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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긴 토끼님의 서재입니다.

잊혀진 파편, 외로운 용사의 송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귀가긴토끼
작품등록일 :
2023.11.21 17:15
최근연재일 :
2024.01.01 17:24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1,115
추천수 :
43
글자수 :
257,831

작성
23.12.14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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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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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사술

DUMMY

석상의 말을 듣고 있던 단장 마다르는 외쳤다.


“여기 있는 사람들을 바치겠습니다! 저를 살려주시옵소서!”


단장의 외침을 듣던 단원들은 잠깐 얼어붙었다.


“뭐, 뭐야! 단장? 지금 무슨 소릴?”


“무슨 소리긴. 우릴 팔아 저 혼자 살겠다는 거지. 크크크. 난 도망이라도 가야겠어!”


기사들이 웅성대는 사이 석상이 말했다.


“그대의 제물, 접수했노라!”


석상의 붉은 눈에서 빛이 여러 갈래로 쏘아졌다.


“으아아악!”


“다, 달아나!”


붉은 빛에 닿은 에리히의 기사들은 모두 순식간에 붉은 연기로 증발했다.

그리고 피어오르던 붉은 연기는 그대로 성기사의 석상으로 빨려들었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에리히의 기사.

마다르 단장은 두려움에 떨고만 있을 뿐이었다.


빛은 천마에게도 쏘아졌다.


“허! 요망한 돌덩이가 사술을 부리는구나!”


천마 극무진은 강기를 씌운 검으로 붉은 빛을 간단히 막아내었다.

현수와 올리비아는 천마의 뒤에서 간신히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강기를 씌운 빛을 막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

천마는 살짝 짜증이 났다.


“흐압!”


천마가 사자후와 함께 강기를 날렸다.

그러자 석상이 살짝 흔들리면서 쏘아지던 빛이 사그라졌다.


“호오! 그대는 오러기사인가?”


“오러는 무슨. 이건 검강이라고.”


“그렇군. 어쨌거나 그대의 힘은 참으로 놀랍도다. 그대는 더 큰 힘을 가질 생각은 없느냐?”


“크하하하! 더 큰 힘이라고? 뭐, 지금도 충분히 강한데, 이것보다 더 큰 힘을 줄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구나?”


천마가 가소로운 듯 웃었다.

그러자 실내가 온통 진동하며 흙먼지가 흘러내렸다.

석상과 천마가 잠시 여유를 두자, 벨페고르가 현수에게 말했다.


<클클클. 알았다! 드디어 알았어! 저 석상이 누군지. 크크크. 어쩐지 낯설지 않다고 느꼈었는데.>


‘뭐? 벨페고르? 무슨 소리야? 드디어 알았다니?’


<이 미궁에 들어서면서부터 이상한 느낌이 있었다고 했었잖아? 666년전 용사의 무구를 봉인한 미궁이라더니, 이거 벨제붑한테 완전 한방 먹었는걸? 크하하>


‘벨제붑? 그 마왕은 성기사에게 죽었다고 했는데?’


<나도 그런 줄 알았지. 그런데 그게 아니었나봐? 지금 저 앞에 저렇게 파편들을 잔뜩 모아서 형체를 유지하려 하고 있으니.>


‘저 성기사 석상이 666년전 죽었던 마왕 벨제붑이라고?’


<엄밀하게 이야기하자면, 마왕 벨제붑 영혼의 파편이 666년간 모아온 힘의 결정체라고나 할까?>


‘영혼의 파편이라고? 그러면 너와 같은 상태란 말이야?’


<비슷하지. 하지만 나는 너와 같은 사도와 함께 힘을 모으려는 반면, 저 녀석은 영악하게도 성기사의 신화속에 숨어서 스스로 힘을 모으고 있었어.>


‘그래서 미궁을 찾았던 사람들이 단 한명도 돌아오지 못했던 거구나.’


현수는 이제야 성기사 신화와 미궁의 정체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는 그 힘을 이제 거의 다 모은 것 같다는 거지. 여기에서 조금만 더 힘을 모으면 될 것 같아. 아마 저기 있는 천마라는 녀석 정도의 힘을 흡수하게 된다면, 벨제붑은 다시 부활할 수 있게 될 거야. 크크크. 이거 위험하겠는걸?>


‘위험하다니? 너랑 친구 아니야?’


