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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긴 토끼님의 서재입니다.

잊혀진 파편, 외로운 용사의 송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귀가긴토끼
작품등록일 :
2023.11.21 17:15
최근연재일 :
2024.01.01 17:24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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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2
추천수 :
43
글자수 :
257,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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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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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늘고 길게 먹기

DUMMY

정찰을 주 임무로 수행중인 헤르만의 눈길은 불안함과 긴장으로 가득 차 있었다.


"대장은 수련하러 갔어. 이제는 충분하다고 이야기해도 여전히 열심히야."


사내가 대답하며 웃었다.


헤르만은 주점 안의 사내들을 향해 약간 화가 난 듯 말했다.


"대장은 그렇게 열심히 수련하는데 아저씨들은 대낮부터 술만 마시고 있나요!"


그러자 사내가 헤르만에게 말했다.


"헤르만아, 너보다는 우리가 잘 싸우니 걱정 마라. 크크크."


헤르만은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지 못한 듯 더욱 화를 냈다.


"싸움이 전부는 아니라고요! 제가 이런저런 일을 얼마나 많이 해왔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하지만 그의 말에도 불구하고 주점 안의 사내들은 여전히 여유로운 태도를 유지했다.

그때, 필크레 영지의 용병길드장이었던 데커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헤르만의 등을 토닥였다.


"너무 화내지 마라. 어쨌거나 타이렐이 돌아왔다고? 이야기나 들어볼까?"


필크레의 '도둑고양이', 타이렐이 조용히 들어왔다.

짧은 금발머리에 작은 키, 예쁘다기 보다는 귀여운 모습의 타이렐.

그녀의 발걸음은 거의 소리를 내지 않았기에 문을 열기 전까지도 인기척을 들을 수 없었다.


"대장이 없다고 들었는데?"


사내들은 그녀의 예리한 귀에 놀라움을 표했다.


"대체 우리 얘기를 어디까지 들은거야?"


타이렐은 짓궂게 대꾸했다.


“흥! 네 놈의 목소리가 무식하게 크다는 생각은 안해봤어? 아무튼 헤르만이 여기 들어온 이후 모든 대화를 다 들었어.”


“내 목소리가 좀 사내답긴 하지. 저기 있는 헤르만이랑은 다르게 말이야. 하하하.”


데커는 웃으며 헤르만을 가리키자, 헤르만은 주먹을 쥐고는 데커에게 보이며 대들었다.


“자꾸 그런식으로 놀리면 저도 가만히 안 있습니다!”


데커는 웃으며 이야기를 돌렸다.


"아, 알았어. 그런데 타이렐, 브란딜라 영지에 다녀온 건 어땠어?"


타이렐은 여유롭게 대답하며 테이블 위의 맥주를 들어 마셨다.


"잘 다녀왔으니 여기 있는 거지. 그런데 어쩌자고 대낮부터 술판이야? 갑자기 마왕군이 쳐들어오면 어쩌려고?"


데커는 타이렐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돼. 헤르만이 있으니까. 그렇지? 헤르만? 우리 망보기의 달인. 크크크.”


데커는 헤르만을 보며 웃었다.

헤르만은 고개를 설래설래 흔들며 주점을 나가버렸다.

타이렐은 테이블에 있던 맥주를 아무거나 집어 들더니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리고는 타이렐은 용병 단원들이 보이지 않자 물었다.


“듣자하니 대장은 훈련중이고. 나머지들은 다 어디간거야?”


“단원들도 대장 따라서 같이 훈련하러 갔어. 또, 그, 뭐더라. 동체시력인가? 훈련하는데 필요하다고 해서 말이야.”


“그렇군. 아무튼 자세한건 두 번 말하기 싫으니까. 대장 오면 다 같이 있을 때 말해줄게. 결론은 브란딜라 영지에도 인간농장이 있다는 사실이야.”


쾅!


수도 용병길드장, 발라니가 맥주잔을 세게 내려놓으며 말했다.


“역시. 인간농장이 없는 영지가 오히려 이상한건가? 아무튼 위치도 알아낸 거지?”


타이렐은 발라니에게 눈을 흘기며 답했다.


“대장 오면 한꺼번에 설명한 댔잖아. 당연히 위치도 알아내고 온 거야. 더 이상 귀찮으니 물어보지는 말아줘. 나도 조용히 한잔 하고 싶으니까.”


타이렐은 발라니의 잔을 뺐어들고는 또 한잔을 깔끔하게 비웠다.


