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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긴 토끼님의 서재입니다.

잊혀진 파편, 외로운 용사의 송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귀가긴토끼
작품등록일 :
2023.11.21 17:15
최근연재일 :
2024.01.01 17:24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1,102
추천수 :
43
글자수 :
257,831

작성
23.12.26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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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기사단장 일리예프

DUMMY

현수가 있는 힘껏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슈르딘의 머리 절반이 깔끔하게 잘리며 저만치 날아갔다.

아직도 서있는 슈르딘의 남은 부분에서는 꿀렁 꿀렁 피가 뿜어져 나왔다.


마족들은 일순간 얼어붙으며 탄식했다.


“져, 졌어?”


그제야 슈르딘의 몸이 무너졌다.

피가 뿜어져 나오는 슈르딘의 사체를 보며 마족들은 아무도 현수에게 감히 덤빌 생각을 하지 못했다.


자신을 공격하지 않고 있는 마족들을 보며 현수는 잠시 숨을 고르며 생각했다.


‘이 기회에 쓸어버려야 하나? 아니! 쪽수에는 장사 없다. 일대일로는 이길 수 있다지만, 저렇게 많은 수라면 힘들어.’


그리고는 영주 성의 내원으로 재빨리 몸을 쏘아 날렸다.

그때 간신히 정신을 차린 한 마족이 소리쳤다.


“어, 어서! 저놈을 따라가! 빨리!”


마족 기사와 병사들은 허둥지둥 현수의 뒤를 우르르 쫒기 시작했다.


*


영주성 내에서 발생한 소동은 결국 주베르의 귀까지 상황이 전파되었다.


“뭐! 미천한 인간 놈들이, 여기까지 쳐들어와서 행패를 부린다고? 당장 모두 죽여 버리지 않고 뭐하는 거야!”


상황을 알리던 마족 병사는 고개를 숙이며 설명했다.


“지금 모든 마족 병사와 기사가 출동하여 인간들을 잡아들이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쾅!


병사가 보고를 하는 사이, 성 밖에서 큰 폭음이 들렸다.


“네놈은 저게 조금만 기다리면 될 일이라 생각하는가? 프리시스는? 라올렛과 일리예프는? 모두 어디 있는 겐가!”


“프리시스와 라옷렛은 농장 인수인계를 위해 떠났습니다. 기사단장 일리예프는 즉시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기사단장이 있다는 소리에 주베르는 화를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


“내가 직접 손쓰는 귀찮은 경우를 만들지 말라고 전해라. 지금 당장!”


“예! 알겠습니다!”


병사가 돌아가자 주베르는 조용히 책장으로 다가갔다.


책을 한권 집어 들자 책장이 옆으로 밀리며 뒤편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딸깍! 스스스슥.


그곳에는 붉은 대검 하나가 흉흉한 마기를 풍기며 말했다.


“이제야 날 찾아 온 것인가?”


“흥! 넌 내 도구에 불과하다! 잔말 말고 힘이나 보태!”


“네놈 부친과의 약속만 아니었어도, 난 진작 이곳을 떠났을 것이다. 그러니 내게 예의란 것을 보이는게 좋을 것이다.”


“크크크. 검 쪼가리 주제에 말만 뻔지르르 하군. 네놈 그냥 녹여서 다른 검으로 만들어버리기 전에 그 마기를 거두어라.”


주베르는 검이 내뿜은 마기로 인해 인상을 쓰며 말했다.

같은 마족일지라도 붉은 대검이 내뿜는 흉흉한 기운은 기분 나쁠 정도였다.


주베르가 노려보자 잠시 후 검은 마기를 줄이며 말했다.


“예의 없는 녀석에게 나의 힘을 빌려주마. 네놈 부친에게 고마워해라.”


“쳇! 알았어!”


주베르는 검을 집어 들고 다시 집무실로 나왔다.


*


현수는 영주성의 중앙 저택에 거의 다 왔음을 느꼈다.


“저기다! 분명 저기에 아이오네가 있을 거야!”


그때 현수의 앞으로 또 다시 십여 명의 기사들이 길을 막았다.


“그대는 누구인가? 누구기에 감히 영주님의 성에서 이리 난동을 부리는가?”


현수는 기사들의 기세가 이전과는 다름을 느꼈다.

검을 양손으로 굳게 잡고 기사들을 노려볼 뿐, 대답은 하지 않았다.


“그대가 말하기 싫어하는 것 같으니. 우리는 우리의 의무를 다 하겠다. 모두 공격.”


가장 앞에 있던 기사.

브란딜라 영지의 마족기사단장인 일리예프가 나지막이 말했다.

그러자 뒤에 있던 기사들이 일제히 현수에게 달려들었다.


“큭! 이놈들은?”


현수는 기사들의 기세에 순간 당황했다.


눈 깜짝할 사이 십여 명의 기사들은 진을 구성하여 현수를 둘러쌌다.

그리고는 쉴 새 없이 서로 위치를 바꾸며 공격과 방어가 유기적으로 이어진 공방을 보였다.


깡! 까가가강! 까깡!