<이런, 마왕이라고 모두 친하리라는 생각은 버리라고. 네가 나의 사도라는 걸 알게 된다면, 당장 네 머릿속에서 내 힘을 뽑아 흡수시킬 놈이니까.>


현수가 벨페고르와 이야기를 이어가자 석상이 고개를 돌려 현수를 바라봤다.


“호오? 오늘은 정말 이상한 날이구나. 나에 필적하는 강대한 힘을 가진 사내. 그리고 벨페고르의 냄새가 나는 조각을 가진 영혼까지.”


천마는 현수를 바라봤다.


“저 녀석, 지금 무슨 소릴 하는거지? 벨페고르? 나한테 한방에 죽어버린 마왕놈?”


천마의 말에 석상은 놀란 듯 물었다.


“뭣이? 벨페고르가 네게 당했다고? 고작 네놈이 가진 그깟 힘에?”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

천마는 언짢은 표정으로 기를 모았다.


“클클. 돌댕이가 명을 재촉하는구나! 그러면 이것도 받아보겠느냐?”


천마 극무진은 천마군림보와 함께 천마신공을 펼치기 시작했다.

천마의 검에 푸른빛의 강기가 덧씌워졌다.


“흥! 그래! 바로 저거였어. 빛나는 검. 666년간의 염원이 오늘에서야 이루어지는구나! 경배하고 찬양하라!”


부우웅~! 왜애앵~!


석상이 손짓하자 1층 계단에서 무수한 파리떼가 쏟아져 올라오기 시작했다.

에리히 왕국 탐험대 단장 마다르는 두 손을 높이 올리며 석상을 향해 엎드렸다.


“오오! 신이시여!”


부우우우웅!


“으, 으아악! 신이시여! 왜 저에게!”


계단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마다르.

쏟아져 나오는 파리들은 마다르를 발견하자마자 피를 쪽쪽 빨아먹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앙상한 가죽만 남아 미이라처럼 변해버린 마다르를 보며 현수는 위기를 느꼈다.


‘이봐. 벨페고르. 이거 어떻게 해야 해?’


<그래. 맞아! 벨제붑 저 녀석은 파리를 잘 사용했었지. 뭐, 방법이 있나? 하나하나 검을 움직여 쳐내는 수밖에. 크흘흘흘.>


‘그렇게 무책임한 말만 하지 말고, 뭔가 더 쉬운 방법이 있으면 이야기해줘.’


현수는 정신을 잃고 쓰러져있는 올리비아를 간신이 안아들고 벨페고르에게 물었다.


<나는 모든 방법을 알려줬는걸? 멍청한 네놈이 그걸 아직도 모르는거지. 동체시력과 그것을 움직일 수 있는 미약한 힘 증가의 권능까지 받아놓고는 모르겠다고 한다면, 뭐 어쩔 수 없지. 나의 소생은 다른 녀석의 몸에 있을 파편들에게 맡기는 수밖에.>


현수는 눈을 감았다.


‘동체시력. 힘 증가. 동체시력. 힘 증가. 하.......’


위이이잉!


현수는 눈을 떴다.

그리고 눈앞에 느리게 날아다니는 파리 한 마리를 향해 검을 날렸다.


서걱!


파리는 두 동강이 되었다.

이를 본 천마가 웃으며 말했다.


“크하하하하. 네 녀석! 제국 황성에 있는 웬만한 기사들보다 낫구나! 여기서 나가면 나와 함께 황성으로 가지 않겠느냐?”


“예?”


올리비아가 전해줬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신탁.

두 개의 검은 마왕.

그중 하나인 천마?


그런 천마가 웃으며 함께 황성으로 가자고 한다.


‘지금으로선 방법이 없다.’


“알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현수는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쓰러진 올리비아.

그리고 시시각각 자신과 올리비아를 덮치러 날아오는 파리떼를 보면서.


“좋아! 그러면 스스로 몸을 지키고 있거라. 나는 저기 돌덩이를 상대하고 오마!”


천마는 기세 좋게 몸을 날렸다.

파리떼는 천마의 몸에 달라붙어 피를 빨기 위해 연신 주둥이를 내밀었다.

하지만 천마의 호신강기를 뚫을 수는 없는지, 파리떼는 무력하게 떨어져 나갈 뿐이었다.


