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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긴 토끼님의 서재입니다.

잊혀진 파편, 외로운 용사의 송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귀가긴토끼
작품등록일 :
2023.11.21 17:15
최근연재일 :
2024.01.01 17:24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1,073
추천수 :
43
글자수 :
257,831

작성
23.12.18 14:30
조회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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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괜찮은건가?

DUMMY

현수는 셩룡의 움직임을 떠올리며 재빨리 나무위로 올라갔다.

나무 위로 검을 날리던 듀라한을 향해 현수는 나무 기둥을 잡고 빙글 회전하며 검을 날렸다.


퍼석!


현수의 검이 듀라한의 가슴을 관통했다.

그러자 듀라한은 연기가 되어 사라지며, 갑옷만이 뎅그러니 남게 되었다.


<호오! 이게 이렇게 된다고? 제 아무리 성녀 대행이라지만, 축북은 진짜였구만.>


‘그게 무슨 말이야?’


<아까 이야기했잖아. 듀라한은 죽이기 힘들다고. 저 녀석들의 기본은 영체. 웬만한 물리공격에 내성을 갖고 있다. 그런데 방금은 검 한번 맞고 바로 소멸되었지, 인정하긴 싫지만, 아마 성녀의 축북 영향이 힘을 발휘한 것 같다.>


현수는 황금빛이 미약하게 일렁이는 검을 내려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타핫!”


현수는 그대로 발을 박차며 듀라한이 뭉쳐있는 곳으로 몸을 날렸다.


챙! 퍼석!


챙! 푸스스!


현수는 성녀의 축복이 담긴 검을 휘둘러 간신히 모든 듀라한을 소멸시킬 수 있었다.

그러자 마족 기사들은 당황했다.


“뭐, 뭐하는 거냐! 어서 저놈을 공격하지 않고!”


마족기사를 이끄는 녀석 하나가 소리쳤다.

그러나 기사들은 몸만 움질거릴 뿐 누구도 나서지 못했다.

듀라한이야 어차피 죽어있던 존재이지만, 자신들은 살아있는 존재였기에.

답답한 듯 선임기사가 어디론가 달렸다.


“꺄악!”


그리고는 나무 뒤에 숨어서 지켜보던 아이오네를 사로잡아 목에 검을 겨누며 외쳤다.


“크하하하! 이 여자를 살리고 싶으면 검을 버려라!”


<쳇! 뻔한 스토리구만. 넌 어째 이런 상황을 준비하지 않는 거냐?>


‘나도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아까 봤잖아. 겨우 살아남은 거.’


현수는 머리를 연신 쥐어뜯으며 고민했다.

하지만 이내 방법이 없는 듯 검을 버리고 두 손을 들어올렸다.


“이봐! 검을 버렸으니 이제 여자를 놔주지 그래?”


하지만 마족 기사는 웃으며 여자를 더욱 단단히 붙들었다.


“멍청한 놈. 그 멍청함에 여자뿐만 아니라, 너도 곧 죽을 꺼다. 크하하! 하? 윽!”


아이오네를 붙들고 있던 마족기사가 웃음을 멈추더니 이내 앞으로 꼬구라졌다.

현수가 소리쳤다.


“타, 타이렐? 네가 왜 거기서 나와?”


“흥! 멍청한 대장이 또 사고치는 건 아닌가 걱정되어 왔더니. 역시나 제대로 하는게 하나도 없네. 이봐 이봐. 멍청하게 여기저기 피나 뚝뚝 흘리고 있고. 검을 버리란다고 냅다 버려?”


타이렐은 검을 주워 현수에게 건넸다.


“그나저나 이 여자는 누구야?”


“인사해. 성녀님이야!”


“뭐? 성녀?”


“안녕하세요. 정확히는 성녀 후보랍니다. 그보다 저기, 마족들이......”


현수가 인사를 건네는 사이, 마족 기사들은 슬금슬금 현수 일행을 에워쌌다.

그 모습을 보며 현수가 웃으며 말했다.


“야! 나 혼자 있어도 너네 다 죽을 텐데, 우리편이 하나 더 늘었어. 그런데도 싸우겠다고? 너네 그렇게 용감한 녀석들이었냐? 크흐흐.”


