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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긴 토끼님의 서재입니다.

잊혀진 파편, 외로운 용사의 송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귀가긴토끼
작품등록일 :
2023.11.21 17:15
최근연재일 :
2024.01.01 17:24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1,123
추천수 :
43
글자수 :
257,831

작성
23.12.27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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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새로운 목표

DUMMY

주베르가 현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디 아까와 같은 움직임이 가능한지 볼까?”


주베르가 대검을 휘두르며 현수에게 달려들었다.

현수는 앞을 가리고 있던 눈물을 훔치고는 주베르의 검을 피하기 위해 몸을 틀었다.


핏!


하지만 현수는 이전보다 더 빨라진 주베르의 대검을 피할 수 없었다.

허벅지의 얇은 상처가 생기자 신음을 내뱉었다.

또다시 빠져나가는 내면의 무언가들.


“큭!”


주베르의 대검에 의한 상처.

상대방의 생명력을 빨아들이는 마검에 의한 공격.

현수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뭔가가 뭉텅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왜 이러지? 저 녀석. 더 빨라진 건가? 아니면 내가 느려진 건가?’


원인이 둘 모두라는 것을 모르는 현수는 분노보다 걱정이 앞섰다.


사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현수는 반지의 힘을 통해 주베르의 능력만큼 강해질 수 있었다.

그러나 지하감옥에 있던 모든 여인들의 피를 통해 생명력을 직접 흡수해버린 주베르는 반지가 복사한 능력보다 더 강해졌다.

게다가 반지의 능력이 발휘되는 시간도 마침 끝났기에 현수는 이전보다 더 약해진 것이다.


이를 모르는 현수는 내면의 공허함과 더불어 위기를 느꼈다.


‘아이오네를 잃었어. 그리고 지금은. 난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어!’


아이오네를 찾으러 왔던 현수는 목표가 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


‘지금 상태로는 이길 수도 없고, 이겨봐야 의미도 없다. 벗어나야 해.’


생명력이 빠져나간 현수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마음은 오로지 살아남고자 하는 마음뿐이었다.

아이오네에 대한 복수도, 동료들을 구해야 한다는 마음도 모두 사라진지 오래다.

오직 살아야겠다는 마음뿐.


결국 현수는 재빨리 뒤로 돌아 1층으로 가는 계단을 향해 달렸다.

그 모습에 주베르는 내심 당황했지만, 이내 웃었다.


“크하하하! 꽁무니 빼는 것이냐?”


주베르는 도망가는 현수를 향해 뒤로 따라붙으며 대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살기위해 전력을 다해 도망가는 현수와는 달리 적당히 재미를 보려는 주베르의 마음은 다를 수밖에 없었다.


결국 현수는 주베르의 공격 범위를 벗어날 수 있었고, 들어왔던 길을 따라 영주성의 입구를 향해 달리고 또 달렸다.


입구가 가까워오자 저 멀리에서 검이 부딪히며 싸우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동료들은 아직 싸우고 있구나. 어쩌면 나를 도와줄 수 있을지도.’


주베르에 대한 공포와 살기위한 본능만이 남아있는 현수는 동료들이 싸우는 소리를 듣자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모퉁이를 돌아 싸움의 현장을 보자 현수의 표정은 울상이 되어버렸다.


여기저기 쓰러진 동료들의 시체.

그리고 그들을 짓밟고 싸우는 마족들.

살아남은 동료는 데커, 발라니, 그리고 타이렐이 유일했다.


현수를 본 데커가 소리쳤다.


“대장! 이제 온 거야? 아이오네는!”


현수는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아이오네를 잃었다.

동료들을 잃었다.

그런데 정작 자신은 지금 당장 도망가고 싶었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현수가 말했다.


“후퇴합니다!”


“뭐! 이제 와서?”


마족 병사 둘을 상대하던 타이렐이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여기저기 찢어진 옷자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핏줄기는 타이렐의 상태가 그리 좋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이곳까지 달려와 동료들을 모두 잃은데 따른 보상을 기대하고 있었다.


현수는 고개를 들고 다시 소리쳤다.


“모두 후퇴!”


하지만 이미 수많은 마족 병사와 기사들에 둘러싸여 노리개처럼 굴려지고 있는 데커, 발라니, 타이렐로서는 도저히 따를 수 없는 명령이었다.


모든 의지가 꺾여버린 현수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힘을 짜내어 다시 외쳤다.


“모두 후퇴!”


마족들은 그런 현수의 모습에 비웃었다.

그때 마족들을 향해 어디선가 불덩이 하나가 날아왔다.


쾅!


“뭐, 뭐야! 마법사도 있었나?”


쾅!


“다들 피해!”


날아온 몇 개의 불덩이는 몰려있던 마족들을 태워버렸다.

순간 마족 병사와 기사들은 혼란스러워졌다.


