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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빈 님의 서재입니다.

베나레스의총사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Gavin
작품등록일 :
2009.04.08 21:55
최근연재일 :
2009.04.0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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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06.09.24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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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베나레스의 총사(13)

DUMMY

* * *

일주일간의 훈련이 그렇게 끝이 나면 토요일과 일요일은 자유 시간이었다. 히스파니아는 전 국민의 90%가 구교 신자였고 일요일에는 교회로 예배를 보러 가는 바람에, 일요일은 관습적으로 확고한 휴일로 인정받게 되었다. 이것은 마치 히스파니아 사람들에게 오후 세 시와 네 시 사이에 있는 시에스타(낮잠 시간)와 같은 의미로, 심지어 전쟁터의 군인들도 시에스타에는 돌아가며 낮잠을 자고는 했다.

처음 한달 주말에는 각자 개인적인 일을 했다. 조안은 아스티아노에 사는 부모님을 만나러 가야 했고, 알레한드로는 옛날에 싸웠던 전우들을 만나러 가고는 했다. 벨린은 주로 일요일에는 낮잠을 잤다. 어머니께서 권한 책을 몇 권, 황궁 근처의 제국 도서관에서 빌려 읽기도 했다. 저녁때는 술집에 가서 혼자서 술을 마셨고, 아니면 술집에서 즉석으로 만든 친구와 어울려 진탕 코가 삐뚫어지게 마시고는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의 월급은 남았고, 그렇게 남은 돈은 결국 계집질을 하는데 쓰이기 마련이었다.

그는 여러 명의 여자와 놀았다. 돈과 적절한 화술을 이용하면, 술집에 있는 여급이나 창녀를 꼬이기는 매우 쉬웠다. 대개 이런 식이었다.

그는 이름도 모르는 술집 친구들을 모두 보내고 나면, 혼자서 코냑이나 적포도주 같은 술을 마셨다. 그러면 근처 바에 기대있는, 관능적이고 원색적인 드레스를 입은 아가씨들이 그를 흘겨봤다. 그녀들은 보통 한 일곱 여덟 명 정도 됐고, 생김새도 취향도 가지가지였다. 검은 머리를 한 전형적인 히스파니아 풍 미녀도 있었고, 북에우로파 출신의 금발 머리, 이교도 출신의 피부가 까무잡잡한 여자도 있었다. 보통은 다양한 색상의 가슴 페인 드레스를 입었고, 뚱뚱한 여자도 마른 여자도 있었지만, 그들은 한결 같이 예쁘장했고, 화장과 머리장식을 하는데 많은 공을 들인 흔적이 보였다.

술은 단번에 비운 벨린은 별로 취한 것 같지도 않은 얼굴로 그녀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그 가운데 하나를 골라 손을 잡아채고는 이렇게 말하고는 했다.

“오늘은 네가 좋겠군. 세뇨리타.”

이 말을 끝낼 즈음이면, 그의 몸은 욕정에 불타올라 과감하게 행동했다. 그는 단번에 선택한 여자의 손을 끌고 이층으로 갔고, 침실이 놓인 복도에서 그녀와 짙게 키스를 했다. 그것은 무언가 단번에 불타오르기 시작하는 것처럼 정열적이었다. 보통 그녀들은 키스를 할 때면 가슴이 쉽사리 풀어지지 않도록, 한 손으로 가슴 파인 부분을 꼭 잡기 마련이었고, 벨린은 그녀가 그러지 못하도록 두 손으로 그녀의 손을 꽉 잡은 채 그녀를 침실 문으로 밀쳐버렸던 것이다.

성행위를 하는 와중에는 그조차도 점잖지 않았다. 평소에는 달리, 여기서만큼은 점잖을 필요가 없었다. 그는 상대를 열정적으로 애무하고, 다양한 체위를 구사했다. 그것은 고향을 나선 이후, 지옥처럼 타락한 지방의 소도시들에서 익힌 것들이다.

그는 서로가 둘 다 즐거움을 취하는데 소홀하지 않았다. 그것이 그의 성미에 맞는 것이었고, 상대방을 어느 정도 배려해주는 것이기도 했다.

술집에 상주하는 여자들은 한번도 그를 거부하지 않았다. 벨린에게 이미 호감과 매력을 느끼던 차였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는 매번 짭짤한 은화를 제공하는 고급 손님이었다.

설령 벨린이 다른 여자와도 돌아가며 논다고 해도 괜찮았다. 왜냐하면 그녀들은 직업상의 이유로 다른 남자들과도 잘 일을 치뤘고, 이런 식의 '직업상 간음죄'는 매주 토요일 고해성사를 통해 그 죄를 씻으면 되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벨린은 굳이 고해성사를 하지도, 교회에 다니거나 하지도 않았다. 그는 종교를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았고 이국 출신의 어머니 덕분에 어릴 때부터 신앙심을 강요당하거나 하지도 않았다.

