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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긴 토끼님의 서재입니다.

잊혀진 파편, 외로운 용사의 송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귀가긴토끼
작품등록일 :
2023.11.21 17:15
최근연재일 :
2024.01.01 17:24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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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추천수 :
43
글자수 :
257,831

작성
23.12.08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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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천마의 빛나는 눈

DUMMY

둘은 알라드와 적당히 떨어진 곳으로 자리를 잡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현수는 목소리를 낮춰 올리비아에게 궁금한 것을 쏟아냈다.


“올리비아. 솔직히 지금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하나도 모르겠어. 어떻게 된 거야? 난 어떻게 하는게 좋지? 저놈 말 믿어도 좋을까?”


올리비아는 주위를 이리저리 둘러본 다음 목소리를 낮추었다.

그리고는 현 상황에 대해 빌레트 공작이 전해준 내용과 현 상황을 알려주었다.


“그러니까. 지금 용사인 내가 해치워야 하는 대상은 알려진 마왕뿐만 아니라, 천마도 포함된다는 거야?”


“쉿! 목소리를 좀 낮추시고요. 빌레트 공작님께서 직접 황실에서 당하고 체험하며, 분석하신 바로는, 맞아요. 신탁에서 이야기하는 검은악은 둘이예요. 하나는 마왕, 그리고 또 하나는 천마.”


“그런데, 그 천마라는 놈은 마왕을 한칼에 썰어버린 강자이고?”


“그렇죠.”


“그래서 지금 나보고 얼른 강해져서, 그 천마를 잡으라고?”


“보기보다 이해가 빠르시네요. 맞아요.”


“올리비아? 하.......”


현수는 손을 이마에 짚고는 천장을 쳐다봤다.


‘이, 뭔 개 풀 뜯어먹는 소리야? 내가 어느 세월에 강해져서, 응? 마왕을 죽인 천마를 또 죽여?’


<클클클. 너무 걱정할 것 없다.>


벨페고르가 아는 체를 했다.


‘응? 뭐라고? 너도 천마한테 한칼에 썰렸다고 하던데? 크크크.“


<뭐, 한칼에 썰린 건 맞다만, 그건 잠시 방심했기 때문이다. 대륙에서 오러 기사가 사라진지 300년이 지났는데, 갑자기 등장한 오러기사에 뒷통수를 맞은 거지.>


‘방심은 무슨. 그게 다 실력인거다.’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그땐 오러기사를 상정하지 않았기에 내 힘을 함께 온 수족들에게 적당히 나누어 준 상태였다. 그래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었지. 만일 오러기사에 대비했다면, 그래서 내 온전한 힘이 있었다면! 그깟 천마는 한주먹거리도 안되었을 거다.>


‘그래. 알았어. 근데 그건 너고. 나는 어느 세월에 강해져서 천마를 없애냐고.’


<지금처럼 착실히 내 영혼의 조각을 흡수해라. 일정부분 영혼의 조각이 모이게 되면, 나머지 자투리 파편들은 저절로 널 찾아올 것이다.>


‘그래? 그럼 일단 큰 조각들 위주로 찾아다니면 되겠네?’


<너, 혹시 나 모르는 목숨 두어 개 어디다 숨겨둔거 있냐? 내가 말했잖아. 네가 가진 영혼의 조각보다 더 큰 조각을 갖고 있는 놈을 만난다면, 넌 그 자리에서 죽을꺼다. 참고로, 남부 왕국을 차지하고 있는 내 수족들은 너의 몇 배나 큰 영혼의 조각을 갖고 있을게 분명하다.>


“저기....... 용사님? 생각을 너무 깊이 하시는 것 같아서....... 괜찮으세요?”


“아! 아닙니다. 잠깐 생각할게 조금 있어서요.”


현수는 급히 고개를 흔들며 웃어보였다.

그리고는 결론을 내린 듯 올리비아에게 말했다.


“어차피 저희도 남부 왕국으로 가야하고, 총리가 내린 임무도 남부 왕국의 정화이니, 총리님의 의뢰를 수락하는 걸로 하는건 어떨까요?”


하지만 올리비아는 뭔가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답했다.


“뭐. 그래도 상관은 없지만, 아무래도 찜찜해요. 총리가 내린 임무라지만, 그 총리에게 시킨 건 천마일 테니까 말이예요.”


