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문이 열리고 있다
스위스 베른의 대성당,
동이 트기 시작한 새벽 광장에 오늘도 추모의 촛불들이 놓였다.
어제의 천지 격변을 경험한 베른 시민들이 이른 새벽부터 대성당 앞으로 모여들었다.
스위스는 방위군과 민간 예비병력들까지 동원해 일찌감치 광인들을 제압하고 수용시설에 격리한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였다.
그 무렵 엘프로 여겨지는 스키르니르에 의해 강제로 순간 이동된 자쟈도 베른에 있는 자신의 아지트에 머물고 있었다.
“으아아아악!···헉!헉!···”
정신이 들기가 무섭게 무시무시한 격통이 다시 밀려오기 시작한다.
“컥!”
차원의 문이 열린 직후부터 이런 식으로 까무러쳤다가 깨어나기를 반복하고 있는 중이다.
베른시 비밀 아지트 총책인 안제이 포돌스키는 그런 자쟈의 입에 헝겊 뭉치를 갈아 물리며 곁에서 그를 지켜만 봐야 했다.
3일 전 저녁에 찾아온 츠르딜리가 부탁한 일이었다.
그는 아지트에 들어서자마자,
영문도 말하지 않고 욕조에 물부터 채웠다.
안제이에게도 모든 통에 물을 채워 놓으라고 했다.
그리고 모든 가전제품의 전원을 꺼놓았다.
중요한 전자기기들을 지하로 가지고 와 알루미늄 호일 코팅작업을 했다.
마지막으로 지하 아지트의 발전기를 끄고 호일로 꼼꼼하게 덧씌웠다.
어리둥절한 안제이 포돌스키가 물었다.
“뭐야? 전쟁이라도 나는 거야?”
촛불을 밝힌 츠르딜리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안지, 내 말 명심해. 잠시 후에 하늘 위에서 아주 생난리가 날 거야. 그때부터 너나 나나 죽을 만큼 힘든 고통을 겪을 거고 말이야. 하늘이 요동을 치면 넌 너의 방에서 안 쓰는 담요 위에 옷을 모두 벗고 대기해.”
안제이 포돌스키는 놀란 눈알을 굴리며 생각했다.
‘한동안 JM에 끌려가 있더니 돌았나?’
역시 그럴 수도 있겠다 싶기도 했다.
눈앞에 츠르딜리가 암흑 세계의 최강자라 하더라도 그놈들이라면 충분히 그를 바보로 만들 수 있을지 모른다.
의아한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러나 츠르딜리는 정신 차리라는 의미로 안제이의 뺨을 살짝 때렸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지시를 내릴 때, 상대가 집중하지 않거나 못 알아듣는 것처럼 보일 때면 늘 하던 그의 습관과도 같은 스킨십이다.
‘아닌가?’
츠르딜리가 수건 하나를 건네며 말했다.
“그리고 고통이 시작되면 헝겊을 물어 이빨이 부서질 수도 있으니까. 알겠지? 그리고 이건 만약 인데··· 내가 너보다 더 심할 수도 있거든, 그땐 너의 간호가 필요해.”
이후의 문제까지 구체적인 지시를 내리는 것을 보면, 잠시 후에 아주 심각한 일이 벌어지려는 건 분명해 보였다.
문제는 말하는 그 고통이라는 것이 어떤 일 때문인지 설명이 없다.
그러나 안제이 포돌스키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지금껏 그와 함께 일해 오면서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불필요한 반문은 하지 않았다.
그것이 무언의 규율이기도 했다.
츠르딜리가 주는 정보 외에는 알려고 해서도, 알 필요도 없다.
점조직의 특성상 자신이 필요 이상의 정보를 알게 되면, 조직 전체가 위험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안제이는 츠르딜리의 침실에서 나와 그가 시키는 대로 옷을 벗고 자리에 앉아 대기를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간이 저녁 9시 20분에 이르렀을 때,
창문 밖으로 대낮처럼 밝은 빛이 터지며 뇌성이 끊이지 않고 요란하게 이어졌다.
