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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빈 님의 서재입니다.

베나레스의총사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Gavin
작품등록일 :
2009.04.08 21:55
최근연재일 :
2009.04.08 21:55
연재수 :
1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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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7,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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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02,223

작성
06.10.14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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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글자
8쪽

베나레스의 총사(27)

DUMMY

* * *

카사도르스(사냥꾼들).

이것은 이달고 소령이 명명한 유격대의 암호명이었다. 대머리에 키까지 작고 애꾸눈인 이 소령은 그 바람에 지독히 못생긴 인상을 지니고 있었지만, 유머감각이나 센스는 무척 뛰어난 편이었다.

그는 벨린 데 란테가 성공적으로 임무를 마치고 귀환하자 무척 기뻐했다. 지금껏 총사연대의 병력을 사용할 수가 없어, 이런 작전을 구성하지 못했는데, 상부의 도움으로 이제야 유격부대의 운용이 가능해졌다는 것이었다.

작전을 끝내고 온 총사와 유격병들에게 이달고 소령은 술을 베풀었다. 이미 해는 지고 있었고, 그날의 전투도 막바지로 다다르고 있었다. 한 가지 아군에게 좋은 소식이 있다면, 그것은 아군이 유격병들의 활약으로 더 많은 전장을 확보했다는 것 그것뿐이었다.

그들은 히스파니아 진형에서 모닥불을 앞에 두고 축배를 들었다. 다만 복귀 내내 부들부들 떨던 호라시오 소위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우리 사냥꾼을 위해.”

이달고 소령이 건배를 하고 포도주를 단숨에 들이켰다. 그가 전상의 흉터가 남아 있는 얼굴을 모닥불 불빛으로 들이대면서, 마치 해골 같은 얼굴로 웃어보였다.

“데 피사로 원수께서는 아마 귀관들을 귀신처럼 부려먹을 것이다. 저 야만인들이 우릴 비신사적이라고 비난해봤자 우리는 꿈적도 하지 않을 거야. 지금은 거창한 명분이 살아 숨쉬던 전쟁 초기도 아니야. 다들 어떻게든 전쟁을 끝내려고 안달이지.”

“대단했습니다. 적들은 아마 귀신이 쏜 줄 알 겁니다.”

유격병들은 총사대의 귀신같은 총 솜씨를 웃고 떠들며 칭찬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눈동자에는 새로운 열의가 서려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조국을 위해 이 정체된 전쟁을 타파할 수 있다는 생각에 큰 힘을 얻은 듯했다.

알레한드로나 조안은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벨린 데 란테는 무표정했고 조용했다. 그는 다른 이들의 말을 경청하며 술만 마셨다.

포도주 몇 잔이 오간 후, 그들은 다음 임무를 위해 각자의 숙영지로 돌아갔다. 소령은 똑 같은 임무를 내릴 심산이었다. 재미를 톡톡히 보았다는 뜻일 게다.

다른 이들이 모두 돌아간 가운데, 이달고 소령은 벨린 데 란테만 따로 불렀다.

그가 활짝 웃으며 포도주를 한 병 꺼냈다. 싸구려 물건이 아니었다. 드라고니스 여관에서도 구하기 힘들었던 고급 백포도주였다.

소령이 포도주의 코르크 마개를 따면서 말했다.

“앞으로 우리 ‘사냥꾼’이 잘 되길 비는 뜻에서, 사냥꾼과 숲지기끼리 따로 건배를 하지.”

벨린은 잔을 들었다. 이달고 소령이 웃으면서 그와 잔을 부딪쳤다.

두 사람은 단숨에 술을 들이켰고, 벨린은 입을 닦으며 입맛을 다셨다. 약간 쓰면서도 시큼한 맛이 났다. 하지만 달콤한 맛은 전혀 나지 않았다.

소령이 말했다.

“자네는 남들이 할 수 없는 일을 해내고 있어. 총사들이라고 모두 이런 임무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닐세. 직업적으로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이는 흔치 않아.”

벨린이 무덤덤한 어조로 말했다.

“저는 제 역할에 맞는 일을 할 뿐입니다.”

“그래, 자네는 위대한 황녀 마마의 사냥꾼이지. 하지만 자네는 총사이기도 하네. 총사와 사냥꾼은 같아 보이면서도 언뜻 다른 가치를 지니고 있지.”

벨린은 잠시 소령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의 갈색 눈동자가 검은 안대를 쓴 소령의 애꾸눈에 고정되었다.

그러나 아주 잠시 뿐이었다.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벨린이 모자를 벗어 예를 표했다. 이달고 소령이 유쾌한 어조로 말했다.

“잘 가게, 소위. 아 참, 내가 깜빡하고 하지 않은 말이 있는데, 자네를 따라 공증을 하러 갔던 호라시오 소위는 신변의 문제 때문에 이 임무를 자진 사퇴하기로 했네. 그러므로 앞으로는 자네와 나 사이에 더욱 정직한 관계가 성립되어야 할 걸세.”

“원하신다면.”

벨린은 대답을 마치고 주저 없이 자리를 떠났다.