현수가 조롱하듯 웃자, 마족 하나가 인상을 쓰며 검을 질러왔다.


“죽어랏!”


챙!


마족 기사의 능력은 인간 기사들보다 우월하지만, 듀라한에 비하면 부족했다.

그런 듀라한을 모조리 물리쳐낸 현수에게 이제 마족기사의 공격은 너무나도 간단히 막을 수 있었다.


현수는 자신을 향해 들어오는 마족의 검을 막고, 배를 걷어찬 후 검을 회전시켰다.


“커헉!”


달려들던 마족기사 하나가 쓰러지자, 나머지 마족들의 눈빛에 당황스러움이 서렸다.

현수는 마족기사들을 비웃으며 말을 이었다.


“느려! 너무 느려. 듀라한이랑 싸우고 나서인지 너희 검은 지렁이 기어가는 것보다 느려서 싸울 맛이 안 난단 말이야.”


현수는 장난스레 검을 빙글빙글 돌리며 마족기사를 향해 다가갔다.

마족기사는 거리를 유지한 채 뒷걸음질을 칠뿐이었다.


“뭐야? 싸우자는 거야? 말자는 거야? 어쩌자고? 싸우기 싫으면 난 간다?”


하지만 그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


“허? 뭐야? 진짜 가? 나 진짜 가도 돼?”


현수는 몸을 돌려 아이오네를 향했다.

순간 뒷모습을 보인 현수를 향해 마족기사 하나가 검을 내질렀다.

그때 타이렐은 입모양을 움직였고, 현수는 이를 알아챘다.


(“뒤에 공격! 조심해!”)


현수는 자세를 낮추며 몸을 돌려 검을 회전시켰다.


“크크. 내가 모를 줄 알았어?”


원심력에 더욱 강해진 현수의 검은 마족기사의 옆구리를 지며 양단해버렸다.


“야! 내가 가긴 어딜 간다고 그래? 그리고, 나 못 잡아가면 너네 어차피 다 죽을꺼 아니야?”


그때 갑자기 허공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연기는 점차 뭉치더니 붉은 피부를 가진 거대한 박쥐같은 형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는 마족기사들에게 손을 뻗으며 말했다.


“그렇지. 죽을 꺼다. 후후훗. 어차피 죽을 것, 의미 있게 죽어라!”


“크아아아악!”


박쥐 형체의 주문이 있자, 마족기사들이 일제히 고통속에 몸부림쳤다.

잠시 후 쓰러진 기사들에게서 솟아난 검은 연기는 박쥐형체에게로 빨려들었다.


“흐읍! 하! 역시 별 볼일 없는 것들은 맛도 별로란 말이지.”


현수는 작은 악마 같은 형상에 놀라며 외쳤다.


“뭐, 뭐야! 넌 누구냐!”


“나? 이 몸의 이름은 암펠리우스. 지옥의 해결사라고나 할까?”


<현수! 조심해라! 저놈을 이런 곳에서 마주치다니!>


‘왜, 왜 그래? 저놈은 또 누군데?’


<마계와 지옥을 넘나들며 더러운 일을 처리하는 용병 같은 녀석이야. 아무튼 저 녀석에게 심상치 않은 에너지가 느껴진다.>


‘어라? 그러면 내가 흡수할 수 있는거 아니야? 네 영혼의 파편처럼?’


<크크크. 기특하구나. 저 녀석을 죽일 수 있다면 가능하지. 하지만 방금도 봤지? 말 한마디로 마족기사들을 일순간에 흡수하는걸 말이야. 저 녀석이 사용하는 마법은 네가 알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것들이다.>


암펠리우스는 현수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이거, 벨페고르님? 아니 그 조각인가? 아무튼 안녕하십니까? 크크크크. 어찌 그 누추한 곳에서 고생하시는 겁니까? 제게로 오셔서 함께 하시는 게 어떠신지요?”


현수는 암펠리우스의 입에서 벨페고르라는 이름이 언급되자 까무러치는 듯 놀라며 소리쳤다.