하늘이 요동을 친 후 극심한 고통이 뒤따른다는 츠르딜리의 말이 떠올랐다.
수건을 쥔 손을 서서히 들어 올렸다.
때를 맞춰 말대로 뼈가 으깨지는 격통이 몰려들었다.
“우악!···읍읍···”
수건을 입에 욱여넣고부터 한차례 정신을 잃었다 깬 후로 지금에 이르렀다.
지금은 죽는 것도 산 것도 아닌 상황에 놓인 츠르딜리의 곁을 지켜야 했다.
처음 목격했을 때 그의 모습은 영락없이 죽은 것처럼 보였다.
설마 하는 마음에 다가서려는데, 조금 전까지도 숨 소리조차 내지 않던 그가 갑자기 온몸을 비틀며 짐승처럼 비명을 질러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지를 부르르 떨고는 다시 축 늘어졌다.
그런 모습이 지금까지 3일을 반복하고 있다.
‘언제까지 저럴 거지? 그런데 왜 이렇게 건장해지는 건데?’
기절할 만큼 고통에 시달리는 와중에도 츠르딜리의 몸에 근육들은 꿀렁거리는 걸 멈추지 않았다.
시체처럼 축 늘어져서 숨이 끊겼다고 느낄 때마다 그의 육체는 오히려 신전의 조각상처럼 더욱더 단단해지는 것처럼 보였다.
곁에서 그를 지켜보는 내내, 마치 죽은 자의 부활을 거듭 목격하는 듯했다.
그때마다 그의 몸에서는 시체가 썩는 것과 같은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괴이한 진물이 흥건하게 배어 나왔다.
틈틈이 시트를 갈아주고 환기를 시키는데도 썩은 시궁창 냄새가 진동을 한다.
지금도 새 시트를 교체하기 위해 안제이가 몸을 일으켰다.
그때 츠르딜리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안지··· 거기 있어?”
안제이가 화급하게 다가갔다.
“그래! 나 여기,”
“후우··· 시간이 꽤 된 것 같은데 오늘이 며칠째지?”
“3일이었어.”
잠시 말이 없던 츠르딜리가 짜증이 묻어나는 말에 누군의 이름을 부르며 쏟아냈다.
“이런 시발! 샨 그 자식은 5일이나 됐다는데, 난 왜 고작 3일인 건데! 어떻게 동생 년이 오빠 놈보다 강할 수가 있다는 거야! 제기랄.”
안제이는 이게 뭔 개소린지 몰라 말했다.
“머···뭐가 잘못된 거야?”
“어?”
츠르딜리가 고개를 들어 안제이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에이 몰라!”
죽어가던 놈이 몸을 벌떡 일으켜 샤워장으로 향했다.
“미안하지만 거기 더러운 이불이나 치워줄래?”
안제이가 쩍 벌어진 그의 등짝을 바라보며 감탄과 대답을 동시에 했다.
“와아···어?”
***
천지개벽 3일째,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되고 정부는 바쁘게 움직였다.
혜성그룹의 알콜 엔진 지원으로 서울과 전국 주요시설 군데군데에는 전기등이 켜졌다.
알콜을 연료 삼아 발전기가 돌아가고 그걸 이용해 이재민 수용시설에 필수생활 기물들이 설치되고 있었다.
사람들은 아파트를 중심으로 지역이 나뉘어 군의 통제에 따라 관리를 받고 있었다.
전국에 알콜 발전기를 분배해 주요시설 복구에 투입했지만,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소의 복구작업은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었다.
지하철을 움직이기에는 아직 턱없이 부족한 전력 상황일 뿐이다.
직장인들이 출퇴근에 이용할 이동 수단이 정지된 상황이라 기업들의 업무는 거의 마비 되었고 배급체계로 전환되고 있었다.
혜성그룹이 제공한 30대의 알콜 차량과 전자기펄스에 살아남은 전동트럭 그리고 전동버스 수십여 대를 개조해 운행하며 주요시설들의 복구를 위해 기계 산업 공장들이 생산을 시작하긴 했지만,
아직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 대로 가면 곧 화폐의 가치가 물건의 가치를 따라가지 못하기 시작할 것은 불 보듯 뻔했다.
