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청객 맞이 준비
한국에서 배달 사고가 터졌다.
게다가 그걸 알아볼 현지 정보라인까지 사라진 상황,
장밍은 일이 틀어진 것에 엄청난 분노를 표출했다.
“도대체 어떤 놈들이 그런 간 큰 짓을 했다는 건가?”
알 길이 없다.
“소국에 잠입한 애들 지금 당장 풀어서 아이들이 대량으로 유치된 곳을 알아봐. 당장!”
그 지시를 내리고 반나절이 흘렀다.
왕웨이가 문을 열고 들어섰다.
“형님! 놈들의 위치를 알아냈습니다. 그리고 놈은 조민시안이라고 하는 놈입니다. 게다가 놈과 각별하게 지내는 계집도 지금 우리 구역인 뉴욕에 있다고 합니다.”
“조민시안?”
처음 듣는 놈이었다.
그렇다면 이쪽 바닥에서 굴러먹던 놈이 아니든가, 아예 뉴페이스일 가능성이 크다.
“다른 특이사항은 없나?”
“그게 그놈이 소국의 대기업 대주주의 손자라는 게 좀 걸리기는 합니다.”
대기업의 손자라···
고작 소국의 그따위 지위로 자신의 재산에 손을 덴 놈을 살려둘 이유는 되지 못한다.
“건방진 놈 고작 할아버지 재산을 믿고 까부는 애송이었구만, 은밀하게 놈을 내 앞에 데려와. 반항하면 죽여도 좋다.”
“그럼 뉴욕에 있는 계집도···”
“화근은 뿌리째 뽑아 버려야 다시는 우리를 우습게 못 볼 것이다. 본보기로 뉴욕에 있는 애들 손으로 그년을 먼저 처리하게 해. 그리고 소국 쪽으로 보낼 쓸만한 놈들로 추려 밀입국 시켜.”
정상적인 통로로 입국하게 되면 꼬리가 밟히고 외교적 문제로 비화 되면 골치가 아파질 여지가 남는다.
“네 형님. 하명 받들겠습니다.”
왕웨이가 나가고 장밍은 풀리지 않는 분을 곱씹으며 뇌까렸다.
“감히 어린 놈의 새끼가 미래의 남부전구의 총련주가 될 나에게 물을 먹였단 말이지···”
하이난성에 자리 잡았던 2년 전, 줄이 끊어지자 맥없이 갈려 나간 전 보스의 조직원들을 절치부심 다시 규합했다.
머리를 조아리고 당국의 산하기관들과 무너졌던 협력관계를 복구하고, 일대일로 사업에 다시 편승하는 수완으로 단숨에 조직의 덩어리를 키웠다.
뿐만인가, 지금은 캄보디아를 손에 넣어 동남아권은 물론이고 아프리카를 넘어 유럽까지 줄이 닿아 있는 사업을 진행하는 위치에 올라섰다.
만일 재산의 손실이 중국 땅에서 일어났다면 차라리 몸을 사리고 참았을지도 모른다.
당국에 책을 잡혔다가는 안하무인이던 쑨샤이홍처럼 한방에 쓸려나갈 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소국 따위의 인물이 감히 자신을 건드린 것은 용서할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이라는 소국에 대해서는 그동안 쌓인 것이 많기도 했다.
대만이고 동남아국가들이고 아시아에서 발을 붙이지 않은 나라가 없는 지경인데, 유독 한국은 발을 붙일 여지가 없었다.
공들여 겨우 자리를 잡을 만하면 공권력에 여지없이 갈려 나가는 건 순식간이었기 때문이다.
“자리를 잡지 못할 바라면 힘으로라도 밟아는 줘야 한다.”
한쪽 벽면을 차지한 세계 지도 구석에 쥐똥만한 나라를 노려보는
장밍의 눈에는 핏발이 서 있었다.
***
밀입국 현장을 덮쳐 잡을 수가 없었다.
여러 팀으로 쪼개져 지역별로 분산되어 진입한 놈들이 한곳에 모여야 가능했을 테니까 그만큼 정밀하게 추적하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런식의 일망 타진은 그저 밀입국이라는 법적인 처벌만 가능한 수단일 뿐, 저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줄 법적 근거도 없다는 말과 같았다.
그래서 결정했다.
을지문덕 장군의 살수대첩을 본받자고···
놈들은 끌어들여 박멸한다.
물론 그놈들 중 절반은 공권력에 던져 주는 자비를 잠깐 베풀 생각이지만, 한 놈도 살려 보내지 않겠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놈들이 본국 추방되는 날이 재사 날이 되도록 설계했다.
시안은 지금도 뒤집어진 세상을 알차게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논문을 정리 중이다.
-우웅! 우웅!
모바일이 진동을 했다.
“네 이다원 수사관님, 하시는 일은 잘 되셨나요?”
[네 시안씨가 준 정보가 맞았어요. 관광버스 두 대로 이동하던 102명 모두 불시검문으로 확보했다고 합니다. 일부 주요 인원은 제외하고 잠시 후에 경찰에 넘길 예정이랍니다.]
