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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긴 토끼님의 서재입니다.

잊혀진 파편, 외로운 용사의 송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귀가긴토끼
작품등록일 :
2023.11.21 17:15
최근연재일 :
2024.01.01 17:24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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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글자수 :
257,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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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8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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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마법의 배낭

DUMMY

현수는 프리시스의 말에서 호의를 느꼈다.

낯선 세계에서 오래살다 보니 친절과 사기꾼을 어느정도 구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수는 표정을 풀며 말했다.


“이봐! 이름이 프리시스 맞지? 나는 이현수다. 인사가 늦었군.”


프리시스는 중요하지 않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인사치레는 됐다. 그보다 네가 오러검사가 된다면 약속해 줄 것이 있다.”


“뭐지?”


“나의 안전. 그리고 나의 비밀을 지켜줄 것.”


현수는 잠시 생각한 후 말을 이었다.


“너의 안전은 내가 어쩔 수 있는게 아니다. 나와 함께 다니지 않는 이상 말이야. 너에 대한 비밀은 지켜줄 수 있다. 그런데 어떤 비밀을 누구에게 지켜야 한다는 거지?”


“나는 지금부터 인간으로 살아가야 해. 이미 마족들 사이에서 나에 대한 소문이 돌았을테고, 나에 대한 척살령이 떨어졌을 것이기 때문이지. 내가 인간으로 살아가는 동안 너희를 살려줬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줬으면 해.”


“그런 어렵지 않다.”


“그리고 이건 내 도박의 확률을 조금 더 높이는 방법이다. 받아라.”


프리시스는 작은 배낭에서 현수에게 책 한권을 던졌다.

책은 배낭의 크기를 훌쩍 뛰어넘을 만큼 크고 두꺼웠다.

책의 표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고대 성기사의 기록 #3]


“성기사의 기록? 이건 뭐지?”


“네가 오러검사가 되는데 필요한 힌트가 담겨있는 자료다. 성기사에 대한 기록은 마족의 입장에서 작성한 것이 있고, 신전에서 신을 믿는 자들의 입장에서 작성한 것이 있다. 그건 666년전 벨제붑을 물리쳤던 당시 마족의 입장에서 작성된 기록이다.”


“그런 거라면 귀한거 아닌가?”


“귀하지. 666년 전의 자료이니 말이야. 하지만 그리 귀하지 않을 수도 있기도 해. 성기사의 기록은 1권에서 10권까지이고, 각 권당 여러 권의 복사본이 있는데, 이건 고작 3권 복사본이니 말이야. 나머지는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아무튼 그 안에 네가 이루어야 할 오러검사에 대한 힌트가 있으면 좋겠군. 그럼 난 이만 떠나마.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내가 죽기 전에 주베르가 먼저 죽었다는 소식을 기다리마.”


프리시스가 떠나려 하자 현수가 붙잡았다.


“잠깐!”


“뭐지?”


“그 배낭.”


“이게 왜?”


“그거 혹시 마법 배낭 뭐 그런 거 아니냐?”


“호! 이 배낭을 알아보는 인간이 있을 줄이야. 그래. 맞다. 보존마법과 공간마법이 함께 걸려있는 마법의 배낭이다. 그게 궁금했던 건가?”


프리시스는 자랑스러운 듯 말했다.

현수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나도 그 배낭 하나 갖고 싶어서.”


현수의 말에 프리시스는 말을 더듬었다.


“이, 이 배낭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도 모르는 거냐? 내가 이 배낭을 구하기 위해 몇 년 동안 돈을 모았는지 알기는 하고 말하는 것이냐!”


현수는 당황하는 프리시스를 보며 궁금해졌다.


“그래? 얼만데?”


“금화 삼천 개!”


현수는 입이 떡 벌어졌다.


“뭐? 금화 삼천 개?”


“그래. 그리고 중요한 건 금화 삼천 개가 있다고 해도 아무 때나 구할 수 없다는 게 문제지. 요정의 마법으로 만들어진, 아주 구하기 힘든 물건이니. 나는 그럼 이만.”


프리시스는 마법 배낭을 소중히 안아들고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현수는 마법배낭의 존재를 알게 되어 기뻤다.


“그렇단 말이지? 흐흐.”


혼자 실실 웃고 있는 현수에게 타이렐이 말했다.


“대장. 왜 그렇게 혼자 웃고 있는 거야? 아무튼 나는 이제 그만 떠날거야. 신성제국 남부에 있는 파라몬트 제국은 마족이 아닌 인간들에 의해 다스려지고 있다고 하니까 그쪽으로 가보려고. 이봐! 너희는 어떻게 할 거지?”


