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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긴 토끼님의 서재입니다.

잊혀진 파편, 외로운 용사의 송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귀가긴토끼
작품등록일 :
2023.11.21 17:15
최근연재일 :
2024.01.01 17:24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1,111
추천수 :
43
글자수 :
257,831

작성
23.12.25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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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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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출정

DUMMY

주베르는 이른 아침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피를 한잔 마셨다.


“미개한 인간들. 그저 자연현상에 불과한 저런 태양을 보고 태양신이라고 믿고 있으니 말이야. 그에 비하면 마왕님의 능력은 진짜란 말이지.”


똑똑.


사색을 즐기던 주베르의 방을 누군가 두드렸다.


“누구냐! 들어와.”


“안녕하세요. 호호.”


문이 열리고 붉은 미니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들어왔다.

요염한 인상의 얼굴에 풍만한 가슴은 뭇 사내들을 홀리기에 충분한 미모였다.

주베르는 반가운 듯 웃으며 양팔을 벌려 환영했다.


“오! 라올렛! 이리 빨리 도착할 줄이야! 보고 싶었어!”


라올렛은 새초롬한 얼굴로 못 이긴다는 듯 주베르에게 안기며 눈을 흘겼다.


“주베르님은 매번 말씀만 그렇게 하시고는 한 번도 찾아오시지 않으셨죠.”


“하하. 그런가? 내가 워낙에 바빠서 말이지. 그나저나 이런 아침부터 찾아올 줄은 몰랐는걸?”


“선물이 있어서요. 언제나 이른 아침. 싱싱한걸 좋아하신다기에.”


라올렛은 붙들고 있던 줄을 세게 당겼다.

그러자 문 밖에 있던 한 여인이 끌려 들어왔다.

주베르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무슨짓이지? 경망스럽게. 인간을 이렇게 직접 데려오는건 내가 싫어 한다는 걸 잘 알 텐데.”


“어머. 그랬나요? 전 싱싱한걸 좋아 하신다기에. 직접 빨아서 드시는 줄로만 알았죠.”


주베르는 라올렛의 능청스러움에 인상을 더욱 구기며 물었다.

여인을 보는 순간 침이 꼴딱 넘어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저 여인은 누구지?”


“말씀드렸잖아요. 선물이라고. 아! 저를 찾으셨던 이유가 마을에 있는 불순분자들 때문이라던데 맞나요?”


“프리시스가 그렇게 이야기 했나 보군. 아래 있는 것들이 영 멍청해서 말이지. 아무튼 인간농장을 기웃거리던 인간들이 있었던 모양이야. 지금은 자취를 감췄고. 그래서 대신 그놈들을 찾고, 겸사겸사 농장도 지켜달라는 의뢰를 맡기려고 했어.”


“그렇군요. 아무튼 빈손으로 오기가 그래서, 마을에서 향기가 가장 짖은 여인으로 골라 하나 가져왔어요. 인사하렴.”


라올렛은 줄을 세차게 끌어당기며 아이오네에게 말했다.

하지만 아이오네는 라올렛을 노려만 볼 뿐, 대답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 주베르는 재밌다는 듯 아이오네의 턱을 손가락으로 들어올렸다.


“네년. 재밌는 아이구나. 이름이 무엇이냐? 난 저기 있는 여자보다 참을성이 더 작으니 대답은 하는게 좋을 거야.”


“아이오네.”


“아이오네라고? 그렇구나. 어디선가 본 얼굴이긴 한데. 너는 나를 모르는가?”


아이오네는 농장에서 주베르와 한번 마주쳤던 것을 떠올렸지만 부인했다.


“모른다.”


“호오. 그렇군. 너처럼 향기가 짖은 인간이라니. 일단 들어온 선물이니 포장은 열어 보는게 예의긴 하겠지?”


주베르는 아이오네의 목을 옆으로 젖히고 경동맥에 송곳니를 박았다.

그렇게 몇 번 꿀꺽 대더니 주베르는 갑자기 참을 수 없다는 듯 게걸스럽게 아이오네의 피를 빨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던 라올렛이 주베르에게 말했다.


“어머! 그걸 한입에 다 드시려고요? 저는 두고두고 조금씩 드실 줄 알았는데.”


간신히 정신을 차린 듯 주베르는 아이오네의 목에서 입을 떼고는 문 밖의 하인을 불렀다.


“이봐! 여기 이 여자 지하감옥에 데려다 놔라. 단 죽이지는 말고. 만일 여자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너희들도 그녀의 죽음과 함께 하게 될 것이다.”


하인은 주로 마족에게 충성을 맹세한 인간들이 많았다.

방금 들어온 하녀 역시 인간이었지만, 주베르의 말뜻을 알아듣고는 몸을 바르르 떨며 병사와 함께 아이오네를 지하감옥으로 데려갔다.


“라올렛. 그대의 선물. 잘 받았다. 내게 원하는게 있느냐?”


라올렛은 다시 주베르의 가슴에 안기며 말했다.


