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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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 동구청에서 옆길을 따라 능안공원,
“여기서 세워 주세요.”
택시비를 결제하고 내린 주현아는 시안의 집을 금방 찾을 수 있었다.
해 지는 지붕 너머로 희미한 무지개빛 조명이 일렁이는 저택,
‘온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분광현상이 지붕 위에 걸쳐있네?’
알 수 없는 광원현상이 자신의 목적지에 걸려 있었다.
황당함이 의아함으로 교차되던 때,
“주현아 기자님?”
자신을 부르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안녕하세요. 저는 조민시안 도련님을 모시고 있는 정한욱입니다.”
그녀에게 명함을 내미는 정한욱 비서였다.
주현아도 자신의 명함을 내밀며 말했다.
“네 안녕하세요. 저 기자 아니고 리포터랍니다. 여기···”
그녀의 말에 그저 방긋 웃기만 하는 정비서에게 물었다.
“그런데 전에는 못 뵙던 분이네요.”
“네 그럴 겁니다. 그때 주변에서 조용히 수행만 했었으니까요.
“아··· 그러셨군요.”
“이 계단을 이용하시면 됩니다. 도련님은 지금 3층에서 기다리십니다. 저는 여기까지만 안내하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런데··· 도련님?’
일찍이 시안의 부가 어느 정도인지는 알고 있었다.
겉으로 드러난 것만 250억 달러,
언론계의 혹자는 말했다 지하에 수천억 달러는 더 있을 거라고···
대문을 통과해 옥외 계단 따라 옥탑 집으로 들어섰다.
말이 옥탑집이지 사실상 단독 주택과 다름없는 구조.
현관이 열리며 시안이 마중을 나왔다.
“어서 오세요. 수고스럽게 오시라고 해서 미안하네요.”
“아니요. 오히려 초대받아서 영광입니다. 시안씨 초대는 언제라도 환영이죠. 신경 쓰지 마세요.”
“아···제 초대가 늦기는 했네요. 들어가시죠.”
[“불쌍한 희생양이 들어오는군. 네놈은 사람이 아니다. 발키리와 작당해 인신매매를 획책하다니! 악마 같은 놈 장기매매도 할 기셀세.”]
요즘 들어 동기화 된 이 세상 드립에 맛 들인 바사의 지껄임을 깔끔하게 무시했다.
오늘 그녀를 초대했던 건, 사실 스쿨드와는 상관없는 일 때문이었다.
이제 곧 미국으로 돌아갈 주현아를 JM재단 대외 동향 분석 총괄팀 직원으로 스카웃을 제안하려는 의도였으니까.
그런데 뜻밖에도 스쿨드가 집까지 따라오는 바람에 둘의 관계를 연결하는 일이 앞당겨지게 된 것뿐이다.
주현아가 현관을 들어서니 소파가 놓인 탁자에 다과가 준비되어있었다.
“차는 무엇으로 하실래요? 레몬 유자 아니면 아메리카노.”
“시안씨랑 같은 거로 하죠 뭐. 번거로우니까.”
“네 그럼 잠깐만 기다리세요.”
시안이 머그컵 두 개를 쟁반에 받혀서 들고 왔다.
“드세요.”
“네 고마워요.”
커피로 입술을 한차례 축일 때 시안이 말했다.
“요즘 하늘에 이상한 게 돌아다니니까 사람들이 많이 놀라던 거 같던데요.”
“네 맞아요. 야단법석 정도는 아니어도 온대지방에서 벌어질 수 있는 현상은 아니니까요. 그리고 들어오다 지붕 위에 걸쳐있는 걸 봤어요.”
“오로라빛 분광현상을요?”
“네, 이 집 지붕 위에 보란 듯이 걸쳐있던데요?”
“헐···”
사실 주현아 기자가 들어 설 때 그녀에게 잘 보이는 곳에 있어 달라고 부탁한 건 시안이었다.
“몰랐어요?”
“네, 밖을 안 나가니까···”
주현아가 고개를 끄덕이다 멈추고 물었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저랑 의논할 게 있다는 게 뭘까요?”
“그게 지금 그 현상하고 관계가 있는 일이라서요. 먼저 이거 한번 보세요.”
시안이 책을 펼쳐 보였다.
지금부터 그녀에게 정직한 개소리를 거짓 없이 친절하게 지껄여야만 했다.
“영문으로 된 북유럽 신화···네요.”
“네 이 부분입니다. 발키리···”
주현아 기자가 그가 가리키는 구절을 읽어 내려갔다.
“원래 죽은 전사를 선택하는 자라는 의미로 발키리들이 갑옷과 방패를 착용하고 말이나 늑대를 내달리면 빛이 발하는데 이것이···?”
다음 구절을 본 주현아가 잠시 읽기를 멈추고 시안을 봤다.
그다음 구절을 시안이 마저 읽었다.
“이것이 하늘에 오로라로 보여진다고 한다.”
옛 서사의 전설을 발췌해 해석한 고문서학자가 쓴 책이었다.