파리떼는 천마를 먹지 못하자, 일제히 공중으로 솟아올라 현수와 올리비아를 향했다.

현수는 올리비아를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오른손에는 자신의 검을, 왼손에는 올리비아의 검을 쥐었다.


“흐압!”


현수는 기합을 토하며 쌍검을 휘둘러 파리떼를 잘라내기 시작했다.


한편, 석상 앞에 도착한 천마는 강력한 강기 날렸다.


콰쾅!


그러나 석상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허어! 웬만한 돌산도 날려버릴 공격인데, 막다니?”


천마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크호호! 간지럽군. 나의 부활을 기뻐해라. 이제 네 정기만 더 흡수하면, 666년의 나의 길고 긴 고행이 끝나리라!”


거대한 석상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쿠궁! 쿠궁!


한 걸음, 두 걸음.

온 몸에서 돌 부스러기가 떨어진다.

석상에서 붉은 피가 솟구치기 시작했다.


석상은 만족스러운 듯, 피로 물들어갔다.


석상은 기분 좋은 듯, 전신이 피로 물들었다.


“흥! 역겨운 놈! 이거나 받아라!”


천마는 높이 뛰어오르며 피범벅 성기사의 형태를 한 석상의 목에 강기를 날렸다.


챙!


하지만 석상은 검을 들어 천마의 공격을 막았다.


“네놈의 검. 별것 아니구나. 크호호”


“뭐라고! 흐아아아압!”


천마는 연속적인 강기의 검격을 날렸다.


깡! 깡! 까깡!


그러나 석상은 여유롭게 천마의 공격을 막아냈다.

공격이 통하지 않자 천마는 거리를 벌려 숨을 고르며 다시 기를 모았다.


“다 했으면, 이제 내 차례지? 옛 성기사의 제국 검법을 보여주마.”


붉은 석상은 검을 들어 내려치기를 준비했다.

거대하지만, 빠르고 예측 불가능한 움직임.

종잡을 수 없는 검의 움직임에 무엇이 진짜인지 알 수 없었다.

무의 극의에 다다른 천마로서 석상의 검을 피하는 것은 자존심 상했다.


“오냐! 그대의 공격 얼마든지 받아 내어주마!”


천마가 당당히 외쳤다.

석상의 검이 날카롭게 내려치며 공간을 가르자, 천마는 담대하게 맞섰다.


콰쾅!


거대한 폭음과 함께 공간이 진동했다.

현수를 노리던 파리떼는 폭압에 눌려 우수수 땅으로 떨어졌다.


"허! 나의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상처받다니... 하지만, 그저 내 공격을 한 번 막았을 뿐인데, 벌써 흔들리면 안 되지 않겠나?"


석상의 내려치기를 그대로 받아낸 천마.

다리가 살짝 흔들리기 시작하자 기합을 내지르며 간신히 버텼다.

그리고는 전신의 기를 다시 일주천 시키며 내공을 끌어올렸다.


“크아아아!”


천마는 온몸에서 흐르는 기를 일으키며 푸른 아지랑이를 형성했다. 이를 보며 석상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호오, 그래, 그래! 그대의 몸에 흐르는 에너지가 이전보다 훨씬 강해졌구나! 나의 부활에는 충분할 것이야!”


쿵!


석상은 검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두 손을 모았다.

그의 전신의 핏물이 석상 주변으로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철벙! 철벙! 휘이이잉!


핏물이 빠르게 회전하면서 석상의 형체가 점차 작아졌다.

순식간에, 그는 천마와 비슷한 크기로 변했다.


"이제 우리는 비슷한 크기가 되었다네. 어서 내게로 오게나, 흐하하하!"


방금전까지 돌덩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석상은 인간의 형상을 한 핏덩이로 변해 웃으며 천마에게 달려들었다.


"뭐, 뭐야! 흐아아아압!"


천마는 핏덩이의 역겨움에 뒷걸음질을 치며 강력한 강기를 날렸다.


핑! 핑! 핑!


꿀렁! 꿀렁! 꿀렁!


하지만 칼로 물 베기, 아니 피 베기인가.

천마신교 십만 대산의 봉우리도 무너뜨렸던 천마의 강기는 핏덩이를 관통해 허공을 가르는 데 그쳤다.


“하하하! 네놈의 몸이 액체가 되었다면 모두 태워버리면 그만인 것!”