“제가 원하는 건 예전부터 말씀드렸잖아요. 그저 주베르님 곁에 있는 것.”


주베르는 라올렛을 밀어내며 말했다.


“그 이야기는 예전에 이미 끝난 줄 알고 있었는데. 그것 말고 다른걸로.”


라올렛은 뒤로 돌아서며 말했다.


“흥! 그러면 농장 경영을 제게 맡겨줘요. 저도 이익은 봐야 하니 말이죠.”


주베르는 인상을 쓰면서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프리시스에게 말해 둘테니, 그대로 진행하도록 하라. 나가면서 프리시스 오라고 전해.”


라올렛은 보이지 않는 미소를 지으며 주베르의 방을 나왔다.


잠시 후 프리시스가 주베르를 찾았다.


“밤새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라올렛이 일찍 찾아왔더군요. 그것도 예전 제가 영주님께 드릴 여자를 잡아서는 말입니다.”


“뭐? 그게 무슨 말이지?”


“혹시 알고 지시하신거 아니십니까? 오늘 지하감옥에 보내신 여인. 제가 지난번 영주님께 드리고자 농장에서 데려왔던 여인입니다.”


주베르는 못내 아쉬운 듯 턱을 쓸어대며 말했다.


“흠. 그렇단 말이지. 어쩐지 낯이 익다고 했는데. 그러면 그 여자가 성녀 후보였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어떠셨습니까?”


주베르는 아직 입 주변에 남아있는 핏자국을 냅킨으로 닦으며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최고였다.”


그 한마디에 프리시스 역시 웃으며 거들었다.


“역시, 영주님께서 마음에 들어 하실 것 같았습니다. 그러면 오늘부터는 그 여자의 피로 가져다 드릴까요?”


주베르는 잠시 고민하는 듯 하다 말했다.


“아니다. 좋은 것일수록 아껴먹어야지. 내가 말할 때에만 가져오도록.”


“알겠습니다.”


프리시스는 허리를 굽히며 명령을 접수했다.

방을 나서려는 프리시스에게 주베르가 말했다.


“아!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군. 나를 찾아오라고 했던 것. 이제부터 라올렛이 농장을 관리하고 책임진다. 그녀에게 인수인계 확실히 해 두거라.”


프리시스는 순간 얼어붙었다.


“예? 저, 정말 그게 사실입니까? 그러면 저는......”


“너? 너는 지금까지 하던 대로 영지의 전반적인 관리와 내 보좌를 하면 되는데. 왜? 문제 있나?”


프리시스는 자신에게 맡겨졌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넘겨야 한다는 사실에 분노가 치밀었다.

하지만 당장 주베르 앞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허리를 숙이며 다시금 명령을 접수했다.


“영주님의 명대로 하겠습니다. 인수인계는 오늘 중으로 끝내겠습니다. 그럼.”


프리시스는 방을 나서며 라올렛을 찾았다.

라올렛은 멀지 않은 곳에서 프리시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머. 프리시스님. 표정이 별로 안 좋아 보이네요?”


프리시스는 인상을 잔뜩 구겼지만, 라올렛에게 대들 수는 없었다.

그녀의 무력과 더불어 그녀를 화내게 했을 때 사라져갔던 무수한 마족들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닙니다. 영주님께서 농장의 경영을 라올렛님께 맡기신다고 하셨습니다. 인수인계를 해야 하는데, 시간 괜찮으신지요.”


“호호. 저는 언제나 괜찮답니다. 지금이라도 바로 할까요?”


“그럼 제 방으로 가시지요. 거기에 중요 서류들도 함께 있으니.”


“저를 방으로 데려가서, 혹시, 엉큼한 생각 하시는 건 아니겠죠? 호호.”


프리시스는 욕지거리가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삼킬 수밖에 없었다.


“제가 어찌 감히 라올렛님께 그런 불경한 생각을 품을 수 있겠습니까. 그저 영주님의 명을 이행할 뿐입니다.”


“칫. 재미없긴. 그래요. 어서 가요.”


*


현수의 앞에 100여명의 용병들이 도열해있었다.

데커의 뒤로는 필크레 용병단, 발라니의 뒤로는 수도 용병단이 있었고, 현수의 옆으로 필크레의 도둑고양이 타이렐이 함께 했다.

현수는 그들을 향해 비장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모두 출정 준비를 잘 했으리라 생각됩니다. 대륙의 모든 인간농장을 한방에 끝낼 수 있는 성녀님이 오늘 새벽 마족에게 납치당했다는 건 모두 들어서 알고 있을 겁니다. 우리는 지금 성녀님을 되찾음과 동시에, 이곳. 브란딜라 영지를 마족이 아닌 인간들의 품으로 되돌려 놓기 위한 거사를 치룰 겁니다.”


현수의 말을 듣는 용병들의 표정에서 심각함이 묻어나온다.

대부분 마족에게 동료, 또는 가족을 잃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현수는 잠시 용병들과 눈을 한 번씩 마주친 후 말을 이었다.