“어쨌거나 빨리 강해져야죠. 올리비아님이 많이 도와주세요.”


현수와 올리비아는 알라드가 있는 자리로 돌아왔다.


“많이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일단은 의뢰를 수락할게요. 남부 왕국의 정화. 맞죠?”


“잘 생각하셨습니다. 그러면 저는 총리님께 그대로 전하겠습니다. 용사가 남부 왕국의 정화임무를 받고 길을 나설 것이라고요. 남부 왕국의 토벌은 남부 변경에 계신 아르고 백작님께서 총사령관이 되실 겁니다. 토벌 이후 성과보고와 보상 역시 아르고 백작님께 위임하겠습니다.”


그렇게 현수와 올리비아는 알라드와 헤어진 후, 남부 여행을 준비했다.


============


천마제국의 황좌.


“심심하다. 제국 기사들도 별 볼일 없고.......”


아무것도 할 일이 없는 천마 극무진은 턱을 괴며 지루해했다.


“이제는 정파 놈들까지 그리워지네. 그놈들 때문에 심심치는 않았으니 말이야.”


마왕을 제거하자 제국에 찾아온 평화.

천마에게는 그 어떤 것도 위협이 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소소한 이벤트.

제국 기사들과 하루에 한 번씩 비무를 했다.


챙!

“크윽!”


“애휴. 어찌 이리도 약한가. 얼른 저놈에게는 포션인지 그거 좀 먹이고. 다음!”


그나마 얼마 남지 않은 제국의 황실기사들은 매일 천마에게 구타당하며 두려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괴로운 건 기사들이 전부가 아니었다.


“어이! 거기 마법사!”


마법사 하나가 바쁜 걸음을 하던 도중 천마의 눈에 띄었다.


“그래. 거기. 너! 모른 척 하지 말고. 확 죽여 버리기 전에.”


마법사는 어리바리한 표정으로 모른 척 지나가려 했지만, 결국 천마 앞으로 불려올 수밖에 없었다.


“그래. 마법사여. 그대는 서클이라 그랬나? 그게 몇 서클이나 되는가?”


“천세천세 천천세! 저는 4서클 마법사로서, 천마님의 역소환 마법진의 완성을 위해.......”


“아! 그거 너 하나 없다고 안 될 것도 아니고, 잠깐 이리 와서 나한테 마법으로 공격한번 해봐.”


마법사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쩌면 천마를 없앨 기회일지도?


“처, 천마님. 기사가 마법사를 이길 수 있는 것은 마법 시전 속도와 적중 때문입니다. 만일 움직이지 않는 상대로 마법공격을 한다면, 그 어떤 기사일지라도 마법 공격에 큰 피해를 입는 것이.......”


“아! 됐고! 지난번에 불쏘던 마법사 아주 화끈하더만. 너는 특기가 무엇이냐?”


“저는 얼음마법이 특기입니다.”


“오호! 북해의 빙공 같은 거로구나! 본교에도 소수마공이란게 있었지. 어디 한번 펼쳐보게나.”


“예? 제가요? 지금요? 여기서요?”


“근데, 이놈은 갑자기 요, 요, 거리고 있네. 지금 날보고 같은 말을 두 번하게 만드는 것이냐?”


“아, 아닙니다. 지금 바로 하겠습니다.”


디미르는 수인을 맺으며 주문을 영창했다.

그러자 두 손앞에 얼음모양의 창이 하나 만들어졌다.


“아이스 스피어!”


츄화학!


거대한 얼음 창은 그대로 날아가 천마 극무진의 가슴에 박혔다.


“크하하하하! 시원하구나! 좋아! 좋아!”


가슴에 막힌 것처럼 보인 얼음화살.

극무진이 크게 웃자 이내 부스스 날아가 버렸다.


“지금 황성에 소수, 아니지. 얼음마법을 쓰는 마법사는 얼마나 되느냐?”


디미르는 놀란 얼굴로 입만 뻥긋하다가 정신을 차렸다.


“얼음계열 마법사는 지금 모두 여섯 명이 있습니다.”


“그래? 그러면 그 가운데 누가 가장 강한가?”


“강함의 기준이 애매하긴 하지만, 얼음마법사 가운데에서는 제가 4서클로 가장 높은 경지입니다.”


