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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긴 토끼님의 서재입니다.

잊혀진 파편, 외로운 용사의 송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귀가긴토끼
작품등록일 :
2023.11.21 17:15
최근연재일 :
2024.01.01 17:24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1,119
추천수 :
43
글자수 :
257,831

작성
23.12.2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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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불덩이들

DUMMY

에멀린은 현수의 긴장한 표정을 보며 말했다.


“파이어 마법입니다. 그는 불덩이를 날리는데, 파이어볼과 파이어애로우라고 요정님이 알려주셨어요. 그렇죠? 요정님?”


요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오크 촌장의 파이어 마법은 강력했습니다. 하지만 마나의 제한이 걸려있는 듯, 연속하여 계속 시전하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 이를 이용하면 충분히 공략할 수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현수를 향해 요정은 내심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그런데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현수는 자신감에 찬 얼굴로 답했다.


“파이어 마법이라. 그런 거라면 괜찮습니다. 아직 직접 본적은 없지만. 대충 어떻게 해야 할지 알 것 같거든요. 감사합니다. 그러면 지금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성녀님은 이 마을에 잠깐 계세요. 저 혼다 다녀올게요. 위험할지도 모르니.”


“혼자서요? 힘드실 텐데. 제가 옆에서 치료라도, 축복이라도 걸어드린다면......”


“오크들은 마족이 아니니 아마 축복으로 인한 피해가 크지는 않을 겁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눈먼 화살에 아이오네님이 다칠까 걱정되거든요. 그러니 잠시만 계시면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현수는 아이오네를 두고, 물과 식량을 챙긴 후 오크사냥을 떠났다.


현수의 오크 탐색은 지지부진했다.

탐색의 기초도 몰랐거니와, 아무런 계획도 없이 그저 돌아다니다 보면 오크를 만날 수 있을거라는 막연한 기대만으로 출발했기 때문이다.


숲을 한참동안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지친 현수가 물었다.


‘이봐. 벨페고르.’


<왜 그러나?>


‘혹시 오크들을 찾을 수 있는 방법 같은 거 없냐?’


<추적의 권능을 말하는 모양이군. 아직 네겐 무리다. 추적의 권능을 가진 녀석을 죽이고, 그 권능을 흡수한다면 모르겠지만.>


‘애휴. 말을 말자. 그러면 이제부터 어쩌지? 타이렐이라도 같이 올걸 그랬나?’


현수는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산맥을 하나하나 뒤져갔다.

그렇게 홀로 숲속을 이리저리 다니기를 일주일째.

현수의 발걸음은 점점 느려졌다.


‘하. 지친다. 지쳐. 이놈의 오크들. 코빼기도 안보이네. 혹시 이 산맥을 떠난거 아니야?’


그렇게 생각할 때쯤, 동물들의 사체와 뼈 무더기를 발견할 수 있었다.

역겨워 보이는 동물 사체더미를 향해 현수는 기쁨의 웃음을 지으며 달려갔다.


‘피는 식었지만, 아직 흐르고 있어. 가까이에 있다. 대체 어디냐.’


발자국과 나뭇가지 부러진 자국들을 유심히 살폈다.


‘이쪽이다!’


뭔가 스스로 추적을 해냈다는 성취감에 현수는 뿌듯해하며 오크들의 흔적을 따라 달렸다.

하지만 가까이에 있을 줄 알았던 오크들을 쉽사리 찾을 수는 없었다.


‘어렵다. 어려워. 뭐 하나 쉬운 게 없네. 소설속에서는 그냥 찾았다! 하면 끝나는 일도. 혼자 직접 하려니 이 모양이야.’


이상과 현실의 차이에 대해 고민하며 달리던 현수는 저 멀리 풀숲이 움직이는 것을 발견했다.


‘드디어 찾았다!’


현수는 몸을 낮추고 은밀히 접근했다.


‘굳이 이럴 필요는 없으려나?’


문득 오크들이 인간 하나를 두고 도망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현수는 이내 자세를 편히 하고 느긋하게 걸었다.


취익?


깊은 산맥에서 홀로 돌아다니는 인간.

수십의 오크들로서 겁낼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너무나도 당당한 모습으로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모습에 오크들은 살짝 당황하며 먼저 공격하지 않았다.


“안녕? 나는 인간이야. 오크들은 너희들이 전부냐?”


취익?


“하긴. 내가 너네랑 무슨 말을 하겠다고. 몸으로 대화해야지.”


현수는 검을 빼어들었다.

그 모습에 오크들이 일제히 웃기 시작했다.


취익. 쿡쿡쿡쿡.


그리고 거대한 도끼를 빙글빙글 돌리며 거대한 오크 하나가 앞으로 나왔다.


“뭐냐? 대결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너네 그러다 피똥 싼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현수는 오크를 향해 몸을 날렸다.

갑자기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현수를 향해 오크는 여유롭게 도끼를 들어 횡으로 휘둘렀다.


휭!


하지만 동체시력이 활성화된 현수에게 오크의 도끼 공격은 전혀 위협이 될 수 없었다.