“그러고 보니, 발라니. 너네 용병단도 대장이랑 같이 간거야?”


“그렇지 뭐. 나도 몰랐는데 술집에 와보니 아무도 없더라고.”


“대장은 대체 몇 명을 상대로 훈련이 가능한거지?”


“크크크. 지난번에 직접 봤잖아. 하급 마족이긴 하지만, 다섯 명을 하나하나 썰고 다녔던거. 그에 비하면 용병 몇 명은 훨씬 더 쉽겠지.”


타이렐이 발라니를 보며 비웃는 듯 물었다.


“쳇. 너도 가능하다는 것처럼 들리는데? 저기 서 있어볼래? 단검 연습 좀 해보게.”


“워! 워! 왜 이러시나. 필크레의 도둑고양이께서. 난 정면에서 힘으로 버틸 뿐이지. 너처럼 빠르지는 않다고.”


발라니는 양 손을 내저으며 뒷걸음질을 쳤다.

그 모습에 타이렐은 만족스러운 듯 또 한잔을 비우며 말했다.


“어쨌거나, 중요한 이야기니까 대장부터 나머지 용병들까지 다들 모이면 좀 알려줄래? 난 좀 피곤하니 위에서 쉬고 있을게.”


타이렐은 대답도 듣지 않고 2층으로 올라가버렸다.

그런 타이렐을 보며 발라니는 고래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시간은 저물어 어스름한 저녁이 되었다.

주점은 등불로 환하게 밝혀져 용병 단원들의 왁자지껄한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전신에 근육이 보기 좋게 붙어있는 멋진 체형의 사내가 탁자 위로 올라가 박수를 치며 외쳤다.


“자, 여러분! 주목하세요! 대장으로서 건배를 제안하겠습니다. 오늘 우리 타이렐이 브란딜라 영지에서의 정찰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그녀에게 고생의 인사를 전합시다! 타이렐과 인류해방전선을 위하여!”


“브라보! 수고했어, 타이렐!”


사람들은 환호하며 각자의 잔을 들고 일제히 기립했다.

타이렐도 맥주 한 모금을 마시고 탁자 위에 선 사내, 현수에게 눈을 흘기며 말했다.


“이봐, 현수! 내가 예전에 너의 갑옷을 한 번 훔친 것 가지고 너무 부려먹는거 아니야? 이번에도 죽을 뻔 했단 말이야!”


“밤의 도둑고양이님, 누가 그대를 잡을 수 있겠는가? 하하! 이번에도 잘했어, 타이렐!”


인류해방전선의 대장, 이현수.

그는 지난 다섯 해 동안 동료들을 모으고.

그들과 함께 힘을 기르며 조용히 준비해왔다.

더 이상 예전의 고블린과 같은 모습이 아니었다.

피나는 훈련을 통해 전신의 근육은 전사의 그것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제 마침내 마왕과의 조용한 전쟁을 시작할 때가 되었다.


“자, 타이렐. 이제 얘기해봐. 보고할 것이 많을 것 같은데?”


현수는 타이렐을 바라보며 정찰 보고를 재촉했다.

타이렐은 잠시 주변을 둘러보고는 말을 시작했다.


“음, 보니까 다들 모였네. 좋아, 시작할게.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브란딜라 영지에 인간 농장이 있어.”


“역시 그랬군요!”


길드원들은 타이렐의 말에 놀란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 농장의 위치도 알아냈고 말이야. 빌어먹을 마족 놈들. 그곳에 붙잡힌 사람들은 대략 천 명 정도 되는 것으로 확인했어.”


“허! 처, 천 명이나 되다니!”


타이렐의 말에 주점 곳곳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래, 천 명! 그리고 그 인원만큼이나 많은 마족이 기생하고 있겠지? 지난번 영지 기억하지? 인간 한 명당 마족이 평균 다섯 명씩이었어. 만일 여기도 비슷하다면 최소 5천 명 이상의 마족이 있을 거라는 뜻이지.”


타이렐은 잠시 침묵하던 동료들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조용한 걸 보니, 다들 두려워하고 있는 거 같네. 그렇지만 마족이 5천 명이라 해도, 우리가 한 번에 모두와 싸우는 건 아니잖아? 대장? 그렇지?”


이 세계에서의 일반적인 전쟁은 항상 선전포고와 함께 정해진 날짜와 장소에서 치러졌다.

그러나 현수는 이 세계에 새로운 전쟁의 방식을 소개했다.

21세기 지구에서의 다양한 전쟁방법들.

그리고 스타크래프트와 각종 판타지소설, 무협지를 통해 공부했었던 전략과 전술들.


