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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긴 토끼님의 서재입니다.

잊혀진 파편, 외로운 용사의 송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귀가긴토끼
작품등록일 :
2023.11.21 17:15
최근연재일 :
2024.01.01 17:24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1,081
추천수 :
43
글자수 :
257,831

작성
23.12.18 12:20
조회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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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강하게 할 뿐!

DUMMY

타이렐은 위협적으로 촌장에게 물었다.


"지금부터 묻는 말에 대답 잘해야 할 거야. 그 멍청한 녀석은 지금 어디에 있는 거지?"


촌장은 비웃듯이 대답했다.


"아마도 지금쯤 영주님의 식탁 위에 올라가 있지 않을까?"


그의 음흉한 미소가 타이렐을 더욱 화나게 만들었다.


“그나저나 단검이나 치우게나. 저기 경계탑에 있는 병사가 보기 전에 말일세.”


타이렐이 경계탑을 올려다보는 순간, 촌장은 타이렐을 밀쳐내고는 회관 안으로 재빨리 들어갔다.

타이렐은 순간 당황하여 근처 건물의 그늘에 몸을 숨겼다.


“허! 감히 날 속여? 그나저나 이 마을에는 없단 말이지?”


마을 회관 꼭대기 첨탑에서 종이 울리기 시작했다.


“으! 저 촌장놈이 진짜.”


타이렐은 마을을 빠져나가려다가 결국 골목의 어둠속으로 몸을 숨겼다.

첨탑을 올려다보니 직접 종을 때리는 촌장이 보였다.

종소리를 듣고서는 여기저기에서 무장한 마족 병사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촌장에게 물었다.


“뭐야! 무슨 일이야!”


촌장은 목이 터져라 외쳤다.


“이 마을에 침입자가 있습니다! 금발에 작은 키를 가진 여자입니다!”


“뭐라고! 이런 멍청한! 찾아라! 너희 둘은 북쪽을! 너희 셋은 정문으로! 나머지는 나를 따라 마을을 수색한다!”


경계를 책임지는 기사의 지시에 따라 마족 병사들이 움직였다.

섣불리 나가려다가는 꼼짝없이 수색에 발각될 위험에 처한 타이렐.


“흥! 그런다고 내가 못 나갈 줄 알아?”


타이렐은 재빨리 주머니에서 약병을 하나 꺼냈다.


“네가 분명히 금발이라고 했다? 크크크.”


타이렐은 주머니에서 약병을 꺼내 머리에 발랐다.

그녀의 금발이 갈색으로 변하며 눈에 띄지 않게 되었다.


“이걸 얼마나 비싼 값을 치르고 샀는지 알아? 이제 가치를 발휘할 때가 왔군.”


타이렐은 빠르게 모습을 감추며 마을 여성들 사이로 섞여 들어갔다. 그의 모습은 이제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


숲속의 굽이진 길을 따라, 현수는 아이오네와 함께 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걱정스러운 눈길이 아이오네에게 머물렀다.


“아이오네. 괜찮아요?”


현수가 뒤를 돌아보며 조심스레 물었다.

아이오네는 숨을 헐떡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헉, 헉! 조, 조금만... 쉬었다 가요."


마을의 평범한 삶에서 벗어난 아이오네에게 숲속을 도망치는 일은 생각보다 버거운 일이었다.

현수는 마족의 추격이 걱정되었지만, 아이오네의 지친 모습을 보고 잠시 멈추기로 했다.


"그래요, 여기서 잠시 쉽시다."


아이오네는 나무에 기대며 깊은 숨을 몰아쉬었다.


"고맙습니다."


현수는 나무에 기댄 채로 아이오네에게 물었다.


"아이오네, 그 마법들 모두 신성마법이었죠? 성녀 후보셨다더니, 어떻게 가능한 거예요?"


아이오네는 잠시 숨을 고르고 대답했다.


"제가 원래 좀 똑똑하잖아요? 하하. 사실은 신탁을 받았어요. 성녀의 신탁을."


현수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물었다.


"그럼 정식 성녀가 아닌가요?"


아이오네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신탁은 받았지만, 정식 성녀의 절차를 밟지 못했어요. 황제의 인정, 교황의 인정, 그리고 만민들에 대한 공표까지... 신의 신탁만으로는 충분치 않아요."


“하지만, 일단 신의 신탁이 제일 중요한 핵심 아닌가요? 아무리 뒤에 있던 절차들을 다 거친다고 해도, 신의 신탁이 없다면 아무것도 아닌 거잖아요?”


아이오네가 고개를 숙이고 나뭇가지로 땅을 끼적이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왜요?”


“알맹이만 있다고 끝이 아니잖아요? 물론 알맹이가 중요한건 맞죠. 그렇지만 옷감만 있다고 해서 옷이 될 수는 없고, 통나무만 있다고 해서 그게 집은 아니잖아요. 특히 성녀라는 자리는 형식과 절차 역시 중요한 자리라고 생각해요.”