현수는 즉시 몸을 낮추어 슬라이딩을 하며 도끼날을 피한다음, 검을 위로 베어 올렸다.


꽥!!!! 쿵!


가슴부터 머리까지 갈라져버린 오크가 그대로 쓰러지자, 오크들이 상황판단을 위해 서로를 쳐다보며 갸우뚱했다.


취익! 쿠아아아악!


한 오크가 포효하자 나머지 오크들이 일제히 도끼를 들고 현수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이정도 쯤이야. 난 마족들과도 겨루어서 이겼단 말이지.’


현수는 도끼 수십여 개를 여유롭게 피하며 오크 하나하나 마다 검을 깊숙이 찔러주었다.


취익! 취이이익!


공격하던 오크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자 뒤에 있던 큰 덩치의 오크가 소리쳤다.

그러자 오크들은 공격을 멈추고 뒤로 물러섰다.


“뭐야? 이제 포기하는 거야?”


큰 덩치의 오크가 지팡이를 들고 앞으로 나섰다.


“취익! 인간. 그대는 왜 우리를 공격하는가?”


“뭐, 뭐야? 말을 할 줄 알아?”


“수백 년을 살아온 나, 오크로드에게 인간의 언어 따위는 문제가 아니다.”


“그나저나, 너희는 예전 미궁에서 마왕과 기사들에게 모두 죽었던게 아니었나?”


“취익! 그때 미궁으로 들어갔던 형제들이 우리 부족의 전부는 아니었다. 취익. 대답하라. 그대는 왜 우리를 공격하는 건가?”


“왜 공격 하느냐고? 너희가 인간들을 공격했잖아? 그래서 의뢰를 받았어. 너희들을 모두 없애주기로 말이야.”


“취익! 어떤 인간들인가?”


“저기 큰 산 중턱에 있는 마을. 그곳에 있는 인간들을 가끔 공격한다며?”


“취익! 그곳은 원래 우리의 보금자리! 취익! 그런데 인간들이 그곳을 빼앗고, 우리를 내쫒은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집을 찾고 싶었을 뿐이다!”


현수는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오크들의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나라도 누군가 집을 빼앗으면 공격할거니까 말이야.’


하지만 현수는 오크에 말려들지 않고자 고개를 저었다.


“그래. 네가 억울한 게 있는 건 알아. 하지만 말이야. 그 마을 지하 감옥에 있던 사람들. 너희는 원래 인간들을 사로잡아 괴롭히고, 잡아먹는 놈들이란 말이지. 내가 공격할 명분이 아직 부족한가?”


취익!


더 이상 현수와의 대화가 통하지 않겠다고 생각한 오크는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다시 도끼를 든 오크들이 앞으로 나서며 큰 덩치의 오크를 막아섰다.


“취익! 네놈. 어디 이것도 막을 수 있을지 보자.”


오크들이 다시 공격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전처럼 적극적으로 현수에게 달려들지는 않았다.

그저 둥글게 포위진을 형성하며 현수를 에워쌀 뿐이었다.


화르륵!


그때 저편에서 불덩이 하나가 날아왔다.


취익!


오크 하나가 외치자 모든 오크들이 사방으로 퍼졌다.


“어허! 이럴려고 그런건가?”


나름 머리를 쓴 오크들의 공격방식에 현수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뭐, 그렇다고 가만히 맞아주지는 않을 거지만 말이야.”


현수는 가볍게 날아오던 불덩이를 피했다.

그런데 그때 오크 하나가 현수가 피하려는 방향으로 도끼를 들고 달려들었다.


“뭐, 뭐야! 저리 비켜!”


쾅!


불덩이가 땅에 떨어지며 굉음이 울렸다.


꽤애애애액!


오크 하나가 불에 붙어 괴로워하며 뒹굴 거린다.


“이놈들. 자폭인거냐?”


오크 족장의 파이어 공격을 피할 때 오크는 자신의 몸을 던져 현수와 함께 불덩이를 맞을 생각이었던 것이다.

끔찍하고 무식한 오크들의 공격 방식에 현수는 치가 떨렸다.

하지만 이내 오크들은 다시 현수를 다음 타깃으로 삼고자 주위를 에워싸고 연신 도끼를 휘둘렀다.


“이런 작전이 또 먹히네. 헐.”


현수는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

도끼들을 피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공격을 피하는 것.

오크들의 포위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딘가를 뚫어야 했다.

그런데 현수가 공격하면 오크들은 재빠르게 거리를 벌렸기에 포위가 계속 유지될 수밖에 없었다.


취이익! 화르르!


또 다시 불덩이가 날아오면서 오크들이 포위를 넓혔다.

현수는 불덩이가 날아오는 방향을 보며 몸을 피하려 했지만, 이번에는 오크 세 마리가 현수를 향해 달려왔다.


“아악! 이놈들! 저리 비켜!”


오크들은 현수를 껴안고 함께 불덩이를 향해 뛰어들려 했다.

