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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긴 토끼님의 서재입니다.

잊혀진 파편, 외로운 용사의 송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귀가긴토끼
작품등록일 :
2023.11.21 17:15
최근연재일 :
2024.01.01 17:24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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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43
글자수 :
257,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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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9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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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칼레스 제국

DUMMY

파라몬트 제국의 작은 마을.

타이렐 일행은 파라몬트 제국에 무사히 도착했다.


“이봐! 데커! 이번 무역 호위임무 틀림없는 거지? 돈 많이 준다는 거?”


타이렐은 방패를 손보고 있는 데커를 향해 말했다.

데커는 방패의 손잡이를 조이고, 방패를 반짝반짝하게 닦으며 답했다.


“파라몬트 제국 수도의 용병단장이 내 친구야. 다노르 그녀석의 말이라면 틀림없는 정보라고.”


발라니도 옆에서 거들었다.


“다노르 그녀석이 돈 냄새는 귀신같이 맡지. 시르켈 영지의 파나트 남작이 대규모 무역을 계획중이라고 하더군. 거기 가면 무역 호위임무를 위한 용병들이 많이 필요할거라고. 워낙 대규모다 보니 돈도 많이 주면서, 위험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거라고 말이야.”


데커가 한마디 덪붙였다.


“게다가 나와 발라니는 너와는 다르게 금패용병이란 말씀이지. 크크크. 금패 용병은 어딜가던 환영받으니 말이야.”


타이렐은 썩은 표정을 지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은패 용병도 나름 환영받는다고! 그리고 실력으로만 따지면 내가 더 나은데 말이야. 아무튼 얼른 출발하자고. 시르켈 영지라면 여기서 얼마 멀지도 않잖아?”


타이렐의 재촉에 못 이겨 결국 파나트 남작의 영지까지 단숨에 말을 타고 가야만 했다.

한참을 말을타고 달리자 저 멀리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다.

따뜻한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며 타이렐의 머릿결을 흔들었다.


“아! 여긴 정말 좋다. 그냥 평생 이런데서 살고 싶을 정도야. 따뜻한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데, 습하지도, 건조하지도 않고. 저기 파도좀 봐.”


타이렐은 들뜬 어린아이 마냥 여기저기를 바라보며 감격의 표정을 지으며 마을을 이리저리 쏘다녔다.


“나는 마을을 둘러보고, 여관을 잡을테니 너희 둘이 용병 등록을 해줘. 내것까지 말이야. 알았지?”


따뜻한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던 두 사내는 용병 길드를 찾아갔다.


“여기서 무역 호위 용병을 고용한다는데 맞습니까?”


발라니가 용병길드 문을 열며 물었다.

검게 그을린 피부에 얇은 원피스를 입은 여성이 웃으며 답했다.


“안녕하세요. 캄페 용병단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무역 호위를 위해 찾아오신 건가요?”


“그렇소. 나와 여기 이 녀석. 그리고 여자가 하나 더 있지. 총 세 명이 지원하려고 하오.”


“그렇군요. 혹시 용병패를 볼 수 있을까요?”


데커와 발라니는 모두 용병단장 출신.

그들은 대륙을 통틀어 얼마 없는 금패 용병이었다.


“여기 있소.”


데커와 발라니가 금패를 내밀자 카운터의 여성은 놀라며 말했다.


“금패시군요! 잠시만요. 금방 단장님을 불러오겠습니다.”


“알겠소.”


대륙에 얼마 없는 금패용병.

그들은 무력도 뛰어나지만, 수많은 임무를 통해 갈고닦은 생존능력과 더불어 임무 완수를 위한 책임감까지 보유한 믿을 수 있는 용병이었다.

그렇기에 어느 용병길드를 가던 금패 용병이라면 응당 단장이 나와 친히 상담해주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잠시 후 파나트 영지의 용병단장 캄페가 인사했다.


“금패 용병이시라고 들었습니다. 반갑습니다. 무역 호위에 지원하셨다고요?”


데커가 말했다.


“그렇소. 나와 여기 이 친구는 금패이고, 함께 갈 여자는 은패 용병이라오.”


“그렇군요. 이거 무역 호송이 한결 안전해지겠는걸요? 금패용병이 두 분이나 추가되다니 말입니다.”


“하하하. 뭐 그쪽도 마찬가지 금패이시면서 너무 띄우는 거 아닙니까?”


캄페는 머리를 긁적이며 답했다.


“죄송하지만, 저는 아직 은패라서요. 하하하. 이거 선배님들께 많은걸 배워야겠습니다.”


발라니가 놀라며 물었다.


“으잉? 단장 직위를 은패가 할 수도 있는 거였나요?”