“어, 어디서?”


현수는 또 다른 위기로 인해 자신마저 살아나갈 수 없을지 몰라 두려움에 떨었다.


그때 저편에서 또다시 불덩어리들이 쏟아졌다.


쾅! 쾅! 쾅!


이내 정신을 차린 현수가 마지막으로 외쳤다.


“모두 후퇴!”


그리고 자신도 정문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산발적으로 떨어지는 불덩어리들로 인해 마족들은 산개했고, 그 틈을 타 데커, 발라니, 타이렐 역시 현수를 따라 도망갈 수 있었다.

성문을 벗어나 한참을 달리고 또 달렸다.

입에서 단내가 흐르고, 다리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을 때까지 몇 시간이고 달렸다.


“헉! 헉! 여기까지는 쫒아오지 않겠지?”


영주성에서 제법 떨어진 숲에 도착한 현수는 숨을 몰아쉬며 뒤를 살폈다.

데커, 발라니, 타이렐 역시 상처 입은 몸을 이끌고 간신히 따라오고 있었다.


위험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한 현수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현수의 곁으로 동료들이 도착했고, 타이렐이 신경질 내듯 물었다.


“대장. 대체 어떻게 된 거야?”


현수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 어쩔 수 없었어.”


타이렐은 짜증난다는 듯 다시 물었다.


“그래. 맞아. 대장이 찐따라는거 말이야. 하지만 동료를 버리지 않는 녀석이라고 생각했었어. 그런데 지금은......”


데커가 타이렐의 어깨를 짚으며 말렸다.


“이봐. 대장. 자세히 좀 얘기해봐. 성녀님은 어떻게 된거고, 왜 갑자기 우리들 쪽으로 마족 병사와 기사가 몰려들었는지.”


현수는 자신의 실책으로 모든 마족병사와 기사들이 동료들을 향해 갔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다.


“그, 그래서. 모두 당한 거였구나......”


“그래서라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현수는 간신히 말을 이었다.


“영주가 직접 나왔어. 그의 무력은 무시무시했어. 그의 대검에 살짝이라도 베이게 되면 내면의 무언가가 뭉텅뭉텅 빠져나가. 처음에는 의욕같은게 사라지다가 나중이 되면 살아야겠다는 마음까지도 말이야.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도망칠 수밖에 없었어. 살아야겠다는 마음까지도 잃어버리기 전에 말이야.”


현수 역시 힘든 싸움을 했다는 사실을 이해한 발라니가 말했다.


“대장 역시 힘들었을 거라 생각되지만. 성녀님은? 어떻게 되었는지 이야기 해줘야지!”


“아이오네는...... 죽었어. 영주에게.”


쾅!


아이오네를 마음에 품고 있던 데커가 눈물을 흘리며 주먹으로 나무를 내리쳤다.

그때 숲 저편에서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똑똑한 놈들이라면 더 멀리 도망갈 줄 알았더니. 고작 여기서 쉬고 있었나?”


“누구냐!”


현수 일행은 검을 뽑으며 경계했다.


“쳇! 내 덕에 간신히 도망갈 수 있었던 놈들이 말이야. 고맙단 인사도 없는 건가?”


숲의 그림자 어둠속에서 사내하나가 걸어 나왔다.

현수는 그를 보며 말을 더듬었다.


“어! 너, 너는!”


“우리 구면이지?”


프리시스가 웃으며 현수에게 인사했다.

그 모습에 타이렐이 물었다.


“대, 대장! 뭐야! 배신이야? 어떻게 저 마족을 알고 있는 거지?”


현수는 억울하다는 듯 대답했다.


“인간농장에 갔다가 한번 마주쳤지만. 난 저 녀석을 몰라.”


타이렐은 현수에 대한 의심을 완전히 풀지 않고 노려봤다.

현수는 프리시스에게 소리쳤다.


“이봐! 불덩이. 네가 날린 거였나? 넌 마법사잖아?”


프리시스는 웃으며 여유롭게 대답했다.


“이제야 머리가 조금 도는군. 그래. 내가 너희를 살렸다.”


“왜지?”


현수가 물었다.


“당연히 필요하니까. 목숨을 걸고 영주를 죽이고 싶어 하는 녀석들이니까.”


“뭐야! 너, 영주의 부하가 아니었나? 마족이잖아?”


“물론. 부하도 맞고, 마족도 맞아. 하지만 난 지금 영주를 죽이고 싶고, 절반은 인간이기도 해. 그래서 내 모든 걸 버리고 너희들에게 도박을 하고 있는 거야.”


“네가 영주를 죽이고 싶다는 건 믿을 수 없다! 이 마족놈.”


타이렐이 외쳤다.

프리시스는 살짝 인상을 구기며 답했다.