“뭐! 뭐라는 거냐? 너도 죽고 싶은가 보구나!”


당황한 현수는 암펠리우스의 입에서 또 무슨 소리가 나올까 두려워 높이 뛰어오르며 선공을 택했다.


“타핫!”


하지만 암펠리우스는 여유롭게 날개짓을 하며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이거, 성미가 급한 놈이군? 안 그래도 네놈을 먼저 맛보려고 하니 너무 보채지 말거라. ϡϤϪϟϗ......”


암펠리우스는 공중에서 알 수 없는 주문을 외기 시작했다.


“헉! 뭐! 뭐야! 악!”


현수는 머리를 감싸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타이렐이 재빨리 허리춤에서 단검을 꺼내며 소리쳤다.


“비켜!”


타이렐이 단검을 날리자 암펠리우스의 복부에 적중했다.

그리고 아이오네가 기도하자 사방이 밝아지며, 황금빛 기운이 암펠리우스의 전신을 태우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악!”


암펠리우스는 명성과는 달리 싱겁게 끝나버렸다.

현수는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크으으윽. 이거 대장이 면목이 없구만. 고마워.”


현수는 타이렐이 내민 손을 잡고 일어섰다.


“대장, 그나저나 왜 이렇게 멍청해? 진짜. 으휴. 이런 대장은 필요 없다니깐.”


웃고 있던 타이렐은 갑자기 현수의 목에 단검을 찔러 넣었다.


“쿠르륵. 뭐, 뭐야. 왜? 톼이뢜!”


성대까지 차오른 핏물에 현수는 말을 제대로 이어갈 수 없었다.


“멍청한 대장은 필요 없어. 인류해방전선이고 뭐고 간에. 전리품이 생기면 6대 4로 나누기로 했으면서. 대체 제대로 나눈게 없단 말이지.”


타이렐의 독설에 현수는 목을 부여잡으며 흘러내리는 피를 막고자 안간힘을 썼다.


“용사님. 정말이예요? 돈을 혼자 가로채셨다고요? 실망이네요.”


‘뭐, 뭐야. 아이오네. 너까지?’


현수는 서서히 감기는 눈꺼풀 사이로 두 여자의 독설을 듣고 있어야만 했다.


<....봐! 정신.....봐! 이봐!>


‘음? 벨페고르? 난 이제 죽는건가?’


현수는 흐려져가는 의식 저편에서 벨페고르의 외침을 들었다.


<이제야 정신을 차린건가? 이봐! 현수!>


‘응? 벨페고르? 어떻게 너랑 대화가 가능하지? 나 죽은거 아니었어?’


<이런 멍청한......>


벨페고르는 답답하다는 듯 말을 줄였다.


<잘 들어라. 정신을 집중해서 내면을 들여다봐라. 너의 내면 깊은 곳에서 빛이 보인다면 무조건 그곳으로 뛰어들어라. 그렇지 않으면 영원한 어둠속에서 방황하게 될.......>


벨페고르의 충고가 끊어지면서 현수의 의식 또한 꺼졌다.


*


눈을 뜨니 온 세상이 하얗다.


‘나의 내면이라고? 대체 이건 또 어떻게 하는 거지?’


현수는 이제껏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명상이라는 것을 하기 위해 가부좌를 틀었다.


‘나의 내면. 나의 내면. 내 안에는 뭐가 있을까?’


내면을 생각하자 자신의 예전 모습이 떠올랐다.


가느다란 팔과 다리.

불룩 튀어나와 흘러내리는 뱃살.

절반쯤 진행되어 가는 탈모와 깊어지는 팔자주름.


그리고 세상만사가 귀찮았던 40대 중년의 백수 아저씨.

방구석에 홀로 앉아 연신 PC 모니터만 들여다본다.

온라인 게임과 웹툰, 웹소설을 읽으며 스스로 영웅이 된 것 마냥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그러다 배가 고프면 라면을 끓여먹으며 이렇게 훌륭한 자신을 소외시킨 사회에 인터넷 댓글을 통해 불만을 표출했다.


