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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긴 토끼님의 서재입니다.

잊혀진 파편, 외로운 용사의 송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귀가긴토끼
작품등록일 :
2023.11.21 17:15
최근연재일 :
2024.01.01 17:24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1,105
추천수 :
43
글자수 :
257,831

작성
23.12.16 22:30
조회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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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가긴 어딜가려고!

DUMMY

현수는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힌 후 말했다.


“여기가 지하감옥이군요. 농장에 들어갔다가 촌장에게 제대로 당했네요.”


“예? 농장에서 촌장에게요?”


“그쪽은 언제부터 여기 계신 건데요?”


“저도 얼마 안되었어요. 어제 들어왔거든요. 저도 그쪽과 마찬가지로 촌장에게 속았어요. 영주성에서 조금은 더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을 거라 믿었는데......”


“의미 있는 일이라고요?”


“그냥 그 마을에서 주는 대로 먹고, 자고 하는 건 솔직히 짐승들이 사육 당하는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그런데 마침 영주성에서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사람을 구하고 있다 길래. 믿고 따라왔더니 글쎄!”


어둠속의 여인은 말문이 막힌 듯 말을 멈추었다.

현수는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는 듯 재촉했다.


“믿고 따라왔더니 무슨 일이 있었는데요?”


“영주라는 작자의 밤 시중을 들라지 뭐예요?”


현수는 여인이 불쌍하기도 했지만, 궁금증이 더 컸다.


“그래서요?”


“그래서는 뭐가 그래서예요? 싫다고 했더니 여기 가둬 버린 거죠. 이 피냄새 나는 지하 감옥에 말이예요.”


“그렇군요. 뭐라 드릴말씀이 없네요.”


“그런 그쪽은 촌장에게 당했다고 했는데, 촌장이 뭘 했나요?”


“촌장에게 인간농장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다가 독에 당했습니다.”


“그런건 왜 물어보신 거예요? 촌장이 어떤 사람인지 몰라서 그러신거예요?


“하하. 사실 저는 이곳 사람이 아니거든요.”


“어? 그래요? 어디서 오셨는데요?”


현수는 지구의 대한민국에서 왔다고 이야기하려다 피식 웃으며 말했다.


“뭐. 먼데서 오긴 했죠. 아무튼 자꾸 그쪽이라 부르려니...... 이름이 뭐예요?”


“저는 아이오네입니다. 이래 뵈도 몇 년 전까지 성녀 후보였다고요. 태양신전이 무너지기 전 까지는 말이죠.”


아이오네의 목소리에 은근히 자랑하는 듯 한 당당함이 느껴졌다.

현수는 성녀 후보라는 말에 놀라며 목소리가 커졌다.


“예? 성녀 후보였다고요? 아이오네 같은 성녀 후보들이 혹시 또 있나요?”


“제가 알기로는 없어요. 제가 유일했었죠. 그 당시 천마의 역소환 마법을 준비하면서 성녀 후보 자리를 제안 받았거든요. 저 밖에 할 사람이 없다기에 말이죠. 그쪽은 이름이 뭐예요?”


“저는 이현수라고 합니다.”


현수가 이름을 밝히자 아이오네는 놀란 듯 물었다.


“예? 당신이 그 이현수라고요? 천마보다 먼저 소환되었다던 그 용사요?”


현수는 아이오네가 자신을 알아보자 왠지 모를 자랑스러움이 샘솟았다.


“맞아요. 그 용사. 그런데 어떻게 제 이름을 아세요?”


“성녀 후보가 되면서, 용사와 소환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그렇군요. 그러면 이제 서로 누군지 이름도 알았으니, 이제는 여기를 빠져나갈 방법을 찾아볼까요?”


현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살과 벽을 손으로 더듬으며 말했다.

하지만 아이오네는 힘없는 목소리로 답했다.


“소용없어요. 저도 다 살펴봤는걸요. 주변을 자세히 보세요.”


아이오네가 말하자 밝은 빛이 하나 떠올랐다.

어둠이 물러가자 감옥의 튼튼한 창살과 빈틈없는 돌벽이 보였다.

현수는 놀라며 물었다.


“혹시 마법사세요?”


“성녀 후보라니깐요. 단순 마법사는 아니예요. 이건 태양신님을 믿는 믿음에 따라 발휘할 수 있는 신성마법의 일종이니까요.”


“신성마법? 그거 혹시 마족들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마법 아닌가요?”


“일반적인 신성마법은 그렇죠. 하지만 저는 성녀 후보였다고요. 정식 성녀가 아니라......”