현수는 이해는 가지만, 그렇다고 인정하기는 싫었다.

그 표정을 보며 아이오네가 말을 이었다.


“뭐, 이건 핑계고요. 하하하. 천마가 있을 땐 성녀를 희생해서 소환의식을 치르려고 했었고, 지금은 마족들이 몸보신을 위해 성녀를 찾고 있잖아요. 그냥 제 몸을 지키기 위해 조용히 있는 거였어요.”


현수는 씁쓸한 표정으로 웃고 있는 아이오네를 쓸쓸히 바라봤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세상 모든 악한 것들이 자신을 죽이려 따라오는 상황이라니.’


현수는 아이오네에게 힘을 주고 싶었다.


“아이오네. 정말 대단해요. 그런 힘든 가운데에서도 이렇게 잘 살고 계시니 말이죠.”


“뭐, 대단한건 아니예요. 죽지못해 살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거죠. 그나저나 용사님은 왜 여기까지 흘러오신 거예요?”


“인간농장의 사람들을 구해주려고요.”


순간 아이오네의 눈동자가 커졌다.


“예? 혼자서요?”


“그런건 아니고요. 동료들과 함께요. 저는 마을 공략전에 취약한 부분이 어디인지 직접 살피러 왔다가, 그만 촌장에게 당한거죠.”


“동료가 있어요?”


“당연하죠. 인류해방전선이요. 이제 슬슬 일어설까요?”


현수는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아이오네도 나무에 기대어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후우, 얼마나 더 달려야 할까요?”


“글쎄요. 이쪽방향으로 반나절 정도만 더 가면 동료들이 있는 곳이 나올 겁니다. 어서 출발하죠! 그놈들 갑옷을 입고 있으니 달리기는 우리보다 느릴겁......”


다그닥! 다그닥!


숲 저편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이오네는 당황하며 현수 옆으로 붙었다.


“너무 많이 쉰 걸까요?”


현수는 말없이 아이오네의 손을 붙잡고 달렸다.

하지만 아직도 숨이 가쁜 듯, 아이오네는 생각만큼 빨리 따라 와주지 못했다.

현수는 서서히 발검음을 멈추며 숨을 다시 고르기 시작했다.


“왜 멈추신 거예요. 죄송해요. 더 빨리 뛸게요.”


현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차피 저들은 말을 타고 있어서 우리가 아무리 달려봐야 얼마 못가고, 헐떡거리다가 잡힐 겁니다. 그러느니 차라리 여기서 싸우는게 낫죠. 조금이라도 멀쩡할 때 말이예요.”


아이오네는 고개를 끄덕이며, 기도를 올렸다.


“여기 용사님께 신의 축복을 구합니다. 그의 검에 신의 은총을 구합니다.”


아이오네가 기도하고, 한줄기 빛이 현수에게 내려오자 벨페고르가 비명을 질렀다.


<키에엑! 뭐야! 이 기분 나쁜건! 당장 저년의 주둥이를 막아!>


‘조금만 참아. 일단 살고 봐야 할 거 아니야?’


<이딴거 없어도 살 수 있단 말이야!>


어느덧 마족기사들이 말을 타고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뒤로 머리통을 든 듀라한도 함께 나왔다.


<쳇! 듀라한인가? 한두 놈까지는 어찌 상대할 수 있다지만, 저렇게 수가 많으면 네게 불리할거다.>


‘듀라한? 그 머리없는 기사? 그거 약한거 아니었어?’


현수는 과거 판타지 소설을 통해 익숙한 듀라한을 떠올렸다.

언제나 주인공에게 한칼에 끝났던 엑스트라 같은 존재.


<크크크. 듀라한을 아는가? 저놈들은 마족기사들 가운데 실력이 가장 뛰어난 놈이 죽었을 때 마왕이 직접 나서야 만들 수 있는 사령마법의 산물이다.>


‘그러면 듀라한이 마족기사들보다 더 쎄다는거야?’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단 저 앞에 있는 마족기사들 가운데 듀라한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놈은 안 보인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


현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그닥! 다그닥!


현수가 검을 들고 앞을 주시하는 사이, 듀라한 셋이 검을 휘두르며 현수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쐐애애액!


듀라한의 검이 현수를 향해 날아온다.


‘이전보다 더 빠르다!’


현수는 동체시력이 활성화가 안 된게 아닐까 헷갈릴 정도였다.

듀라한의 검이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며 들어왔기 때문이다.


챙!


현수는 가까스로 가장 앞으로 들어오던 검을 흘려내었다.

하지만 뒤이어 달려드는 듀라한의 검은 현수의 몸을 세로로 쪼갤 기세로 내리쳤다.


“타핫!”


현수는 재빨리 몸을 굴러 검을 피했다.

아니 피한 듯 했다.


“크흑!”


듀라한의 검은 현수의 어깨를 스치며 지났고, 현수의 어깨에서는 이내 붉은 선혈이 비추기 시작했다.