“물론! 우리의 목표는 마족의 말살이야. 그러니 농장을 파괴하고, 그리고···”


현수는 잠시 동료들의 표정을 살피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우리 단원을 한 명도 잃지 않을 거야. 모두 나만 믿어!”


현수의 말이 끝나자 길드원들의 얼굴에 다시 희망의 빛이 돌기 시작했다.


“그래, 그렇지! 대장을 믿고 있다고! 만약 힘들면, 나도 도울께! 나도 믿어줘! 하하하.”


현수와 오랜 시간을 함께해온 믿을 수 있는 동료.

필크레 용병단의 단장인 베커가 목소리를 높이며 단원들의 긴장을 풀어준 것이다.


주점은 다시 웃음과 기쁨으로 가득 찼다.

하지만 현수는 무거운 마음을 안고 숙소로 돌아갔다.


'마족이 5천 명이라니, 어떻게 상대해야 하지?'


마족은 일반적으로 인간의 전투력을 능가했다.

검을 사용하는 마족은 엄청난 체력과 속도로 인간 기사 다섯 명을 상대로도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마법을 사용하는 마족은 더욱 위험했다.

언데드 군단을 소환하는 네크로맨서는 단 한 명만으로도 영지 전체의 군세와 맞서 싸울 수 있을 정도니 말이다.


'이번 작전은 지난번처럼 무턱대고 돌진하는 식으로는 안 될 거야. 새로운 전략이 필요해.'


현수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


브란딜라 영지를 지배하는 마족 주베르는 야심 찬 계획을 품고 있었다.

비록 바알신성제국의 변방에 있는 작은 영지를 하사받았지만, 최선을 다해 인간농장을 운영하는 것도 모두 중앙 진출을 위한 뇌물 때문이었다.


브란딜라 영지의 영주성.

집무실에서 주베르는 거만한 태도로 보고를 듣고 있었다.


"프리시스야, 내 말을 듣고 있느냐? 인간들의 번식을 가속화하고 증가시키는 방안을 모색하라 하였지. 더디게 굴지 말고 말이야."


주베르의 충실한 심복 프리시스는 와인잔에 신선한 피를 채워 영주에게 건넸다.


“영주님, 우리 영지의 농장은 다른 영지들에 비해 월등한 규모를 자랑합니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는 일천 명이 한계치라 생각됩니다.”


주베르는 와인잔을 기울이며 불만스럽게 대꾸했다.


"그건 나도 알고 있네. 내가 원하는 건, 지금보다 훨씬 큰 규모의 농장이라고. 방법을 찾아내란 말이야!"


프리시스는 고개를 숙이며 조심스레 대답했다.


"하지만 영주님, 우리 영지의 인간 자유민들의 눈치도 살펴야 합니다. 농장의 정체가 발각되면 영주님과 벨제붑님께 오명이 돌아갈 수도 있사옵니다."


주베르는 불만 가득한 얼굴로 소파의 팔걸이를 연신 두들겼다.


"그렇다면, 생각해보자. 지난해 우리 영지에서 중앙으로 보낸 인간 생명력이 얼마나 되었던가?"


프리시스는 조심스럽게 답했다.


“마석에 담긴 생명력은 대략 300명분 이었습니다.”


“농장에 있는 인간들이 천명인데, 왜 그것밖에 안되지? 생명력을 조금 더 짜낼 수는 없는 건가?”


“그러면 농장을 운영하는 이유가 없어지지 않습니까? 조금씩 인간들을 돌보면서 죽지 않을 정도의 생명력을 마석에 담아야 하는데 말입니다. 그래야 인간 하나의 일생동안 열 명분의 생명력을 추출할 수 있다는 것, 영주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너무 급격한 생명력 추출은 장기적으로 볼 때 오히려 더 적은 수확만이 있을 뿐입니다.”


프리시스의 살짝 나무라는 듯 한 목소리.

주베르는 눈을 감고 과거의 전투를 회상하며 말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지금 거두어들이는 생명력은 너무 적은 수치야. 우리가 인간 세상을 침공했을 때를 떠올려 보아라. 순식간에 수천 명의 생명력을 흡수했던 그때의 순간을 말이야."


주베르는 황홀했던 순간을 꿈꾸는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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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주베르의 권능 23.12.26 6 1 11쪽
40 기사단장 일리예프 23.12.26 6 1 11쪽
39 정예기사 슈르딘 23.12.25 8 1 11쪽
38 출정 23.12.25 7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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