“내가 너희들에게 구구절절 설명할 이유는 없다. 지금 중요한건 내가 너희를 살렸고, 그로인해 나 역시 영주에게 쫒기는 신세가 된 거라는 걸 제외하고는 말이야.”


상황이 대충 이해가 된 현수가 다시 물었다.


“우리에게 도박을 걸었다니. 자세히 말해봐. 우리에게 원하는 게 뭐지?”


“너희들이 영주를 없애줬으면 한다. 가능하면 인간농장에 있는 라올렛도 포함해서 말이야.”


“너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인가?”


“당연한걸 왜 묻지? 너도 영주와 검을 맞대어 봤으니 알거 아니야? 무식할 정도로 빠른 속도.”


“영주의 속도는 내게 위협이 되지 않았다.”


현수가 답하자 프리시스는 내심 놀라며 물었다.


“그의 속도를 따라잡았다고? 인간이 어떻게?”


“나 역시 영주만큼 빠르니까. 문제는 영주가 갖고 있던 붉은 대검이었어. 생명력을 빨아먹는 마검 말이야. 알고 있어?”


프리시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영주가 그 대검을 꺼냈을 줄이야. 상황이 더 힘들어지겠군. 너희들로만은 힘들어질 수 있다는 말이야.”


“마검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거야?”


현수가 물었지만, 프리시스는 대답 없이 생각에 잠겼다.


<크크. 그 마검을 상대하는 방법은 저 녀석도 모를 거야.>


‘벨페고르! 어떻게 된 거야?’


다시 들려온 벨페고르의 목소리가 반가웠다.


<말했잖아. 네가 위험해서 나의 파편을 사용했다고. 내 의지로 현세에 개입하기 위해서는 큰 대가가 따르지. 아무튼 네놈은 나에게 큰 빚을 졌으니 나중에 꼭 갚으라고. 크흐흐.>


‘알았어. 고마워. 그나저나 마검을 상대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


<있지. 단 지금의 너로는 힘들다. 마기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야.>


‘마기를? 어떻게?’


<마기를 전신에 흘려보내며 강화시키는 것과 같이, 검에도 흘러보낼 수 있어야 해. 그러면 네 검은 순간 마검과 같은 상태가 되니까 상대의 마검을 쳐낼 수 있게 되겠지.>


‘그런 또 어떻게 하는거야?’


<그냐 나는 모르지. 단지 방법만 알려줬을 뿐. 가는 길은 네가 찾아보라고. 아! 팁을 하나 주자면 검에 오러를 입히는 것과 같은 원리라는 거지. 그러니 네가 오러검사가 되던지, 아니면 마기를 검에 입히던지. 그정도 경지가 된다면 마검을 막아낼 수 있게 될 거야.>


‘하지만 오러검사는 또 어떻게 되는 건데?’


<그건 네가 해야 할 일이라니깐.>


현수는 생각하는 표정으로 벨페고르와 이야기하던 사이, 프리시스가 입을 열었다.


“영주의 마검을 상대하는 방법은 쉽지 않습니다. 오러검사가 되거나, 아니면 원거리에서 공격을 성공시키거나. 하지만 영주의 속도를 생각하면 원거리 공격을 시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러니 오러검사가 되는 방법이 유일하겠네요.”


<호! 저 반푼이 녀석. 보기보다 아는게 많구만.>


벨페고르가 칭찬했다.

현수는 벨페고르에 이어 프리시스마저 오러검사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 새로운 목표가 생겼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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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칼레스 제국 23.12.29 8 0 11쪽
45 소식을 듣다 23.12.28 7 0 12쪽
44 마법의 배낭 23.12.28 7 0 11쪽
» 새로운 목표 23.12.27 6 0 11쪽
42 반복된 상실 23.12.27 7 1 11쪽
41 주베르의 권능 23.12.26 6 1 11쪽
40 기사단장 일리예프 23.12.26 7 1 11쪽
39 정예기사 슈르딘 23.12.25 8 1 11쪽
38 출정 23.12.25 8 1 11쪽
37 라올렛 23.12.23 10 1 11쪽
36 수확 23.12.22 10 1 12쪽
35 수련 23.12.22 11 1 11쪽
34 니가 왜 거기서 또 나와? 23.12.21 10 1 12쪽
33 불덩이들 23.12.20 10 1 12쪽
32 재회 23.12.20 10 1 11쪽
31 내 촉은 정확하단 말이야! 23.12.19 14 1 12쪽
30 황금빛 승리 23.12.19 11 1 11쪽
29 괜찮은건가? 23.12.18 12 1 11쪽
28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강하게 할 뿐! 23.12.18 11 1 11쪽
27 지옥의 사냥개 23.12.16 12 1 11쪽
26 가긴 어딜가려고! 23.12.16 11 1 11쪽
25 거기 누구 있어요? 23.12.16 10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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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천지개벽 23.12.14 15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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