“그게 그렇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전 용병단장은 금패였는데. 그 멍청한 단장이 혼자서 하지만 마족을 잡겠다고 날뛰며 쳐들어갔다가 그만. 어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이 지역 용병단을 제가 이끌게 된 겁니다. 아무튼 방문을 환영합니다. 나중에 숙소를 알려주시면 무역 호송에 대한 계획이 잡히는 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얼마 전까지 마족들과 검을 섞었던 데커와 발라니로서는 마족들과 겨룬다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고 멍청한 짓인지 잘 알기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알겠소. 그러면 요 아래 있는 여관으로 출발 계획이 잡히는 대로 알려주시오.”


데커는 캄페에게 말하고 발라니와 함께 길드를 나섰다.

타이렐은 미리 여관을 잡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봐! 발라니! 창문 밖으로 보이는 바다좀 봐! 여기 너무 멋지지 않아?”


창 밖으로는 한들거리는 열대식물들과 바다새들, 그리고 저 멀리 하얀 파도가 밀려오는 바다가 널찍하니 보였다.


“조금 멋지긴 하군. 내 방에서도 이렇게 보이는거 맞지?”


타이렐은 웃으며 말했다.


“아니! 오직 내 방에서만 이렇게 보여. 이런 경관이 보이는 방은 돈을 더 달라고 하더라고.”


“뭐? 창밖 풍경에 따라 방 값이 다르단 말이야?”


“여긴 그렇다고 하네. 그래서 여기 내 방만 이렇게 보이고, 너희가 같이 잘 방은 반대편으로 마을과 뒷골목이 보일 거야.”


데커는 살짝 아쉬웠지만 풍경을 보는데 돈을 더 쓰기 싫었는지 잠자코 있었다.

창밖 풍경을 보던 타이렐이 물었다.


“아! 맞다. 용병길드는 어땠어? 호송 임무 신청은 한 거지?”


“그래. 나와 발라니는 금패용병이고, 너도 은패이니 신청이 어렵지는 않았어. 다만 용병 단장이 초짜 은패라고 하니 살짝 걱정이 되는군.”


타이렐이 놀라며 일어섰다.


“뭐? 은패가 용병 길드 단장을 하고 있다고? 이 동네는 대체 어떻게 되먹은 거지?”


“그게, 금패용병 단장이 있긴 했는데, 마족과 싸우다 죽었다고 하더만.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은패 용병 녀석이 용병단을 책임지게 된거고.”


“호오! 그렇단 말이지? 얘들아. 있잖아?”


타이렐은 순간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데커와 발라니를 바라봤다.


“있잖아. 너희가 그 용병단 단장이 되어보는건 어때? 할 수 있을까?”


데커는 뜬금없는 소리라는 듯 놀란 표정이었지만, 발라니는 의외로 침착한 목소리로 답했다.


“나도 그 생각을 안 해본건 아니야. 하지만 이 동네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는 용병들에게 모두 인정을 받아야 할 텐데. 굴러온 돌이 그렇게 쉽게 용병단을 이끄는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까? 아마 저들도 바닥부터 함께 굴러먹으며 여기까지 키워온 형제들일 텐데 말이야.”


“호호. 그건 어렵지 않을 거야. 뭐, 형제들이라지만 새 아빠를 둘 수도 있는 거고. 지금 당장 차지하자는 건 아니니 너무 걱정마. 아마 기회가 있겠지. 그러면 이 동네에서 조금 더 오래 살수도 있을 거고 말이야.”


염불보다 잿밥에 눈이 어두워진 타이렐은 연신 창밖 풍경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 무역을 위한 상단이 조직되었고, 출발시간이 되었다.


식량을 가져올 빈 마차들이 긴 행렬을 이루었고, 앞과 뒤로 병장기를 소지한 사람들이 자리를 잡았다.


상행을 책임지는 사내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출발!”


비록 비어있긴 하지만 100여대나 되는 마차의 행렬은 장관이었다.

왕이나 황제의 행차보다도 규모가 컸기에 모르는 이가 본다면 전쟁이라도 치루는 것이 아닌가 의심할 정도였다.


대규모라는 소문만 있었지만, 실제 규모를 보니 이번 상행에 파나트 남작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모험과도 같은 사업을 벌인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상단이 파나트 남작령을 벗어났을 무렵, 타이렐이 물었다.


“이봐. 데커, 발라니. 지금 우리는 칼레스 제국으로 향하잖아? 혹시 가본적 있어?”


데커와 발라니는 서로를 쳐다보다 고개를 저었다.


“아니. 가본적 없다. 예전에 지내던 제국은 대수림으로 가로막혀있었고, 칼레스 제국으로 갈 수 있는 통로인 파라몬트 제국은 지금이 처음이니 말이야. 타이렐. 그러는 넌 가본적 있어?”


“호호호. 나 역시 가본적은 없지만. 이런 저런 소문을 많이 모아봤단 말이지. 그 제국은 말이야.......”


그때 말을 타고 접근하던 사내가 후드를 젖히며 말을 걸었다.


“이거 멀리 달아나서 살고 있을 줄 알았더만. 영락없는 용병이란 말인가? 여기서 다시 만나다니.”