아이오네는 목소리에 자신감이 살짝 사라진 듯 말을 줄였다.

하지만 현수는 처음 보는 성녀의 마법을 보면서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그래도 대단해요. 이렇게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빛을 비추다니 말이예요.”


“호호. 고맙네요. 어쨌거나 어때요? 지하 감옥을 직접 보니 말이죠. 빠져나갈 구멍이 보이나요?”


현수는 머쓱한 웃음을 보이며 답했다.


“빠져나갈 구멍은 없는 듯 하네요. 하지만 구멍은 만들면 된다고요.”


“예? 구멍을 만든다고요?”


현수는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허리춤을 살폈다.

그러다 자신이 빈 칼집만 차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손으로 이마를 짚으로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클클클. 혹시 검을 찾고 있는 건가? 감옥에 가두는 상황에서 모든 무기를 없애는 건 당연하다는거 모르는 거냐?>


벨페고르가 놀리는 듯 말했다.


‘이봐. 놀리지만 말고. 뭔가 방법이 있으면 알려줘 봐.’


<뭐, 방법이 없는 것만은 아니지. 다만 저 여자의 불빛은 조금 거슬리는군. 빌어먹을 신성의 불빛이라니.>


벨페고르는 아이오네의 신성마법이 거슬렸다.

현수는 아이오네를 향해 말했다.


“아이오네. 미안하지만 일단 그 불빛을 꺼둘까요? 감옥 내부도 확인했고, 혹시 불빛이 새어나가 마족들이 찾아오면 힘들어질지도 모르니까요.”


“그래요. 그럼. 일단 그냥 기다려보자고요. 저 마족놈들이 뭘 할지 말이죠.”


아이오네는 신성의 불빛을 껐다.

그러자 벨페고르가 만족하다는 듯 말했다.


<드디어 빌어먹을 불빛이 사라졌구만. 아무튼 여기서 빠져나갈 구멍을 찾고 싶다고 했지?>


‘응. 무슨 방법이 있는 거야?’


<방법이랄게 뭐 있나. 앞을 가로막는게 있으면 다 부숴버리면 되는 것을. 클클>


‘다 부순다고? 장난치지 말고. 제대로 된 방법을 말하란 말이야. 이대로 허접한 마족에게 사도가 죽는 꼴을 보고 싶은게 아니라면 말이야.’


<대체 넌 그 멍청함이 언제쯤 사라지게 될까 궁금하군. 말 그대로다. 앞을 가로막는게 있다면 다 부수라고 말이야. 다만 지금의 네 힘으로 저 창살이나 돌 벽을 부수는건 무리긴 하지만. 크크.>


현수는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치며 말했다.


‘너도 말이야. 언제나 그렇게 뜬구름 잡는 말이나 하고. 조금 더 정확하게 알려줄 수 없겠어?’


<그러면 재미가 없잖아. 뭐. 알았어. 뭐 그래도, 지금은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클클클.>


벨페고르는 한바탕 웃은 후 말을 이었다.


<지금의 네 힘으로는 힘들다고 했지만, 그건 네가 아직도 힘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힘을 응축하고 폭발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봐라.>


‘응축과 폭발? 아직도 이해가 안가.’


<이보다 어떻게 더 쉽게 설명해주랴. 힘을 모았다가 폭발시키라고!>


벨페고르는 답답하다는 듯 목소리가 커졌다.

하지만 현수 역시 답답함은 마찬가지였다.


‘그래. 일단 차근차근 해보자. 먼저 힘을 응축시킨다는 건 어떻게 하는 거지?’


<넌 그동안 동체시력을 따라가기 위해 근육 하나하나를 생각하면서 힘을 불어넣었어.>


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방법은 연속적으로 재빠르게 이어지는 움직임에서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생각보다는 큰 힘을 내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어.>


현수는 벨페고르의 말을 들으며 근육 하나하나에 힘을 불어넣고 재빨리 몸을 움직여봤다.


<그렇지. 하지만 말이야. 일순간에 큰 힘을 내기 위해서는 폭발 이전까지 근육 하나하나에 불어넣는 힘을 응축시켜야 해. 그렇게 근육에 불어넣는 힘을 사용하지 말고 계속 근육에 모으다 보면 더 이상 근육에 힘이 안 들어가는 순간이 올 거야. 그때 일순간에 폭발시켜봐. 그러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힘이 나올 테니까 말이야.>


현수는 뭔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이, 이렇게인가?’


창살 앞에 선 현수는 두 손으로 창살을 잡았다.

