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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긴 토끼님의 서재입니다.

잊혀진 파편, 외로운 용사의 송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귀가긴토끼
작품등록일 :
2023.11.21 17:15
최근연재일 :
2024.01.01 17:24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1,106
추천수 :
43
글자수 :
257,831

작성
23.12.12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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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미궁

DUMMY

사내는 울상이 되어 주린 배를 부여잡고 있었다.


“지금 꺼내주시기 힘드시면, 먹을 것 좀 부탁드립니다. 오크놈들이 떠나면서 아무것도 주지 않아서....... 물은 다행히 비가 와서 조금 해결했는데, 음식을 못 먹은지가 너무 오래되었습니다.”


현수는 감옥에 갇힌 사람들에게 물과 식량을 나누어주었다.


“해드릴 수 있는게 이것밖에 없어서 죄송합니다. 혹시 모르니 여기 식량과 도끼를 함께 두고 갈께요.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을 데려와 꼭 구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제발 빨리 좀 부탁드립니다. 여기 열 명이 넘게 잡혀왔었는데, 그놈들이 한명씩 잡아먹더니, 이제 겨우 다섯 명이 남았어요. 제발 부탁드립니다.”


현수와 올리비아는 식량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뒤로한 채 미궁을 향했다.


“올리비아. 그 사람들 그대로 둬도 될까? 혹시라도 오크들이 다시 찾아온다면?”


“일단 빨리 미궁 탐사를 마치고 가야해요.”


“예? 가야 한다니요. 사람들을 데리고 다시 와야 하는거 아니예요?”


“여기는 사피아 산맥이라구요. 아무리 많은 돈을 준다고 해도, 이 산맥에 발을 들이려는 사람들은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들어왔잖아요!”


현수는 남겨진 사람들이 식량으로 잡아먹히는 것이 상상되자 소리쳤다.

하지만 올리비아는 고개만 가로지를 뿐이었다.


“용사님. 아까 오크 다섯 마리 상대하면서 그것들 하나하나에 대한 전투력이 어느정도인지 느끼셨죠?”


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아까 그곳은 오크들의 마을이예요. 집을 정확히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대략 서른채는 넘어보였고요. 최소 오크 서른마리 이상이라는 뜻입니다. 여기에 집 한 채당 둘, 또는 셋 이상의 오크가 함께 산다고 하면? 생각하기도 싫어요.”


“아니! 올리비아! 그래도, 너무 잔인하잖아요. 식량처지에 빠진 사람을 두고 간다는건.”


“어쩔 수 없는 일이죠. 우리 힘으로는 열수도 없고, 사람들을 불러올수도 없는 지역. 어떤 방법도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 만일 용사님이 지금보다 더 강해진다면, 그래서 오크들을 마을단위로 해치울 수 있게 된다면. 그들도 행복해지겠죠. 그러니 지금은 일단 미궁 탐사에 집중해야 해요.”


현수는 뭐라 답할 수가 없었다.

모든 것이 자기가 약해서, 힘이 없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그렇게 며칠을 더 걸었다.

사피아 산맥의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사방은 안개로 둘러싸였다.


“여기 안개가 너무 심한 것 같은데요? 내 발끝도 보이지 않으니.”


“그러니까 앞 잘보고 걸으세요. 제 뒤로 바짝 붙어서 말이예요.”


현수는 올리비아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

자연히 둘의 행군속도는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현수와 올리비아는 꼬박 보름동안 안개 속에서 산을 헤맬 수밖에 없었다.


“올리비아. 그런데 있잖아요. 여기 조금 이상한 것 같아서요.”


“예? 뭐가요?”


휴식을 위해 나무에 기댄 현수가 말을 이었다.


“산에 오르기 전에 밖에서 봤을 때 말이죠. 아무리 산이 크더라도 보름 넘게 헤맬 정도 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래서요?”


“어쩌면 우리 계속 같은 곳에서 맴돌고 있는 건 아닐까요?”


올리비아는 잠시 생각에 빠진 듯 팔짱을 기고 턱을 괴었다.

현수 역시 생각에 잠겼다.


“어쩌면, 이 안개도 마법이 아닐까요? 어떻게 되먹은 안개가 보름이 넘도록 단 한번도 사라지질 않으니. 가져온 식량도 거의 다 떨어져 가고 말이예요.”


올리비아는 고개를 들어 현수에게 물었다.


“그러면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요? 미궁은 이쯤에서 포기할까요?”


“아니, 그런 말이 아니라요. 어쩌면 이 안개가 미궁을 숨기고 있는 마법적인 요소가 아닐까 해서요. 올리비아. 혹시 마법에 대해 알고 있는거 있나요?”


“마법이요? 저는 모르죠. 다만....... 미궁을 도전했다가 복귀했던 사람들의 증언에서는 미궁의 입구조차 찾을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던 것 같아요.”