천마는 크게 웃으며 검에 다시 내공을 불어넣었다.

검은 이내 붉은 화염으로 둘러싸였다.


“이 검에도 네놈의 잡기술이 통하지는 보자꾸나!”


천마는 검을 휘둘렀다.


치이이이익!


“끄아아아악!”


천마의 불타는 검이 닿자마자 핏덩이가 증발하며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크으으. 내 좋게 타일러 고통 없이 보내주려 했거늘.”


아직도 검을 맞은 자리가 지글지글 타오르고 있는 핏덩이는 형체가 무너지며 바닥으로 퍼져버렸다.


“끝인건가?”


하지만 핏덩이는 꿀렁거리며 바닥에 넓게 퍼져 천마에게 흘러들었다.


“이건 또 무슨 사술인가!”


천마는 연신 바닥을 찔러댔지만, 바닥 전체에 펼쳐진 흥건한 핏물을 검 하나로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천마 주변으로 모여든 핏물은 재빨리 천마에게 달라붙기 시작했다.


철썩!


“으읍! 읍!”


그리고는 천마 극무진의 몸을 에워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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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기다리고 계신다. 24.01.01 3 0 11쪽
47 검은 그림자들 23.12.30 7 0 12쪽
46 칼레스 제국 23.12.29 8 0 11쪽
45 소식을 듣다 23.12.28 7 0 12쪽
44 마법의 배낭 23.12.28 7 0 11쪽
43 새로운 목표 23.12.27 5 0 11쪽
42 반복된 상실 23.12.27 7 1 11쪽
41 주베르의 권능 23.12.26 6 1 11쪽
40 기사단장 일리예프 23.12.26 7 1 11쪽
39 정예기사 슈르딘 23.12.25 8 1 11쪽
38 출정 23.12.25 8 1 11쪽
37 라올렛 23.12.23 10 1 11쪽
36 수확 23.12.22 10 1 12쪽
35 수련 23.12.22 11 1 11쪽
34 니가 왜 거기서 또 나와? 23.12.21 10 1 12쪽
33 불덩이들 23.12.20 9 1 12쪽
32 재회 23.12.20 10 1 11쪽
31 내 촉은 정확하단 말이야! 23.12.19 14 1 12쪽
30 황금빛 승리 23.12.19 11 1 11쪽
29 괜찮은건가? 23.12.18 12 1 11쪽
28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강하게 할 뿐! 23.12.18 11 1 11쪽
27 지옥의 사냥개 23.12.16 11 1 11쪽
26 가긴 어딜가려고! 23.12.16 11 1 11쪽
25 거기 누구 있어요? 23.12.16 9 1 11쪽
24 그놈들 때문이었네 23.12.16 9 1 11쪽
23 가늘고 길게 먹기 23.12.15 16 1 11쪽
22 천지개벽 23.12.14 15 1 11쪽
» 사술 23.12.14 18 1 11쪽
20 모두 모였다! 23.12.14 17 1 11쪽
19 의문의 기사들 23.12.13 18 1 11쪽
18 미궁 23.12.12 19 1 11쪽
17 보물찾기. 아닌가? 23.12.11 18 1 12쪽
16 올리비아. 고멘네(ごめんね) 23.12.09 21 1 12쪽
15 거기가 어디야? 23.12.08 22 1 14쪽
14 천마의 빛나는 눈 23.12.08 24 1 12쪽
13 승천하는 광대 23.12.08 25 1 12쪽
12 뭐, 그래도 나쁘진 않네. 23.12.08 22 0 13쪽
11 용사에게 가장 친절한 존재 23.12.08 25 1 12쪽
10 용사! 광대 등극! 23.12.07 27 1 13쪽
9 용사님! 대체 어디에 계신가요! 23.12.06 34 1 13쪽
8 소드마스터의 기억! 23.12.05 36 1 13쪽
7 다 드루와! 23.12.04 36 1 12쪽
6 중년 용사는 버림패가 아니야! 23.11.28 39 1 13쪽
5 문득 생각난 고향집 뽀삐 23.11.21 41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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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조쿠만! 진행시켜! 23.11.21 66 1 13쪽
2 여전히 남아있는 이세계의 로망? 23.11.21 98 2 12쪽
1 비록 특전은 없지만, 나쁘지 않을지도? 23.11.21 206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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