“그래? 이거, 살짝 실망인데? 겨우, 이게 가장 강한 거였어?”


디미르는 자신의 마법공격에 대해 실망이라고 말하는 천마에게 살짝 울컥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따질 수도 없으니.

분한 마음에 몸만 부들부들 떨고 있을 뿐이었다.


“아! 아. 너무 그렇게 부들대지는 말고. 어때? 더 강해지고 싶은 생각 없어?”


“예? 더 강해진다면?”


“나한테 빙공을 배워볼 생각 없냐는 거지. 이거 너무 심심해서 말이야.”


“저...... 그게 가능한 일인지 궁금합니다. 제가 듣기로 천마님은 검사이신 줄 알고 있었는데.”


“큭큭큭. 뭐 검사면 어떻고 마법사면 어떤가? 결과만 같으면 되지. 어때? 더 강해지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찾아오라고.”


“감사합니다. 생각해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래. 그래. 아! 그리고 지난번에 나한테 불창 쐈던 녀석한테도 이야기해서 같이 데려오고. 이름이 자넬? 뭐였더라?”


“자넬리 말씀이십니까? 불속성의 마법사.”


“아! 그래. 자넬리. 걔도 같이 데려와. 알았으면 이만 돌아가 봐.”


인사를 하고 돌아가는 디미르의 뒷모습을 보며 천마는 기지개를 켰다.


“이쪽 세상에 내 무공이 흘러든다면 어떻게 될까? 크크크. 역시 기대된단 말이야.”


혼자 큭큭대는 천마를 먼발치에서 지켜보던 총리 클로셀 공작은 고개를 설래 설래 흔들었다.


‘이거, 오늘도 지나다니는 마법사들을 괴롭히고 있구만. 아무래도 뭔가 일을 시켜야 할 것 같은데.......’


문득 클로셀 공작은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랐다.


‘그래! 그거였어!’


클로셀 공작은 손가락을 튕기며 재빨리 사무실로 향했다.

그리고는 서류더미를 한참 뒤지더니 맨 아래에서 먼지가 자욱이 쌓인 두루마리를 하나 꺼냈다.


“베르제 미궁! 크하하하!”


며칠 후, 클로셀 공작은 괜히 쓸데없는 보고거리를 만든 후 다시 천마를 찾았다.

천마가 기사와 마법사들을 괴롭히기 전에 천마의 관심을 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누구와 비무를 할까를 고민하던 천마는 귀찮다는 표정으로 클로셀 공작의 보고를 받았다.


“이상 보고를 마칩니다. 그리고, 천마님?”


“응? 클로셀 공작. 또 보고거리가 남았나?”


뜨끔한 클로셀 공작은 두루마리 하나를 꺼냈다.


“천마님께서는 더 강해지는데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서 흥미로운 것을 하나 가져왔습니다.”


“그게 뭔데 그러나?”


천마는 두루마리를 받아 들었다.

클로셀 공작은 살짝은 사악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천마님. 신급 무구에 대해 들어보셨습니까?”


천마의 눈이 반짝거렸다.


==========================


제국 수도의 여관방.

올리비아는 현수의 방으로 찾아왔다.


“준비 다 끝난 거 맞아?”


현수가 올리비아에게 물었다.

배낭에 이것저것 바리바리 준비하느라 엄청나게 커진 자신의 가방과는 달리, 올리비아의 가방은 단출해 보였기 때문이다.


“예. 다 끝났어요.”


“그으래? 아무튼. 이제 출발하자고.”


“아직 말 타는 건 못 배우셨죠?”


현수는 살짝 억울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뭐, 뭐야. 내가 말타는 거 배울 새가 어디 있어!’


하지만 못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현수는 올리비아에게 사과부터 했다.


“미안, 또 나 때문에 마차타고 늦게 가야해서 그래?”


“애휴. 아니에요. 마차는 준비해놨으니까. 그거 타고 가요.”


여관 앞에 세워진 마차를 보며 현수는 살짝 웃었다.


‘훗! 이런 츤데레 같으니라고.’


올리비아는 획 하니 고개를 돌리고 마부석에 올랐다.

잘해주면 왠지 모르게 한 대 치고 싶은 표정을 짓는 현수를 면서, 올리비아는 또 다시 후회가 밀려왔다.