* * *

그들의 임무는 계속되었다. 벨린과 두 총사가 사냥꾼이라면, 그들 휘하의 유격병들은 충직한 사냥개였다. 그들은 벨린과 계속 움직이면서 적을 공평한 상대라고 보기 보다는 사냥감으로 보는 법을 배웠다. 하지만 그런 연유로 유격병들의 임무를 아는 주변 군인들은 그들을 노골적으로 피하게 되었으니, 그것은 사람을 사냥하는 자를 군인들은 결코 전우라고 부르지 않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눈부신 전적으로 이런 편견과 멸시를 통쾌하게 날려버리고는 했다. 그들은 매번 다른 루트를 통해 적의 장교를 저격하고, 사냥이 끝나는 대로 도주하는 수법을 썼다. 일이 이렇게 되니, 신교 측의 적군들 사이에서는 하루가 갈수록 무시무시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마탄을 지닌 유령이 장교들만 저격하고 다니면서 살아남은 장교들이 앞 다투어 귀신 쫒는 부적을 사기 시작했다는 내용이었다. 더불어 또 한 가지 소문은 바로 매번 저격을 당해 첫 번째로 쓰러지는 장교는 미간에 총탄을 맞고 죽는다는 것이었는데, 전자는 확실히 사실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후자는 분명한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위기가 없을 리 만무했다. 사냥은 항상 위기가 뒤따르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벨린이 총을 쏘았다. 표적은 대열의 맨 뒤에 숨어 있는 다니치군 하급 장교였다. 그는 병사들의 틈에 숨어 총탄을 피하고자 했지만, 벨린이 쏜 총탄은 보기 좋게 병사들의 틈을 스치고 지나 장교의 미간에 명중해버렸다.

“갈수록 애를 먹이는군.”

알레한드로가 총을 쏘고서는 불만스레 투덜거렸다. 소문이 단단히 퍼지면서 장교들은 더 이상 앞으로 나오려고 하지 않았고, 병사들의 틈에 꼭꼭 숨어 살아남으려고 갖은 애를 썼다. 물론 벨린의 경우에는 부질없는 짓이었지만, 나머지 두 총사들의 총탄은 종종 빗나가버리고는 했다.

이런 경우, 그들의 사격은 아무 목표물이나 노리는 자유 사냥이 되어버렸다. 그들은 무작위 적으로 가장 허술한 사냥감을 골랐고, 그 일은 적들에게 엄청난 공포심을 선사했으므로 적의 증원을 지연시키는 데는 충분한 효과가 있었다.

유격병들이 일제히 총을 쏘았다. 그 사격에 맨 앞에서 밀집대형으로 전진하던 다니치군의 검은 제복 병사들이 상당수 쓰러졌다. 유격병들의 사격은 비록 활강 총으로 쏘는 것이었지만 발군의 경지에 다다라 있었다. 그들은 적들이 90미터 거리까지 다가오기를 기다리다가 일제 사격으로 한방 먹이는 것을 즐겼다.

총성과 함께 다니치군 병사들이 우수수 쓰러졌다. 뒤에 숨어 있던 다니치군 장교가 언덕에 숨은 적들을 향해 발포 명령을 내렸다. 요란한 총성과 함께 다니치군이 언덕 위를 향해 일제 사격을 퍼부었다. 하지만 다니치 병사들이 지닌 머스킷총은 그곳까지 총탄을 맞출 위력이 없었고, 기세가 등등해진 유격병들은 다시금 한 차례 사격을 가하려고 총강 속에 탄약을 쟁여 넣는 중이었다.

장전을 끝낸 벨린이 개머리판을 어깨에 붙이려던 참이었다. 문득 그의 뇌리에서 섬뜩한 느낌이 스치고 지나갔다. 가벼운 떨림과 함께 땅을 짓밟는 것 같은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기병대!’

상황이 순식간에 돌아갔다. 다니치군의 대열 틈에서 말을 탄 기수들을 헤쳐 나오기 시작했다. 경 기병대였다. 깃털 달린 삼각모에 기병도와 권총으로 무장한 기병들이 벨린과 유격병들이 자리 잡은 언덕 위를 향해 전속력으로 돌진해 들어왔다.

기병대의 나팔소리가 울려 퍼졌다. 다니치군 소속의 기병대원들이 일제히 기병도를 뽑더니 큰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하카아아 푀알레!! (hakkaa päälle)”

그들의 성난 목소리가 언덕 위까지 찌렁찌렁 울려 퍼졌다. 순간 유격병들은 멈칫했고, 강선총을 장전 중이던 알레한드로가 벌떡 일어나서는 외쳤다.