굳이 그 부분을 콕 짚어 읽으라고 해서 읽기는 했지만,
소년 감성의 장난이라고 하기에는 좀 더 유아적인 어린 취향의 과몰입···
“···흥미롭네요.”
주현아로서는 그냥 얼버무리면 될 일 아닐까.
그런 그녀를 시안이 응시하며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왜··· 그러시죠? 이게 무슨 관계라도···”
그제야 입을 뗀다.
“어제 행사장에 오로라 보셨죠?”
“네··· 두 차례 정도 홀로그램 증강현실 구현으로 알고 있어요.”
“그거 주최 측에 확인하신 건가요?”
“아니요. 그걸 왜? 제가 알바 리포터라는 거 아시면서···”
시안이 자신의 휴대폰을 열었다.
“이 기사 좀 보세요.”
[기이현상으로 논란이 이는 오로라 광원이 정체는?/ 클리어 배틀 로그온 서비스 종료 기념행사장에도 나타나.]
<······행사를 준비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그 사건은 코액스 측에 따져 봐야 한다고 전제하며, 기획부터 애초에 그런 퍼포먼스는 준비한 바 없었음을 밝혔다. 이에 대해 코액스 측도 마찬가지 입장이라고 답변했다. 한편 기상청에서는···············>
“그렇다네요.”
“······”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래서 뭐? 내가 알던 조민시안이 맞아?’
적당히 따듯해진 커피 한 모금을 삼킨 주현아
황당함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시안을 바라봤다.
“혹시 이게··· 그러니까 발키리랑 연관 있다고 하시려는 건 설마 아니죠?”
“아뇨, 짐작하신 게 맞아요.”
아예 확신하는 말투,
“헐···”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고?’
“이게 현재 세계적인 현상이라는 게 문제죠. 전 세계에 128개 그중 미국에 36개 독일에 9개 스칸디아반도에 9개 프랑스 9개 영국 3개 그리고 여기 한국에 3개··· 현관 밖에 나가보시면 아실 겁니다.”
“네? 그건 아까···”
“그 사이 두 개가 더 왔다 갔거든요.”
정확히는 란드그리즈와 게이렐이 스쿨드의 주변을 배회하다 어디론가 가 버렸다.
주현아에게는 느끼지 못하겠지만,
지금 그의 집 지붕 위에는 스쿨드가 걸터앉아서 뜨개질을 하고 있다.
지는 햇살에 자신이 걸친 아티팩트의 반사광을 발하면서 말이다.
주현아가 오기 전 스쿨드는 말했다.
[내가 먼저 연결했으니, 이제 그 아이는 나를 어렴풋이 볼 수 있을거야.]
시안이 몸을 일으켜 그녀를 현관 밖으로 인도했다.
“나와 보세요.”
주현아는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평소와 다른 면으로 놀라움을 주고 있는 시안의 말을 들어 보기로 한다.
그러나 그런 의례적인 생각은 다음 순간 허물어져 버렸다.
그를 따라 현관을 나선 후 무심코 지붕 위를 보던 주현아는 손으로 입을 막아야 했기 때문이다.
뚜렷하게 걸쳐진 하얀빛이 바탕으로 된 파,남,보의 3색 분광,
그리고 뚜렷하지는 않지만 어릿하게 보이는 투명한 인간 형상 하나가 자신을 향해 미소 짓고 있는 것 같았다.
“허엇···”
등골이 오싹함을 느끼며 그녀 스스로 입을 막지 않았으면 비명이 터질 뻔했다.
그런 주현아의 반응을 본 시안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
“누나 이제 그만 안으로 들와. 동네 시끄러워질 것 같아.”
그의 말에 반응이라도 한 듯 화려하게 뿜던 빛이 순간에 사라졌다.
놀란 주현아를 의식한 듯 시안이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현관문을 열었다.
“확인되셨으면 들어가실까요.”
주현아가 움직여지지 않는 발을 어렵게 떼어 시안을 다시 따라 집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아까와 다르게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 주저앉다시피 했다.
주현아의 옆에 모습을 감춘 채 앉아 있는 스쿨드가 시안을 불렸다.
[너와 관련된 걸 알고 있었기에 내가 눈여겨보던 아이다. ]
‘그래서 일단 침부터 바른 거야?’
[가호는 아무한테나 연결되는 것이 아니다. 인간 본연이 가진 고유 특성 때문인 거지. 나라고 이 아이의 운명을 바꿀 수는 없는 거야. 나와 연결이 예비된 후론 모든 게 화신이 할 탓일 뿐이니까.]
‘나는 그저 서로 합이 좋기를 바랄 뿐이야. 잘 부탁할게.’
시안이 그녀가 마시던 커피를 앞으로 밀어 내밀며
“주현아 기자님 괜찮으세요?”
“네··· 믿기 힘든 걸 보니까 그만··· 후우···”
“어떠셨는데요?”