타이렐은 데커와 발라니를 보며 물었다.

데커가 답했다.


“네가 가면 나도 같이 가지. 발라니도 함께 갈 거야. 그렇지 발라니?”


발라니는 현수를 걱정스러운 듯 바라보았다.


“대장도 함께 갈 건가?”


현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나는 따로 할 일이 있어요. 동료들과 아이오네에 대한 복수를 위해 강해져야 하거든요. 여러분은 타이렐의 말대로 파라몬트 제국으로 가시는 게 안전할 것 같아요. 저도 일이 해결 되는대로 여러분을 찾아가겠습니다.”


결정과 헤어짐은 빠를수록 좋은 것.

현수는 한사람씩 안아주고는 사피아 산맥의 미궁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현수는 사피아 산맥으로 방향을 정했다.

미궁을 통해 시간을 초월하여 강해지고자 했기 때문이다.


사피아 산맥으로 가는 길 내내 현수는 자신의 실책에 괴로워했다.


‘나 때문이야. 나 때문에 올리비아에 이어서 아이오네까지.’


반성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현수의 복수심 또한 커졌다.

죄책감에 따른 복수심의 증폭은 사피아 산맥에 이를 때까지 계속 되었다.

어느덧 사피아 산맥의 오크, 아니 이젠 인간들의 마을이 된 곳까지 도착했다.


마을에 도착하니 에멀린이 반겨주었다.


“안녕하세요. 떠나신지 얼마 안 되신 것 같은데 벌써 오셨네요. 성녀님은 같이 안 오셨어요?”


현수는 아이오네의 사정을 설명했다.


“...... 그렇게 아이오네를 잃었고, 모든 동료들도 잃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미궁에서 다시 수련을 하고자 이 마을을 찾은 겁니다. 기필고 강해져서 마족들을 쓸어버리고 싶어서요.”


에멀린은 숙연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러면 이번에도 지난번처럼 음식을 드리면 될까요?”


“아. 그전에 요정님을 먼저 뵙고 싶어요.”


“리나님은 언제나처럼 집에 계신답니다.”


현수는 요정의 집을 찾았다.


“리나님. 안녕하세요.”


“현수님. 또 오셨네요. 오늘은 무슨 일이신가요?”


현수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마법 배낭이 필요해서요. 혹시 제작이 가능하실까요?”


“마법...... 배낭이요? 그건 왜?”


리나는 당황하면서도 살짝 화가 난 목소리로 물었다.

현수는 자기가 실수라도 한건 아닌가 걱정하며 설명을 시작했다.


마족 영주에게 패배한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아이오네가 죽었다는 소식, 그리고 프리시스가 갖고 있던 마법배낭이 요정의 마법으로 만들어 졌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래서 복수를 위해 다시 미궁으로 들어가려 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식량이더군요. 미궁에서 100년을 보내도, 100년간의 식량이 필요해도 이곳에서는 찰나의 순간이니까요. 그 찰나의 순간동안 100년간의 식량을 공급하려면 에멀린의 힘으로는 불가능할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공간마법과 보존마법이 걸린 배낭이 필요한 것이고요.”


리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군요. 그래서 현수님은 마법의 배낭이 필요한 것이었군요. 하지만......”


“혹시 불가능한가요?”


현수는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리나는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마법의 배낭이란거. 사실 요정의 마법이 아니예요.”


“예? 분명 마법의 배낭을 들고 있는 자는 요정의 마법이라고......”


“단순히 요정의 마법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 배낭을 만들기 위해서는 요정 자체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요, 요정 자체가요? 그게 무슨?”


“말 그대로예요. 가방 하나 만드는데, 요정이 적게는 셋에서 많게는 열 이상이 필요하죠. 요정의 날개와 가죽, 거기에 요정의 마법이 함께 들어가야 마법의 배낭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현수는 뭔지 모를 실수를 한 것 같아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죄, 죄송합니다! 저는 그런 줄도 모르고.”


“아니예요. 마법의 배낭 만드는 비밀을 알고 있는 이들은 얼마 없으니까요.”


사과를 하고 풀이 죽어 나가는 현수에게 리나가 반지를 하나 건넸다.


“대신 이 반지를 가져가세요.”


“매번 반지를 주시네요. 이건 무슨 반지인가요?”


“마법의 배낭을 드릴 수는 없지만, 공간마법이 걸려있는 반지랍니다.”


“예? 고, 공간마법이요? 그러면 마법의 배낭과 같은 거 아닌가요?”


리나가 웃으며 말했다.