6시간에 걸친 전자기펄스의 발생은 엄청난 재난을 안겼다.
그보다 더 치명적인 것은 지금껏 사용하던 모든 연료가 제 기능을 상실했다는 점이다.
대체품이 절실한 시점에 알콜을 연료로 사용할 수 있음을 알려준 혜성의 조병호 부회장이 경제부총리와 독대해 마주하고 있었다.
기업의 총수 또는 권한대행들이 모였던 자리를 파하고 난 후였다.
대통령은 어째서인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럼, 이 모든 것이 조민시안 이사장의 혜안에서 준비되었다는 말입니까?”
그가 없었다면 지금의 수습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네 부총리님, 조 이사장이 혜성자동차에 수주를 넣어 생산한 제품들이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그 제품들을 가동해 더 많은 제품을 생산 중이기도 합니다. 비상시국인 만큼 생산된 모든 엔진들과 차량들을 정부기관에 제공할 예정입니다.”
조병호의 말에 부총리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뭐가 의아한 듯 물었다.
“조 이사장이 마치 이번 사태를 미리 알기라도 했던 것처럼 되었군요. 그래 그 물건들은 어디에 쓰려했답니까?”
“원래는 이번에 설립된 학교와 함께 그 주변으로 교육과 실버타운 그리고 관광시설 인프라를 조성하는 지역에서 광범위하게 사용하려고 주문했다고 했습니다. 환경부의 권장 사안이기도 했고요. 더구나 혜성은 전기차와 수소차 그리고 알콜차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개발하던 터라 소규모 주문 생산 여력은 충분했으니까요.”
“흐음··· 그나마 혜성이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생산량은 얼마나 될 것 같습니까?”
“전력이 충분하지 않지만, 하루 2,000대 정도는 생산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다른 기업들에게 발전기를 보급하면 더 많은 발전기와 자동차를 일시에 늘릴 수도 있을 겁니다. 문제는 아까 총수들이 말한 대로 원자재들과 알콜의 수급 문제가···”
“그렇겠지요··· 원자재··· 일단 수력 발전시설과 일부 재생에너지들은 3일 안에 가동이 가능하다고 하니, 생산라인 재가동과 국민들의 경제활동에 집중할 생각인데··· 기업인들의 협조가 무엇보다도 절실할 때입니다.”
“네 부총리님, 할 수 있는 한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조병호 부회장이 떠난 자리 한동안 바라보던 부총리가 비서실장을 불렀다.
“JM재단에 연락을 넣으세요. 그를 직접 봐야겠습니다.”
***
오늘은 낮에는 합동 화장 장례식이 있었다.
죽은 피해자들과 광인들의 시신을 방치하는 건 지금 시국에는 전염병 등, 더 위험한 일이 벌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 곳곳에서 엄청난 양의 연기가 올라왔다.
나무들을 쌓아 올린 단에 시신들을 놓고 정부에서 지급한 알콜로 태웠다.
지효준 어머니와 형도 그들과 함께 화장했다.
달리 방도가 없었다.
들리는 얘기로는 오늘 화장한 숫자만 10만이 넘는다고 했다.
또 광인들이 집단화하면서 도시를 점령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게다가 2주일 전 쯤부터 애완동물들의 상당수가 덩치가 커지며 공격적으로 변했고, 산중에 육식성 야생동물들이 마을을 습격하고 시내에까지 출몰해 인명피해는 계속 내고 있었다.
그런데 출몰한 야생동물들의 크기도 문제였다.
황소 만 한 멧돼지와 반달곰은 사회에 충격을 줄 정도였다.
이런저런 사회 혼란으로 사망한 사람들의 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난 두 달 동안 죽어나 간 사람이 전국적으로 1,000만이 넘는다는 얘기가 돌고 있었다.
차량 이동이 불가능해 군인들 대부분이 도보로 이동했다.