그와 잠자리를 같이 하는 아가씨들 중 몇몇은 침대 위에서 짓궂은 질문을 하고는 했다. 우리는 매주 고해를 하는데, 댁 같은 바람둥이 한량도 고해를 보기는 보냐는 식이었다.

보통 벨린은 그런 질문은 무시하고 도리어 성행위를 하는데 집중했지만, 한 달이 끝나가는 어느 날에는 간단히 대답했다.

“우리 어머니는 이교도 마법사였어. 그러니 나한테 고해성사 따위는 쓸모가 없지.”

“그럼 자기는 죽어서 지옥에 가겠네? 신도 믿지 않으니까 말이야.”

“물론.”

대답을 마친 벨린은 다시금 그녀에게서 부족한 것을 채웠다.


훈련이 시작된 지 두 달째로 접어드는 일요일. 벨린, 조안, 알레한드로는 처음으로 모임을 갖기로 했다. 이들이 훈련을 시작한지 사주 만에 이런 자리를 가지게 된 것은 각자의 일과 사정 때문이었다. 그러나 두 달 째 접어들자, 어느 정도 그들은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기초체력을 달련 하는 마지막 일주일 간의 훈련이 끝나고 그들을 토요일 오후, 밖으로 외출을 하기 위해 평상용 제복을 차려입었다. 그들이 입은 제복은 깃털달린 모자와 푸른색의 코트와 여러 훈장, 엑스 자 반도가 달린 예장용으로, 물결무늬의 차이점을 제외하고서는 일반 총사와는 구분이 가지 않았다.

반면 전투 중에 입는 그들의 제복은 짙은 초록색의 버프 코트와 삼각모였는데 이는 실전에 투입된 총사 가운데 누군가, 짙은 색의 옷을 입으면 적의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하면서 차용된 결과였다.

여하튼, 어느 주말이 그러하듯 총사대 본부의 정문을 통해 외출하는 세 사람은 모두들 들떠 있었다.

“오늘은 우리의 전우애를 미리 다지는 결과가 되겠군. 조안, 너는 총각 딱지를 깨는 계기가 될 테고 말이야.”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알레한드로?”

조안이 당황해하자 거인이 정곡을 찔렀다.

“자네, 나이가 열아홉이라고 했지. 더구나 매일 집으로 돈 붙이면서 놀지도 못하는 주제에 퍽이나 계집질을 해봤겠다.”

“그, 그건 그래. 하지만….”

조안이 풀이 죽어 변명했다.

“동생들 빵 값을 대느라 돈이 없어 그랬던 거지. 결코 놀기 싫어서 그랬던 게 아니야.”

벨린이 정문으로 향하는 와중에 길게 기른 머리를 리본으로 묶으며 말했다.

“원한다면 자네 여비는 기꺼이 내가 내주지, 조안. 자네야 부양할 가족이 있으니 그것에 대해 비난하고 싶지는 않아.”

“고마워. 벨린.”

조안이 진심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물론 벨린에게는 전제가 있었다. 언젠가는 갚으라는 것. 이것은 단지 분위기를 깨트리지 않으려는 배려일 뿐이니까. 그는 이것을 대놓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은연중에 분위기로 암시를 하고는 했다.

그들이 막 정문을 지나려는 와중에, 벨린은 서쪽 건물에서 데 모레 훈련관이 깃털 모자를 쓴 차림으로 열심히 걸어가는 것을 보았다. 그는 발걸음을 빨리 하고 있었고 무언가를 경계하듯 사방을 열심히 바라보고 있는 중이었다.

데 모레는 벨린이 있는 곳도 보았지만 세 총사 후보생들을 알아보는 척 하지는 않았다.

데 모레의 존재를 벨린만 확인했는지, 두 사람은 계속 정문을 지나쳐 걸어갔다. 벨린은 데 모레가 지나간 사실을 두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고, 그들은 그렇게 여흥을 즐기기 위해 술집으로 향하였다.


드라고니스 여관 겸 주점은 주말만 되면 사람으로 몹시 붐볐다. 이 넓은 여관은 도시 온갖 부류의 인간 군상들로 가득 메워지기 마련이다. 악사는 음악을 연주하고, 현란한 옷으로 차려입은 무희는 주정뱅이들이 히히덕거리는 가운데 화려한 춤을 춘다.