그들 하나하나의 전력은 방금 전 싸웠던 슈르딘에 미치지는 못했다.

하지만 마족 기사 열 명이 진을 짜 하나의 거대한 흐름을 만들자 현수는 검 하나만으로 공격의 파도를 막아내기 버거웠다.


‘하. 아까 그놈도 잘 싸웠지만, 이놈들이 이렇게 단체로 합세해서 덤비니 또 방법이 없네.’


<크크. 어때? 또 영혼을 가불하려고?>


벨페고르가 비웃는 듯 놀렸다.


‘흥! 네 조소를 들으니 아직 내가 할 만해 보이긴 하구나? 그렇지?’


현수는 다시 동체시력과 전신 근력에 집중하여 기사들의 공격을 하나하나 쳐냈다.


깡! 까깡! 카카캉!


공방의 물아일체가 된 현수.

어느새 현수는 마족들의 공격을 막고, 반격하고, 또다시 막고 반격하는 일련의 동작에 푹 빠져버렸다.


내가 검인가?

검이 나인가?

아니면 이 흐름이 나인가?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사이 현수의 두 눈에서는 조금씩 마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저! 저것은! 모두 물러라!”


순간 일리예프가 소리쳤고, 기사들은 재빨리 그의 뒤로 빠졌다.

현수가 불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뭐야? 한참 재밌어 지려는데?”


“네놈? 마족인가? 인간인줄 알았는데. 혹시 반쪽짜리인가?”


단순히 검에 재능 있는 인간정도라면 일반 마족 기사들로도 충분했다.

하지만 마족 기사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렇기에 일리예프는 직접 나서기로 한 것이다.


“왜? 칼싸움이 재밌어 보였어? 이제 네가 직접 해보고 싶어서?”


현수는 일리예프에게 몸을 쏘아내며 검을 찔러들었다.


깡!


하지만 일리예프는 여유롭게 현수의 검을 빗겨버리며 그의 검은 곧바로 반격까지 이어졌다.


까깡!


몇 차례 서로의 힘을 느낀 후 둘은 적당한 간격을 유지한 채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다.

현수는 조금씩 왼쪽으로 돌며 일리예프의 빈틈을 찾기 시작했다.

일리예프 역시 현수의 눈을 바라보며 공격의 틈을 기다렸다.


먼저 공격에 나선 것은 일리예프였다.

그의 움직임은 슈르딘의 것보다도 훨씬 빠르고, 부드러우며, 정확했다.


카캉! 캉!


현수는 인상을 쓰며 가까스로 일리예프의 검을 막았다.

하지만 방어에 온 힘을 다 쓴 나머지 반격으로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일리예프가 실망한 듯 물었다.


“뭐지? 왜 전과 같이 제대로 하지 않는 거냐? 죽음이 두렵지 않은가?”


현수는 일리예프의 공격을 막은 진동에 아직도 얼얼한 팔을 풀어주며 도발을 이어갔다.


“제대로 할 필요가 있나? 네놈은 나보다 약한데 말이야.”


“쓸데없는 말은 죽음을 자초하는 법이지.”


일리예프는 또 다시 공격을 시작했다.

머리에서 다리, 팔에서 머리로 이어지는 변칙적인 검의 움직임은 현수가 이제껏 싸워왔던 적들과 차원을 달리했다.


바로 검술 때문이었다.


현수는 이제까지 본능적으로 검을 날리고, 휘두르고, 때렸다.

그가 상대했던 적들 역시 상황에 맞추어 검을 날리고 휘둘렀다.


그러나 일리예프의 검은 달랐다.

동체시력이 활성화 된 눈으로는 쫓을 수 있다고 해도 검의 움직임이 변칙적이면서 효율적이다.

그렇기에 현수의 몸에는 또 다시 작은 실수의 결과들이 새겨지기 시작했다.


서걱! 핏!


현수는 자잘한 상처들로 피를 한바탕 뒤집어썼다가 이제는 피떡이 되어 말라붙었다.

그런데 말라붙은 딱지 위로 새로운 상처가 생기면서 또다시 피로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이봐. 아까 했던 마기를 사용해라.>


‘뭐? 마기를? 어떻게?’


일리예프와의 대결은 힘들다고 느낀 듯, 벨페고르가 다시 한 번 끼어들었다.


<너는 분명 두 눈으로 마기를 풍겼다. 아마 동체시력을 위해 두 눈에 힘을 불어넣으면서 너도 모르게 몸속에 있던 마기를 사용한 것이겠지.>


‘내 몸에 마기가 있다고? 어떻게?’


<네 영혼의 조각을 팔아넘기고 그 빈 공간을 마기가 채운 것이다. 아무튼 있으면 써먹어야지. 그게 마기가 되었든 뭐가 되던 말이야.>


현수는 다시 온 몸에 힘을 불어넣으며 집중했다.

그러다 자신의 혈관을 타고 흐르던 이질적인 기운을 발견하고는 그 기운도 함께 근육에 불어넣었다.


화아악!


현수의 전신이 마기로 둘러싸였다.

