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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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베로 게임의 대형 이벤트가 종료된 날이다.
그런데 그 이벤트를 종료시켜 세상의 이목이 집중된 장본인을 노렸다는 건···
무슨 뜻일까?
세 가지로 크게 나눠서
성질이 급한 놈이거나,
상황이 급한 놈이거나,
마지막으로 표적의 주변을 급하게 만들어야 하는 놈.
그게 어떤 놈들이든 어차피 점조직으로 이루어진 놈들이다.
혹시 이쪽에서 불이 난 집처럼 수선을 떨기를 바라고 연쇄적으로 벌집을 쑤시는 거라면,
놈들이 JM조직의 움직임 파악에 신경 쓰거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잠시 생각을 정리한 시안이 입을 땠다.
“오늘 나를 노린 놈의 배후를 알아봐.”
[네? 무슨 일이라도···]
“별거 아니니까 걱정하지는 마. 나머지는 조셉이 처리할 거니까.”
[네, 방금 그곳에 유, 무선 통신망을 일시 차단했습니다.]
시안이 침실로 들어가 문을 닫으며 말했다.
“한 가지 더,”
[네 보스]
“보안업체 WD가 이번 일과 어떻게 관련된 건지 찾아서 처리해, 제네바 국제공항 부근의 호텔 하나 지금이라도 체크인 할 수 있게 예약하고, 내 귀국 동선 주변 철저히 점검해줘. 수선 떨지 말고 차분하게 움직이라고 해. 쓸데없이 전용기 보낼 생각은 마.”
[네 보스]
“그리고··· 최근 한국으로 입국한 놈들이 있나 확인해. 더 있을지도 몰라.”
[조커 말씀이십니까?]
“그래···놈들도 오늘이 어떤 날인지는 알 텐데··· 하필이면 왜 오늘이었을까?”
[미친 놈들이 아니면, 경고의 의미 아닐까요? 보스가 극동으로 가는 걸 막겠다는 의도라면 중국도 연류된 일일 겁니다. 어제와 오늘 동아시아 정보 에이전트들의 움직임에 갑작스러운 특이 사항이 있었습니다. 그 클라이언트가···]
“CIA?”
[네 보스. 정확하게는 그 끄나풀들입니다.]
“더 자세히 알아봐.”
[알겠습니다.]
“전쟁이 코앞인 복잡한 시기에 그런 특이 사항은 언제나 가능하잖아. 물론 소란을 떠는 게 그놈 때문이라면 좋겠지만··· 그리고 특급으로 분류된 자들 최근 동향도 면밀하게 다시 점검해봐.”
[네, 혹여나 한국에서 포착되면 처리할까요?]
“그건 아니고···”
말을 멈춘 시안이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오늘 시안에게 잡힌 놈은 그저 성공하면 좋고, 실패한다 해도 그만인 소모품에 불과했다.
자신을 암살하려는 이번 설계에도 한국으로 침투한 놈이 있다면, 정말 바라는 바다.
‘그 똘아이 킬러 놈일 수도···’
그렇다고 그런 괴물 같은 놈을 잡아 보겠다고 서울 한복판에서 살육전이 일어난다거나, 선을 넘는 총질로 번져 소란스럽게 된다거나 해서 놈이 죽기라도 한다면, 그건 그것대로 곤란했다.
지금처럼 미국 CIA와 FBI까지 주시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 시점이라면 더더욱···
차라리 한국의 정보기관에 맡기는 게 수월할 수도 있다.
혹시 그자라면, 놈을 이용해 원하던 부가 이익들도 챙길 수 있을 테니까.
“레이먼드.”
[네 보스.]
“한국의 국정원에 은밀히 제보해. 우리가 찾는 그놈인 것처럼 포장하는 게 좋겠어. 그럼 국정원이 CIA와 공조하는 걸 매우 껄끄러워야 할 거야. 그리고 표적이 나라고 귀뜸해. 혹시나 그놈이라면 더더욱 보안을 유지해줘.”
[알겠습니다. 그리고 방금 전 놈의 신병을 인도받는 절차가 마무리되었습니다. 그 지역 유, 무선 통신을 다시 정상화됩니다.]
“그래 최대한 조사하고 증거 확보한 후 WD와 공조해서 스위스 경찰에 넘겨, 나중에 다시 연결하자고···”
-뚜욱!
통신을 마치고 현장을 수습하는 경호담당들을 살필 겸 문을 열고 나가 시간을 확인했다.
‘밤 12시 40분이면···’
시안이 이번에는 전화기를 들었다.
‘한국은 이제 오전 8시 40분쯤 되겠지.’
-뚜루루루루 뚜루루루루···
-달각
[여보세요. 시안이구나! 그래 스위스에서는 잘 지내고 있나.]
전화기 너머로 반가운 김일환 변호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신이 앞으로 뭔 짓을 하게 되든 먼저 귀국부터 해야 한다.