국가 공권력에 양보하는 건 여기까지다.
“약속대로 전 공공의 일에 협조한 겁니다.”
[그게··· 맞아요?]
난 네놈이 한 일을 알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서문정의 야유성 물음···
“뭐··· 맞다고 하시죠. 저는 아이들을 구하고 공권력은 범죄자들을 잡았는데요.”
[시안씨, 강제 구금은 불법인 거 아시죠?]
아이들을 동남아로 이송하려던 놈들을 말하는 것이다.
그들은 현재 모처의 지하 감옥에 갇혀 있다.
“그건 제가 아이들을 강제 구금했다는 말로 들리는데요. 당국의 허가를 받아 감독하에 처리한 일입니다.”
[그 얘기가 아니잖아요.]
“저기 이다원 담당님,”
[네, 말씀하세요.]
“지금까지 살면서 해고한다는 말 들어 보셨나요?”
시안의 말에 서문정이 입을 닫았다.
“제가 당신에게 그 말을 안 했으면 합니다만, 우리의 관계는 나의 일방적 협조가 아니라 공조입니다. 그 점을 잘 헤아려 주세요.”
시안이 그 말을 끝으로 통화를 끝냈다.
서문정을 이다원 담당에서 해고하는 순간, 국정원과의 관계는 전면 재검토로 다뤄지게 된다.
화도에 자리한 JM엔터 직원 대부분이 미국을 비롯한 해외 국적의 재한 외국인으로 등록되어 있다.
현재 발생하고 있는 일이 외부로 드러나면, 복잡한 외교적인 문제가 생긴다.
그것도 한, 미, 중 3국 인터폴 간의 마찰을 일으킬 공산이 크다.
그 영역에 발을 들여놓는 중국 양아치들까지,
국정원은 여러모로 골치가 아프게 될 것이다.
때문에 이번 분쟁을 일단 관망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시안이 중국 불청객들을 학교로 끌어들이려는 이유였다.
학교 전방위로 펼쳐진 페어리들의 결계는 그들의 주술로 공간을 뒤틀게 할 수 있는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오늘 이 영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그건 세상에 없던 일로 되어야 했다.
일단 버스로 이동하던 놈들은 경찰에 넘긴 셈이다.
애초에 놈들이 작전이랍시고 취한 움직임은 시안의 정보력을 처음부터 무시하고 들이댄 경우였다.
상대를 우습게 본 결과는 지금처럼 속수무책으로 참담한 게 맞다.
이제 이곳에 개별적으로 오는 놈들이 진짜였다.
나름 능력이 출중한 놈들의 수는 현재 파악된 것만으로도 30명이 조금 넘었다.
놈들은 서로 간의 통신을 주고받으며 동서남북 방향에서 접근을 하고 있다.
관광버스를 타고 오던 100여명의 고기 방패들이 꼼짝없이 폐기 된 상황,
그 소식을 전해 들었을 놈들도 이제 마음을 새롭게 다잡지 않았을까.
시안은 학교 정문이 보이는 교내 끝자락 팔각정에 자리했다.
학교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위치였다.
어둠이 내리던 무렵, 마리아 스펜서로부터 연락이 왔다.
[보스, 학교로 접근하는 자들의 정보를 모두 파악했습니다.]
“말해.”
[파악된 인원은 모두 32명, 그들 중 대부분은 은밀히 산을 타고 학교 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정황입니다. 그리고 조금 전 연수원 인근으로 승합차 한 대가 진입했습니다. 도착 예정 시간은 10분 입이다. 보스.]
“그게 끝이야?”
[경찰에 체포된 자들을 보충할 인원을 다시 충원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현지 조달이군. 그자들도 이리로 온다고 보면 되겠지?”
[네 아마 지금쯤 강변도로를 달리고 있을 겁니다. 인원은 대략 100여명, 그러나 아까처럼 저들을 기관에 제보하는 것은 소용이 없을 것 같습니다. 불법 체류자 몇 명을 제외하면 모두 합법적인 재한 중국인들입니다.]
“1시간 후쯤이면 도착하겠군.”
[네 그렇게 예상하고 관찰 중입니다. 그런데 정말 JM직원들이 학교를 지원하지 않아도 되겠습니까? 이곳 직원들이 많이 걱정하고 있습니다. 보스]
“그건 절대로 안 돼. 괜히 JM엔터가 나서면 한국 정부기관의 심기를 건드릴 수도 있다. 너무 걱정하지 마. 만반의 준비를 해두었으니까.”
[알겠습니다 보스.]
통신을 마친 시안이 주변을 둘러봤다.
서서히 어둠이 깊어졌다.
1시간 전 천마산 반대편 오남읍 쪽에서 등산로를 타고 넘어온 놈들이 있다고 했다.
목적지에 도착한 놈들은 근처에서 숨을 돌리며 작전 개시를 기다린다고 봐야 한다,
이제 늦어도 1시간 뒤, 팀을 나누어 학교를 포위한 놈들이 진입할 것이다,
[알파다. 조커와 깍두기 듣고 있나?]
알파는 박석천 팀장이었다.