현수는 짐을 다 싣고는 마부석으로 올라 올리비아 옆에 앉았다.

썩은 표정의 인상을 찌푸리는 올리비아.


“마차 뒤에 타세요.”


“으, 응? 알았어.”


현수는 아쉬운 듯 천천히 마차 뒤로 올라 짐들을 적당히 밀어내고는 앉았다.


덜컹!


마차가 출발한다.

덜컹대는 마차 짐칸에서 현수는 올리비아의 표정변화를 떠올렸다.


‘뭐가 문제지? 날 좋아하는 것 같긴 한데....... 내가 너무 적극적이었나?’


골똘히 생각하던 현수는 올리비아에게 물었다.


“아! 맞다. 올리비아. 나 검술 다시 가르쳐주는 거지?”


올리비아는 들리지 않을 정도의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예. 맞아요. 오늘부터 이동하지 않는 시간은 모두 검술과 체력단련입니다. 농땡이 피울 생각은 하지 않는게 좋을꺼예요.”


‘훗! 저런 츤데레 같으니라고.’


현수는 나지막이 웃으며 콧노래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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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검은 그림자들 23.12.30 7 0 12쪽
46 칼레스 제국 23.12.29 8 0 11쪽
45 소식을 듣다 23.12.28 7 0 12쪽
44 마법의 배낭 23.12.28 7 0 11쪽
43 새로운 목표 23.12.27 5 0 11쪽
42 반복된 상실 23.12.27 7 1 11쪽
41 주베르의 권능 23.12.26 6 1 11쪽
40 기사단장 일리예프 23.12.26 7 1 11쪽
39 정예기사 슈르딘 23.12.25 8 1 11쪽
38 출정 23.12.25 8 1 11쪽
37 라올렛 23.12.23 10 1 11쪽
36 수확 23.12.22 10 1 12쪽
35 수련 23.12.22 11 1 11쪽
34 니가 왜 거기서 또 나와? 23.12.21 10 1 12쪽
33 불덩이들 23.12.20 9 1 12쪽
32 재회 23.12.20 10 1 11쪽
31 내 촉은 정확하단 말이야! 23.12.19 14 1 12쪽
30 황금빛 승리 23.12.19 11 1 11쪽
29 괜찮은건가? 23.12.18 12 1 11쪽
28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강하게 할 뿐! 23.12.18 11 1 11쪽
27 지옥의 사냥개 23.12.16 11 1 11쪽
26 가긴 어딜가려고! 23.12.16 11 1 11쪽
25 거기 누구 있어요? 23.12.16 9 1 11쪽
24 그놈들 때문이었네 23.12.16 9 1 11쪽
23 가늘고 길게 먹기 23.12.15 16 1 11쪽
22 천지개벽 23.12.14 15 1 11쪽
21 사술 23.12.14 18 1 11쪽
20 모두 모였다! 23.12.14 17 1 11쪽
19 의문의 기사들 23.12.13 18 1 11쪽
18 미궁 23.12.12 19 1 11쪽
17 보물찾기. 아닌가? 23.12.11 18 1 12쪽
16 올리비아. 고멘네(ごめんね) 23.12.09 21 1 12쪽
15 거기가 어디야? 23.12.08 22 1 14쪽
» 천마의 빛나는 눈 23.12.08 25 1 12쪽
13 승천하는 광대 23.12.08 25 1 12쪽
12 뭐, 그래도 나쁘진 않네. 23.12.08 22 0 13쪽
11 용사에게 가장 친절한 존재 23.12.08 25 1 12쪽
10 용사! 광대 등극! 23.12.07 27 1 13쪽
9 용사님! 대체 어디에 계신가요! 23.12.06 34 1 13쪽
8 소드마스터의 기억! 23.12.05 36 1 13쪽
7 다 드루와! 23.12.04 36 1 12쪽
6 중년 용사는 버림패가 아니야! 23.11.28 39 1 13쪽
5 문득 생각난 고향집 뽀삐 23.11.21 41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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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조쿠만! 진행시켜! 23.11.21 66 1 13쪽
2 여전히 남아있는 이세계의 로망? 23.11.21 98 2 12쪽
1 비록 특전은 없지만, 나쁘지 않을지도? 23.11.21 206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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