***
그 일이 있은 지 이틀 후,
주현아는 해도 뜨기 전 조민시안이 묵고 있다는 제네바의 숙소로 향하고 있었다.
게임 속 마왕을 클리어 한 눈마바사의 실행자,
그가 오늘 떠난다는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다.
‘더 머무를 거라고 했지만··· 혹시 괴한이 침입했다는 소문이 사실인 건가?’
시안이 스위스 베른으로 온 것은 6인의 플레이어가 살아남았던 3개월 전이었다.
남은 6인이 게임의 플레이에 집중하고 전념하기를 바라는 제작사 알넥 코퍼의 배려로 마련된 숙소였다.
이곳의 생활이 만족스러운지 시안도 게임 종료 후 좀 더 여유 있게 유럽 여행을 계획 중이라고 했었다.
그런데 어제 갑자기 날아든 문자를 확인하고 급하게 연락을 했다.
그리고 서둘러 귀국해야 할 일이 생겼다는 답신을 받았다.
오늘 스위스를 떠나는 비행기를 예약하고 제네바 호텔로 이동했다고···
몇시인지는 밝히지 않아 모른다.
어차피 오늘 오후쯤으로 인터뷰 스케줄을 잡을 예정이었는데 이른 시간으로 앞당긴 것뿐이고 시간상 피곤해도 더 좋았다.
더구나 말없이 그냥 떠날 수도 있었을 텐데 연락이라도 주니 고마울 따름이었다.
언론사 리포터나 기자는 원래 귀찮은 존재로 취급받는 게 현실이니까.
주차를 시키고 호텔 펜트하우스로 오르는 1층 엘리베이터에서부터 경호직원들에게 제지를 받는 상황이 연출되며 신분이 확실한 그녀를 제외한 다른 스텝은 일단 아래층에 대기해야 했다.
시안과의 인터뷰는 늘 조심스러웠다.
그가 비밀리에 스위스로 온 이유도 3개월 전 괴한으로부터 피습받은 직후였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며 조셉이라는 남자가 보였다.
“어서 오세요. 기자님. 이쪽으로 오시죠.”
복도로 나서며 주현아가 멋쩍어 말했다.
“하··· 저 기자 아니고 아르바이트 수습 리포터라고 했는데요.”
무표정 남자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전 마스터의 생각을 따를 뿐입니다. 이 방입니다.”
무뚝뚝한 그가 열어주는 문으로 주현아가 들어섰다.
조민시안의 밝은 목소리가 그녀를 맞이했다.
“오시느라 고생했네요. 기자님.”
마스터의 일관된 호칭을 들으며···
“고생은요. 인터뷰 시간 내 주신 것만도 황송하죠. 아무튼 시안씨 우선 축하드려요. 지금 세계가 난리 난 건 아시죠?”
시안이 자리를 권하며 대답했다.
“아··· 그런가요. 욕이나 안 먹으면 다행일거라 생각했는데···”
주현아가 소파에 앉으며 자신이 들었던 일을 상기했다.
‘총격 있었다는 건 뜬소문 같은데? 멀쩡하네?’
“사고가 있었다는 소문이 있던데요. 그 얘기 듣고 저도 엄청 놀랐어요.”
“아··· 별일 아니에요. 그냥 소란이 있었어요. 심각한 일도 아니고, 그것 때문에 귀국이 빨라지기는 했지만···”
시안을 힐끗 뒤돌아봤다.
‘이상한데? 원래 저렇게 키가 켰었나? 180이 넘는 것 같은데···’
불과 며칠 전 마왕 공략에 대한 사전 인터뷰를 했을 때도 만났었다.
그때보다 키가 훤칠하다는 느낌은 그렇다 쳐도 그런대로 건강하다는 느낌을 주던 예전과 다르게 체형이 단단하고 더욱 견고하게 완성된 느낌이랄까?
“그새 키가 더 커진 건가요? 한창나이라 그런가?”
“하하··· 그런가요? 뭐 그렇다고 해두죠.”
따뜻한 차를 내오며 유쾌하게 웃어넘기지만, 약간 당황스러워 하는 것이 엿보이기도 했다.
통신기로 뭔가 연락을 확인한 시안이 그녀에게 말했다.
“차 넉넉하게 준비했으니 스탭분들도 이제 들어오시라고 하시죠.”
“아, 그럴까요.”
주현아가 메시지를 보내는 동안 시안은 다시 주방에서 과일을 준비했다.
고작 19살 나이의 앳된 청년에게서 30대의 아우라가 풍기니 그가 말 편하게 하라고 했어도 존댓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
모든 인터뷰는 예정대로 마쳤다.
주현아는 시안의 개인적 요청에 나머지 스텝들을 먼저 보냈다.
“그래 무슨 일이세요.”
주현아의 물음에 시안이 웃으며
“기자님은 정말 한결같으시네요.”
“그 기자 아니고, 알바 리포··· ”
휴학하고 학비 버는 파트타임 리포터임을 밝혔는데도 여전히 기자라고 하는 시안에게 다시 알려주려다 포기했다.