세 총사 후보생은 서로가 경쟁이라도 하듯 술을 마셨고, 조안이 겨우 포도주 네 잔에 얼굴이 벌게진 것만 빼면 히히덕거리며 재미나게 놀았다. 그들은 비록 성격이나 나이가 제 각각이었지만, 한 달 간의 훈련 덕분에 망설임이 없었다.

그들은 그렇게 서로에 대해 이야기를 했고, 자신들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먼저 알레한드로가 자신의 무용담을 털어놓았다.

“우리 집은 대대로 국가를 위해 충성해왔지. 바레스 가문 하면 군부에서는 모두들 알아주는 애국집안이야. 증조 할아버지는 기사 작위를 얻은 바 있으시고, 아버지는 기병대의 대장이었어. 하지만 나는 한번도 집안에 손을 벌린 적이 없어. 애국하는 것은 스스로 노력해야 하는 거거든. 물론 우리 아버지는 나를 기병이나 보병대의 장교로 임관하는 길을 모색했지만. 나는 내 실력을 전장에서 증명받길 원했네. 진정한 애국을 하려면 집안에 감히 손을 벌리거나 해서는 안 돼. 그래서 탈레스 연대의 하사관으로 전투에 나섰다고. 거기서 내가 기지를 발휘하여 적 기병대 수백을 머스킷총으로 격파했지.”

“멋진 집안이군.”

벨린이 한 마디 했다. 물론 립 서비스 차원이다. 조안은 그저 술에 취해 활짝 웃어 보일 뿐이었다.

“우리 집은 칠남매나 됐어. 덕분에 군대에 가서 공을 세워 출세를 했고, 총사대 월급 가지고 가족들은 충분히 먹여 살릴 수 있으니 한 숨 돌릴 지경은 됐지. 비록 나는 애국심 같은 건 떨어질지 몰라도, 그래도 충실한 삶을 살 수 있어 총사대가 좋아. 군대에 안 갔으면 여전히 도둑질이나 하고 있었을 테니까.”

벨린이 말을 할 차례가 온 것 같았다. 두 사람은 벨린을 바라보았고, 벨린은 잠시 멋쩍게 웃어보였다.

“나는 그저….”

“자네 사냥꾼이었다는 거는 다알아.”

알레한드로가 지적했다.

“우리가 알고 싶은 건, 자네가 숲에서 무엇을 사냥했나 하는 거야. 어쩌다 저런 식의 별종이 태어날 수 있는지, 바로 그게 궁금하다 이거지!”

벨린은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점잖게 술을 마셨다. 할 얘기는 있었다. 그러나 심사숙고할 일이었다. 이것을 마음속에 품어두고 있을지, 아니면 다른 이들에게 꺼내놓을지 잘 생각해야 했다.

포도주를 다 비운 끝에, 그는 결국 고개를 저었다.

“미안하지만, 자네들에게 해줄 이야기가 없군.”

“에이, 이봐 자꾸 섭섭하게 그럴 거야?”

술에 취한 두 사람이 장난삼아 야유를 했다. 벨린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대신 분위기는 깨지 않도록 해주지.”

때마침 악사와 무희가 곡을 하나 끝내고 쉬고 있었다. 벨린이 손가락을 튕겨서는 탁 소리를 냈다. 캐스터네츠를 든 악사가 총사 후보생들의 테이블로 왔다.

벨린이 악사의 주머니에 은화 몇 닢을 넣어주었다.

“이 훌륭한 신사 분들을 위해 노래나 몇 곡 들려주게.”

악사가 물론입니다. 선생님 하고 제 자리로 뛰어갔다. 조안과 알레한드로는 조금 황당했지만, 곧 무척 재미있어하는 표정을 지었다.

세 명의 악사가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기타 소리가 베이스로 깔렸고, 캐스터네츠 소리가 반주를 이뤘다. 그 곡을 반주로 무희가 무대를 빙그르 돌며 현란한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들의 얼굴에 만면 가득히 즐거움이 차올랐다. 벨린은 천천히 포도주를 한 잔 마셨고, 그렇게 노래와 춤을 이용하여 조금은 어정쩡해진 분위기를 완전히 환기시킬 찰나였다.

깃털달린 삼각모를 쓴 신사 셋이 등장했다. 그들은 벨린을 가리키며 술집 주인에게 무언가를 물었고 대답을 듣자마자 성큼성큼 다가왔다.

벨린은 귀찮다는 투로 포도주를 마저 비웠다. 레이스가 달린 고급스러운 코트를 입은 세 신사가 벨린의 테이블 앞에 섰다.

“당신이 벨린 데 란테입니까?”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운데에 선 신사가 사무적인 어조로 말했다.

“존귀하신 분의 심부름으로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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