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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빈 님의 서재입니다.

베나레스의총사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Gavin
작품등록일 :
2009.04.08 21:55
최근연재일 :
2009.04.0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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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0.04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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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나레스의 총사(21)

DUMMY

이사벨은 다시금 냉정해지려고 노력했다. 그것만이 그녀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기 때문이다. 위엄을 지녀야 했다. 저렇게 미천한 자가 이 아름다운 옥체를 가지게 되는 것을 영광으로 알라는 식으로 나아가야 했다. 사실은 허장성세지만 말이다.

그녀는 얼굴 표정을 싹 바꾼 채. 팔짱을 꼈다. 여전히 뺨에는 눈물 자국이 남아 있었지만, 흥 하고 턱을 올리고서는 입을 다물었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을 하면서, 남자에게 몸을 맡기는 두려움을 애써 감추기 위한 것이다.

물론 그런 것이 통할 벨린 데 란테가 아니다.

그녀가 오만한 목소리를 되찾고 이죽거렸다.

“어서 빨리 끝내도록 해라. 한 시간 밖에 시간이 없다. 짐은 너 같은 자와 오래 붙어 있을 정도로 한가한 몸이 아니다.”

“이 자리에서 말입니까?”

벨린이 물었다. 그러자 이사벨이 발끈하였다.

“그럼 너 따위를 데리고 침소까지 가야하겠느냐? 너 같이 미천한 자한테는 이 미로 정원 안이 적격이니라.”

“분부대로 하겠나이다.”

그 말을 끝으로 벨린이 움직였다. 그는 황녀의 뒤로 가서는 두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잡아 그녀의 어깨에 걸쳐진 실크 드레스를 천천히 내렸다. 그녀는 여전히 팔짱을 낀 채 눈을 감고 있었고, 흥분과 두려움이 반쯤 섞여서는 얼굴을 찡그렸다.

벨린은 종종 이런 경우에는 번개처럼 해치우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은 달랐다. 상대는 창녀나 술집의 여급이 아니라 이 나라의 국모가 될 고귀한 여성이었다. 더구나 한 번도 남녀 사이의 부족한 것을 채운 적이 없으니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했다.

벨린은 그녀의 드레스 상체를 허리부분까지 천천히 내렸다. 그녀는 싫은 듯이 팔짱을 풀어서는 드레스가 완전히 밑으로 내려가도록 해주었다. 허리를 단단히 조이고 있는 코르셋이 드러났다. 그것은 시녀들이 삼십 분 동안 매듭을 지어 묶은 것이라서, 이 자리에서 그것을 푼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터였다.

하지만 그 위는 나신이었다. 구름에 가려 있던 보름달이 드러나면서 그녀의 하얀 젖가슴을 눈이 부시도록 비췄다.

“아름다우십니다. 마마.”

벨린이 말했다. 평소와 다름없는, 감정이 절제된 듯한 목소리였다. 그러나 사실이었다. 이사벨은 부끄러움에 잠시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지만 곧 가슴을 펼치며 우쭐댔다.

“당연하지, 짐의 옥체니까.”

“영광입니다. 마마.”

벨린은 조심스럽게 그녀의 봉긋 솟은 젖가슴에 손을 대었다. 감촉이 느껴질 법도 한데, 황녀는 얼굴을 그저 찡그리면서 벨린의 어깨에 기대선 채 입을 다물고 있을 뿐이다.

그녀가 애써 냉랑하게 말했다.

“분명히 말하는데, 짐은 네가 좋아서 이러는 게 아니다. 짐은 그저 너의 충정에 따른 대가로 포상을 내리는 것일 뿐이다.”

“마마, 지극히 외람된 말이지만.”

벨린이 조심스레 손가락을 놀렸다. 이사벨의 몸이 약간 떨렸다. 싫은 걸까. 그럴 가능성도 있었지만. 그건 지극히 희박해보였다.

“저는 즐기지 않으면서 몸을 맡기는 여인은 본 적이 없습니다.”

“흐흠.”

이사벨이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서는 헛기침을 했다. 벨린은 손의 감촉을 통해 이사벨의 기운이, 여인의 음기가 서서히 뭉치기 시작하는 것을 파악했다.

그럼 그렇지. 여자는 원하지 않는 상대가 아니면 절대로 이러지 않는 법.

벨린은 입술로 그녀의 목에 키스를 하면서 서서히 붓으로 그림을 그리듯 그녀의 굴곡을 타내려갔다. 눈을 질끈 감고 있던 그녀가 서서히 입을 벌리면서 약간은 거칠게 숨을 쉬었다.

그는 황녀의 심리를 파악한 차였다. 그녀는 피할 수 없으면 즐긴다는데 충실해지기 시작하는 것 같다. 처음 남자에게 몸을 맡기는 게 겁은 나고, 두렵기는 해도, 그녀는 애당초 호기심이 있었고, 하룻밤 몸을 주는 대신 남자를 얻는다는 명분이 있었기에, 아예 편히 즐겨버리기로 결심한 게 분명하다.

물론 진정한 사랑과는 거리가 먼 일이니, 좋은 현상이라고 벨린은 생각했다. 그는 애당초 사랑 따위는 생각해본 적도 없었던 것이다.