“아니요. 더 좋은거죠. 마법 배낭에 사용된 공간마법은 이 반지를 이용해서 만든 거니까요. 그러니 이 반지의 마법과 더불어 요정들을 통해 배낭을 만드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건 공간마법 부여의 반지라고나 할까요? 다만 요정이 없으니 부여는 못하지만, 그래도 자체로의 공간마법은 언제든 가능해요.”


“이렇게 귀한걸......”


“저도 아이오네를 좋아했어요. 그런데 마족들에게 그런 일을 당했다고 하니. 저도 복수하고 싶네요. 그러니 꼭 현수님이 더 강해지셔서 복수를 해주셨으면 해요. 예전 오크들에 대한 복수를 해주셨던 것처럼 말이예요.”


“알겠습니다. 그 마음 꼭 이어서, 복수 성공하겠습니다.”


현수는 공간마법이 서려있는 반지를 손가락에 고이 끼우며 집을 나섰다.

그의 손에는 이제 미궁 1층을 통과할 수 있는 파리의 반지, 상대의 능력을 일정시간 하루 한번 복사가 가능한 거울의 반지, 그리고 공간마법이 걸려있는 공간의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저 요정, 너를 많이 좋아하는군. 크크크.>


‘너도 그렇게 생각해? 내가 좀 매력적이긴 하지.’


<헛소리가 늘었군. 어쨌든 공간의 반지를 갖고 있을 줄이야. 넌 그 반지의 가치가 얼마나 될지 모른다.>


‘마법의 배낭이 금화 삼천 개라 했는데, 이 반지로 그 배낭을 만든다니까 더 비싼거 아니야?’


<단지 돈이 문제가 아니다. 그 반지를 잘만 활용하면 싸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뜻이야.>


‘어떻게? 난 단지 식량을 대량저장하기 위해 필요했던 건데.’


벨페고르는 웃으며 답했다.


<단순히 마법의 배낭이라면 음식이나 물건을 보관하는데 그쳤겠지. 하지만 그 반지는 아공간 자체를 소환하는 신물이다. 그리고 그 아공간은 다른 차원과도 연결되어있고, 보관할 수 있는 것의 종류는 무궁무진하지. 사람도 보관할 수 있고, 심지어는 네 힘도 보관할 수 있다는 거야.>


‘내 힘을?’


<그래. 네가 매일 조금씩 반지에 힘을 보관해둔다면, 지난번 마족 영주와 싸울 때 힘이 부족하지는 않았을 거야. 저축해둔 힘을 꺼내어 쓰면 되니까.>


현수는 공간의 반지가 엄청난 아이템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 미궁에서 10년간 힘을 반지에 농축해둔다면 엄청나게 강해지는거 아니야? 그 힘이라면 마왕과도 싸울 수 있지 않을까?’


벨페고르는 잠시 생각했다.


<그건......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무리 10년의 힘을 농축한다 해도, 네 기본 힘 자체가 약하다면 의미는 없을 테니 말이야. 계란으로 바위를 10년간 내리쳐도 바위는 그대로일거다. 단, 지난번에 이야기했던 것을 달성한다면 가능할지도 모르지.>


‘지난번에 이야기한거?’


<마기를 네 검에 두르고 싸울 수 있는 능력 말이야.>


‘그 힘을 얻기 위해서라도 어쨌거나 미궁은 필요해. 그러면 이제는 식량이 문제다.’


현수는 미궁에서 10년을 보낼 생각이었다.

여기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10년간 먹을 물과 식량.

한참을 고민하던 현수는 타이렐이 향한 파라몬트 제국으로 향했다.


‘거기서 타이렐의 능력이라면 10년치 식량을 어떻게든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필크레의 도둑고양이 타이렐.

그녀가 마음먹으면 훔치지 못할 것이 없었다.

그렇기에 현수는 그녀의 능력에 작은 희망을 걸고 파라몬트 제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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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소식을 듣다 23.12.28 7 0 12쪽
» 마법의 배낭 23.12.28 7 0 11쪽
43 새로운 목표 23.12.27 5 0 11쪽
42 반복된 상실 23.12.27 7 1 11쪽
41 주베르의 권능 23.12.26 6 1 11쪽
40 기사단장 일리예프 23.12.26 7 1 11쪽
39 정예기사 슈르딘 23.12.25 8 1 11쪽
38 출정 23.12.25 7 1 11쪽
37 라올렛 23.12.23 9 1 11쪽
36 수확 23.12.22 10 1 12쪽
35 수련 23.12.22 1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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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불덩이들 23.12.20 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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