타이렐 일행은 깜짝 놀랐다.


“너! 너는! 프리시스?”


“아직 내 이름을 기억하는군. 너희들은 용병 자격으로 호위 임무에 참가한 건가?”


“그렇다고 볼 수 있지. 그러는 넌 왜 여기에?”


“나 역시 상단 호위를 위해 참가했다. 마법사로서 말이야.”


“그렇군. 네가 있다면 안심이다. 마법사라니 말이야.”


발라니가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아직 마족에 대한 앙금이 가시지 않은지 타이렐이 뾰로퉁한 목소리로 물었다.


“너, 이제 완전히 인간이 되기로 한거냐? 괜히 나중에 마족들이 나타나면 그쪽에 붙어버리는건 아니겠지?”


“하하. 별걸 다 걱정하는군. 마족들이 나타난다면 아마 너희들보다 날 먼저 죽이려들거다. 주베르의 부하들에게 불덩이를 날리고 도망쳐나왔으니 말이야.”


타이렐은 당시 프리시스가 일행을 도와준 사실을 떠올리며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발라니가 물었다.


“그나저나 넌 마법사로 참가했다고는 하지만. 돈은 충분하지 않은가? 우리야 돈없는 용병이니 그렇다고 쳐도 말이야. 넌 어딜가든 마법사로 돈 걱정은 없을텐데. 왜 하필 이 상행인지가 궁금하다.”


“아! 난 마법학교 교수다. 그런데 교수의 의무 가운데 이런 특별임무가 포함되어 있다고 했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참가한 것이다.”


프리시스는 마법학교의 조엘교수 대신 자발적으로 참가한 사실은 숨겼다.


“뭐! 마법학교 교수? 역시 마법사는 대단하구만. 아니, 자네가 대단한건가? 어떻게 그렇게 빨리, 그것도 좋은 자리를 잡을 수 있는거지?”


데커가 부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그러자 프리시스는 과거의 힘들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답해주었다.


“나라고 처음부터 쉬웠겠는가? 이 마법을 배우기 위해 얼마나 힘들었는지 자네는 말해줘도 모를거야. 하지만 뭐든 힘든 시간이 지나고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르니 어디 가서든 먹고 살만은 하더라고. 너희도 칼 쓰는 재주로 용병을 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야.”


“제길. 나도 마법사나 될걸 그랬나봐.”


데커의 말에 타이렐이 비웃었다.


“하하. 네가? 마법을? 그건 머리가 좋아야 한다고. 그냥 우리 같은 녀석들은 칼밥이라도 먹을 수 있다는거에 감사하며 지내라고.”


“그나저나 타이렐. 아까 하려던 이야기 좀 들려줘봐. 칼레스 제국에 대한 이야기 말이야.”


발라니가 문득 궁금증에 찬 얼굴로 물었다.

타이렐은 어깨를 으쓱대며 말했다.


“칼레스 제국은 수인이라고 하는 짐승들이 지배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겠지?”


발라니와 데커는 타이렐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러려니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글세. 그 제국이 말이야......”


타이렐은 뜸을 들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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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레스 제국 23.12.29 8 0 11쪽
45 소식을 듣다 23.12.28 7 0 12쪽
44 마법의 배낭 23.12.28 7 0 11쪽
43 새로운 목표 23.12.27 5 0 11쪽
42 반복된 상실 23.12.27 7 1 11쪽
41 주베르의 권능 23.12.26 6 1 11쪽
40 기사단장 일리예프 23.12.26 7 1 11쪽
39 정예기사 슈르딘 23.12.25 8 1 11쪽
38 출정 23.12.25 7 1 11쪽
37 라올렛 23.12.23 9 1 11쪽
36 수확 23.12.22 10 1 12쪽
35 수련 23.12.22 11 1 11쪽
34 니가 왜 거기서 또 나와? 23.12.21 10 1 12쪽
33 불덩이들 23.12.20 9 1 12쪽
32 재회 23.12.20 10 1 11쪽
31 내 촉은 정확하단 말이야! 23.12.19 14 1 12쪽
30 황금빛 승리 23.12.19 11 1 11쪽
29 괜찮은건가? 23.12.18 12 1 11쪽
28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강하게 할 뿐! 23.12.18 11 1 11쪽
27 지옥의 사냥개 23.12.16 11 1 11쪽
26 가긴 어딜가려고! 23.12.16 11 1 11쪽
25 거기 누구 있어요? 23.12.16 9 1 11쪽
24 그놈들 때문이었네 23.12.16 9 1 11쪽
23 가늘고 길게 먹기 23.12.15 16 1 11쪽
22 천지개벽 23.12.14 15 1 11쪽
21 사술 23.12.14 17 1 11쪽
20 모두 모였다! 23.12.14 17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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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미궁 23.12.12 19 1 11쪽
17 보물찾기. 아닌가? 23.12.11 1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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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용사! 광대 등극! 23.12.07 27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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