“조커다 위치 대기 중.”
조커는 시안,
그러나 대답 없는 깍두기···
[알파다 깍두기 듣고 있나?]
[아···깍두기가 나구나. 응 잘 들려···]
[짧게 응답하기 바란다.]
[로저]
“깍두기 정신 안 차리지.”
저거 킬러로 어떻게 살았지?
[···]
자쟈는 지금 대운동장 복판에서 비행기구 옆에 앉아 있다.
“깍두기 기구에 시동을 걸고 비상해라. 1시간이다.”
[로저]
잠시 후, 깍두기의 비행기구가 밤하늘로 오르기 시작했다.
단단한 로프로 고정된 부양기구는 300미터 고도에 오르면 멈출 것이다.
자쟈는 하늘로 오르며 따듯한 커피를 내려서 마셨다.
“아 진짜 옛날 생각나네···”
언젠가 어둠 속에 비행기구를 타고 잠입해 표적을 제거한 적이 있었다.
[깍두기, 뭐가 보이나?]
“응 아직 눈에 뵈는 건 없다.”
[그래, 수상한 불빛이 보이면 보고해.]
“로저”
300미터 상공에 올라 김이 모락거리는 커피향을 음미하며 어둠이 내려앉은 대지를 내려다봤다.
자쟈는 근래 며칠 동안 벌어졌던 자신의 일을 더듬었다.
아직 다 아물지 않아 조금은 불편했지만, 예전의 기량은 되찾은 상태라는 게 흡족할 뿐이다.
아직 보안상의 문제로 자세한 내용은 듣지는 못해도 동생 에텔이 조만간 한국으로 올 거라 했다.
전 세계에 분포되어있는 자신의 동료들 모두가 JM그룹의 보호를 받고 있음을 위성통신을 통해 확인도 했다.
츠르딜리라는 가면을 지운 댓가치곤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결말지어야 할 복수에 JM이라는 최적의 스폰서를 얻은 셈으로 치자면 결과적으로는 최선의 선택으로 봐도 무방하다.
그런 즐거운 상상에 미소를 띠던 자쟈가 기구의 열기를 서서히 줄였다.
“깍두기다. 수상한 불빛이 경계를 포위하고 대기 중, 육안으로 보이는 건 모두 12팀이다. 포위망을 좁혀 진입하려는 진용이다.”
[알았다. 놈들이 지원 인력을 급조해서 보냈다는 정보가 입수됐다. 계속 관찰해라.]
시안의 정보력은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듯했다.
그 정보를 증명이라도 하듯 멀리서 대형차량들이 들어오는 불빛이 보였다.
버스로 보이는 차량 2대는 학교로부터 100m 떨어진 지점에서 멈췄다.
자쟈가 야간투시경을 들었다.
대략 봐도 100명이 넘는 인원이다.
저곳부터는 걸어서 정문으로 들어설 생각인 것 같다.
시안도 놈들이 탄 버스가 화도를 지날 때쯤 재차 놈들에 대한 보고를 받았던 터다.
자신들의 본국에서 파견된 본대가 소실되자 국내 체류자들을 용병으로 끌어모아 악착같이 수적 우위를 점하려는 이유는 뻔하다.
이쪽의 전력을 한 방향으로 집중시키고 뒤를 치겠다는 의도라면 필수적인 게 바로 저런 고기방패들이다.
‘독이 아주 바짝 올랐나 본데···’
때마침 자쟈로부터 연락이 왔다.
[깍두기다. 100미터 거리에 버스 두 대 정차, 100명이 부산을 떠는 게 보인다. 이상]
“로저, 계속 관찰해라. 이동을 시작하면 즉시 보고. 이상.”
[로저]
저 인원이 정문을 돌입하면 곧장 강당으로 향할 것이다.
“알파”
[말하라 조커]
“놈들은 강당이 목표다.”
[탱크가 와야 진입이 가능할 만큼 강당은 걱정 없다. 이상.]
강당은 창과 문들이 모두 철문으로 막혀있는 데다가 입구 양 옆으로 높은 방벽을 설치해서 진입로를 좁게 만들어 놓은 상태였다.
포크레인을 동원해 벽을 부수지 않는 이상 진입이 어려울 것이다.
시안이 먼저 움직이겠다는 통보를 했다.
“조커다, 이제부터 경계를 넘어서는 놈들은 JM에서 감당할 것이다. 이상.”
[로저]
“깍두기”
[말해라.]
“지금부터 은밀하게 레펠 가능한 높이까지 하강해라. 이상.”
[이미 가는 중···]
이 침입을 지휘하는 놈들은 자쟈가 맡을 것이다.
강당 방어를 맡고 있는 박석찬의 팀원들은 모두 소음기가 딸린 실탄 총기들이 지급된 상태다.
그리고 이 학교의 경계에 들어서는 순간 저들에게는 다른 의미에서 더 끔찍한 지옥도가 펼쳐질 것이다.
시안이 페어리들을 불렀다.
‘얘들아 나와!’
-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찾아주신 독자님들의 선작과 추천 응원이 많은 힘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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