광인들을 제압할 때는 몽둥이나 칼, 그리고 석궁 등을 사용하는 것을 보았다.
지효준은 군인들 총기에 문제가 생겼음을 짐작했다.
‘세상이 완전히 변했어···’
자신의 신체도 전 같지 않음도 파악한 상태다.
‘나도 변했고, 그건 나만 그런 게 아니야···’
지구라는 행성이 완전히 다른 환경으로 바뀌었다는 걸 알았다.
마치 판타지 소설이나 영화처럼 말이다.
“와아··· 오늘은 더 많이 떨어지는데?”
우지연이 밤하늘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많은 양의 별똥별들이 꼬리를 끌고 떨어지며 사라졌다.
“근데 저게 정말 운석들이긴 한 걸까?”
“또 이런다.? 감성 떨어지게. 피잇!”
지효준이 반인식을 바라봤다.
“형 저거 인공위성 같지 않아?”
“네 생각도 그렇지? 최근에 혜성이 태양에 접근한 일도 없었고··· 저렇게 많은 유성우라면 그걸 설명해줄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달리 생각나는 게 없거든.”
“아재들! 갑자기 인공위성이 왜 떨어지는데?”
동심 같은 감성이 깨져 발끈하는 우지연에게 둘이 거의 동시에 답했다.
“전자기펄스?”
“맞아 전자기펄스!”
6시간에 걸쳐 세상 전체 하늘을 하얗게 찢어내던 전자기펄스의 영향이 받았을 가능성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과 출신들 아니랄까 봐 아주 소설들을 쓰고 있네요. 둘 다.”
우지연의 투정 섞인 말을 박인수가 미소로 받았다.
“그래 너는 계속 유성우 해라. 그거나 그거나니까···”
지효준은 심각한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형은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글쎄다··· 개학도 아직 한참 남았는데··· 사실 대학 개강이나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지금처럼 미친놈들 돌아다니는 시절에 어디 여행도 갈 수 없는 노릇이니까 뭐 어쩌겠어. 집구석에서 그림이나 그려야 할지도 모르는 거잖아.”
지효준이 그런 박인식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형, 지금 그런 물음이 아니잖아.”
“그럼?”
“형도 느꼈을 거 아니야. 사람들 기운이 달라진 거. 당장 형부터도 달라진 걸 알면서 그런 말을 해?”
박인수가 눈을 껌벅거렸다.
“그럼 어디 가서 힘 자랑이라도 해야 한다는 거야?”
지효준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내 생각일 뿐인데··· 이제 진짜 골 때리는 일이 벌어질 것 같아서야. 그걸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거지.”
지효준의 말을 듣던 우지연이 말했다.
“몬스터 출현! 짜잔!”
“푸웁 크크크크크···”
“아재! 웃어?”
손을 내저으며 웃음을 멈추려 했지만, 여전히 웃음기는 지우진 못했다.
“아니 그건 아니고, 나도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닌데··· 사람에게는 각자가 가진 소질이라는 게 있는 거잖아. 이를테면 나처럼 종합 무술인 같은···그런데 얘는 좀···”
박인식이 우지연을 가리키며 웃음을 참고 있다.
“야! 지금 나 무시해? 내가 미친년 소리 들을까 봐 말을 안 하려고 했는데!”
우지연이 눈에 힘을 빡 주고 말을 이었다.
“박인식, 나이 24세, 가호, 읍읍! 특성, 개화 중인 생활체육인! 그리고 또··· 방패를 부순 자?”
마지막 부분에선 의미를 몰라 고개를 갸웃한 우지연이 이어서 버럭했다.
“아무튼! 난 이런 게 다 보인단 말 야! 오빠들은 이런 거 없잖아!”
우지연의 시선에는 상대의 상태창이 보이는 특성이 있었다.
이름 : 박인식
나이 : 24세
가호 : 에인헤리
특성 : 개화 중인 생활체육인/ 방패를 부순 자
생명 : 1.0
지력 : 12.6
체력 : 2.0
근력 : 2.0
민첩 : 3.1
마력 : 0.1
▽
클리어 보상 포인트 : 00▼
*각성을 충족하면 프레이의 가호를 받아 능력치가 급상승합니다.