“역시! 그랬던 거군요. 이건 마법이예요. 그러면 이걸 깨야 미궁 입구를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올리비아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건 별로 중요한 것 같지는 않네요. 애휴. 마법이라는 걸 지금에서야 알았다고 해도, 뭘 어쩌겠어요?”


올리비아의 부정적인 의견에 현수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건 그렇죠. 우리가 지금 당장 마법을 어쩔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예요. 그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던 미궁이라고 하는데, 솔직히 너무 준비가 부실한건 아닌가 하는 걱정도 있었거든요.”


현수가 속마음을 말하자, 올리비아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였다.


“어라? 용사님. 어깨에 그거 뭐예요?”


현수의 어깨에 빛나는 작은 물체.

올리비아가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작은 빛은 공중으로 떠올라 현수의 머리 위를 맴돌기 시작했다.


현수는 이리저리 손을 휘저어 그 빛을 잡아보려 했다.

그러나 빛은 현수를 놀리기라도 하듯 이리저리 빠져나갔다.

그렇게 잠시 현수와 놀 듯 날아다니던 빛은 저만치 날아가 기다렸다.

마치 따라오라는 듯이.

현수와 올리비아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고, 눈빛이 마주치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따라가보죠.”


현수와 올리비아는 재빨리 빛이 날아간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일행의 달리가가 빨라질수록, 빛의 비행 역시 속도를 내었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던 현수는 안개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올, 올리비아. 여기는 안개가 없어요!”


“저도 알고 있어요. 그리고 저기 앞에. 드디어 찾은 듯싶네요.”


올리비아가 가리킨 곳으로 거대한 탑이 보였다.


“얼른 가보죠.”


현수는 한껏 웃으며 탑을 향해 달렸다.

탑 아래에 서자 고개를 들어 탑을 올려다봤다.

끝이 보이지 않을 듯 거대한 모습.

현수는 소환 이전 한국에서 봤던 그 어떤 빌딩보다도 큰 탑의 모습에 입을 쩍 벌릴 수 밖에 없었다.


“어째서 이렇게 거대한 탑이 산 아래에서는 보이지 않았을까요?”


올리비아 역시 입을 다물지 못하며 대답했다.


“아까 한참 이야기했잖아요. 이게 다 마법이라고. 마법적인 힘으로 탑의 위치도 숨겨 왔던 거겠죠.”


그렇게 거대한 탑을 둘러보던 현수와 올리비아.

한참을 둘러봤으니 입구를 찾을 수가 없었다.


“허. 탑은 찾았는데, 도대체 들어갈 구멍이 없네요. 그냥 돌탑 같은 조형인건가?”


그때였다.


취익!


익숙한 소리.

오크였다.


현수와 올리비아는 동시에 검을 뽑아들어 오크를 향했다.

그러자 탑의 모퉁이에서 오크들이 하나 둘 점점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어느새 마흔이 넘는 숫자가 된 오크들은 저마다 도끼를 흔들거리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뭔가 잘못되었음을 느낀 현수.

올리비아의 손을 잡아끌었다.


“올리비아. 마을에 있던 오크들이 다 여기 있는 것 같은데요? 이건 싸울 수 없을 것 같아요. 제가 막아 볼테니 먼저 도망가세요.”


하지만 올리비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용사님. 아무리 그래도....... 용사님은 꼭 살아남으셔야 해요. 제국과 대륙의 생존을 위해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올리비아의 미안한 듯 웃는 표정.

그러면서 올리비아는 손을 뿌리치며 앞으로 나섰다.

그때 문득 방금전까지 그들을 이끌었던 작은 빛 하나가 나타났다.

그리고는 탑의 옆에 있는 작은 구멍으로 쏙 하고 들어갔다.


“혹시, 저기?”


현수는 곧장 손을 뻗어 빛이 들어갔던 구멍에 손을 넣었다.


쿠르르르르!


갑자기 땅이 진동했다.

그리고 흙속에 박혀 있던 탑의 아랫부분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모습을 드러낸 수십개의 문들.

탑으로 들어가는 문은 땅 속에 숨어있던 것이었다.


취익?


벼 목걸이로 잔뜩 치장을 하고 있는 가장 뒤에 있던 오크 한 마리가 가만히 손을 들었다.

그러자 올리비아를 공격하기 위해 접근하던 오크들은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드러난 탑의 문을 하나 열어서 모두 그곳을 향해 걸어들어갔다.


마지막 남은 오크마저 탑으로 들어가버리자, 현수는 긴장을 풀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악. 정말. 어떻게 되는 줄 알았어요. 오크 40마리라니!”


올리비아 역시 풀려버린 긴장탓에 그 자리에 주저앉으며 말했다.


“그러게 말이예요. 그나저나, 우리도 탑에 들어가서 숨겨진 보구를 찾아야 하는데 큰일이네요. 오크들이 저리 우르르 들어가 버렸으니.”