그 팔을 요리조리 피하는 동안 현수는 욕지거리가 절로 튀어나왔다.


“젠장. 논개가 따로 없구만!”


꽤애애액!


현수가 간신히 불덩이를 피한 사이, 오크 셋이 불타며 땅바닥을 뒹굴었다.


‘이렇게 한 놈씩 불덩이로 처치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아직도 오크들은 여러 겹의 포위망을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방법이 안보이네. 다가가면 도망가고, 가만히 있으면 불덩이 공격. 언제까지 이럴거냐?’


<오늘은 도움 요청 안하냐? 크크크.>


‘그러게. 왜 조용하나 했다. 어떻게 해야 해?’


<오랜 시간 전술을 연습한 흔적이 보인다. 똑똑한 놈이야. 그래도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


‘야. 뜸들이지 말고 빨리 알려줘!’


그 사이 공중에서 불덩이가 또 하나 날아왔다.

그리고 이번에는 오크 다섯이 현수를 껴안기 위해 럭비선수가 태클을 하는 자세로 달려들었다.


‘헉! 빈틈이......’


오크를 베어버리고 지나가기에는 불덩이 공격을 피할 시간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오크들을 피하기에는 손이 너무 많다.

당황하는 현수에게 벨페고르가 조언했다.


<지난번 암펠리우스의 힘을 흡수한 걸 떠올려봐라. 네 근력은 이전보다 더 강해졌다. 전장을 평면이 아닌 입체로 생각해!>


현수는 두 다리의 근육에 힘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공중으로 솟구쳤다.


콰앙! 꽤애애애액!


순식간에 불붙은 오크 다섯은 고통스러운 듯 소리 지르며 뒹굴었다.

땅으로 내려온 현수는 이번에는 오크 족장의 반대방향을 향해 몸을 날렸다.

이전까지 현수는 포위를 벗어나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어 봤지만 속도 측면에서 한없이 부족함을 느꼈다.

그러나 점프하듯 몸을 전방으로 날리니 엄청난 속도로 몸이 쏘아진 것이다.


서걱! 서걱!


현수는 자신의 몸이 그렇게 빨리 이동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면서도 쉴 새 없이 검을 휘둘러 오크들을 베기 시작했다.


꽤애애액!


포위망은 삽시간에 무너졌다.

오크들을 베고 또 베었지만, 끝이 보이지 않자 현수는 목표를 바꿨다.


‘오크를 전멸시키는 것은 힘들 수 있다. 하지만, 족장이라도 없앤다면 마을을 지키는데 요정이 필요 없을지도 몰라.’


현수는 포위망을 이루었던 오크들을 연신 베어버리며 족장을 향해 몸을 쏘았다.


화르륵!


현수를 향해 또다시 불덩어리가 날아든다.

그런데 이번에는 화살의 형태로 더 빠른 속도였다.


“흥! 이번엔 조금 빨라졌지만, 아직도 느리다!”


여유롭게 파이어 애로우를 피한 현수는 어느새 족장의 앞에 다가섰다.

족장은 지팡이를 들고 땀을 뻘뻘 흘리며 이전보다 더 긴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화르륵! 화르륵! 화르륵!


“어! 뭐, 뭐야!”


이전까지 족장의 불 공격은 하나씩만 날아왔기 때문에 피하기 쉬웠다.

그런데 갑자기 바로 앞에서 동시에 불덩이 세 개가 만들어진 것이다.


취이익!


그때 주위에 있던 오크 다섯이 다시 현수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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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반복된 상실 23.12.27 7 1 11쪽
41 주베르의 권능 23.12.26 6 1 11쪽
40 기사단장 일리예프 23.12.26 7 1 11쪽
39 정예기사 슈르딘 23.12.25 8 1 11쪽
38 출정 23.12.25 8 1 11쪽
37 라올렛 23.12.23 10 1 11쪽
36 수확 23.12.22 10 1 12쪽
35 수련 23.12.22 11 1 11쪽
34 니가 왜 거기서 또 나와? 23.12.21 10 1 12쪽
» 불덩이들 23.12.20 10 1 12쪽
32 재회 23.12.20 10 1 11쪽
31 내 촉은 정확하단 말이야! 23.12.19 14 1 12쪽
30 황금빛 승리 23.12.19 11 1 11쪽
29 괜찮은건가? 23.12.18 12 1 11쪽
28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강하게 할 뿐! 23.12.18 11 1 11쪽
27 지옥의 사냥개 23.12.16 12 1 11쪽
26 가긴 어딜가려고! 23.12.16 11 1 11쪽
25 거기 누구 있어요? 23.12.16 9 1 11쪽
24 그놈들 때문이었네 23.12.16 9 1 11쪽
23 가늘고 길게 먹기 23.12.15 16 1 11쪽
22 천지개벽 23.12.14 15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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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모두 모였다! 23.12.14 17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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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미궁 23.12.12 1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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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용사! 광대 등극! 23.12.07 27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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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록 특전은 없지만, 나쁘지 않을지도? 23.11.21 207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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