그리고 양손에서부터 팔과 어깨, 등근육을 생각하며 차례차례 힘을 불어넣었다.


뿌뜨뜨뜩!


이전과는 다른 힘의 주입에 근육들이 비명을 질렀다.


“흐윽! 조금만 더!”


현수의 근육들이 점차 부풀어갔다.

현수는 땀을 뻘뻘 흘리며 옷이 터질 듯 커진 근육들에 계속 힘을 불어넣었다.

어느 순간 근육들은 이제 더 이상 힘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 더 이상 커지지 않았다.


<지금이야!>


벨페고르가 외치자 현수가 힘을 주어 창살을 양 옆으로 벌리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악!”


끽! 끼기기기긱!


두꺼운 쇠창살이 점차 휘기 시작했다.

현수의 외침에 아이오네가 놀란 듯 물었다.


“현수님? 거기 무슨일이죠? 불을 다시 밝혀드릴까요?”


하지만 현수는 대답할 수 없었다.


“조, 조금만 더!”


뿌드드드득!


아이오네는 내심 걱정이 되어 다시 불빛을 소환했다.


화아악!


“꺅!”


사방이 밝아지자 아이오네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방금전까지만 해도 감옥 저편에 갇혀 있던 현수가 어느새 자신과 창설 하나만을 사이에 두고 서있었기 때문이다.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예요?


현수는 이마에 흐르던 땀을 닦으며 답했다.


“제, 제가 힘이 좀 셉니다. 하하. 아이오네님도 꺼내 드릴께요.”


현수는 다시 한 번 힘을 쏟아내며 아이오네를 꺼낼 수 있었다.

아이오네는 인간의 힘으로 쇠창살을 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눈앞에서 보고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 어떻게! 오! 신이시여. 당신, 진짜 영웅이 맞군요!”


“영웅 맞다니까요.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를 빠져 나가서......”


끼이이이익!


갑자기 지하로 내려오는 문이 열렸다.

1층으로부터 빛이 새어 들어오며 누군가 내려왔다.


“호오! 이게 무슨 일인가? 거기서 어떻게 나온 거지?”


“너! 너는?”


현수는 프리시스를 알아보며 아이오네를 뒤로 숨겼다.


“네놈. 마을에서 볼 때부터 이상하다고 느꼈었는데, 역시 보통 놈은 아니었어. 어떻게 머릿속에 심어둔 마법에서 멀쩡할 수 있었던 거야? 네놈에게 물어볼게 많단다.”


프리시스는 계단 위에서 주문을 읊조렸다.


꺄악! 키키키킥!


어둠속에서 반투명한 물체들이 비명을 지르며 날아왔다.


“이따위! 귀신놈들!”


현수는 무의식적으로 검집에 손이 갔지만 검이 없다는 것을 느끼고는 검집을 통째로 휘둘렀다.


키하하하하! 키이익!


하지만 현수가 휘두른 검집은 반투명한 물체를 그대로 통과해버렸다.

물리공격을 그대로 통과시키는 존재들은 현수의 머리를 쉴 새 없이 관통하며 지나쳤다.


“크흑! 이거 뭐야!”


<그건 고스트다! 머리를 통과하지 않게 피하라고! 한번 통과할 때 마다 네게 정신적 혼란을 중첩하여 부여하니까 말이야.>


벨페고르가 경고했지만, 이미 고스트들은 현수의 머리를 수차례나 이리저리 헤집은 상태였다.


“크아아악. 머, 머리가!”


현수는 머리를 감싸며 고통스런 비명을 질렀다.

그 모습에 아이오네가 현수의 머리에 가만히 손을 올리고 기도를 올렸다.


“모든 부정한 것을 물리치시는 신께 힘을 구합니다!”


빛이 머리를 비추자 현수의 몸부림이 멈췄다.


“크, 크윽! 가, 감사합니다.”


현수는 머리를 세차게 흔들며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프리시스가 웃으며 말했다.


“고작 고스트 하나에 쩔쩔매면서 그렇게 큰소리 쳤던 건가?”


프리시스는 이전보다 더 많은 고스트를 소환했다.

동시에 또 다른 마법 주문을 시전했다.


달그락. 딱딱딱. 달그락, 달그락.


감옥의 딱딱한 돌바닥에 마법진이 그려지더니 해골병사 수십 기가 뼈를 달그락 거리며 땅에서 기어 나왔다.


현수는 당황하며 외쳤다.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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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천지개벽 23.12.14 15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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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용사! 광대 등극! 23.12.07 27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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