그 모습에 일리예프의 두 눈이 커지며 뒤로 거리를 벌렸다.


“뭐, 뭐지? 네놈. 진정 마족이 아니란 말인가?”


“나? 인간이다. 이 새끼야!”


현수는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일리예프에게 달려들었다.


카캉! 서걱!


일리예프의 팔뚝에 현수의 검이 스쳤다.

검으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겠다는 자존심으로 살아온 일리예프.

그의 두 눈이 분노로 가득 찼다.


그런데 현수는 공격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살짝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있는 힘껏 베었는데, 겨우 긁힌 정도밖에 안된단 말이야? 저놈 대체 얼마나 단단한거지?’


전신을 마기로 두른 현수는 드디어 일리예프의 움직임을 근소하게나마 앞설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몸에 치명적인 공격을 입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까깡! 깡!


현수와 일리예프는 서로 한 번씩 공격과 방어를 주고받으며 연신 불꽃을 피워내고 있었다.


“대장이 저렇게 움직이는 건 처음 봐.”


둘의 공방은 주변 기사들로 하여금 큰 공부가 되는 듯 보였다.

기사들은 현수를 공격하려하기 보다 일리예프의 움직임을 하나라도 더 눈에 담아두기 위해 집중하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그 모습에 일리예프가 숨을 몰아쉬며 소리쳤다.


“이 멍청한 놈들! 언제까지 보고만 있을 건가! 모두 공격해!”


그 말에 기사들은 다시 현수를 둥글게 에워싸며 공격의 진을 구성했다.

현수는 당황한 듯 검을 멈추었지만, 이내 주위를 둘러싼 마족 기사 하나에게 검을 휘둘렀다.


까깡!


“으악!”


현수의 기습적인 공격에 마족기사 하나가 당황하며 팔을 잃었다.

하지만 주변의 다른 기사들이 재빨리 빈자리를 채우며 압박은 계속되었다.


까깡! 캉!


일반 기사들의 합공은 더 이상 현수에게 큰 위협이 되지는 않았다.

마기를 쓰기 전에도 현수는 기사들의 합공을 막아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마기의 힘을 통해 더 빠른 움직임으로 기사들에게 작은 상처를 하나씩 안겨줄 수 있게 되었다.


“으악!”


“큭!”


마족 기사가 하나둘 쓰러지기 시작했다.

대부분이 치명상은 피했지만, 그래도 팔이나 다리가 잘렸기에 더 이상 싸움을 계속할 수 없었다.


상처 입은 마족기사들이 기어서 뒤로 빠졌다.

마족의 생명력으로 인해 싸움이 끝나면 어떻게든 잘린 부분을 다시 붙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죽음을 각오하고 목숨 바쳐 싸우는 기사는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들이 기사가 된 것은 오직 신분 상승을 위한 수단이었을 뿐.

마족의 권능도, 마력도 없었던 그들에게 주어진 유일한 사다리는 기사라는 자리밖에 없던 자들이다.


그런 모습을 보며 일리예프는 치를 떨었다.


“이 쓰레기 같은 녀석들. 다 비켜!”


한숨을 돌린 일리예프는 다시 현수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체력을 일부 되찾은 일리예프의 공격은 점점 지쳐가는 현수에게 버거울 수밖에 없었다.


“헉! 헉! 이 마족놈들. 아주 쉴 틈을 안주네.”


까깡! 깡!


현수는 거리를 벌려 숨을 몰아쉬고 싶었지만, 일리예프는 현수의 휴식을 허락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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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칼레스 제국 23.12.29 7 0 11쪽
45 소식을 듣다 23.12.28 7 0 12쪽
44 마법의 배낭 23.12.28 6 0 11쪽
43 새로운 목표 23.12.27 5 0 11쪽
42 반복된 상실 23.12.27 7 1 11쪽
41 주베르의 권능 23.12.26 6 1 11쪽
» 기사단장 일리예프 23.12.26 7 1 11쪽
39 정예기사 슈르딘 23.12.25 8 1 11쪽
38 출정 23.12.25 7 1 11쪽
37 라올렛 23.12.23 9 1 11쪽
36 수확 23.12.22 9 1 12쪽
35 수련 23.12.22 11 1 11쪽
34 니가 왜 거기서 또 나와? 23.12.21 10 1 12쪽
33 불덩이들 23.12.20 9 1 12쪽
32 재회 23.12.20 10 1 11쪽
31 내 촉은 정확하단 말이야! 23.12.19 14 1 12쪽
30 황금빛 승리 23.12.19 11 1 11쪽
29 괜찮은건가? 23.12.18 12 1 11쪽
28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강하게 할 뿐! 23.12.18 11 1 11쪽
27 지옥의 사냥개 23.12.16 11 1 11쪽
26 가긴 어딜가려고! 23.12.16 10 1 11쪽
25 거기 누구 있어요? 23.12.16 9 1 11쪽
24 그놈들 때문이었네 23.12.16 9 1 11쪽
23 가늘고 길게 먹기 23.12.15 16 1 11쪽
22 천지개벽 23.12.14 15 1 11쪽
21 사술 23.12.14 17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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