벨린의 손과 입술이 더욱 격정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에게도 즐거움을 주어야 했다. 역시나 사랑과는 거리가 먼 배려지만, 하여튼 혼자서 즐기는 것은 신사답지 않은 일이다.

코르셋은 애당초 착용한 여성이 허리를 가늘게 만드는 대신, 꼭 옥죄도록 만든 기구다. 이것을 착용한 이사벨은 허리를 곧추세우고 있어야만 하고, 그 답답한 속박 때문에 허리를 숙이거나 움직이거나 할 수 없다. 그렇다고 즉석에서 풀어낼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두 남녀는 미로 정원에서 밀정을 나누는 다른 남녀들이 그러하듯, 심신이 고되지 않은 올바른 방법을 찾아내야 했다.

경험 없는 이사벨은 짐작도 못했지만, 벨린은 그 방법을 알았다.

그녀는 미로 정원의 단단한 대리석 기둥에 두 팔을 안고 누워 섰다. 어깨는 허리와 일직선을 이루며 아래로 숙였고, 드레스 밑에 가려진 두 다리로 버티고 선 채였다.

이사벨이 안절부절 못하며 뒤를 보았다.

“이러고 있으면 되느냐.”

“마마께 달린 일입니다.”

벨린은 그렇게 말하며 시작했다.

이사벨은 그렇게 가만히 있었다. 벨린은 그녀의 드레스 자락을 잡으며 한 겹 한 겹 깊은 곳까지 천천히 파고들어갔다. 그의 손놀림에는 주저할 만한 기색이 전혀 없었지만, 지극히 여유롭고 부드럽게 이어졌기 때문에, 이사벨은 그것에 도리어 긴장을 했다.

그녀가 다시 뒤를 보며 말했다.

“시간이 얼마 없다. 한 시간 후면 처소로 돌아가야 하느니라.”

벨린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끝까지 나아갔다. 마침내 그녀의 엉덩이 속살이 드러났고, 여성이 남성에게서 부족한 것을 채우는 은밀한 부분이 드러난 차였다.

하지만 벨린은 거기서 멈추었다. 그는 그저 쳐다볼 뿐이었고, 이사벨의 벗겨진 드레스 자락을 잡은 채 가만히 있었다.

이사벨이 다시금 안절부절 뒤를 보며 물었다.

“자꾸만 그렇게 애태우게 할 거냐?”

“죄송합니다, 마마.”

그가 잠시 별이 총총한 밤하늘을 보더니 말했다.

“날씨가 이렇게 가문데 마르지 않는 샘이 있나 싶어 그랬습니다.”

그 말에 이사벨의 얼굴이 다시금 붉어졌다. 그녀가 궁중에서는 쓰지 않은 평민들의 비속어를 작게 내뱉었다. 멍청이, 라는 뜻이었다.

한편 벨린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윽고 두 남녀는 감촉에 취해 멍하니 같은 곳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작게 신음소리를 냈다. 이사벨의 몸이 긴장과 그에 따르는 아픔 때문인지 팽팽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의 뭉쳐 있는 음기가, 그의 움직임이 원활하지 못하도록 가로막았다.

하지만 벨린은 느긋하게 행동했다. 그는 천천히 움직임을 계속하면서 황녀의 옥체와 마음을 가지기 위해, 그 소통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을 서서히 뚫어버렸다.

마침내 몇 분이 지나자, 벨린은 장애물을 걷어내었고, 그의 움직임은 매우 활발하고 원활해졌다. 그 장애물이 돌파되자마자 이사벨은 다시금 신음 소리를 냈다. 그녀의 허벅지를 통해, 넘쳐나는 샘물과 붉은 선혈이 줄기가 되어 타내려왔다.

하지만 그녀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가끔씩 몸이 긴장으로 늘어지다가, 팽팽해지기를 반복할 뿐이었다. 벨린은 그런 식으로 그녀를 계속 담금질해나갔고, 그렇게 남녀간의 기운이 제대로 합쳐져 강렬한 힘으로 산화되자. 두 남녀의 움직임은 절정에 치달았다.


달빛이 구름에 가려졌다.

그렇게 두 남녀의 에너지가 몇 차례 폭발했다. 여러 차례의 절정 끝에, 벨린과 이사벨의 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이사벨은 입을 다물지 못했고, 벨린은 천천히 그녀의 몸에서 물러났다. 쾌감의 여운이 아직도 두 사람의 뇌리에서 황홀경을 일으켰다.

이사벨이 홀린 듯한 얼굴로 바닥에 앉았다. 벨린이 그녀의 옆에 앉았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모을 기대어서는 헐떡거리며 숨을 내쉬었다.

벨린이 땀에 젖은 이사벨의 검은 머리칼을 손을 쓸어 올려주었다. 숨을 쉬던 이사벨이 에메랄드빛 눈동자로 벨린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떨고 있었지만, 마침내 거래를 성사시켰다는 점에서는 안도했는지 이렇게 말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네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었으니, 너는 이제 짐의 사람이다.”

벨린은 이사벨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희미하게 웃었다.

그 웃음의 속뜻은 그만이 알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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