어차피 그녀의 꿈이 저널리스트였으니까.
“그래요 뭐··· 그런데 뭐가 한결같을까요?”
시안이 말한 그녀가 한결같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짐작이 안 갔다.
“전에도 말 편안히 하시라고 했었는데···”
“아··· 그거요. 나이 두 살 차이가 무슨 계급도 아니고··· 나는 이게 더 편해요. 그렇다고 시안씨와 거리를 두려는 건 절대 아니니까 오해는 말고요. 알죠?”
시안은 별다른 문제도 아니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 괴한이 피습이 귀국을 서두른 이유겠죠?”
인터뷰에서는 물어보지 않은 내용이기도 했다.
“네··· 그래서 조용하게 귀국하려고요.”
“그렇겠죠··· 그럼 저도 본사에 언질을 넣어도 될까요?”
“네 피습 사실만 제외한다면 그러셔도 돼요. 제가 그렇게 대단한 인물도 아닌···”
시안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주현아의 입에서 약간 높은 톤이 터져나왔다.
“아니요!”
아주 강한 부정
“절대! 아니에요.”
“네?”
“지금 전 세계가 난리 났다니까요? 시안씨가 베른시 외진 곳에 머무르다 보니까 느끼지 못했던 거예요. 벌써부터 클배로 시즌2 출시하라고 난리고요. 시안씨는 외모부터 탈인간계니까 최종보스로 세우라고 야단들인데 무슨 소리를 하세요···”
“·········”
“게다가 이번 컨텐츠를 기획한 알넥 코퍼의 의도가 향후 20년을 내다 본 사업방향에 대한 모의실험이었다는 저널들의 얘기가 돌고 있어요.”
“‘양자컴퓨터 대량생산에 따른 1인 미디어 가상현실, 그걸 모티브로 한 소셜 플랫폼 기반 사업 확충, 그리고 개발을 완료한 인체 캡슐 하드웨어 생산 및 게임 개발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지향한다.‘ 말씀이시군요.”
“게임만 하는 줄 알았는데, 의외로 잘 알고 있네요?”
“제가 이 이벤트에 참여한 게 그런 것 때문이었으니까요. 아마 가상현실 게임도 반드시 염두에 두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알넥 코퍼···”
시안의 JM재단도 이미 오래전부터 계획하고 준비하는 사업안이기도 했다.
그걸 모르는 주현아가 의아한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시안씨가 클배로를 시작할 때 나이가···?”
“열여섯 살이요.”
“아······”
주현아가 자연스럽게 수긍할만한 얘기긴 하다.
‘맞다··· 얘 은둔형 CEO였지···’
“기자님 서울에 오시면 연락주세요. 그동안 즐거웠어요.”
“아, 이제 공항으로 갈 시간 되어가죠?”
“네 이제 가야죠.”
시안이 짐이 정리된 주변을 둘러보며 아쉬움이 깃든 미소를 지었다.
“그래요. 그럼 서울에서 봐요.”
“네, 일주일 뒤 서비스 종료 행사장에서 뵙겠네요.”
시안의 스위스에서의 일정은 그렇게 마무리했다.
***
인천 국제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
공항 도착을 예고하는 안내 방송이 나온 건 조금 전,
[“네놈과 동기화된 상태라 하늘을 나는 배가 있다는 건 알았지만 약간은 놀랍군··· 저세상에도 프레이르라는 신성이 하늘에 띄우는 배가 있긴 하지만···”]
‘놀랍다라··· 나는 한 번의 발돋움으로 거대한 설산을 넘던 네가 더 놀랍지 않아?’
[“지랄! 그 정도로 성장 못 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만한 놈이 그딴 소리를 하는 거냐?”]
‘허긴 그렇지···’
말을 흐리며 창밖을 바라봤다.
공항의 활주로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어둠 속에 불빛들이 빠르게 지나가는 야경들을 보면서 시안은 스위스에서 ‘안목’이라는 패시브 스킬을 연습할 겸 발동한 결과를 떠올렸다.
이름 : 주현아
나이 : 21세
가호 : 노른(비각성)
특성 : 세상을 보는 눈(개화 중)/ 발키리(주목 중)
생명 : 1.0
지력 : 13.8
체력 : 1.2
근력 : 1.2
민첩 : 1.7
마력 : 0.00001
▽
*클리어 보상 포인트 : 00▼
*각성을 충족하면 신성의 가호를 받아 능력치가 급상승합니다.
세상을 보는 눈이 개화를 마쳐도 일반 특성일 뿐이지만···
주목 중이라는 발키리는 누굴까···
가호가 노른 신족,
그녀의 일반 특성 세상을 보는 눈과 굳이 연관 짓자면,
첫째 울드는 과거,
둘째 베르단디는 현재,
셋째 스쿨드는 미래,
그들 중 누가 되더라도 이상 게 없다.
역시 두고 봐야 할 일이지도 모른다.
-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부족하지만 추천과 응원이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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