‘이게 나의 진정한 모습인건가? 아니야. 이제는 달라. 나도 이루고 싶은 꿈이 생겼어!’


고개를 세차게 흔들자 한 여인의 모습이 떠올랐다.


‘올리비아.......’


눈을 감고 가부좌를 틀고 있던 현수의 다리 사이로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졌다.


‘안 돼. 여기서 주저앉을 수 없어. 난 앞으로 나가야 해. 방해하는 것들은 다 죽여 버리겠어!’


다시 고개를 흔들어 생각을 떨쳐낸 현수의 앞에 마왕의 형상이 서있었다.


‘벨...... 페고르?’


마왕은 사람들을 사로잡아서는 마치 과일의 즙을 짜먹듯이 그들의 생명력을 빨아들였다.

현수는 그 모습에 토악질이 솟구칠 뻔했다.


‘이, 이런 미친!’


그때 문득 벨페고르의 가슴팍에서 작은 빛줄기 하나가 반짝였다.

있을 수 없는 검은 빛줄기!


‘저기다!’


현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벨페고르의 가슴팍을 향해 뛰어들었다.

그러자 타이렐의 외침이 들렸다.


“비켜!”


타이렐이 암펠리우스에게 단검을 날렸다.

하지만 공중을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존재를 맞추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단검은 그저 허공을 날아가 어디론가 사라질 뿐이었다.


그 사이, 아이오네는 계속 기도문을 낭송하고 있었다.

신성한 기운이 암펠리우스의 주문으로부터 일행을 보호하는 듯 보였다.


“으! 으윽!”


현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감싸 쥐며 타이렐을 바라봤다.

그리고 자신의 목을 어루만졌다.


‘나, 죽은게 아니었어?’


잠시 현수의 의식이 끊겼던 사실을 알고 있는 벨페고르가 물었다.


<이봐. 괜찮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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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새로운 목표 23.12.27 5 0 11쪽
42 반복된 상실 23.12.27 6 1 11쪽
41 주베르의 권능 23.12.26 6 1 11쪽
40 기사단장 일리예프 23.12.26 6 1 11쪽
39 정예기사 슈르딘 23.12.25 8 1 11쪽
38 출정 23.12.25 7 1 11쪽
37 라올렛 23.12.23 9 1 11쪽
36 수확 23.12.22 8 1 12쪽
35 수련 23.12.22 10 1 11쪽
34 니가 왜 거기서 또 나와? 23.12.21 8 1 12쪽
33 불덩이들 23.12.20 9 1 12쪽
32 재회 23.12.20 10 1 11쪽
31 내 촉은 정확하단 말이야! 23.12.19 13 1 12쪽
30 황금빛 승리 23.12.19 10 1 11쪽
» 괜찮은건가? 23.12.18 12 1 11쪽
28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강하게 할 뿐! 23.12.18 9 1 11쪽
27 지옥의 사냥개 23.12.16 11 1 11쪽
26 가긴 어딜가려고! 23.12.16 10 1 11쪽
25 거기 누구 있어요? 23.12.16 9 1 11쪽
24 그놈들 때문이었네 23.12.16 8 1 11쪽
23 가늘고 길게 먹기 23.12.15 13 1 11쪽
22 천지개벽 23.12.14 15 1 11쪽
21 사술 23.12.14 17 1 11쪽
20 모두 모였다! 23.12.14 16 1 11쪽
19 의문의 기사들 23.12.13 18 1 11쪽
18 미궁 23.12.12 18 1 11쪽
17 보물찾기. 아닌가? 23.12.11 18 1 12쪽
16 올리비아. 고멘네(ごめんね) 23.12.09 2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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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승천하는 광대 23.12.08 23 1 12쪽
12 뭐, 그래도 나쁘진 않네. 23.12.08 22 0 13쪽
11 용사에게 가장 친절한 존재 23.12.08 24 1 12쪽
10 용사! 광대 등극! 23.12.07 27 1 13쪽
9 용사님! 대체 어디에 계신가요! 23.12.06 34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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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조쿠만! 진행시켜! 23.11.21 65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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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록 특전은 없지만, 나쁘지 않을지도? 23.11.21 203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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