 바닥에 바짝 엎드려 말했다.


“황제 폐하의 물건인지는 몰랐습니다. 저희는 그저 따라오면 돈과 먹을 것을 준다는 말에 따라오기만 했던 것이 전부입니다.”


필리스는 나머지 붙잡힌 사람들에게도 추궁해봤으나 대답은 모두 같았다.

누군가 자신을 따라오면 돈과 먹을 것을 주겠다는 말.


“허어. 대체 누가 이런짓을.”


난감해 하는 필리스에게 프리시스가 다가와 말했다.


“털린 마차는 모두 열대분량. 스무명, 아니 사로잡힌 자를 제외하면 열 네명이 그렇게 빨리 옮기는 것은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불가능합니다. 다만.”


“다만?”


뭔가 말을 이을 것 같은 기대에 필리스가 재촉했다.


“마법배낭이 다섯 개 정도라면 가능할지도 모르죠. 그런데 마법배낭 다섯 개의 가치를 지닌 자가 고작 식량마차 열대를 털고 달아났다는 건 저도 납득하기 힘들군요.”


“마법배낭? 그게 뭔가?”


“아! 필리스님은 모르시나보군요. 작은 배낭이지만 마법이 걸려있기에 대략 마차 두 대분량의 물건을 넣을 수 있는 배낭입니다.”


“허허. 그런게 다 있다니. 아무튼 그렇다면 대체 이번 사건은 어찌 된 것이란 말인가?”


프리시스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제가 각 마차의 식량에 추적마법을 걸어놨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이야기를 하던 프리시스의 표정은 점점 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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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 그림자들 23.12.30 7 0 12쪽
46 칼레스 제국 23.12.29 7 0 11쪽
45 소식을 듣다 23.12.28 7 0 12쪽
44 마법의 배낭 23.12.28 6 0 11쪽
43 새로운 목표 23.12.27 5 0 11쪽
42 반복된 상실 23.12.27 6 1 11쪽
41 주베르의 권능 23.12.26 6 1 11쪽
40 기사단장 일리예프 23.12.26 6 1 11쪽
39 정예기사 슈르딘 23.12.25 8 1 11쪽
38 출정 23.12.25 7 1 11쪽
37 라올렛 23.12.23 9 1 11쪽
36 수확 23.12.22 9 1 12쪽
35 수련 23.12.22 11 1 11쪽
34 니가 왜 거기서 또 나와? 23.12.21 10 1 12쪽
33 불덩이들 23.12.20 9 1 12쪽
32 재회 23.12.20 10 1 11쪽
31 내 촉은 정확하단 말이야! 23.12.19 14 1 12쪽
30 황금빛 승리 23.12.19 11 1 11쪽
29 괜찮은건가? 23.12.18 12 1 11쪽
28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강하게 할 뿐! 23.12.18 11 1 11쪽
27 지옥의 사냥개 23.12.16 11 1 11쪽
26 가긴 어딜가려고! 23.12.16 10 1 11쪽
25 거기 누구 있어요? 23.12.16 9 1 11쪽
24 그놈들 때문이었네 23.12.16 8 1 11쪽
23 가늘고 길게 먹기 23.12.15 16 1 11쪽
22 천지개벽 23.12.14 15 1 11쪽
21 사술 23.12.14 17 1 11쪽
20 모두 모였다! 23.12.14 17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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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미궁 23.12.12 18 1 11쪽
17 보물찾기. 아닌가? 23.12.11 18 1 12쪽
16 올리비아. 고멘네(ごめんね) 23.12.09 20 1 12쪽
15 거기가 어디야? 23.12.08 22 1 14쪽
14 천마의 빛나는 눈 23.12.08 24 1 12쪽
13 승천하는 광대 23.12.08 24 1 12쪽
12 뭐, 그래도 나쁘진 않네. 23.12.08 22 0 13쪽
11 용사에게 가장 친절한 존재 23.12.08 25 1 12쪽
10 용사! 광대 등극! 23.12.07 27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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