시안이 보는 안목과 다를 바가 없이 능력치까지 보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상태창을 본다는 것이 정신 착란이라고 생각했었지만 3일 전 끔찍한 일을 겪고 난 뒤로는 지금까지 숨겨 왔다.
그러나 박인식과 지효준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하고 가까워지면서 오늘 지효준의 말에 용기를 내서 자신이 볼 수 있는 것을 말했다.
다시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우지연이 고백처럼 말했다.
“그래도 미친년은 진짜 아니라고··· 보이는 걸 어떡해···”
“어? 설마 그게 내 상태창? 진짜?”
“상태창 실화냐? 레전든데?”
“근데 읍읍은 또 뭔데?”
박인식이 되묻자 우지연이 화들짝 놀라며 다급히 말했다.
“안 돼! 전에 내가 말해 준 그 말을 따라하다가 사람이 죽었어.”
“뭐?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
광인들에게 일찌감치 가족을 모두 잃었던 우지연은 충격과 슬픔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혼자가 된 자신의 미래를 걱정하다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지금 당장 뭐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평소 글쓰기를 좋아했던 우지연은 마음도 추스르고 소질이 있는 건지 알아도 볼 겸, 웹소설을 써볼 생각을 했다.
운명을 소재로 로판용 플롯을 짤 요량으로 북유럽신화 운명의 여신들인 노른에 대해 검색하고, 세자매들의 특성을 탐문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베르단디에 대한 부분을 보려던 시점에서 그녀의 이름을 부른 순간 갑자기 극심한 격통이 엄습했고 기절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그 뒤로 마치 꿈을 꾸듯 자신이 어떤 여자의 품에 안겨서 마치 죽음과 같은 2일을 보내고 깨어났다.
그것이 꿈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 것이 바로 지금의 능력이었다.
문제는 그 능력 때문에 사람이 피를 토하고 죽었다.
에인헤리,
천지가 개벽을 하던 3일 전, 아파트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오빠의 머리 위에 나타난 상태 창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뱉어 버린 가호의 그 이름을 그가 따라 부른 직후 갑자기 사지를 비틀며 고통을 호소하다가 피를 토하며 죽어갔다.
그 모습에 놀란 우지연은 울며불며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려고 돌아다니다가 광인들에게 쫓기게 되었고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그 일을 겪고 난 우지연은 누구든 가호에는 에인헤리라는 이름이 존재했지만, 그걸 고지곧대로 알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얘기를 모두 들은 박인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읍읍이라고 했던 거구나···”
사람이 죽은 이유가 뭔지는 모르지만, 그것이 저주에 의해서라기보다는 뭔가 부여되는 능력과 관련된 것임에는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3일 전에도 그랬다.
견디기 힘든 격통이 몰려왔고 그때도 견디지 못한 극소수의 사람들이 쇼크사로 죽었다는 사실도 박인식은 알고 있었다.
우지연이 읍읍이라고만 했던 그 이름도 어쩌면 부여되는 신체 능력만큼 겪게 되는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면 죽게 되는 그런 페널티가 아닐까.
그렇다면 지효준의 말대로 진짜 세상은 바뀐 거고,
더 큰 게 온다는 말이었다.
“그래 일단 그 일에 대한 건 당분간 비밀로 하자. 천천히 알아보면서 무슨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알 필요가 있겠어.”
우지연을 다독이는 박인식을 보며 효준이 말했다.
“우리 준비 해야 돼 형! 아니면 다 죽어.”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인 박인식이 말했다.
“얘들아 모여 봐.”
세명의 청춘들이 머리 맞대고 토론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들은 몰랐다.
서울의 도심 중앙에 직경 4층짜리 크기의 원형이 그려지며 일렁이고 있다는 걸 말이다.
1차 차원의 문이 하늘에서 희미해지고 지상에는 첫 번째 지옥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차원의 균열이 발생한 것이다.
-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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