“이런 빌어먹을! 헤카펠 기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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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2

  • 작성자
    Lv.36 겨울바른
    작성일
    06.10.14 19:15
    No. 1

    연참연참.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狼血
    작성일
    06.10.14 19:30
    No. 2

    연참연참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0 나란토야
    작성일
    06.10.14 19:36
    No. 3

    연참연참?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8 라피르황녀
    작성일
    06.10.14 19:38
    No. 4

    연참 기대하고 있겠습니다.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6 박치기
    작성일
    06.10.14 19:44
    No. 5

    잘보고 갑니다^^
    연참은 환영이요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眞魂
    작성일
    06.10.14 19:47
    No. 6

    드뎌 헤카펠 기병이 ㅋㅋ

    쥔공의 활약 기대해 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 글맛을안다
    작성일
    06.10.14 19:59
    No. 7

    왜 이소설을 보면 AGE3가 하고싶을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비스마르크
    작성일
    06.10.14 20:22
    No. 8

    헤카펠 기병이라....신성로마제국의 라이터들도 깨깽하고 박살난다는그...
    그런데 구스타브는 황제의 검 발렌슈타인에게 박살나서 죽지 않습니까?
    그러고보니 황제군 란츠크네흐트는 뭐하고 있을려나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 파인로
    작성일
    06.10.14 20:54
    No. 9

    잘 봤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머그컵
    작성일
    06.10.14 22:50
    No. 10

    미국독립전쟁 당시의 저격병은 '처형인'이라 불렸고 많은 공을 세웠던 저격병들도 전쟁 후엔 자신이 '처형인'출신이란걸 숨기며 살았다는군요. 그래서 미국에선 도리어 저격이 쇠퇴했다죠.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 是可
    작성일
    06.10.14 22:53
    No. 11

    갈수록 흥미있어지네요. 이가빈님, 화이팅!! ^ㅡ^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7 뱃살이랑
    작성일
    06.10.14 23:32
    No. 12

    기병대라....대응방법이??????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9 sfartar
    작성일
    06.10.15 00:16
    No. 13

    기병대가 드디어 등장이군요....강력하죠...사실^^
    건필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1 해모수아들
    작성일
    06.10.15 00:39
    No. 14

    잘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엿l마법
    작성일
    06.10.15 00:44
    No. 15

    항상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1 Gavin
    작성일
    06.10.15 10:07
    No. 16

    에이지3에 용병으로 헤카펠 기병이 있다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1 Gavin
    작성일
    06.10.15 11:12
    No. 17

    구스타프 아돌푸스는 무리한 돌격을 감행하다 발렌슈타인의 흉갑기병대한테 죽었습지요.. 헌데 재밌는 것은 발렌슈타인도 얼마 지나지 않아 숙청됐다는 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비스마르크
    작성일
    06.10.15 15:18
    No. 18

    발렌슈타인이야 1차 해임이후 변질되서 충성은 커녕 야망에 불타 버렸으니 제가 황제라도 숙청하겠죠.....그런데 이건 제생각인데 프랑스 쳐들어올때까지 발렌슈타인이 황제군 총사령이었으면 루이13세의 명장들은 전부 개관광열차를 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Σ비호란™
    작성일
    06.10.27 22:55
    No. 19

    잘보고갑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다르만
    작성일
    08.12.18 04:28
    No. 20

    박살난게 아닙니다. 안개때문에 길 잘 못 들었다가 죽지요.
    그리고 그 전투도 왕이 죽었지만 스웨덴의 승리로 끝납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 클래스맨
    작성일
    10.08.21 21:32
    No. 21

    잘보고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transistor
    작성일
    10.11.29 19:16
    No. 22

    적들이 당하고만 있을 거란 기대를 하진 않았을 테고, 이럴 때를 대비한 준비도 해 뒀겠죠?

    찬성: 0 | 반대: 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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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베나레스의 총사(24) +26 06.10.10 8,242 16 8쪽
23 베나레스의 총사(23) +23 06.10.09 8,596 15 10쪽
22 베나레스의 총사(22) +28 06.10.08 9,402 16 10쪽
21 베나레스의 총사(21) +27 06.10.04 10,196 17 9쪽
20 베나레스의 총사(20) +29 06.10.03 9,249 18 7쪽
19 베나레스의 총사(19) +39 06.10.02 9,105 1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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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베나레스의 총사(17) +17 06.09.30 8,591 18 11쪽
16 베나레스의 총사(16) +17 06.09.28 8,667 19 9쪽
15 베나레스의 총사(15) +20 06.09.27 8,705 18 12쪽
14 베나레스의 총사(14) +20 06.09.25 8,786 16 14쪽
13 베나레스의 총사(13) +20 06.09.24 8,808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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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베나레스의 총사(10) +25 06.09.21 9,274 2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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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베나레스의 총사(8) +20 06.09.20 9,227 20 9쪽
7 베나레스의 총사(7) +22 06.09.18 9,498 22 11쪽
6 베나레스의 총사(6) +24 06.09.17 10,256 20 20쪽
5 베나레스의 총사(5) +19 06.09.16 10,953 18 9쪽
4 베나레스의 총사(4) +32 06.09.15 12,955 19 26쪽
3 베나레스의 총사(3) +31 06.09.14 16,022 28 13쪽
2 베나레스의 총사(2) +23 06.09.14 20,021 42 12쪽
1 베나레스의 총사(1) +41 06.09.14 45,891 4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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