올리비아의 걱정에 현수는 근처에 있던 문을 가만히 열었다.


“응? 혹시? 올리비아. 거기 옆에 문 한번 열어봐요.”


현수의 말에 올리비아도 근처에 있는 문을 열었다.


“안에 고개를 넣어서 봐요. 저 보여요?”


현수는 문 안으로 고개를 넣어서 올리비아가 있는 쪽을 바라봤다.

하지만 올리비아 역시 문 안으로 고개를 넣은 현수를 볼수는 없었다.


“이 탑은 대체. 모든게 다 마법일까요? 문이 이렇게나 많은데, 바로 옆에 있는 문으로 들어가도 전혀 다른 공간으로 가게 되나봐요.”


“그러면 어디로 가야 할까요? 오크를 피하면서 보구를 찾을 수 있는곳.”


“그야....... 저도 잘 모르죠. 그래도 일단 미궁을 여기까지 찾은것만 해도 우리가 최초가 아닐까요? 크크. 일단 아무데로나 들어가보죠.”


올리비아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대체, 용사님. 목숨이 여러 개라도 되는 듯 행동하시는 것 같아요. 애휴. 뭐, 어쩔 수 없죠. 아무데로나 들어가봐요.”


그렇게 현수는 올리비아와 함께 문으로 들어섰다.


끼이익! 쾅!


잠시후 문이 닫히자 사방은 어둠에 휩싸였다.


“올리비아. 등불 있어요?”


현수의 말에 올리비아는 가방에서 작은 등불을 하나 꺼냈다.


“길이 이리로 나 있어요.”


등불을 든 올리비아가 앞장섰다.


저벅. 저벅.


작은 등불 하나에 의지하여 두 사람은 고요한 복도를 걸었다.


“저, 저기. 올리비아?”


“왜요?”


“여기에 성기사가 들어와 보구와 보물을 봉인했다고 했었잖아요?”


“그렇죠.”


“그러면 이 탑에 있는 존재는 우선 성기사. 그리고 그가 남긴 것들일텐데. 신의 성기사이니 아무래도 사악한건 없다고 봐도 되겠죠? 예를들면.”


“예를들면, 요?”


“저....... 런 귀신 같은거요?”


끼애액~!


현수가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하얗고 투명한 물체들이 이리저리 날며 날아오기 시작했다.


“으악! 뭐, 뭐야! 유령?”


현수는 검을 들어 허공에 이리저리 휘둘러보지만, 유령들은 손가락 사이에 있는 물처럼 스르륵 빠져나갈 뿐이었다.


“너무 긴장하지 말아봐요.”


올리비아는 침착하게 걸음을 계속 옮기며 말을 이었다.


“일단, 이것들 우리에게 아직 뭔가 해가 가는건 하지 않는 것 같은데요?”


그러자 현수도 고개를 들어 올리비아를 따라가며 주변을 살폈다.


“그, 그렇죠? 그래도, 이렇게 유령같은 놈들이 날아다니다니.”


찜찜한 표정은 지울 수 없었다.

그래도 어떠한 공격도 먹히지 않는 유령들을 향해 공격도 할 수 없으니, 현수는 일단 이곳을 빨리 빠져나가기 위해 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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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출정 23.12.25 7 1 11쪽
37 라올렛 23.12.23 9 1 11쪽
36 수확 23.12.22 10 1 12쪽
35 수련 23.12.22 1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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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내 촉은 정확하단 말이야! 23.12.19 14 1 12쪽
30 황금빛 승리 23.12.19 11 1 11쪽
29 괜찮은건가? 23.12.18 12 1 11쪽
28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강하게 할 뿐! 23.12.18 11 1 11쪽
27 지옥의 사냥개 23.12.16 11 1 11쪽
26 가긴 어딜가려고! 23.12.16 11 1 11쪽
25 거기 누구 있어요? 23.12.16 9 1 11쪽
24 그놈들 때문이었네 23.12.16 9 1 11쪽
23 가늘고 길게 먹기 23.12.15 16 1 11쪽
22 천지개벽 23.12.14 15 1 11쪽
21 사술 23.12.14 17 1 11쪽
20 모두 모였다! 23.12.14 17 1 11쪽
19 의문의 기사들 23.12.13 18 1 11쪽
» 미궁 23.12.12 19 1 11쪽
17 보물찾기. 아닌가? 23.12.11 18 1 12쪽
16 올리비아. 고멘네(ごめんね) 23.12.09 20 1 12쪽
15 거기가 어디야? 23.12.08 22 1 14쪽
14 천마의 빛나는 눈 23.12.08 24 1 12쪽
13 승천하는 광대 23.12.08 25 1 12쪽
12 뭐, 그래도 나쁘진 않네. 23.12.08 22 0 13쪽
11 용사에게 가장 친절한 존재 23.12.08 25 1 12쪽
10 용사! 광대 등극! 23.12.07 27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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