주현아가 머그컵을 들어 한 모금 마신 후 입을 뗀다.
“내가 본 게 발키리라는 말씀인 거죠? 잘 못 본 게 아니고···”
“네 맞아요. 내 눈에도 보니까요. 세상이 변하고 있다는 걸 느낀 건, 저도 얼마 안 돼요.”
“변하···다니요?”
“뭐 혼란스러우시겠지만 어쩔 수 없어요. 더 말씀드리는 것도 위험한 일이고요. 물론 지금도 이해하기 힘들 겁니다. 저도 처음에는 제가 정신 분열로 머리가 돈 걸로 생각했으니까요.”
“그럼 그것 때문에 빨리 귀국을 한 건가요?”
“네 그게 이유가 된 거죠. 준비할 것도 많았고··· 급하게 대학교 설립하게 된 것도 그 때문이고요.”
그때,
어?
그녀의 표정이 딱 저 글자 모양이다.
“학교··· 대학교를 세워요?”
“네, 지금도 그것 때문에 혜성그룹 TF팀과 함께 바쁘게 움직이고 있어요.”
그녀도 그가 혜성과 관련이 있다는 건 물론 알고 있었지만,
친족 관계로는 거의 끊어졌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왕래도 없었고, 서로 소원하게 지낸다는 걸로 알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정비서라는 분도 시안을 도련님이라고 했다.
‘불과 일주일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지금이라도 모르고 있던 것을 묻고 싶었지만 그건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진정되셨으면 저녁식사 간단하게 하시죠. 제가 준비하라고 했어요.”
“그···”
“식사 후 들을 얘기도 손해는 아닐 겁니다.”
주현아는 많이 혼란스러웠지만,
모처럼 받은 초대였다.
시안은 사적인 의논을 피력했지만, 자신의 직업적인 특성도 고려한 제안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본사에서 전달된 오더도 지금 만남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지 모른다.
“네 기대되는데요. 디너.”
시안이 인터폰을 눌렀다.
-뚜우
[네 도련님.]
“지금 식사 가능할까요.”
[네 준비 하겠습니다.]
시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실까요?”
주현아가 일어날 때,
안목이 열렸다.
이름 : 주현아
나이 : 21세
가호 : 노른(비각성)
특성 : 개화된 세상을 보는 눈/ 스쿨드(연결 중)
특성창에 ‘주목 중’이라던 문구가 ‘연결 중’으로 바뀐 모습
스쿨드가 그녀를 1호 화신으로 선택했다.
***
시안의 집이 있는 위치로부터 약 400m,
왕복 6차선 도로 하나 건너서 10층짜리 건물 최상층에 인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 지붕 위에 분광이 사라진지 얼마나 돼?”
목소리의 주인은 가욘 페트릭이었다.
“대략 20분 정도 된 걸로 압니다.”
“그래··· 미국과 유럽에서도 저런 현상이 도심에서 일어나고 있다는데 도대체 무슨 일인지 감도 못 잡는다면서?”
“네 그런가 봐요. 종교계 과학계 UFO 쫓는 미치광이들까지 지금 난리라고 하던데요.”
“그런데 그런 게 하필이면 쟤네 집 지붕에 생기는 이유는 또 모야? 한국정보원 파견 팀에 꼽사리 끼게 된 날에 말이지.”
“나 잡아 봐라··· 뭐 그런 느낌이랄까···”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는 샌디슨이다.
“그게 마지막이지 샌디슨.”
“네 이걸로 끝입니다.”
“그래 수고 많았어.”
이곳은 시안에게 접근할지도 모를 츠르딜리를 감시하는 작업에 전초지휘소였다.
오늘 아침 이곳을 폐쇄하고 가욘과 샌디슨만 남아 한국 국가정보원 소속팀과 합류하라는 상부 지시가 내려왔다.
조민시안을 노리는 킬러의 움직임이 포착된 것은 몇 시간 전이었다.
상부에서는 그놈을 츠르딜리로 잠정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한국의 정보라인과 합동 작전을 빌미로 손쉽게 인도받으려는 일종에 타협이었을 것이다.
무조건 합동으로 잡아야 했다.
학국정보부에서 먼저 잡아 나중에 인도받는 것은 혹시 모를 정보 유출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모든 짐이 정리되고 텅 빈 사무실에 홀로 남은 가욘은 창가로 다가가 시안의 집을 내려다본다.
‘그게 공교로워도 너무 공교롭단 말이지···’
연수원이 있는 수동으로 이동한 시안을 따라나섰을 때
자신이 그 연수원에서 보았던 광원과 일치하는 광원이 하필이면 동일 인물이 있는 장소에 나타났으니 드는 생각이었다.
그건 오늘 코엑스 행사장에도 마찬가지였다.
‘여기고 저기고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이해 범주를 넘어선 일들을 경험하며 혼란스러웠지만,
그는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다.
‘세상이 미쳐 돌아가고 있다.’
-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찾아주신 독자님들의 선작과 추천 응원이 많은 힘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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