하지만 공격은 끝이 아니었다.


푸드득!


세 번쩨로 말을 타고 달려든 듀라한은 바닥을 구르고 있는 현수를 짓밟을 기세로 달려들었다.


“용사님!”


놀란 아이오네가 소리쳤다.

현수는 어깨를 감싸 쥐고, 몸을 옆으로 굴렀다.

말의 앞발은 땅을 세차게 때릴 뿐이었다.


“쳇! 생각보단 날쌘 놈이군. 모두 함께 쳐라!”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마족기사 대장이 소리쳤다.

그러자 나머지 마족기사와 듀라한이 일제히 현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내가 우려한 상황이 드디어 찾아왔군. 피할 수 있겠어?>


‘현기증 날 것 같아! 말 걸지 마.’


현수는 볼품없이 이리저리 바닥을 굴렀다.

검술이고 뭐고 없었다.

동체시력을 최대한 끌어올렸기에 간신히 검을 피할 수 있을 뿐, 공격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핏!


“악!”


말을 탄 마족기사와 듀라한들의 공격은 매섭기만 했다.

사방에서 말을 타고 달려와 쉴 새 없이 공격을 하며 지나치는 통에 현수는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상황이 힘들어 보이자 벨페고르가 한마디 했다.


<내가 보니 넌 말을 탄 기사와의 싸움은 익숙하지 않구나. 일단 말을 먼저 베어버려라. 어차피 말 위에 있는 기사에 네 검은 닿지 않는다.>


현수는 자신의 검이 기사들에게 닿지 않음을 이제야 깨달았다.


‘좋아! 그렇단 말이지?’


현수는 바닥을 연신 구르며 말의 다리를 베었다.


키히히힝!


다리를 베인 말이 날뛰자 마족 기사 하나가 떨어졌다.


“좋아! 이거야!”


현수는 기쁨의 비명을 지르며 이리저리 몸을 굴러 말의 다리와 옆구리를 노렸다.

상황을 지켜보던 마족 기사가 외쳤다.


“모두 말에서 내려라!”


“쩝! 재밌었는데.”


현수는 간신히 잡은 승기가 사라진 것 같은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제법 상처가 많지만, 아직 치명상은 없다. 할 수 있어!’


현수는 자신의 몸을 살피며 자신감을 북돋았다.


검 십여 개가 현수를 향해 날카로운 예기를 쏘아 보내고 있었다.


“듀라한들이 먼저 저 녀석을 공격하고, 나머지 기사들은 퇴로를 차단하라!”


선임기사의 외침에 기사들은 일사분란하게 자신의 자리를 찾아 진형을 만들었다.

듀라한 하나가 현수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채챙!


듀라한과의 일대일 공방은 더 이상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여러 명이 동시에 공격하는 경우다.


현수의 검이 앞선 듀라한의 검을 막고 있는 사이, 나머지 듀라한은 현수를 포위하며 검을 찔러왔다.


하지만 현수의 몸은 물 흐르듯 움직이며 검을 살짝 건드려 검로를 바꾸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자신의 동체시력을 뛰어넘는 적과의 대결은 현수에게 성장의 결과를 가져다 준 것이다.


‘피할 수 있다. 그리고 이놈들의 검은 이렇게 하면?’


현수는 동체시력을 집중하여 듀라한이 내 지르는 검들을 탕탕 빗겨 쳐냈다.

그러자 듀라한들은 서로의 검이 엉키며 균형을 잃었다.


‘막고, 차고, 돌려쳐를 할 수는 없지만, 이것도 괜찮네?’


현수는 문득 성룡 영화가 생각났다.


‘그때, 아마, 이렇게 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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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주베르의 권능 23.12.26 6 1 11쪽
40 기사단장 일리예프 23.12.26 6 1 11쪽
39 정예기사 슈르딘 23.12.25 8 1 11쪽
38 출정 23.12.25 7 1 11쪽
37 라올렛 23.12.23 9 1 11쪽
36 수확 23.12.22 8 1 12쪽
35 수련 23.12.22 1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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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불덩이들 23.12.20 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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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내 촉은 정확하단 말이야! 23.12.19 14 1 12쪽
30 황금빛 승리 23.12.19 11 1 11쪽
29 괜찮은건가? 23.12.18 12 1 11쪽
»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강하게 할 뿐! 23.12.18 10 1 11쪽
27 지옥의 사냥개 23.12.16 11 1 11쪽
26 가긴 어딜가려고! 23.12.16 10 1 11쪽
25 거기 누구 있어요? 23.12.16 9 1 11쪽
24 그놈들 때문이었네 23.12.16 8 1 11쪽
23 가늘고 길게 먹기 23.12.15 13 1 11쪽
22 천지개벽 23.12.14 15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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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모두 모였다! 23.12.14 1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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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미궁 23.12.12 18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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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용사에게 가장 친절한 존재 23.12.08 24 1 12쪽
10 용사! 광대 등극! 23.12.07 27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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