“단, 오늘 여기에 있는 동료들은 모두 살아서 와야 합니다. 단 한명의 낙오자나 희생자가 생기지 않도록. 저는 최선을 다할 겁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자신의 목숨을 가장 소중히 여기고 싸움에 임해주시기 바랍니다.”


현수의 이런 말에 대해 처음에는 많은 용병들이 반감을 드러냈다.

전투에 있어서 목숨을 지키려다 보면 소극적으로 변하게 되고, 결국 목적달성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현수와 함께 싸웠던 용병들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안다.


언제나 현수가 가장 앞장서서 모든 공격의 목표가 됨과 동시에, 가장 많은 전과를 올리기도 했기 때문이다.

용병들은 그런 모습에서 현수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형제와도 같은 동료를 잃을 수 없다는 마음을.


“그럼 이제 출발합니다.”


현수가 발걸음을 내딛자 모두 조용히 그의 뒤를 따랐다.

비록 100여명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그들이 내뿜는 기세는 드래곤이라도 잡을 정도로 느껴졌다.


잠시 후 현수는 주베르가 있는 영주성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는 동안 잠시 마족들의 따가운 시선이 있었지만, 그저 용병들이 단체로 사냥을 가겠거니 생각할 뿐.

아무도 현수의 무리를 제지하지는 않았기에 빨리 도착할 수 있었다.


영주성 앞에 선 현수에게 병사 하나가 다가왔다.


“이봐! 너희들 단체로 뭐하는 짓이야? 영주님이 계시는 곳 앞에서.”


어차피 모두 없애야 할 무리들.

현수는 웃으며 검을 가볍게 한번 들었다.

그러자 병사의 머리가 땅에 떨어졌다.


이를 지켜보던 뒤에 있던 또 다른 병사가 소리쳤다.


“뭐! 뭐야! 반란이냐?”


병사 하나가 소리치자, 여기저기 마족 병사들이 일제히 소리치며 상황을 전하기 시작했다.


“인간들이 쳐들어왔다! 반란이다!”


종소리가 요란하게 울리자, 현수는 몸을 앞으로 쏘아 보내며 마족 병사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현수는 앞을 가로막는 마족 병사들을 베어버리며 재빨리 영주성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용병들은 그를 뒤따라 뒤에 살아남은 마족들에 달라붙어 싸움을 시작했다.


현수에 의해 상처 입은 마족 병사일지라도 용병들은 그들을 상대하기 벅찼다.

용병은 평범한 인간이기에, 마족 병사 하나당 적게는 세 명에서 많게는 일곱까지 달라붙어 창과 도끼를 휘둘러야 겨우 상대할 수 있었다.


그나마 단장출신인 데커와 발라니, 그리고 필크레의 도둑고양이로 불렸던 타이렐 정도가 마족 병사와 일대일로 겨룰 수 있을 뿐이다.


“쳇! 대장은 또 혼자 쳐들어 간거야?”


타이렐은 마족 병사의 가슴에서 단검을 뽑아내며 불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데커는 방패로 마족병사의 창을 막아내며 말했다.


“뭐. 대장이야 언제나 그랬지. 얼른 여기를 정리해야 우리도 들어갈 수 있으니 조금만 더 힘내자고!”


여기저기 피흘리며 상처 입은 마족들을 상대로 용병들이 분전하고 있는 사이, 현수는 어느새 성의 깊숙한 곳까지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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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검은 그림자들 23.12.30 7 0 12쪽
46 칼레스 제국 23.12.29 8 0 11쪽
45 소식을 듣다 23.12.28 7 0 12쪽
44 마법의 배낭 23.12.28 7 0 11쪽
43 새로운 목표 23.12.27 5 0 11쪽
42 반복된 상실 23.12.27 7 1 11쪽
41 주베르의 권능 23.12.26 6 1 11쪽
40 기사단장 일리예프 23.12.26 7 1 11쪽
39 정예기사 슈르딘 23.12.25 8 1 11쪽
» 출정 23.12.25 8 1 11쪽
37 라올렛 23.12.23 9 1 11쪽
36 수확 23.12.22 10 1 12쪽
35 수련 23.12.22 11 1 11쪽
34 니가 왜 거기서 또 나와? 23.12.21 10 1 12쪽
33 불덩이들 23.12.20 9 1 12쪽
32 재회 23.12.20 10 1 11쪽
31 내 촉은 정확하단 말이야! 23.12.19 14 1 12쪽
30 황금빛 승리 23.12.19 11 1 11쪽
29 괜찮은건가? 23.12.18 12 1 11쪽
28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강하게 할 뿐! 23.12.18 11 1 11쪽
27 지옥의 사냥개 23.12.16 11 1 11쪽
26 가긴 어딜가려고! 23.12.16 11 1 11쪽
25 거기 누구 있어요? 23.12.16 9 1 11쪽
24 그놈들 때문이었네 23.12.16 9 1 11쪽
23 가늘고 길게 먹기 23.12.15 16 1 11쪽
22 천지개벽 23.12.14 15 1 11쪽
21 사술 23.12.14 17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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